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비평] ②‘수사 받는 법’ 기고 파문, 논란만 남아

입력 2006.09.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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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한 신문에 현직 검사가‘수사를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이 실려 주목을 받았습니다.
피의자의 권리를 정확히 알려주자는 취지에서 매주 한 차례씩, 모두 10회에 걸쳐 싣기로 했던 검사의 기고는, 그러나 법조계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단 한차례 연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현직 검사의 기고문 중단 파문을 취재한 이진성 기자 함께했습니다.

<질문>이 기자,우선‘수사를 제대로 받는 법’어떤 내용인지 궁금한데 정리를 좀 해 볼까요?

<답변>이진성 기자: 네, 기고문은 피의자로서 검찰에서 수사를 받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피의자가 법에 규정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더욱더 주목을 받게된 것은 글을 쓴 사람이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재직 중인 검사라는 점이었습니다.
지난 11일, 한겨레신문에는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제목으로 지면의 ⅔를 차지하는 장문의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한겨레는 피의자가 법에 보장된 권리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해서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기획 의도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더욱 눈길을 끈 건 기고한 사람이 일선에서 피의자를 수사하는 현직 검사라는 점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재직 중인 금태섭 검사는 수사기관과 피의자 등 수사의 참여자들이 공정한 게임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 글을 썼다면서 피의자의 행동 지침을 조언했습니다.

피의자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피의자는 약자의 처지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가 취해야 할 기본적인 행동 지침은 두 가지다.

첫째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 둘째는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이다.

다소 파격적으로 보이는 기고문이 실린 뒤 독자와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견해도 있었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언제든 피의자 입장에 처할 수 있음에도 지금까지 간과돼 온 권리를 알려준 현직 검사의 글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질문>이 기자, 독자들의 열띤 반응에도 불구하고 금태섭 검사의 기고는 결국 1회 만에 중단되고 말았는데요.금 검사의 기고문이 게재된 뒤 법조계에 상당한 파문이 일었던 게 사실인데... 특히 검찰은 기고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죠?

<답변>이진성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고문이 실린 뒤 법조계, 특히 금 검사가 소속된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검찰은 기고 내용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 그리고 보고도 없이 조직 계통을 무시한 채 기고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결국 이같은 유형무형의 압력에 부딪혀 연재는 이어지지 못하고 중단 사태를 맞게 됐습니다.

금 검사의 글이 연재에 들어간 뒤 법조계는 술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고문이 실린 당일인 11일, 대검찰청은 차장이 주재하는 부장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기고 내용이 검찰업무와 관련해 보편적인 내용이 아닌데 서울중앙지검 검사라는 이름을 걸고 공인된 의견인 것처럼 쓴 점과 기관장의 승낙도 받지 않고 기고한 점이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같은 날과 이튿날, 금 검사가 소속된 서울중앙지검에서도 밤늦게까지 1차장 산하 부장회의가 열렸습니다.

특히 12일 회의에서는 한겨레에 실릴 2회차 원고의 내용이 검토됐는데 ‘조서에 도장 찍지 말라’는 결론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금 검사가 기고를 중단하거나 내용을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 검사의 기고는 내용면에서 검찰 수사의 70%를 차지하는 고소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오히려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고 절차상에서 검사가 언론에 기고할 때나 정치적 입장을 밝힐 때에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인터뷰>김주덕 (변호사): "현직 검사가 수사 받는 방법을 조언하는 자체가 절차적으로 맞지 않고 그 내용 자체가 아주 제한된 범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이런 것을 많은 범죄에 보편화시켰다는 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검찰 내부에서 기고 중단 압력을 받은 금태섭 검사는 결국 지난 14일 정상명 검찰총장을 면담한 뒤 15일에 기고 중단 의사를 밝혔습니다.

금 검사는 지난 19일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있고 그걸 피하기 위해서 중단하는 것이라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질문>그런데 이 기자,검찰의 반응도 반응이지만 금 검사의 첫 기고가 실린 뒤 다른 언론들도 잇따라 관련 기사를 내보낸 걸로 아는데 본질적인 측면을 다루기보다는 논란만 증폭시킨 것 같아요

<답변>이진성 기자: 네, 다른 언론들은 기고의 취지와 내용 등 본질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기고에 관한 검찰과 법조계의 반발과 논란에 더욱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때문에 기고문을 직접 읽어보지 않은 시청자와 독자들로서는 기고의 본래 뜻을 이해하기보다는 튀고 싶은 한 검사가 해프닝을 일으킨 것으로 받아들이기 쉬웠습니다.

