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생활고’ 세 모녀 자살…소극적 복지 논란

입력 2014.03.03 (08:38) 수정 2014.03.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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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세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분들이 안타까워했는데요.

세 모녀가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사회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이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분들이 복지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나요?

<기자 멘트>

네, 사실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실직을 한 이후에는 기초생활 수급을 받을 수 있었고, 중병을 앓게 됐을 때 주는 '긴급 복지 지원제도’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또,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 모녀의 죽음이 주변을 더 안타깝게 하고 있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이들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과 복지 사각지대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가.

세 모녀가 숨진 채로 발견된 이틀 뒤, 모녀가 남긴 세간들은 집 밖으로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마지막 삶의 흔적을 정리하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세 모녀가 살았던 곳은 이 지하 주택.

다 낡고 뜯어진 벽지와 드러난 콘크리트 벽.

단출한 살림살이들이 녹녹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집주인 (음성변조) : “돌아가신 양반들이 고생하고 살았던 사람들이기 때 문에 내 마음이 더 아파요. 얼마나 착실하게 살았는데...“

억척같던 세 모녀는 왜 세상을 등졌을까?

사건은 지난달 26일로 거슬러 갑니다.

제 날짜에, 꼬박꼬박 집세를 냈던 어머니 박모 씨가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박 씨를 만나기 위해 지하 셋방을 찾은 집주인.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됩니다.

<인터뷰> 집주인 (음성변조): “(박 씨가) 집을 계속 비우고 있었으니까... 방에 TV 는 켜져 있는데 이렇게 오래 (집을) 비우면서 TV를 켜놨다는 게 (이상했죠.) 불날까 봐서 신고를 한 것이죠.“

집주인의 신고로 현장을 확인한 경찰.

집안에서는 어머니 60살 박 모씨와 35살의 큰 딸, 그리고 32살의 작은딸이 함께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방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요.

<인터뷰> 김태수 (경위/서울 송파경찰서 형사 2팀) : “(지난달) 26일 날 (모녀가) 발<인터뷰> 견됐는데 어느 정도 (시신은) 부패 진행이 있었다. 2월 20일 날 18시쯤에 (번개탄 을) 현금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2월 20일쯤에 사망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현장에서 발견된 한 장의 메모.

집 주인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 원이 든 흰색 봉투가 놓여 있었습니다.

대체 이들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걸까..

박 씨와 함께 식당에서 2년 동안 일했다는 동료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직장 동료 (음성변조): “신랑이 안 계시고 딸 둘이 직장을 안 다니고 혼자 벌어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그냥 힘들다. 그리고 언니가 치아가 없어요. 그 래서 일하면서 밥만 많이 드시지. 반찬을 못 먹었어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도 많 이 힘들고...“

10여 년 전 방광암으로 투병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가장이 된 어머니 박 씨.

성치 않은 몸으로 식당에서 일을 하며 세 식구의 생계를 꾸려왔습니다.

큰딸은 심한 당뇨로 거동조차 불편했고, 작은딸마저 아버지의 치료비와 생계문제 등으로 신용불량자가 돼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집주인 (음성변조): “큰딸이 당뇨가 심했어요. (박 씨는 아침에 나가셨다 저녁 늦게 들어오세요?) 밤늦게 들어와. (이 근처에서 일하셨어요?) 네.“

어머니 박 씨가 식당일로 받는 돈이 세 식구의 유일한 소득.

월세와 공과금, 약값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 씨마저 출근길에 몸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세 모녀의 생계는 더 막막해집니다.

<인터뷰> 직장 동료 (음성변조): “(박 씨가) 출근하다가 빙판길에 넘어져서 손목을 다쳤다고 하더라고요. (다친 후에는 전혀 출근을 못했나요?) 네. 한 번은 고맙다고 얼굴이나 보러 왔다고 구정 때 음료수 들고 왔더라고요.“

<기자 멘트>

어머니 박 씨가 쓴 가계부에는 세 모녀가 억척같이 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한 달 식비 20만 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아등바등 살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이렇게 숨질 때까지, 사회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리포트>

세 모녀가 안치된 경찰병원.

빈소도 없이 사흘을 보낸 세 모녀의 시신이 운구 차량으로 옮겨집니다.

뒤늦게 모녀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구청에서도 장례식장을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송파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저희가 일단 관내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인터뷰> 어떤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도의적 책임은 느낍니다.“

숨진 세 모녀는 병원비는 물론 끼니 해결조차 어려웠지만, 사회가 주는 어떤 복지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소득과 성인인 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송파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주변에서도) 그렇게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박 씨 가족처럼 갑작스레 실직을 하거나 중병을 앓게 됐을 때는 ‘긴급 복지 지원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원 신청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또,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신동면 (교수/경희대 행정학과): “이 가족의 경우에 사실 어머니께서 다치 시고 일을 할 수가 없고 딸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신청할 수 있었는데 신청하지 못한 것을 두고 여러 분들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씨처럼 일손을 놓거나 질병 등에 의해 갑자기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이른바 차상위 계층이나 잠재적 빈곤층은 무려 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동면 (교수/경희대 행정학과) “세 모녀 가족의 문제는 우리나라 빈곤<녹취> 가구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정부의 공공 보조제도, 긴급 지원제도 이런 것은 사 실 최후의 안전망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 이웃을 돌볼 수 있는 이러한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소득 4만 불을 목표로 하는 시대. 질병과 배고픔으로 목숨을 끊은 세 모녀.

