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장병들 기자회견 내내 ‘침통·담담·눈물’

입력 2010.04.07 (20:38) 수정 2010.04.0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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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존 장병들은 기자회견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그러나 침착하게 침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자식 같은 장병들 생각에 천안함 함장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경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항상 입던 군복 대신 환자복을 입고 나서야 하는 자리.



기자회견에 참석한 생존 장병 57명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거웠습니다.



팔과 다리, 얼굴 등 눈에 보이는 상처도 아직은 깊었습니다.



13일 전 자신들이 겪은 악몽.



조사 과정에서 기억을 더듬어 진술했던 일들을 기자 회견장에 앉아 30분 넘게 다시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장병들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함장이었고...



<인터뷰> 최원일(중령/천안함 함장) : "실종된 장병들이 제 옆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희망을 계속 갖고 복귀신고 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침몰 순간의 급박했던 상황에 대한 진술이 잇따랐습니다.



<인터뷰> 오성탁(상사) : "쾅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공중으로 붕떴고 정전되었다...펑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배는 90도로 완전히 기울어진 상태였다... 얼마나 폭발음이 컸냐면 귀가 아플 정도로 아주 컸고...."



<인터뷰>박세준(중위) : "(천안함 통신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전투 상황실내에 많은 장비들이 아래로 떨어졌고 그 사이에 끼인 대원들이 있었다. 그 대원들을 구출하는데 전투 상황실내 당직 근무서는 대원들과 함께 구조를 했고 ..."



장병들은 가장으로서, 인간으로서 느낀 침몰 순간의 솔직한 감정도 비교적 담담하게 토로했습니다.



<인터뷰> 오성탁(상사/천안함 병기장) : "가족 생각이 제 머릿속을 치고 지나갔고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물건과 집기들을 치우고 치우고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문이 열리기 시작해서 제가 약 한 15분 정도 만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차디찬 바다 속에 있을 실종 장병들의 모습을 얘기할 땐 감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전준영(병장) : "저희가 보통 운동할 때는 속옷 내의와 반바지를 입고 한다. 그래서 아마 운동을 했을거면 (울먹) 복장이 (울먹울먹) 복장이 아마 그랬을거고 ......"



실종 장병들에 대한 희망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함장.



마지막 발언도 미처 같이 오지 못한 부하들과 그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인터뷰> 최원일(중령/천안함 함장) : "저는 아직도 제 옆에 있는 듯한 장병들이 가슴에 묻혀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슬퍼할 우리 실종자 가족들 생각뿐입니다."



그리고 참고 참았을 눈물을 쏟았습니다.



군은 생존 장병 가운데 6명이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고 대부분이 후유증을 보일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또 일부는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사고 원인 규명과 함체 인양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가 무거운 족쇄가 돼 버리지 않도록 이들에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KBS 뉴스 이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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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존 장병들 기자회견 내내 ‘침통·담담·눈물’
    • 입력 2010-04-07 20:38:09
    • 수정2010-04-07 23: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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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존 장병들은 기자회견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그러나 침착하게 침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자식 같은 장병들 생각에 천안함 함장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경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항상 입던 군복 대신 환자복을 입고 나서야 하는 자리.

기자회견에 참석한 생존 장병 57명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거웠습니다.

팔과 다리, 얼굴 등 눈에 보이는 상처도 아직은 깊었습니다.

13일 전 자신들이 겪은 악몽.

조사 과정에서 기억을 더듬어 진술했던 일들을 기자 회견장에 앉아 30분 넘게 다시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장병들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함장이었고...

<인터뷰> 최원일(중령/천안함 함장) : "실종된 장병들이 제 옆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희망을 계속 갖고 복귀신고 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침몰 순간의 급박했던 상황에 대한 진술이 잇따랐습니다.

<인터뷰> 오성탁(상사) : "쾅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공중으로 붕떴고 정전되었다...펑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배는 90도로 완전히 기울어진 상태였다... 얼마나 폭발음이 컸냐면 귀가 아플 정도로 아주 컸고...."

<인터뷰>박세준(중위) : "(천안함 통신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전투 상황실내에 많은 장비들이 아래로 떨어졌고 그 사이에 끼인 대원들이 있었다. 그 대원들을 구출하는데 전투 상황실내 당직 근무서는 대원들과 함께 구조를 했고 ..."

장병들은 가장으로서, 인간으로서 느낀 침몰 순간의 솔직한 감정도 비교적 담담하게 토로했습니다.

<인터뷰> 오성탁(상사/천안함 병기장) : "가족 생각이 제 머릿속을 치고 지나갔고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물건과 집기들을 치우고 치우고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문이 열리기 시작해서 제가 약 한 15분 정도 만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차디찬 바다 속에 있을 실종 장병들의 모습을 얘기할 땐 감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전준영(병장) : "저희가 보통 운동할 때는 속옷 내의와 반바지를 입고 한다. 그래서 아마 운동을 했을거면 (울먹) 복장이 (울먹울먹) 복장이 아마 그랬을거고 ......"

실종 장병들에 대한 희망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함장.

마지막 발언도 미처 같이 오지 못한 부하들과 그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인터뷰> 최원일(중령/천안함 함장) : "저는 아직도 제 옆에 있는 듯한 장병들이 가슴에 묻혀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슬퍼할 우리 실종자 가족들 생각뿐입니다."

그리고 참고 참았을 눈물을 쏟았습니다.

군은 생존 장병 가운데 6명이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고 대부분이 후유증을 보일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또 일부는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사고 원인 규명과 함체 인양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가 무거운 족쇄가 돼 버리지 않도록 이들에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KBS 뉴스 이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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