금 검사의 기고에 대해 방송은 MBC가 메인 뉴스에서 리포트로 처리했고 KBS와 SBS는 단신으로 다뤘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하나같이 기고문에 담긴 취지와 의미와 뒷전인 채 ‘현직 검사’의 기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관련 기사를 실은 신문들 또한 기고문이 나간 뒤 보인 검찰 측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4일자에서 자극적인 제목 아래 금 검사의 기고 때문에 ‘검찰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연재가 9번 더 남아 있어 ‘검찰 수뇌부를 긴장시키고 있다’는 검찰의 반응을 실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금태섭 검사의 입장은 없었습니다.

국민일보는 13일자에서 아예 금 검사의 기고를 부적절하다고 단정짓고 검찰 조직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사건 가운데 하나라면서 확대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고 한국일보는 지난 14일, 아직 연재도 되지 않은 2회분 기고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는지,그리고 피의자의 인권이 중요하다면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지 지적한 기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그 기사가 검찰과 한겨레 갈등 검찰과 금 검사의 갈등 또는 검찰 내부의 고민 이런 식으로만 가면은 금 검사가 기고한 내용이 정말로 독자들에게 왜 문제가 될 건가 아니면 필요한 건가 이것을 독자들은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독자들에게 하나도 도움이 될 수 없는 기사가 되는 거죠. "

사실 이번 기고문은 표현이 좀 과격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어도 내용 자체는 일반적인 사안을 담고 있습니다.

피의자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은 헌법 12조 2항 ‘모든 국민은 (…)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점을,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은 헌법 12조 4항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한 데 지나지 않습니다.

<인터뷰>오동석 (아주대 법학과 교수): "어떤 헌법 규정을 한번 읽어 주는 것 보다 검사가 이런 이야길 한번 읽어주는 것 자체가 훌륭한 헌법 인권 보장의 헌법 공부가 일반 국민들에게 된 게 아니냐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한 인권단체는 검찰의 반발에 대해 과잉반응이고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기존 수사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대표): “피의자들이 조서에 도장 찍지 않고, 또 피의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여태까지 수사를 그렇게 했다는 거 아닙니까, 검찰이 어떤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실질적 진실로 접근하는 수사를 안 했다는 반증이죠.”

금 검사의 기고가 검찰 조직의 지휘계통을 무시한 행동이라는 검찰의 반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의 공보업무지침을 보면 공보담당관이 아닌 자가 발표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소속 기관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일부 매체에는 아무런 사전 승인 없이 사견을 싣고 있는 게 관행입니다.

법률신문의 경우 현직 검사라도 대부분 상부 보고 없이 자유로이 칼럼을 기고한 것으로 알려졌고 금태섭 검사 또한 한겨레 기고 외에도 상부의 사전 승인 없이 법률신문에 3차례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어떤 신문에는 연재를 해도 되고 어던 신문에는 연재를 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다면 원칙도 없고 일관성도 없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 총장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들에게 "

<질문>네, 검찰의 반발이 좀 지나친 감이 있어 보이군요...그런데 이 기자.아직도 우리 현실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묵비권이나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다거나 신문받을 때 변호인을 참여하도록 하는 일이 드문 편이라면서요?

<답변>이진성 기자: 네, 묵비권이나 변호인 참여는 피의자의 방어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수사를 받다보면 이같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폭언에 시달리는 등 모욕을 당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강압적인 검찰 수사과정을 풍자한 코미디 프로그램입니다.

