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北 주민 일깨우는 ‘대북 라디오 방송’

입력 2012.10.20 (09:22) 수정 2012.10.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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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 늦은 밤 차분한 음악과 함께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입니다’로 시작하던 라디오 방송 기억하십니까?

바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던 대북 방송인데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알고 또 탈북까지 감행한 데는 대북 라디오 방송의 영향이 컸습니다.

과거 반공 사상을 강조했던 것과 다르게 최근에는 형식과 내용 모두 훨씬 다양해졌다고 하는데요.

조아란 리포터가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민간 대북방송 ‘열린북한방송’, 지난 16일 좁은 스튜디오 녹음실 안에서 라디오 방송이 한창입니다.

최근 화제가 된 북한군 귀순 사건을 놓고 진행자들 사이에 열띤 대화가 이어집니다.

<녹취> "출신 성분과 사상정도를 특별히 고려해 배치하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하전사가 상관을 죽이고 휴전선을 건너 남한에 귀순한..."

<녹취> "지금까지 휴전선을 거쳐 남한에 귀순한 인민군의 수는 어느 정도가 됩니까? (네, 2000년 이후를 기준으로 해서 총 7명에 달합니다.)"

<녹취> "인민군 총책임자의 계급이 강등됐고 김정은이 통제 강화 지시를 내렸다는 건데요. 인민군 귀순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남한의 한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입니다.

하루 4시간, 단파와 중파를 이용해 북한 전역에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익환(열린북한방송 대표) : "저희 방송은 북한에 있는 20, 30대를 대상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한주간의 한반도 소식, 그리고 세계소식 그리고 북한과 관련된 한반도 세계에서 일어난 이슈들을 담아서 분석을 하고 전문가의 대담을 통해서 그런 내용들을 방송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

대북 라디오 방송은 외부 세계와 철저히 차단된 북한 주민에게 남한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소식은 물론, 통제되고 왜곡돼 북한 주민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북한 내부 정보를 전달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익환(열린북한방송 대표) : "뉴스를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근데 뉴스 비율도 뭐 저희들은 남한이나 세계소식을 많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북한 내부의 소식, 그리고 탈북자들이 직접 만드는 방송도 듣고 싶어했고요."

우리나라에서 대북 라디오 방송이 본격 시작된 것은 195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KBS 한민족방송의 뿌리인 ‘자유대한의 소리’ 방송이 그 시초인데요.

당시 자정이 넘은 시간엔 모든 라디오 채널에서 같은 내용의 대북방송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냉전 시기와 맞물려 대북 방송이 대북 심리전의 도구로 적극 활용됐던 것입니다.

<녹취> ‘두고 온 형제에게’ (1960년대 대북 방송 중) : "여기는 서울입니다. 눈 감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들. 두고 온 형제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여기 이 소식이 한 가닥 희망의 길이요 구원의 빛이 되길 바라노라. "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반공 사상을 강조했던 대북 방송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기본으로 한 대북 기조에 따라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또 2000년대 이후 탈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탈북자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민간 대북 방송도 속속 생겨났습니다.

지난 2005년 12월, 열린북한방송과 자유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이 본격적으로 북한을 향한 첫 단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4개 민간단체가 북한 주민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VOA)'

미 정부 지원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

북한 주민이 가장 많이 듣는 대표적인 대북 방송은 미국 의회와 정부의 지원으로 제작되고 있는 ‘미국의 소리’와 ‘자유아시아 방송’입니다.

특히 지난 1941년 개국과 함께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의 소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하는 것은 식량 지원의 문제만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동혁(‘미국의 소리’ 동아시아·태평양 한국어방송담당 국장 ) : "인도 지원 얘기를 할 때 대부분 쌀이나 이제 비료 지원을 이야기합니다. 식량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21세기 정보접근권이라는 것은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되거든요. 어느 정치 체제 하에 태어나든지 간에 그건 상당히 기본적인 권리라는 거죠, 인간이라면. 이제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어떤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서 북한에 왜곡되지 않은 객관적인 뉴스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그건 필수죠."

지난 16일, 서울 마장동 지난 2006년 남한에 들어온 김모 씨.

김 씨 역시 북한에 있을 때 매일 2-3 시간씩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자유로운 남한 사회를 간접 체험했습니다.

<인터뷰> 김ㅇㅇ(2006년 탈북) : "한 11시에 12시에 들어가서 이제 방송을 듣는 거죠. 자기 전까지 듣는다면 많이 들어도 3시간 정도. 뭐 3시간 정도도 누구 온다하면 재까닥 끄고 그렇게 듣고. 사회문화 방송을 들으면서 너무나 이제 여기 사람들이 자유롭게 막 방송에 출연해가지고 노래를 하고 이러는 게 북한에선 있을 수가 없는 일이잖아요. "

현재 북한에 퍼져 있는 라디오는 대략 3백만 대 정도.

