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역전 꿈꾸는 ‘반전의 사나이’ ②

입력 2009.04.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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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사나이의 왁자지껄 제주 이야기

“군대에 있었을 일인데요. 아무리 소속이 광주라고 할지라도 그래도 전 소속팀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다시 돌아갈 곳도 일차적으로는 전 소속팀이고. 그래서 광주에 있으면서도 계속 부천의 소식은 들었었어요. 그냥 선수들이랑 통화하거나 이야기 들으면서 ‘아, 요즘은 누가 잘하는 구나.’ ‘요즘은 선수단 분위기가 어떻구나.’ 그 정도는 아는 정도였죠.

근데 한 며칠 훈련소를 갔다 왔는데 어느 날 코치님이 저한테 말하시더라고요. 너네 팀(부천) 제주도 갔다고. 그래서 처음에 저는 듣지도 못한 소리였고 또 마침 때가 전지훈련을 가고 그럴 시기여서 ‘아, 부천이 동계 훈련을 제주도로 갔나보다.’ 이렇게 생각만 했었어요. 근데 이게 웬걸, 찾아보니까 팀 자체가 제주도로 가게 된 거였어요.

진짜 깜짝 놀랐죠. 그래서 전역하고 제주도에 왔는데 기분이 이상한 거 에요. 제주도랑 인연이 그다지 깊은 편은 아니라서 자주 오거나 하진 않았었거든요. 오자마자 선수들이랑 인사를 쫙 나누는데 아는 선수가 반, 모르는 선수가 반. 거기다가 저는 광주까지 갔다 오니 어느덧 나이가 팀에서 고참이 되 있더라고요. 그 상태에서 감독님도 나가시고. 처음에는 적응하기 무지 힘들었죠. 또 제가 무뚝뚝하게 보이는 그런 게 있어서 처음에는 잘 다가오지도 않더라고요. 힘들었죠, 무지.”

그렇게 제주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하게 된 이동식의 처음은 어땠을까. 아직 채 자라지 못해 파리한 머리카락과 보송보송한 솜털마저 채 남아있던 그의 막 전역했을 때의 사진에는 아직은 쑥스러운 듯 그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보여주던 이동식이 있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무지 힘들었다. ‘ 라고 말하는 그. 근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08시즌의 주장은 바로 그, 이동식 선수였다. 그에 대해서 조금은 의아하게 말을 꺼내자 또 할 말이 있는지 부랴부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아니, 그게요. 진짜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요. 그 때 당시에 알툴 감독님이 온지 얼마 안 된 상태여서 선수들을 잘 몰랐어요. 근데 이게 또 한 시즌을 시작하려면 주장이 필요하잖아요. 근데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다 안하겠다고 고사를 한 거 에요. 그러니까 감독님이 아, 그러면 투표를 하자고. 투표를 해서 공정하게 선발하자고. 그래서 투표를 하게 됐는데 고참 선수들은 절 시키려고 절 뽑고, 또 어린 선수들은 저를 잘 모르니까 절 뽑고.

그래서 제가 하게 된 거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못하겠다고 말을 했었죠. 아직 팀도 잘 모르고 선수들도 잘 모르는데 무슨 주장을 하냐고. 근데 그 당시에 계셨던 최영준 코치님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주장이면 선수들이랑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 일단 몇 달만이라도 해봐라, 라고 말씀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근데 전 또 진짜 몇 달만 시키실 줄 알고 ‘그럼 잠깐만 할 게요.’ 이러고 시작했죠. 근데 그게 몇 달이 아니고 일 년이더라고요. 제가 속은거죠. (웃음)

