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화재’ 실험해보니…소화기 뿌리면 ‘활활’

[앵커]

최근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화재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로 직접 화재실험을 해보니까 일반 소화기로는 불길을 잡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험 모습을 직접 보시죠.

김유대 기자입니다.

[리포트]

주차장 벽에 충돌한 전기차에서 불길이 치솟습니다.

출동한 소방대가 이 불을 끄는 데 걸린 시간만 거의 1시간..

전기차 화재 진압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가 뭘까?

전기차 배터리로 실험을 해봤습니다.

배터리 온도를 계속 올린 지 1시간.

표면이 부풀고, 하얀 가스가 피어오르더니.

불기둥이 솟아오릅니다.

먼저, 일반 분말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시도했습니다.

불이 꺼지는가 싶더니 15초 만에 불길이 살아나면서 곧바로 다시 화염이 솟구칩니다.

소화기 한 통을 더 뿌려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기수/국립소방연구원 소방교 : "불꽃이 다시 살아났고 2차, 3차로 다시 분말소화기로 진압하였으나 다시 불꽃이 살아나는…"]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 때문입니다.

처음 불이 난 배터리가 주변 배터리 온도를 급상승시키며 연쇄 폭발하는 겁니다.

[나용운/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 "(ABC급 일반 분말 소화기는) 리튬이온배터리 안에서 발생되고 있는 급격한 열 전달, 열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냉각 소화의 효과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번엔 물을 뿌려봤습니다.

곧 불길이 잡히고 다시 살아나지도 않습니다.

소화기로 끈 이쪽 배터리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타 버린 반면,

물로 끈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덜 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용운/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 "(물로) 배터리의 온도를 낮춰서 더 이상 다음 배터리, 그다음 배터리로 화재가 전파되는 걸 막는 냉각 소화가 주효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다만 이때도 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게 문젭니다.

이번 실험에서 사용한 배터리는 6개에 불과했지만, 실제 전기차에는 3백 개 가까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선 아예 불이 난 전기차를 통째로 물탱크에 빠뜨려 진화할 정돕니다.

이 때문에 전기차 업체들도 화재원인 규명과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전기차에 불이 나면, 운전자는 진압을 시도하기보단 빨리 대피하는 게 최선입니다.

KBS 뉴스 김유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