백만 명 넘는 사람들이 남한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김ㅇㅇ(2006년 탈북) : "내가 알고 있는 내 구역이라든가, 내 북한에서 알지 못하는 새로운 뉴스거리를 거기에서 들을 수 있다는 거죠. 북한에서 생각하고 있던 그거하고는 너무나 딴 세계의 시스템뿐만 아니라 딴 세계의 문화를 알 수가 있는 거죠. 딴 세계의 문화. 그런 것들 때문에 이제 듣는 거예요. "

대북 방송 청취는 일반 주민이나 고위급 간부나 구분이 없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북한 당국 역시 대북 방송의 영향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주파수 검색이 불가능하도록 라디오 기능을 마비시키고 전파 교란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문학작품을 통해 대북 방송에 대한 경고도 표현합니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 "2003년도에 북한에서 나온 중편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있는데 거기에서 RFA라고 있죠. 자유 아시아 방송, 그 단어가 딱 나와 있는 거예요. 어떤 미국식의 가치관, 양키문화 이런 걸 가지고 우릴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어림없는 수작질이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 주민들 사이에 그 방송을 듣는 사람이 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가 있죠."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듣고 탈북을 감행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일본 앞바다에서 발견됐던 탈북자 9명은 남한의 단파 라디오를 듣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의 35%는 북한과 연변, 연해주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KBS 한민족 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고,

이중 15%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규칙적으로 청취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전체 응답자의 25%는 KBS 한민족 방송이 탈북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곽영일(KBS 한민족 방송 ‘팝스 프리덤’ 진행자 ) : "시네마 팝스, 목요일은 영화 음악이 있는 시네마 팝스 코너가 있습니다. 북한주민 여러분 특히 여러분이 우리 남한 영화 많이 보시죠? 오늘은 아마 여러분이 많이 보신 그 영화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팝송을 소개하는 라디오 방송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KBS 한민족 방송이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팝송 프로그램입니다.

팝송은 물론 남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의 음악을 소개해주고 직접 배우고 불러보기도 합니다.

<인터뷰> 곽영일(KBS 한민족 방송 ‘팝스 프리덤’ 진행자 ) : "북한 주민들에게 팝송과 영화를 통해서 자유세계의 좀 자유로운 정신, 그리고 편안함, 자유분방함. 자본주의 세계에 있어서의 어떤 그 문화, 이런 것들을 간접적으로 전해주는..."

또 북한 주민을 잠재적인 탈북자로 보고 북한 외부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필수 영어를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인터뷰> 곽영일(KBS 한민족 방송 ‘팝스 프리덤’ 진행자) : "탈북해가지고 이제 중국으로 가시기 때문에 거기서 중국 대사관 들어가면 안 되잖아요. 북한 대사관 들어가면 큰일 나잖아요. 그래서 ‘where is the American Embassy?' 미국 대사관은 어디입니까? 가슴 저며 오는 거죠."

아울러 남한의 유명 인사를 초대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탈북자들이 직접 출연해 새 인생이 시작된 남한에서의 꿈을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인터뷰> 오순화(KBS 한민족 방송 ‘팝스 프리덤’ PD ) : "자유세계에 대한 다양한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라든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인생사는 이야기라든지 이런 자유로운 것들을 많이 들려주려고 저희가 노력한다고 볼 수가 있을 겁니다. "

이렇듯 최근의 대북 라디오 방송은 내용과 형식을 다양화 해 북한 주민의 흥미를 끌고, 남북 간 문화적, 심리적 거리를 좁혀 통일 비용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나, 무슨 생각을 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나. 또 북쪽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이것을 대북 방송을 통해서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필요한 거죠. 남북한이 하나가 된다는 건 다시 말해서 남북한 사람들의 통합입니다. "

<인터뷰> 이동혁(‘미국의 소리’ 동아시아·태평양 한국어방송담당 국장) : "한반도의 상황을 두고 이야기한다면 언젠가는 찾아올 통일을 생각할 때 결국은 문화적인 갭이나 사회적인 갭을 가장 점진적이고 체계적으로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방송이 가장 좋다."