그래서 올해 시즌에는 안하려고 동계 훈련 때 감독님께 말했어요.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도 많아졌고 그러니까 저보다는 더 어린 선수가 중간 역할로 주장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근데 올해도 제가 하게 됐네요. 근데 또 하다 보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아니, 무슨 힘든 점이 있겠어요. 선수들 너무 착하지, 구단 분들 잘해주시지, 감독님 친절하지.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은 주장 자리인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이동식은 조금은 분주하게 2008년도를 보내게 된다. 꾸준한 플레이가 일품으로 꼽히는 그답게 매 경기마다 기복 없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화려하게 K-리그 복귀 신고식을 마쳤고, 또 그의 노력에 답하듯 K-리그 팬들은 묵묵하고 성실한 그의 플레이에 아낌없는 칭찬과 찬사를 보냈다. 그가 기억하는 08시즌의 자신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스스로는 만족했어요. 물론 비록 6강에는 들지 못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많이 보여드렸다고 생각하거든요. 아깝게 진 경기가 너무 많았잖아요. 그래서 저나, 저희 팀이나 되게 아쉬움이 많이 남던 시즌이었어요. 다음 시즌에는 뭔가 보여줄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죠. 그래서 이번 09시즌에 대해서 준비를 엄청 많이 했어요. 저도 몸을 많이 단련했고, 팀에서도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그리고 그는 2008년 말, 드디어 프로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은 다 꿈꿨을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되고 곧 가슴에는 당당하게 국가대표 마크를 단채 파주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부상으로 아쉽게 빠지게 된 허정무호에서의 기억이 정말로 아쉬운지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를 잇는다.

“솔직히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제 경력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별다른 수상경력도, 그리고 어릴 때 청소년 대표 시절도 없었기 때문에 국가대표는 저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때가 겨울이었는데요. 휴가시즌이라서 일본으로 잠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그 때 핸드폰을 꺼놓고 일본을 갔다 와서 다시 핸드폰을 켰는데 문자 때문에 핸드폰 진동이 끊이질 않고 울리는 거 에요. 황당했죠.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문자를 차근차근 읽어보는데 다 축하한다는 문자인거에요. 그래서 이건 또 뭔가 하고 에이전트 형한테 전화를 해보니까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들었다고. 거기에 네 이름이 있다고.

기분 정말 좋았죠. 바라지 않았던 일이였고 또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여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원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을 때 기쁨이 더 큰 법이잖아요. 정말 열심히 하니까 하늘에서도 기회를 주는구나, 마지막 기회이구나. 생각하고 이 악 물고 뛰려고 했어요.

근데 또 너무 열의가 크다보니 훈련을 하다가 다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파주를 나오는데 너무 아쉽더라고요. 허탈했죠. 그래도 열심히 하다보면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지금 이 곳에서 뛰고 있으면, 언젠가 다시 저를 불러주시지 않을까요?”

국가대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여전히 아쉬운지 조금은 눈시울을 붉히며 이야기하는 그.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제주 유나이티드’ 에 대한 팀에 대해서 물어보자 또 다시 활기찬 그의 모습을 다시 되 찾으며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일단, 가족 같아요. 다른 구단 선수들은 어떤 표현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저희는 정말 가족 같아요. 다들 지인들이랑 떨어져서 살아서 그런가. 좋은 일 하나라도 같이 하려고 하고. 다른 팀들은 휴가 받으면 서로 연락도 잘 안한다는데 저희는 휴가 여행도 같이 떠나요. 맨날 안부 물으려고 애들한테 전화해보면 팀 선수랑 같이 있다고 하고. 타지에서 생활을 같이 하다 보니 가족 이상의 정이 드나 봐요.

알툴 감독님도 정말 좋으세요. 축구에 대한 전문 지식이 너무 해박하셔서 선수로써 뛰기도 편하고. 선수들한테 잘해주시기도 하고. 근데 또 그게 마냥 잘 하는 게 아니고 저희가 못할 때는 따끔하게 일침해주시기도 하고, 슬럼프를 겪을 때는 위로되는 말 한마디도 던져주시면서 저희를 이끌어주시죠. 누구보다 선수들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희 팀 분위기가 그렇게 좋은 거겠죠. 정말 제가 주장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저희 팀 분위기, 정말 좋습니다. 믿어주세요. (웃음)”

인터뷰가 무르익어 갈 때 쯤 선수에게 조금은 엉뚱하다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동식 선수 스스로가 생각하는 선수의 장점과 단점은?’ 그러자 또 수줍은 미소를 내비치며 어떻게 그런 걸 스스로 말할 수 있냐며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말해 달라 한참을 조르니, 그제야 입을 뗀다.

“제 장점이요? 아, 없는데… 아, 그 말씀은 많이 하더라고요. 요즘 부상 때문에 수비라인에 큰 문제가 생겼는데 제가 중앙 수비를 하기도 해서 한 시름 놓긴 놓았다고요. 물론 지금 프로에서 전문으로 뛰고 있는 그 선수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예 생 초짜인 선수가 뛰는 것 보다는 낫잖아요. 또 저는 공격도 했었으니까 정지된 상황에서는 팀 공격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기도 하거든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일단 제 장점인 거 같고요.

