[노동시간 보고서] ① ‘토요일은 검은 날’

입력|2017.07.29 (09:06)   수정|2017.08.25 (15:05)



토요일, 주말이다. 오전 9시, 박만수(가명) 씨는 마을버스 운전대를 잡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은행, 학교 등이 쉬는 토요일이지만 박 씨의 일은 평일과 다름없다. 정류장마다 멈춰서며 손님들을 태우고 내린다.

서울 금천구에서 마을버스 운전을 하는 박만수 씨는 주 6일을 일한다. 지난 5월 27일, 박 씨는 새벽녘에 집을 나와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정해진 노선을 열두 차례 돌아야했다. 박만수 씨는 주 5일 근무가 원칙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을 했다. 박 씨는 주 6일 근무가 익숙해졌지만, 힘들다는 뜻도 내비쳤다.


"일주일 6일 근무, 그러려니 하는데..."

"마을버스 기사들은 주 6일 일할 겁니다. (주 7일 일할 때도 있어) 한 달에 28일까지도 일하는, 그런 회사도 있어요. 제가 있는 회사는 일주일에 한 번 쉬죠. 원칙은 이틀씩 쉬게 돼 있잖아요."

박 씨는 이 모든 일이 결국은 인건비 때문 아니겠느냐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마을버스가 상대적으로 회사 규모도 작고 그러하니까, 그러면 어디에선가, 기사를 한 사람 더 쓸 것을 덜 쓰고 그러는 것이죠. 한 달에 26일 일 시키다가 25일 일 시키려면 사람을 더 둬야 하잖아요. 그러면 거기서 인건비 문제가 발생하니까. 저희는 그러려니 하는데, 사실 쉴 시간도 없어요. 밥 먹을 시간도 제대로 없어요."

'주5일제'는 지난 2004년 7월 천 명 이상 사업장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어 2005년 300인 이상, 2006년 100인 이상, 2007년 50인 이상, 2008년 20인 이상으로까지 확대됐다. 2011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까지도 주5일제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50조 1항은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2항은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해 놓았다.

하루 8시간 일할 경우 월, 화, 수, 목, 금, 5일을 근무하면 주 40시간이 된다. 이론상으로는 하루 6시간 40분씩 주 6일 근무를 해서 주 40시간을 채울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에는 '주5일제'나, '주5일 근무'라는 표현이 없어도 주 40시간 근무는 사실상의 주5일제로 통용되고 있다. 2천 년대 초반 1주일 44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할 때, 노사정위원회와 언론도 이 사안에 대해 '주5일제 도입' 논의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50조 1항이 무색하게 주 6일 일을 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 일정 조건만 맞추면 법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근로기준법은 주 6일 근무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근로기준법 53조 1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해 놓았기 때문이다.


주 40시간이 원칙이지만 회사와 노동자가 합의를 한다면 주 52시간, 주 6일 근무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에 근거해 적지 않은 사업장이 채용 공고에 '주 6일 근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우리 회사는 주 6일 근무가 기본이니까, 주 6일 일할 의사가 없다면 지원하지 마십시오"라는 의미도 된다.

그렇다면, 박만수 씨처럼 주 6일 근무를 하는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근로기준법에 '주5일제'라고 명기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 통계청 관계자는 주5일제 사업장이 얼마나 되는지, 또 주6일제 사업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대신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주 40시간 근로'와 관련해 주 40시간 근로제 실시 여부에 대해 조사해서 발표해왔다.


통계청의 201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의하면 임금 근로자 소속 사업체가 주 40시간 근로제를 실시하는 경우는 65.5%로 나타났다. 노동자 열 명이 있다면 이 가운데 예닐곱 명만 주 40시간 근무를 지키고 있다는 얘기다.

공공기관·대기업·은행 '주5일제'... "우리에게는 남의 얘기"

법에는 주5일제나 주5일 근무, 주6일 근무 등의 표현이 없지만, 대부분의 대기업과 공공기관, 언론사 등은 사실상 주5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들 일터에서는 주말 특근 등이 생겨 주말에 일을 하는 경우가 있어도, 일반적으로 기본은 주 5일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도 많다. 이처럼 주 5일 일하는 회사도 있고, 주 6일 일하는 회사도 있는 현실에서 대다수 사업장은 채용공고에 주 5일 근무인가, 주 6일 근무인가를 명시해 놓는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보는 사람들도 신규 인력을 뽑는 회사가 주 5일 근무인가, 주 6일 근무인가를 미리 따져보는 게 일상화됐다.


"토요일에도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주요 관심사죠"

경기도 과천시가 달마다 발행하는 시정 소식지. 한 면을 빌려 일자리와 관련된 정보를 싣는데, 여기에는 채용정보도 있다. 각각의 채용공고마다 우선적으로 밝히고 있는 근무조건은 세 가지다.

