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문 닫는 체험형 실내동물원…동물들은 어디로?

입력 2020.10.04 (21:21) 수정 2020.10.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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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치되는 동물들, 이뿐만이 아닙니다.

동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 실내동물원이 한 때 인기를 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는데, 문제는 그 안에서 살던 동물들입니다.

취재를 해보니 역시 학대에 가까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법을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워 보입니다.

박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미에 주로 사는 카피바라의 등과 머리를 아이들이 연신 쓰다듬습니다.

원숭이한테는 길게 자른 당근을 먹이로 줍니다.

동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 실내동물원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폐업 뒤 남겨진 동물들은 사실상 방치돼 있습니다.

또 다른 실내동물원에 가봤습니다.

문을 닫은 몇 개 지점의 동물을 모아 새로 개장을 준비 중인데, 이곳 역시 동물들이 방치돼 있습니다.

환기도 안 되는 좁은 방에 층층이 우리를 쌓아놓고 동물 여러 마리를 몰아넣었습니다.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청금강앵무예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 상태로, 물도 제대로 급수가 돼 있지 않은 사육장이 거의 대부분이고…. "]

문 닫은 곳의 동물들이 이동 과정에서 대부분 죽었다는 직원들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동물원 문을 닫으려면 지자체에 신고하고 보유 생물 관리 계획도 제출해야 하지만, 이곳은 폐원 신고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소홀한 동물 관리는 자칫 큰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항/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 "(동물 사이에) 병원체가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사람에게서 또 동물에게로 병원체가 전파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이것은 바로 팬데믹의 시초가 될 수가 있죠."]

이 때문에 현재 등록제인 동물원 운영을 허가제로 바꿔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최근 잇따라 발의됐습니다.

[강은미/정의당 의원 : "(허가제로 바뀌면) 전문가인 검사관이 가서 허가가 가능한지를 살펴보게 돼 있기 때문에 부실관리나 적절하지 않은 서식 환경으로 인한 동물 학대 문제들을 방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실내동물원 문제는 동물 복지의 차원을 넘어선 인간 안전의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박찬걸 허수곤 황종원/영상편집:사명환/그래픽: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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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문 닫는 체험형 실내동물원…동물들은 어디로?
    • 입력 2020-10-04 21:21:48
    • 수정2020-10-04 21:58:40
    뉴스 9
[앵커]

방치되는 동물들, 이뿐만이 아닙니다.

동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 실내동물원이 한 때 인기를 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는데, 문제는 그 안에서 살던 동물들입니다.

취재를 해보니 역시 학대에 가까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법을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워 보입니다.

박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미에 주로 사는 카피바라의 등과 머리를 아이들이 연신 쓰다듬습니다.

원숭이한테는 길게 자른 당근을 먹이로 줍니다.

동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 실내동물원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폐업 뒤 남겨진 동물들은 사실상 방치돼 있습니다.

또 다른 실내동물원에 가봤습니다.

문을 닫은 몇 개 지점의 동물을 모아 새로 개장을 준비 중인데, 이곳 역시 동물들이 방치돼 있습니다.

환기도 안 되는 좁은 방에 층층이 우리를 쌓아놓고 동물 여러 마리를 몰아넣었습니다.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청금강앵무예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 상태로, 물도 제대로 급수가 돼 있지 않은 사육장이 거의 대부분이고…. "]

문 닫은 곳의 동물들이 이동 과정에서 대부분 죽었다는 직원들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동물원 문을 닫으려면 지자체에 신고하고 보유 생물 관리 계획도 제출해야 하지만, 이곳은 폐원 신고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소홀한 동물 관리는 자칫 큰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항/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 "(동물 사이에) 병원체가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사람에게서 또 동물에게로 병원체가 전파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이것은 바로 팬데믹의 시초가 될 수가 있죠."]

이 때문에 현재 등록제인 동물원 운영을 허가제로 바꿔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최근 잇따라 발의됐습니다.

[강은미/정의당 의원 : "(허가제로 바뀌면) 전문가인 검사관이 가서 허가가 가능한지를 살펴보게 돼 있기 때문에 부실관리나 적절하지 않은 서식 환경으로 인한 동물 학대 문제들을 방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실내동물원 문제는 동물 복지의 차원을 넘어선 인간 안전의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박찬걸 허수곤 황종원/영상편집:사명환/그래픽: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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