단점은… 아, 이런 거 말하면 다른 팀 선수들이 보고 이용 할 텐데…(웃음) 제가 약간, 그러니까 아주 조금 약간 느려요. 절대 티는 안 나는데요. 그래도 보완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경기 중에 좀 많이 거칠다는 정도? 아무래도 중원에서 플레이가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까 제 역할이 중요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태클도 자주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경고도 많이 받게 되는데… 뭐 다 이래저래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그와의 왁자지껄한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이동식선수에게 축구란 어떤 것이냐고 정의해 달라 부탁하자 또 한바탕 웃던 그의 웃음도 잠시, 그라운드에서 맹렬히 빛나던 그 눈으로 돌아와 시간을 달라며 곰곰이 생각을 한다. 그렇게 수 어분을 생각했을까. ‘축구는요..’ 라고 서두를 떼는 그 음성이 참으로 진중해 역시 이 선수, 실제로 만나면 참으로 유쾌하고 재밌다 할지라도 축구 이야기가 나올 때만큼은 너무나도 진지해 반전의 사나이가 맞구나 싶었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기대를 하고 그를 바라보는데 참으로 낯선, 하지만 축구와 이렇게도 잘 어울릴 수 없는 단어 하나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전쟁. 다른 선수들은 다자신의 ‘숨’ 과 같은 것이라 표현하는 축구를 이동식은 ‘전쟁’ 이라 표현했다.

“솔직히 축구는, 전쟁이에요. 상대편 선수를 이기지 못하면 제가 죽게 되는 거잖아요. 결국 그라운드에는 두 팀의 선수가 있고 차지해야 할 공은 하나뿐이니까요. 만약에 이걸 회사에 비유한다면 그런 거죠. 상대편 선수가 제 공을 뺏어가는 건,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빼앗아 가는 거고. 그리고 그 사람이 승진하게 되는 거고. 근데 또 제가 그 아이디어를 제 것으로 만들면 제가 유리해 지는 거고.

정말 쉼 없는 싸움이에요. 물론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전제이지만, 축구라는 스포츠의 특성 상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그 짧은 90분 동안 쉴 새도 없이 일어나죠. 내가 이렇게 하면 나를 마크하고 있는 이 선수는 어떻게 움직일까, 또 저 높은 수비벽을 뚫기 위해서는 내가 킥을 어떻게 차올려야 할까. 관중 분들은 저희가 단지 몸으로 싸운다고 생각하시만 이제 축구는 몸싸움은 기본에 두뇌싸움이 되버린 거 같아요. 모든 각 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하기 위해서 머리를 돌려야 하죠.

이 전쟁에서 이기는 법이요? 당연히 하나죠. 공을 차지하고 있으면 되요. 제가 지금 공을 가지고 있다면 이 경기는 비록 과거에는 졌다고 할지라도 오늘의 경기는 제가 이기게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야말로 저는 역전의 명수가 되는 거죠.”

그렇게 반전의 사나이는 역전을 꿈꾸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가진 것은 별 다른 경력도, 능력도 아니지만 축구만 보고 살아온 그 우직함 하나와 자신의 성실한 플레이 하나를 믿고. 자신을 찾아줄 사람들의 ‘그 때’를 기다리며 ‘전쟁’과 같은 축구판에서 언젠가 이루어질 ‘역전’을 기다리고 있는 그. 그런 이동식이 생각하고 있는 역전, 즉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프로축구선수로 살아가는 이들의 목표는 다 똑같은 거 같아요. 태극마크. 국가를 위해 뛰는데 그만큼 더 영광인 자리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거기다가 그 문턱을 넘었지만 별다른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나왔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큰 거 같아요. 다시 한 번, 도전해봐야죠.

그리고 프로에까지 왔는데 우승 한 번 해보는 게 개인적인 또 다른 목표에요. 제가 아직까지 우승을 한 번도 못해봤거든요. 다들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떨어지거나, 6강 근처에서 맴돌거나 해서… 그래서 우승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릴 때 다른 선수들하고 환호하는 그 기분, 그 기분을 느껴보기 전까지는 죽어라 한 번 뛰어봐야죠. 그 언젠가, 이 축구라는 전쟁에서 제가 역전할 때 까지는요.”