북한 주민은 DVD에 복제된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휴대전화 등을 통해서도 외부 세계와 만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북 라디오 방송의 영향력과 의존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런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느냐 보다는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느냐 하는 점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대북 방송 매체들의 긍정적 역할을 계속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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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北 주민 일깨우는 ‘대북 라디오 방송’
    • 입력 2012-10-20 09:22:08
    • 수정2012-10-20 11:52:05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 늦은 밤 차분한 음악과 함께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입니다’로 시작하던 라디오 방송 기억하십니까? 바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던 대북 방송인데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알고 또 탈북까지 감행한 데는 대북 라디오 방송의 영향이 컸습니다. 과거 반공 사상을 강조했던 것과 다르게 최근에는 형식과 내용 모두 훨씬 다양해졌다고 하는데요. 조아란 리포터가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민간 대북방송 ‘열린북한방송’, 지난 16일 좁은 스튜디오 녹음실 안에서 라디오 방송이 한창입니다. 최근 화제가 된 북한군 귀순 사건을 놓고 진행자들 사이에 열띤 대화가 이어집니다. <녹취> "출신 성분과 사상정도를 특별히 고려해 배치하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하전사가 상관을 죽이고 휴전선을 건너 남한에 귀순한..." <녹취> "지금까지 휴전선을 거쳐 남한에 귀순한 인민군의 수는 어느 정도가 됩니까? (네, 2000년 이후를 기준으로 해서 총 7명에 달합니다.)" <녹취> "인민군 총책임자의 계급이 강등됐고 김정은이 통제 강화 지시를 내렸다는 건데요. 인민군 귀순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남한의 한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입니다. 하루 4시간, 단파와 중파를 이용해 북한 전역에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익환(열린북한방송 대표) : "저희 방송은 북한에 있는 20, 30대를 대상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한주간의 한반도 소식, 그리고 세계소식 그리고 북한과 관련된 한반도 세계에서 일어난 이슈들을 담아서 분석을 하고 전문가의 대담을 통해서 그런 내용들을 방송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 대북 라디오 방송은 외부 세계와 철저히 차단된 북한 주민에게 남한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소식은 물론, 통제되고 왜곡돼 북한 주민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북한 내부 정보를 전달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익환(열린북한방송 대표) : "뉴스를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근데 뉴스 비율도 뭐 저희들은 남한이나 세계소식을 많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북한 내부의 소식, 그리고 탈북자들이 직접 만드는 방송도 듣고 싶어했고요." 우리나라에서 대북 라디오 방송이 본격 시작된 것은 195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KBS 한민족방송의 뿌리인 ‘자유대한의 소리’ 방송이 그 시초인데요. 당시 자정이 넘은 시간엔 모든 라디오 채널에서 같은 내용의 대북방송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냉전 시기와 맞물려 대북 방송이 대북 심리전의 도구로 적극 활용됐던 것입니다. <녹취> ‘두고 온 형제에게’ (1960년대 대북 방송 중) : "여기는 서울입니다. 눈 감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들. 두고 온 형제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여기 이 소식이 한 가닥 희망의 길이요 구원의 빛이 되길 바라노라. "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반공 사상을 강조했던 대북 방송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기본으로 한 대북 기조에 따라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또 2000년대 이후 탈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탈북자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민간 대북 방송도 속속 생겨났습니다. 지난 2005년 12월, 열린북한방송과 자유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이 본격적으로 북한을 향한 첫 단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4개 민간단체가 북한 주민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VOA)' 미 정부 지원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 북한 주민이 가장 많이 듣는 대표적인 대북 방송은 미국 의회와 정부의 지원으로 제작되고 있는 ‘미국의 소리’와 ‘자유아시아 방송’입니다. 특히 지난 1941년 개국과 함께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의 소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하는 것은 식량 지원의 문제만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동혁(‘미국의 소리’ 동아시아·태평양 한국어방송담당 국장 ) : "인도 지원 얘기를 할 때 대부분 쌀이나 이제 비료 지원을 이야기합니다. 식량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21세기 정보접근권이라는 것은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되거든요. 어느 정치 체제 하에 태어나든지 간에 그건 상당히 기본적인 권리라는 거죠, 인간이라면. 이제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어떤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서 북한에 왜곡되지 않은 객관적인 뉴스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그건 필수죠." 