우리 사회의 안전망과 복지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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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따라잡기] ‘생활고’ 세 모녀 자살…소극적 복지 논란
    • 입력 2014-03-03 08:44:23
    • 수정2014-03-03 1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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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세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분들이 안타까워했는데요.

세 모녀가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사회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이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분들이 복지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나요?

<기자 멘트>

네, 사실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실직을 한 이후에는 기초생활 수급을 받을 수 있었고, 중병을 앓게 됐을 때 주는 '긴급 복지 지원제도’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또,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 모녀의 죽음이 주변을 더 안타깝게 하고 있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이들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과 복지 사각지대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가.

세 모녀가 숨진 채로 발견된 이틀 뒤, 모녀가 남긴 세간들은 집 밖으로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마지막 삶의 흔적을 정리하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세 모녀가 살았던 곳은 이 지하 주택.

다 낡고 뜯어진 벽지와 드러난 콘크리트 벽.

단출한 살림살이들이 녹녹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집주인 (음성변조) : “돌아가신 양반들이 고생하고 살았던 사람들이기 때 문에 내 마음이 더 아파요. 얼마나 착실하게 살았는데...“

억척같던 세 모녀는 왜 세상을 등졌을까?

사건은 지난달 26일로 거슬러 갑니다.

제 날짜에, 꼬박꼬박 집세를 냈던 어머니 박모 씨가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박 씨를 만나기 위해 지하 셋방을 찾은 집주인.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됩니다.

<인터뷰> 집주인 (음성변조): “(박 씨가) 집을 계속 비우고 있었으니까... 방에 TV 는 켜져 있는데 이렇게 오래 (집을) 비우면서 TV를 켜놨다는 게 (이상했죠.) 불날까 봐서 신고를 한 것이죠.“

집주인의 신고로 현장을 확인한 경찰.

집안에서는 어머니 60살 박 모씨와 35살의 큰 딸, 그리고 32살의 작은딸이 함께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방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요.

<인터뷰> 김태수 (경위/서울 송파경찰서 형사 2팀) : “(지난달) 26일 날 (모녀가) 발<인터뷰> 견됐는데 어느 정도 (시신은) 부패 진행이 있었다. 2월 20일 날 18시쯤에 (번개탄 을) 현금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2월 20일쯤에 사망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현장에서 발견된 한 장의 메모.

집 주인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 원이 든 흰색 봉투가 놓여 있었습니다.

대체 이들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걸까..

박 씨와 함께 식당에서 2년 동안 일했다는 동료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직장 동료 (음성변조): “신랑이 안 계시고 딸 둘이 직장을 안 다니고 혼자 벌어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그냥 힘들다. 그리고 언니가 치아가 없어요. 그 래서 일하면서 밥만 많이 드시지. 반찬을 못 먹었어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도 많 이 힘들고...“

10여 년 전 방광암으로 투병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가장이 된 어머니 박 씨.

성치 않은 몸으로 식당에서 일을 하며 세 식구의 생계를 꾸려왔습니다.

큰딸은 심한 당뇨로 거동조차 불편했고, 작은딸마저 아버지의 치료비와 생계문제 등으로 신용불량자가 돼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집주인 (음성변조): “큰딸이 당뇨가 심했어요. (박 씨는 아침에 나가셨다 저녁 늦게 들어오세요?) 밤늦게 들어와. (이 근처에서 일하셨어요?) 네.“

어머니 박 씨가 식당일로 받는 돈이 세 식구의 유일한 소득.

월세와 공과금, 약값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 씨마저 출근길에 몸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세 모녀의 생계는 더 막막해집니다.

<인터뷰> 직장 동료 (음성변조): “(박 씨가) 출근하다가 빙판길에 넘어져서 손목을 다쳤다고 하더라고요. (다친 후에는 전혀 출근을 못했나요?) 네. 한 번은 고맙다고 얼굴이나 보러 왔다고 구정 때 음료수 들고 왔더라고요.“

<기자 멘트>

어머니 박 씨가 쓴 가계부에는 세 모녀가 억척같이 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한 달 식비 20만 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아등바등 살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이렇게 숨질 때까지, 사회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리포트>

세 모녀가 안치된 경찰병원.

빈소도 없이 사흘을 보낸 세 모녀의 시신이 운구 차량으로 옮겨집니다.

뒤늦게 모녀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구청에서도 장례식장을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송파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저희가 일단 관내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인터뷰> 어떤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도의적 책임은 느낍니다.“

숨진 세 모녀는 병원비는 물론 끼니 해결조차 어려웠지만, 사회가 주는 어떤 복지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소득과 성인인 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송파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주변에서도) 그렇게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박 씨 가족처럼 갑작스레 실직을 하거나 중병을 앓게 됐을 때는 ‘긴급 복지 지원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원 신청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또,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신동면 (교수/경희대 행정학과): “이 가족의 경우에 사실 어머니께서 다치 시고 일을 할 수가 없고 딸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신청할 수 있었는데 신청하지 못한 것을 두고 여러 분들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씨처럼 일손을 놓거나 질병 등에 의해 갑자기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이른바 차상위 계층이나 잠재적 빈곤층은 무려 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동면 (교수/경희대 행정학과) “세 모녀 가족의 문제는 우리나라 빈곤<녹취> 가구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정부의 공공 보조제도, 긴급 지원제도 이런 것은 사 실 최후의 안전망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 이웃을 돌볼 수 있는 이러한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소득 4만 불을 목표로 하는 시대. 질병과 배고픔으로 목숨을 끊은 세 모녀.

우리 사회의 안전망과 복지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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