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중증환자 외면하는 국민연금

입력 2009.01.2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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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암이나 백혈병에 걸려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겐 나라가 지급하는 연금이 실낱같은 희망입니다.
그런데 최근 연금 못 받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김현경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김미선씨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뜻밖의 통지를 받았습니다.

매달 20여만원씩 지급해온 연금을 더 이상은 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치료제인 글리벡을 복용하면서 수치가 떨어졌다는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완치되지도 않았고 약도 계속 복용하고 있는 상태, 수치가 높아지면 그때 다시 신청을 하라는 말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터뷰>김미선(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지금도 항암제를 먹고 있어요. 그런데 더 나쁜 상태에서 오라고 하면 죽으라고 하는 것밖에 더되냐구요."

국민연금공단은 장애인, 그리고 암과 백혈병 등 중증 질환에 걸려 소득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장애연금을 줍니다.

지난해 10만명이 연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백혈병의 경우 최근 연금 수급 조건이 까다로워져 암세포수를 측정하는 PCR검사에서 수치가 0에 가까워질 경우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 시작했습니다.

측정치가 0인 상태를 관해라고 합니다.

하지만 측정치가 0이라고 해서 완치됐다는 의미는 아니며 글리벡을 장기 복용하면서 수치가 좀 떨어진 것일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김동욱(가톨릭대 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PCR검사에서 0이 나왔다는건 암세포가 없어져 완치됐다는게 아니고 암세포가 측정할 수 있는 한계 이하로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항암제를 계속 써야 합니다."

완치되지도 않은 사람을 연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시키면서 백혈병의 경우 탈락률이 20%까지 올라갔습니다.

<인터뷰>전순영(국민연금공단 장애서비스기획부차장): "수년동안 지켜본 결과 (글리벡의)효과가 안정적이라고 판단돼 관해도를 보고 등급외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다소 호전됐다고 해서 완치되지도 않은 환자의 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장애연금의 당초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백혈병의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 연금 지급마저 끊어질 경우 이들의 고통은 배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곽동혁(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약을 끊으면 몇개월 내 사망할 수도 있고 평생 먹어야 하는 상태인데 그걸 약을 먹고 있으니까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줄 수 없다면 어불성설이죠."

<인터뷰>김미선(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우리는 왜 연금을 넣는거예요. 연금 한번 밀리면 밀린다고 뭐라하면서 연금은 아플때 나오는건데 왜 안되나요."

KBS 뉴스 김현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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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중증환자 외면하는 국민연금
    • 입력 2009-01-27 21:09:24
    뉴스 9
<앵커 멘트> 암이나 백혈병에 걸려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겐 나라가 지급하는 연금이 실낱같은 희망입니다. 그런데 최근 연금 못 받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김현경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김미선씨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뜻밖의 통지를 받았습니다. 매달 20여만원씩 지급해온 연금을 더 이상은 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치료제인 글리벡을 복용하면서 수치가 떨어졌다는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완치되지도 않았고 약도 계속 복용하고 있는 상태, 수치가 높아지면 그때 다시 신청을 하라는 말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터뷰>김미선(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지금도 항암제를 먹고 있어요. 그런데 더 나쁜 상태에서 오라고 하면 죽으라고 하는 것밖에 더되냐구요." 국민연금공단은 장애인, 그리고 암과 백혈병 등 중증 질환에 걸려 소득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장애연금을 줍니다. 지난해 10만명이 연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백혈병의 경우 최근 연금 수급 조건이 까다로워져 암세포수를 측정하는 PCR검사에서 수치가 0에 가까워질 경우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 시작했습니다. 측정치가 0인 상태를 관해라고 합니다. 하지만 측정치가 0이라고 해서 완치됐다는 의미는 아니며 글리벡을 장기 복용하면서 수치가 좀 떨어진 것일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김동욱(가톨릭대 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PCR검사에서 0이 나왔다는건 암세포가 없어져 완치됐다는게 아니고 암세포가 측정할 수 있는 한계 이하로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항암제를 계속 써야 합니다." 완치되지도 않은 사람을 연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시키면서 백혈병의 경우 탈락률이 20%까지 올라갔습니다. <인터뷰>전순영(국민연금공단 장애서비스기획부차장): "수년동안 지켜본 결과 (글리벡의)효과가 안정적이라고 판단돼 관해도를 보고 등급외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다소 호전됐다고 해서 완치되지도 않은 환자의 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장애연금의 당초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백혈병의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 연금 지급마저 끊어질 경우 이들의 고통은 배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곽동혁(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약을 끊으면 몇개월 내 사망할 수도 있고 평생 먹어야 하는 상태인데 그걸 약을 먹고 있으니까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줄 수 없다면 어불성설이죠." <인터뷰>김미선(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우리는 왜 연금을 넣는거예요. 연금 한번 밀리면 밀린다고 뭐라하면서 연금은 아플때 나오는건데 왜 안되나요." KBS 뉴스 김현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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