[K-리그 명예기자 강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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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식, 역전 꿈꾸는 ‘반전의 사나이’ ②
    • 입력 2009-04-28 18:33:46
    축구
반전 사나이의 왁자지껄 제주 이야기 “군대에 있었을 일인데요. 아무리 소속이 광주라고 할지라도 그래도 전 소속팀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다시 돌아갈 곳도 일차적으로는 전 소속팀이고. 그래서 광주에 있으면서도 계속 부천의 소식은 들었었어요. 그냥 선수들이랑 통화하거나 이야기 들으면서 ‘아, 요즘은 누가 잘하는 구나.’ ‘요즘은 선수단 분위기가 어떻구나.’ 그 정도는 아는 정도였죠. 근데 한 며칠 훈련소를 갔다 왔는데 어느 날 코치님이 저한테 말하시더라고요. 너네 팀(부천) 제주도 갔다고. 그래서 처음에 저는 듣지도 못한 소리였고 또 마침 때가 전지훈련을 가고 그럴 시기여서 ‘아, 부천이 동계 훈련을 제주도로 갔나보다.’ 이렇게 생각만 했었어요. 근데 이게 웬걸, 찾아보니까 팀 자체가 제주도로 가게 된 거였어요. 진짜 깜짝 놀랐죠. 그래서 전역하고 제주도에 왔는데 기분이 이상한 거 에요. 제주도랑 인연이 그다지 깊은 편은 아니라서 자주 오거나 하진 않았었거든요. 오자마자 선수들이랑 인사를 쫙 나누는데 아는 선수가 반, 모르는 선수가 반. 거기다가 저는 광주까지 갔다 오니 어느덧 나이가 팀에서 고참이 되 있더라고요. 그 상태에서 감독님도 나가시고. 처음에는 적응하기 무지 힘들었죠. 또 제가 무뚝뚝하게 보이는 그런 게 있어서 처음에는 잘 다가오지도 않더라고요. 힘들었죠, 무지.” 그렇게 제주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하게 된 이동식의 처음은 어땠을까. 아직 채 자라지 못해 파리한 머리카락과 보송보송한 솜털마저 채 남아있던 그의 막 전역했을 때의 사진에는 아직은 쑥스러운 듯 그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보여주던 이동식이 있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무지 힘들었다. ‘ 라고 말하는 그. 근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08시즌의 주장은 바로 그, 이동식 선수였다. 그에 대해서 조금은 의아하게 말을 꺼내자 또 할 말이 있는지 부랴부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아니, 그게요. 진짜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요. 그 때 당시에 알툴 감독님이 온지 얼마 안 된 상태여서 선수들을 잘 몰랐어요. 근데 이게 또 한 시즌을 시작하려면 주장이 필요하잖아요. 근데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다 안하겠다고 고사를 한 거 에요. 그러니까 감독님이 아, 그러면 투표를 하자고. 투표를 해서 공정하게 선발하자고. 그래서 투표를 하게 됐는데 고참 선수들은 절 시키려고 절 뽑고, 또 어린 선수들은 저를 잘 모르니까 절 뽑고. 그래서 제가 하게 된 거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못하겠다고 말을 했었죠. 아직 팀도 잘 모르고 선수들도 잘 모르는데 무슨 주장을 하냐고. 근데 그 당시에 계셨던 최영준 코치님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주장이면 선수들이랑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 일단 몇 달만이라도 해봐라, 라고 말씀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근데 전 또 진짜 몇 달만 시키실 줄 알고 ‘그럼 잠깐만 할 게요.’ 이러고 시작했죠. 근데 그게 몇 달이 아니고 일 년이더라고요. 제가 속은거죠. (웃음) 그래서 올해 시즌에는 안하려고 동계 훈련 때 감독님께 말했어요.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도 많아졌고 그러니까 저보다는 더 어린 선수가 중간 역할로 주장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근데 올해도 제가 하게 됐네요. 근데 또 하다 보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아니, 무슨 힘든 점이 있겠어요. 선수들 너무 착하지, 구단 분들 잘해주시지, 감독님 친절하지.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은 주장 자리인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이동식은 조금은 분주하게 2008년도를 보내게 된다. 꾸준한 플레이가 일품으로 꼽히는 그답게 매 경기마다 기복 없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화려하게 K-리그 복귀 신고식을 마쳤고, 또 그의 노력에 답하듯 K-리그 팬들은 묵묵하고 성실한 그의 플레이에 아낌없는 칭찬과 찬사를 보냈다. 그가 기억하는 08시즌의 자신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스스로는 만족했어요. 