협박에 못 이겨 자신도 모르게거짓 진술을 하게 되는 피의자나 참고인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비슷한 피해를 입은 피의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겁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이상진 씨는 지난 2001년 사기대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폭언을 듣고 항의하자 구타를 당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이상진 (경기도 동두천시): "(수사관이)너 그 따위로 하면 너 당장 긴급 구속이다 내 멱살을 잡아 흔들면서 당장 구속이다 하면서 그러면서 멱살 쥐면 가슴만 흔들다 보니까 쥐어박는 거죠 "

이상진 씨는 또 변호사 입회 하에 조사받고 싶다고 했지만 거절당하고 자신이 진술하지도 않은 조서에 날인을 강요당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사건을 대법원에 재심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이상진 : "변호사 입회 하에 조사합시다 그랬더니 조사를 응하지 않으니까 대기실로 끌려가 있으니 대기실에서 조사도 안 하고 밤 11시가 되니까 (수사관이)조사를 하도 안하고 조사했다고 읽어보고 지장을 찍어라 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4년 발행한 인권침해 현황을 보면 검찰 수사과정에서 허위진술과 자백을 강요받은 경우는 조사 대상자의 12%를 차지해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의자 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하는 경우는 지난 2003년 112건에서 2004년 158건 2005년에는 303건,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까지 164건으로 차츰 늘고는 있지만 180만 건이 넘는 연간 검찰 접수 사건의 0.01~0.02%에 불과해 아주 미미합니다.

<인터뷰>오동석 (아주대 법학과 교수):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점이 아직은 우리 사회 인식이라고 하는 것이 재판정에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법정으로 가야지만 변호사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피의자 단계에서의) 변호사 선임률이 낮은 이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태섭 검사가 기고문에서 강조한 진술 거부와 변호인 접견 권리는 피의자로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한겨레는 기고 중단으로 독자에게 사과해야 했고 금태섭 검사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에서 이단아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검찰 또한 여전히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며 경직된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고 다른 언론 매체는 본질을 외면하고 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번 사건을 놓고 보면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닌 부수적인 사안들이 지나치게 부각시켜 놓음으로 인해서 거기에 관련됐건 당사자들이 다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가장 핵심은 그 내용으로부터 이득을 얻어야 할 국민 그리고 개인의 인권의 문제를 중심에 놓지 않고 반응했다는 데 문제가 있었던 거죠."