지난 16일, 서울 마장동 지난 2006년 남한에 들어온 김모 씨. 김 씨 역시 북한에 있을 때 매일 2-3 시간씩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자유로운 남한 사회를 간접 체험했습니다. <인터뷰> 김ㅇㅇ(2006년 탈북) : "한 11시에 12시에 들어가서 이제 방송을 듣는 거죠. 자기 전까지 듣는다면 많이 들어도 3시간 정도. 뭐 3시간 정도도 누구 온다하면 재까닥 끄고 그렇게 듣고. 사회문화 방송을 들으면서 너무나 이제 여기 사람들이 자유롭게 막 방송에 출연해가지고 노래를 하고 이러는 게 북한에선 있을 수가 없는 일이잖아요. " 현재 북한에 퍼져 있는 라디오는 대략 3백만 대 정도. 백만 명 넘는 사람들이 남한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김ㅇㅇ(2006년 탈북) : "내가 알고 있는 내 구역이라든가, 내 북한에서 알지 못하는 새로운 뉴스거리를 거기에서 들을 수 있다는 거죠. 북한에서 생각하고 있던 그거하고는 너무나 딴 세계의 시스템뿐만 아니라 딴 세계의 문화를 알 수가 있는 거죠. 딴 세계의 문화. 그런 것들 때문에 이제 듣는 거예요. " 대북 방송 청취는 일반 주민이나 고위급 간부나 구분이 없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북한 당국 역시 대북 방송의 영향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주파수 검색이 불가능하도록 라디오 기능을 마비시키고 전파 교란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문학작품을 통해 대북 방송에 대한 경고도 표현합니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 "2003년도에 북한에서 나온 중편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있는데 거기에서 RFA라고 있죠. 자유 아시아 방송, 그 단어가 딱 나와 있는 거예요. 어떤 미국식의 가치관, 양키문화 이런 걸 가지고 우릴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어림없는 수작질이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 주민들 사이에 그 방송을 듣는 사람이 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가 있죠."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듣고 탈북을 감행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일본 앞바다에서 발견됐던 탈북자 9명은 남한의 단파 라디오를 듣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의 35%는 북한과 연변, 연해주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KBS 한민족 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고, 이중 15%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규칙적으로 청취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전체 응답자의 25%는 KBS 한민족 방송이 탈북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곽영일(KBS 한민족 방송 ‘팝스 프리덤’ 진행자 ) : "시네마 팝스, 목요일은 영화 음악이 있는 시네마 팝스 코너가 있습니다. 북한주민 여러분 특히 여러분이 우리 남한 영화 많이 보시죠? 오늘은 아마 여러분이 많이 보신 그 영화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팝송을 소개하는 라디오 방송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KBS 한민족 방송이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팝송 프로그램입니다. 팝송은 물론 남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의 음악을 소개해주고 직접 배우고 불러보기도 합니다. <인터뷰> 곽영일(KBS 한민족 방송 ‘팝스 프리덤’ 진행자 ) : "북한 주민들에게 팝송과 영화를 통해서 자유세계의 좀 자유로운 정신, 그리고 편안함, 자유분방함. 자본주의 세계에 있어서의 어떤 그 문화, 이런 것들을 간접적으로 전해주는..." 또 북한 주민을 잠재적인 탈북자로 보고 북한 외부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필수 영어를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인터뷰> 곽영일(KBS 한민족 방송 ‘팝스 프리덤’ 진행자) : "탈북해가지고 이제 중국으로 가시기 때문에 거기서 중국 대사관 들어가면 안 되잖아요. 북한 대사관 들어가면 큰일 나잖아요. 그래서 ‘where is the American Embassy?' 미국 대사관은 어디입니까? 가슴 저며 오는 거죠." 아울러 남한의 유명 인사를 초대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탈북자들이 직접 출연해 새 인생이 시작된 남한에서의 꿈을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인터뷰> 오순화(KBS 한민족 방송 ‘팝스 프리덤’ PD ) : "자유세계에 대한 다양한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라든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인생사는 이야기라든지 이런 자유로운 것들을 많이 들려주려고 저희가 노력한다고 볼 수가 있을 겁니다. " 이렇듯 최근의 대북 라디오 방송은 내용과 형식을 다양화 해 북한 주민의 흥미를 끌고, 남북 간 문화적, 심리적 거리를 좁혀 통일 비용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나, 무슨 생각을 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나. 또 북쪽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이것을 대북 방송을 통해서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필요한 거죠. 남북한이 하나가 된다는 건 다시 말해서 남북한 사람들의 통합입니다. " <인터뷰> 이동혁(‘미국의 소리’ 동아시아·태평양 한국어방송담당 국장) : "한반도의 상황을 두고 이야기한다면 언젠가는 찾아올 통일을 생각할 때 결국은 문화적인 갭이나 사회적인 갭을 가장 점진적이고 체계적으로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방송이 가장 좋다." 북한 주민은 DVD에 복제된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휴대전화 등을 통해서도 외부 세계와 만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북 라디오 방송의 영향력과 의존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런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느냐 보다는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느냐 하는 점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대북 방송 매체들의 긍정적 역할을 계속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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