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우리 ‘딸기’가 그리 부럽더냐?…‘日 딴죽걸기’도 정도껏

입력|2018.03.08 (14:03)   수정|2018.03.09 (10:03)



"농림수산성에 의하면 일본에서 개발된 과일이나 야채의 품종이 해외에서 무단 재배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NHK의 방송 내용이다. 여기서 가리키는 해외는 '한국'을 말한다.


그 날 일본에서는 농림수산성 주최로 '품종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설명회'가 열렸다. 이번 설명회의 계기가 된 것은 한국의 너무나 맛있는 딸기다.

발단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부터였다.

지난 평창 올림픽 여자 컬링 경기 당시 일본 대표팀이 하프 타임에 둘러앉아 너무도 맛있게 딸기를 먹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일본에 전해졌다. 그리고 "너무 맛있어요."라며 감탄해 마지않는 일본 대표 선수의 인터뷰도 전해졌다.

NHK에서 찍은 '컬링팀 간식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편집한 영상은 37만 번의 클릭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우리 딸기 농가들을 뿌듯하게 할 이 모습, 하지만 자국 대표팀이 한국 딸기를 절찬하는 모습이 일본에서 보면 그리 썩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사이토 일본 농림수산 대신이 "일본 농림수산 대신으로서는 여자 컬링팀에게 일본의 맛있는 딸기를 먹게 하고 싶다"고 당시 제동을 걸더니, 평창 올림픽이 끝난 지난 3월 2일에는 아예 각료회의 후에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딸기는 일본에서 유출된 품종을 기반으로 한다"고 날을 세웠다. "2018년도 예산에 식물품종 등의 해외유출방지대책을 반영해…."라고 말한 뒤 긴급히 마련된 것이 6일 열린 것이 '품종 유출 방지 설명회'다.


자 여기서 따져 볼 사항. 일본 농림수산 대신 왈 "일본에서 유출된 품종을 기반으로 한다".
NHK 및 일본 언론의 보도, "일본 품종이 해외에서 무단 재배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왜 사이토 대신은 자국 컬링 대표팀이 먹은 딸기를 자기네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품종을 기반으로 한다'며 간접화법을 사용했을까? 얼렁뚱땅 분위기만 풍겼는데, 언론이 알아서 받아주는 식이다.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이 먹은 딸기 품종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딸기 품종의 90%는 '설향'이라는 품종이다.

궁금하다. '설향'은 어떻게 만들어진 품종일까?

'설향'을 개발한 논산 딸기시험장의 김현숙 팀장과 전화가 이뤄졌다.

- 설향은 어떻게 개발된 품종인가요?
= 1998년부터 교배를 시작해 7년간 품종 개량을 통해 만들어진 품종입니다.

- 품종을 만들어낸다는 건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 이종 딸기 2종류를 교배해 먼저 200~300주의 딸기 모군이 나옵니다. 그중에 가장 우수한 종을 골라내 1주의 딸기에서 씨를 받아냅니다. 그리고 다시 10주에서 20주를 만들어내고, 또 우수한 것을 골라내고 하는 방식을 반복해 가면서 새로운 종을 만들어 냅니다.

- 설향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 '설향'도 '아키히메'와 '레드펄'이라는 일본 종에서부터 개량된 품종입니다. 하나의 품종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원래 품종과는 다른 특성이 인정돼야만 등록할 수 있습니다. '설향'의 경우 일본 품종보다 수분이 많고 신맛이 있어 청량감이 있습니다. 일본 딸기가 달기만 한 것과는 다른 새콤달콤한 특성이 있는 겁니다. 맛과 모양뿐 아니라 꽃이 나오는 시기, 잎의 모양, 비료 반응, 생육성 등 기존 종과 다른 새로운 종으로서의 '신규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 일본이 자기 딸기라고 주장할 만한?
= 일본의 경우도 재래종 딸기는 없었고, 원산이 외국인데 들여와서 품종 개량이 이뤄진 겁니다. 한국에 일본 딸기가 들어온 것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부터입니다.
(일본에서 우리 딸기의 근간이라고 말하는 아키히메라는 품종도 일본의 한 딸기 농가에서 7년간의 품종 개량을 거쳐 1997년 품종으로 성립시킨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본 딸기를 바탕으로 해서 품종 개량을 이뤄, 완전히 새로운 종으로 확립돼 만들어진 것이 우리 딸기 '설향'이다. 이를 뭉뚱그려 한국에 종이 유출됐다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새로운 품종 개량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그냥 한국 딸기가 부러운 일본의 '딴죽걸기'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김현숙 팀장은 "최근 저희 설향을 중국에서 가져가 그냥 그대로 재배해 우리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품종 무단 유출로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오히려 우리 쪽이라는 설명이다.

당당한 우리 딸기, 일본에서 딴죽을 걸고 나온 건 부러워서였던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