▲ 월급이 얼마가 되는지 ▲ 근무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 주5일 근무인가, 주 6일 근무인가이다.

과천시 관계자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월급이나 근로시간과 함께 토요일에도 일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확인해보기에 이들 세 가지 정보를 우선적으로 채용정보란에 올려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가급적 주말 근무가 없는 일터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 40시간 근로제, 사실상의 주5일제가 도입된 지 6년,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근로시간 등 대한민국 노동 환경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의 일자리포털에 올라온 채용 공고를 지난 1월 24일부터 5월 26일까지 4개월에 걸쳐 살펴봤다.

이 기간 서울일자리포털에는 하루 평균 천여 건의 채용공고가 올라왔는데, 일반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올린 일자리 채용 공고는 13만 1,303건이었다. 채용 공고 1건마다 A4 용지 2쪽으로 구성돼 있기에 A4 용지 약 26만 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볼 수 있다.

13만여 건의 채용 공고는 각 공고마다 사업장명과 소재지, 사업내용, 모집직종, 직무내용, 임금과 근무시간, 휴일 등 50여 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십 명의 상담사가 채용공고를 올리고자 하는 회사와 통화를 하고 채용 정보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 모니터를 한 뒤에 이들 공고문을 올린다고 밝혔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이들 자료를 다시 심층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 취재와 인터뷰를 더 해 2017년 대한민국의 노동 조건, 노동 시간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대안은 없는지를 생각해보는 시리즈 기사를 기획했다.

먼저 대한민국에서 주 5일이 아닌 주 6일제나 교대근무제 아래 일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채용공고 분석을 통해 현실을 들여다봤다.

서울일자리포털 채용공고 분석... "주 5일 근무는 60%뿐"

데이터저널리즘팀 분석 결과, 4개월에 걸쳐 서울일자리포털에 올라온 전체 채용공고 13만 1,303건 가운데 ■ 통상근무는 11만 7,933건 89.8%였고, ■ 교대근무는 11,815건 9.0%로 조사됐다. 입주나 재택근무 등의 ■ 기타근무는 1,555건, 1.2%였다.


통상근무 형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1만 7천9백여 건의 통상근무 가운데 ▲ 주 5일 근무는 79,107건, 전체 채용공고의 60.2%로 나타났다.

▲ 주 6일 근무는 28,250건, 21.5%였다. 한 주는 주말을 다 쉬고, 한 주는 토요일을 일하는 격주 근무도 적지 않아 7% 가까이 됐다. ▲ 토요격주근무는 9,025건, 6.9%였다. 채용공고 10건 가운데 3건 정도가 주 6일 근무이거나 토요격주휴무의 근무 형태임을 밝히고 있는 셈이다.

비율이 낮기는 하지만 ▲ 월 3일 이하 휴무도 244건으로 나타나, 0.2%를 차지했다.

반면 주말은 물론 금요일도 쉬거나 아니면 주말만 일하는 등 ▲ 주 4일 이하 근무도 있어, 1,307건, 전체의 1.0%로 조사됐다.

'저희 회사는 주6일 일하셔야... 21.5%'

사실상의 주5일제가 처음 도입된 뒤 13년이 지났다. 주말특근 등의 형태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일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대기업, 금융사, 신문사, 방송사 등은 이제 원칙적으로 주5일제를 하고 있다. 주5일제가 5인 이상 사업장까지 도입된 뒤로 따지면 6년이 지났다. 시중에는 토요일 또한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빨간 날로 표기된 달력도 나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 6일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서울일자리포털에 나와 있는 채용공고를 근거로 추정해 보면 적어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일주일에 하루 쉬고는 나머지 6일을 빠짐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근로시간 OECD 최고 수준... '연간 2,113시간'

지난 1996년 OECD 가입 이후 한국의 근로시간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 2012년과 2014년에는 오히려 전년도보다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등, 최근 몇년 사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연 평균 근로시간은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이다.

2015년 기준, OECD 회원국 35개 나라 (당해 년도 근로시간 자료가 있는 나라는 34개국) 가운데 한국의 근로시간은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멕시코 노동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248시간, 한국은 2,113시간이었다. OECD 평균은 1,766시간으로 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 평균보다 347시간 더 많다. 하루 8시간 일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OECD 평균보다 해마다 43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OECD 평균이면 6명이 할 일을 한국은 5명이 하는 셈'

OECD 평균 근로시간으로 일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6명이 노동을 제공하면 연간 근로시간이 10,596시간이 된다. 근로시간이 긴 한국은 5명이 노동을 제공하면 연간 근로시간이 10,565시간에 이른다. OECD 평균 기준으로 했을 때 6명이 할 일을 한국은 5명이 하고 있는 셈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다는 얘기가 되고, 이 때문에 과도한 노동시간이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긴 노동시간은 재계나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화두였다. 한국의 노동시간이 변함없이 OECD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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