한겨레는 지난 18일과 19일 기고 중단 사태를 보도한 뒤 필진을 바꿔서라도 연재를 계속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언론이 이제 패자만 있고 승자는 없는 소모적인 비판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논쟁을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에 대해 논란을 벌여야 하는데 달을 가르킨 손가락이 잘생겼니 못생겼니 하는 이런 본질과 떨어진 논란 이제 그만할때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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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9-24 09: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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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한 신문에 현직 검사가‘수사를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이 실려 주목을 받았습니다. 피의자의 권리를 정확히 알려주자는 취지에서 매주 한 차례씩, 모두 10회에 걸쳐 싣기로 했던 검사의 기고는, 그러나 법조계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단 한차례 연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현직 검사의 기고문 중단 파문을 취재한 이진성 기자 함께했습니다. <질문>이 기자,우선‘수사를 제대로 받는 법’어떤 내용인지 궁금한데 정리를 좀 해 볼까요? <답변>이진성 기자: 네, 기고문은 피의자로서 검찰에서 수사를 받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피의자가 법에 규정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더욱더 주목을 받게된 것은 글을 쓴 사람이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재직 중인 검사라는 점이었습니다. 지난 11일, 한겨레신문에는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제목으로 지면의 ⅔를 차지하는 장문의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한겨레는 피의자가 법에 보장된 권리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해서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기획 의도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더욱 눈길을 끈 건 기고한 사람이 일선에서 피의자를 수사하는 현직 검사라는 점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재직 중인 금태섭 검사는 수사기관과 피의자 등 수사의 참여자들이 공정한 게임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 글을 썼다면서 피의자의 행동 지침을 조언했습니다. 피의자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피의자는 약자의 처지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가 취해야 할 기본적인 행동 지침은 두 가지다. 첫째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 둘째는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이다. 다소 파격적으로 보이는 기고문이 실린 뒤 독자와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견해도 있었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언제든 피의자 입장에 처할 수 있음에도 지금까지 간과돼 온 권리를 알려준 현직 검사의 글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질문>이 기자, 독자들의 열띤 반응에도 불구하고 금태섭 검사의 기고는 결국 1회 만에 중단되고 말았는데요.금 검사의 기고문이 게재된 뒤 법조계에 상당한 파문이 일었던 게 사실인데... 특히 검찰은 기고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죠? <답변>이진성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고문이 실린 뒤 법조계, 특히 금 검사가 소속된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검찰은 기고 내용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 그리고 보고도 없이 조직 계통을 무시한 채 기고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결국 이같은 유형무형의 압력에 부딪혀 연재는 이어지지 못하고 중단 사태를 맞게 됐습니다. 금 검사의 글이 연재에 들어간 뒤 법조계는 술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고문이 실린 당일인 11일, 대검찰청은 차장이 주재하는 부장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기고 내용이 검찰업무와 관련해 보편적인 내용이 아닌데 서울중앙지검 검사라는 이름을 걸고 공인된 의견인 것처럼 쓴 점과 기관장의 승낙도 받지 않고 기고한 점이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같은 날과 이튿날, 금 검사가 소속된 서울중앙지검에서도 밤늦게까지 1차장 산하 부장회의가 열렸습니다. 특히 12일 회의에서는 한겨레에 실릴 2회차 원고의 내용이 검토됐는데 ‘조서에 도장 찍지 말라’는 결론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금 검사가 기고를 중단하거나 내용을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 검사의 기고는 내용면에서 검찰 수사의 70%를 차지하는 고소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오히려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고 절차상에서 검사가 언론에 기고할 때나 정치적 입장을 밝힐 때에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인터뷰>김주덕 (변호사): "현직 검사가 수사 받는 방법을 조언하는 자체가 절차적으로 맞지 않고 그 내용 자체가 아주 제한된 범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이런 것을 많은 범죄에 보편화시켰다는 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검찰 내부에서 기고 중단 압력을 받은 금태섭 검사는 결국 지난 14일 정상명 검찰총장을 면담한 뒤 15일에 기고 중단 의사를 밝혔습니다. 금 검사는 지난 19일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있고 그걸 피하기 위해서 중단하는 것이라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질문>그런데 이 기자,검찰의 반응도 반응이지만 금 검사의 첫 기고가 실린 뒤 다른 언론들도 잇따라 관련 기사를 내보낸 걸로 아는데 본질적인 측면을 다루기보다는 논란만 증폭시킨 것 같아요 <답변>이진성 기자: 네, 다른 언론들은 기고의 취지와 내용 등 본질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기고에 관한 검찰과 법조계의 반발과 논란에 더욱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때문에 기고문을 직접 읽어보지 않은 시청자와 독자들로서는 기고의 본래 뜻을 이해하기보다는 튀고 싶은 한 검사가 해프닝을 일으킨 것으로 받아들이기 쉬웠습니다. 금 검사의 기고에 대해 방송은 MBC가 메인 뉴스에서 리포트로 처리했고 KBS와 SBS는 단신으로 다뤘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하나같이 기고문에 담긴 취지와 의미와 뒷전인 채 ‘현직 검사’의 기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관련 기사를 실은 신문들 또한 기고문이 나간 뒤 보인 검찰 측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4일자에서 자극적인 제목 아래 금 검사의 기고 때문에 ‘검찰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연재가 9번 더 남아 있어 ‘검찰 수뇌부를 긴장시키고 있다’는 검찰의 반응을 실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금태섭 검사의 입장은 없었습니다. 