물론 비록 6강에는 들지 못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많이 보여드렸다고 생각하거든요. 아깝게 진 경기가 너무 많았잖아요. 그래서 저나, 저희 팀이나 되게 아쉬움이 많이 남던 시즌이었어요. 다음 시즌에는 뭔가 보여줄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죠. 그래서 이번 09시즌에 대해서 준비를 엄청 많이 했어요. 저도 몸을 많이 단련했고, 팀에서도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그리고 그는 2008년 말, 드디어 프로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은 다 꿈꿨을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되고 곧 가슴에는 당당하게 국가대표 마크를 단채 파주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부상으로 아쉽게 빠지게 된 허정무호에서의 기억이 정말로 아쉬운지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를 잇는다. “솔직히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제 경력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별다른 수상경력도, 그리고 어릴 때 청소년 대표 시절도 없었기 때문에 국가대표는 저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때가 겨울이었는데요. 휴가시즌이라서 일본으로 잠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그 때 핸드폰을 꺼놓고 일본을 갔다 와서 다시 핸드폰을 켰는데 문자 때문에 핸드폰 진동이 끊이질 않고 울리는 거 에요. 황당했죠.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문자를 차근차근 읽어보는데 다 축하한다는 문자인거에요. 그래서 이건 또 뭔가 하고 에이전트 형한테 전화를 해보니까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들었다고. 거기에 네 이름이 있다고. 기분 정말 좋았죠. 바라지 않았던 일이였고 또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여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원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을 때 기쁨이 더 큰 법이잖아요. 정말 열심히 하니까 하늘에서도 기회를 주는구나, 마지막 기회이구나. 생각하고 이 악 물고 뛰려고 했어요. 근데 또 너무 열의가 크다보니 훈련을 하다가 다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파주를 나오는데 너무 아쉽더라고요. 허탈했죠. 그래도 열심히 하다보면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지금 이 곳에서 뛰고 있으면, 언젠가 다시 저를 불러주시지 않을까요?” 국가대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여전히 아쉬운지 조금은 눈시울을 붉히며 이야기하는 그.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제주 유나이티드’ 에 대한 팀에 대해서 물어보자 또 다시 활기찬 그의 모습을 다시 되 찾으며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일단, 가족 같아요. 다른 구단 선수들은 어떤 표현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저희는 정말 가족 같아요. 다들 지인들이랑 떨어져서 살아서 그런가. 좋은 일 하나라도 같이 하려고 하고. 다른 팀들은 휴가 받으면 서로 연락도 잘 안한다는데 저희는 휴가 여행도 같이 떠나요. 맨날 안부 물으려고 애들한테 전화해보면 팀 선수랑 같이 있다고 하고. 타지에서 생활을 같이 하다 보니 가족 이상의 정이 드나 봐요. 알툴 감독님도 정말 좋으세요. 축구에 대한 전문 지식이 너무 해박하셔서 선수로써 뛰기도 편하고. 선수들한테 잘해주시기도 하고. 근데 또 그게 마냥 잘 하는 게 아니고 저희가 못할 때는 따끔하게 일침해주시기도 하고, 슬럼프를 겪을 때는 위로되는 말 한마디도 던져주시면서 저희를 이끌어주시죠. 누구보다 선수들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희 팀 분위기가 그렇게 좋은 거겠죠. 정말 제가 주장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저희 팀 분위기, 정말 좋습니다. 믿어주세요. (웃음)”