국민일보는 13일자에서 아예 금 검사의 기고를 부적절하다고 단정짓고 검찰 조직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사건 가운데 하나라면서 확대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고 한국일보는 지난 14일, 아직 연재도 되지 않은 2회분 기고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는지,그리고 피의자의 인권이 중요하다면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지 지적한 기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그 기사가 검찰과 한겨레 갈등 검찰과 금 검사의 갈등 또는 검찰 내부의 고민 이런 식으로만 가면은 금 검사가 기고한 내용이 정말로 독자들에게 왜 문제가 될 건가 아니면 필요한 건가 이것을 독자들은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독자들에게 하나도 도움이 될 수 없는 기사가 되는 거죠. " 사실 이번 기고문은 표현이 좀 과격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어도 내용 자체는 일반적인 사안을 담고 있습니다. 피의자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은 헌법 12조 2항 ‘모든 국민은 (…)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점을,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은 헌법 12조 4항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한 데 지나지 않습니다. <인터뷰>오동석 (아주대 법학과 교수): "어떤 헌법 규정을 한번 읽어 주는 것 보다 검사가 이런 이야길 한번 읽어주는 것 자체가 훌륭한 헌법 인권 보장의 헌법 공부가 일반 국민들에게 된 게 아니냐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한 인권단체는 검찰의 반발에 대해 과잉반응이고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기존 수사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대표): “피의자들이 조서에 도장 찍지 않고, 또 피의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여태까지 수사를 그렇게 했다는 거 아닙니까, 검찰이 어떤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실질적 진실로 접근하는 수사를 안 했다는 반증이죠.” 금 검사의 기고가 검찰 조직의 지휘계통을 무시한 행동이라는 검찰의 반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의 공보업무지침을 보면 공보담당관이 아닌 자가 발표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소속 기관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일부 매체에는 아무런 사전 승인 없이 사견을 싣고 있는 게 관행입니다. 법률신문의 경우 현직 검사라도 대부분 상부 보고 없이 자유로이 칼럼을 기고한 것으로 알려졌고 금태섭 검사 또한 한겨레 기고 외에도 상부의 사전 승인 없이 법률신문에 3차례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어떤 신문에는 연재를 해도 되고 어던 신문에는 연재를 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다면 원칙도 없고 일관성도 없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 총장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들에게 " <질문>네, 검찰의 반발이 좀 지나친 감이 있어 보이군요...그런데 이 기자.아직도 우리 현실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묵비권이나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다거나 신문받을 때 변호인을 참여하도록 하는 일이 드문 편이라면서요? <답변>이진성 기자: 네, 묵비권이나 변호인 참여는 피의자의 방어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수사를 받다보면 이같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폭언에 시달리는 등 모욕을 당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강압적인 검찰 수사과정을 풍자한 코미디 프로그램입니다. 협박에 못 이겨 자신도 모르게거짓 진술을 하게 되는 피의자나 참고인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비슷한 피해를 입은 피의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겁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이상진 씨는 지난 2001년 사기대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폭언을 듣고 항의하자 구타를 당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이상진 (경기도 동두천시): "(수사관이)너 그 따위로 하면 너 당장 긴급 구속이다 내 멱살을 잡아 흔들면서 당장 구속이다 하면서 그러면서 멱살 쥐면 가슴만 흔들다 보니까 쥐어박는 거죠 " 이상진 씨는 또 변호사 입회 하에 조사받고 싶다고 했지만 거절당하고 자신이 진술하지도 않은 조서에 날인을 강요당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사건을 대법원에 재심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이상진 : "변호사 입회 하에 조사합시다 그랬더니 조사를 응하지 않으니까 대기실로 끌려가 있으니 대기실에서 조사도 안 하고 밤 11시가 되니까 (수사관이)조사를 하도 안하고 조사했다고 읽어보고 지장을 찍어라 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4년 발행한 인권침해 현황을 보면 검찰 수사과정에서 허위진술과 자백을 강요받은 경우는 조사 대상자의 12%를 차지해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의자 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하는 경우는 지난 2003년 112건에서 2004년 158건 2005년에는 303건,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까지 164건으로 차츰 늘고는 있지만 180만 건이 넘는 연간 검찰 접수 사건의 0.01~0.02%에 불과해 아주 미미합니다. <인터뷰>오동석 (아주대 법학과 교수):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점이 아직은 우리 사회 인식이라고 하는 것이 재판정에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법정으로 가야지만 변호사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피의자 단계에서의) 변호사 선임률이 낮은 이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태섭 검사가 기고문에서 강조한 진술 거부와 변호인 접견 권리는 피의자로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한겨레는 기고 중단으로 독자에게 사과해야 했고 금태섭 검사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에서 이단아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검찰 또한 여전히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며 경직된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고 다른 언론 매체는 본질을 외면하고 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번 사건을 놓고 보면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닌 부수적인 사안들이 지나치게 부각시켜 놓음으로 인해서 거기에 관련됐건 당사자들이 다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가장 핵심은 그 내용으로부터 이득을 얻어야 할 국민 그리고 개인의 인권의 문제를 중심에 놓지 않고 반응했다는 데 문제가 있었던 거죠." 한겨레는 지난 18일과 19일 기고 중단 사태를 보도한 뒤 필진을 바꿔서라도 연재를 계속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언론이 이제 패자만 있고 승자는 없는 소모적인 비판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논쟁을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에 대해 논란을 벌여야 하는데 달을 가르킨 손가락이 잘생겼니 못생겼니 하는 이런 본질과 떨어진 논란 이제 그만할때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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