인터뷰가 무르익어 갈 때 쯤 선수에게 조금은 엉뚱하다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동식 선수 스스로가 생각하는 선수의 장점과 단점은?’ 그러자 또 수줍은 미소를 내비치며 어떻게 그런 걸 스스로 말할 수 있냐며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말해 달라 한참을 조르니, 그제야 입을 뗀다. “제 장점이요? 아, 없는데… 아, 그 말씀은 많이 하더라고요. 요즘 부상 때문에 수비라인에 큰 문제가 생겼는데 제가 중앙 수비를 하기도 해서 한 시름 놓긴 놓았다고요. 물론 지금 프로에서 전문으로 뛰고 있는 그 선수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예 생 초짜인 선수가 뛰는 것 보다는 낫잖아요. 또 저는 공격도 했었으니까 정지된 상황에서는 팀 공격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기도 하거든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일단 제 장점인 거 같고요. 단점은… 아, 이런 거 말하면 다른 팀 선수들이 보고 이용 할 텐데…(웃음) 제가 약간, 그러니까 아주 조금 약간 느려요. 절대 티는 안 나는데요. 그래도 보완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경기 중에 좀 많이 거칠다는 정도? 아무래도 중원에서 플레이가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까 제 역할이 중요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태클도 자주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경고도 많이 받게 되는데… 뭐 다 이래저래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그와의 왁자지껄한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이동식선수에게 축구란 어떤 것이냐고 정의해 달라 부탁하자 또 한바탕 웃던 그의 웃음도 잠시, 그라운드에서 맹렬히 빛나던 그 눈으로 돌아와 시간을 달라며 곰곰이 생각을 한다. 그렇게 수 어분을 생각했을까. ‘축구는요..’ 라고 서두를 떼는 그 음성이 참으로 진중해 역시 이 선수, 실제로 만나면 참으로 유쾌하고 재밌다 할지라도 축구 이야기가 나올 때만큼은 너무나도 진지해 반전의 사나이가 맞구나 싶었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기대를 하고 그를 바라보는데 참으로 낯선, 하지만 축구와 이렇게도 잘 어울릴 수 없는 단어 하나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전쟁. 다른 선수들은 다자신의 ‘숨’ 과 같은 것이라 표현하는 축구를 이동식은 ‘전쟁’ 이라 표현했다. “솔직히 축구는, 전쟁이에요. 상대편 선수를 이기지 못하면 제가 죽게 되는 거잖아요. 결국 그라운드에는 두 팀의 선수가 있고 차지해야 할 공은 하나뿐이니까요. 만약에 이걸 회사에 비유한다면 그런 거죠. 상대편 선수가 제 공을 뺏어가는 건,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빼앗아 가는 거고. 그리고 그 사람이 승진하게 되는 거고. 근데 또 제가 그 아이디어를 제 것으로 만들면 제가 유리해 지는 거고. 정말 쉼 없는 싸움이에요. 물론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전제이지만, 축구라는 스포츠의 특성 상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그 짧은 90분 동안 쉴 새도 없이 일어나죠. 내가 이렇게 하면 나를 마크하고 있는 이 선수는 어떻게 움직일까, 또 저 높은 수비벽을 뚫기 위해서는 내가 킥을 어떻게 차올려야 할까. 관중 분들은 저희가 단지 몸으로 싸운다고 생각하시만 이제 축구는 몸싸움은 기본에 두뇌싸움이 되버린 거 같아요. 모든 각 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하기 위해서 머리를 돌려야 하죠. 이 전쟁에서 이기는 법이요? 당연히 하나죠. 공을 차지하고 있으면 되요. 제가 지금 공을 가지고 있다면 이 경기는 비록 과거에는 졌다고 할지라도 오늘의 경기는 제가 이기게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야말로 저는 역전의 명수가 되는 거죠.” 그렇게 반전의 사나이는 역전을 꿈꾸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가진 것은 별 다른 경력도, 능력도 아니지만 축구만 보고 살아온 그 우직함 하나와 자신의 성실한 플레이 하나를 믿고. 자신을 찾아줄 사람들의 ‘그 때’를 기다리며 ‘전쟁’과 같은 축구판에서 언젠가 이루어질 ‘역전’을 기다리고 있는 그. 그런 이동식이 생각하고 있는 역전, 즉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프로축구선수로 살아가는 이들의 목표는 다 똑같은 거 같아요. 태극마크. 국가를 위해 뛰는데 그만큼 더 영광인 자리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거기다가 그 문턱을 넘었지만 별다른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나왔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큰 거 같아요. 다시 한 번, 도전해봐야죠. 그리고 프로에까지 왔는데 우승 한 번 해보는 게 개인적인 또 다른 목표에요. 제가 아직까지 우승을 한 번도 못해봤거든요. 다들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떨어지거나, 6강 근처에서 맴돌거나 해서… 그래서 우승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릴 때 다른 선수들하고 환호하는 그 기분, 그 기분을 느껴보기 전까지는 죽어라 한 번 뛰어봐야죠. 그 언젠가, 이 축구라는 전쟁에서 제가 역전할 때 까지는요.” [K-리그 명예기자 강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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