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노숙인 치료한다더니…사망자까지

입력 2014.07.21 (08:39) 수정 2014.07.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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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노숙인들을 유인해서 입원시킨 뒤 거액의 요양급여를 타낸 정신병원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 병원이 이런 식으로 챙긴 건강보험 급여만 해도 1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렇게 입원시킨 노숙인이 얼마나 됐나요?

<기자 멘트>

네, 경찰이 조사했더니 이렇게 입원시킨 노숙인이 3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숙인들이 퇴원을 요구하면, 격리실에 감금하기도 했고, 심지어 병원에서 숨을 거두는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도대체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인천의 조용한 시골마을.

지난해 5월.

이곳에 한 정신병원이 들어선 이후, 크고 작은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 : "하루에 20~30명씩 왔다 갔다 하던데요? 3~4명씩 몰려다니면서 소주병 들고 몰래 여기서 먹고 가고 비틀거리면서 누워 자고 경찰들이 수십 번씩 왔을 걸요."

실제 관내 경찰서에는 음주 시비와 폭력으로 인한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인터뷰> 서춘원(인천강화경찰서 강력팀장) : "환자들이 술을 마시고 관내 조그만 호프에서 업주를 폭행하고 이런 일로 자주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열흘에 한 번."

경찰서에 주로 불려온건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환자들.

그런데, 이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서춘원(인천강화경찰서 강력팀장) : "환자의 7~80% 이상이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 있던 노숙자들 이런 사람들이 환자로 둔갑돼서 치료받고 이런 것을 알게 됐어요."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대부분이 노숙인이었다는 것.

노숙인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됐을까?

지난 2월, 서울 영등포역 인근.

인적이 드문 길가에 구급차 한 대가 멈춰섭니다.

차에서 내린 남성.

길거리의 노숙인들과 무언가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녹취> "(저 아저씨가 뭐라고 하셨어요?) 요양병원 가자고요."

<녹취> "강화군 어디 병원 가자고 하더라고."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자고 하면서, 이상한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녹취> "(담배 일주일에 세 갑씩 준다고?) 얼른 술 끊고 돈 모아야지."

남성의 제안에 노숙인 1명이 구급차에 올라탑니다.

노숙인을 태운 구급차가 향한 곳은 조용한 시골마을을 들썩이게 한 바로 그 정신병원이었습니다.

병상 180여개 가운데, 150개가 노숙인들로 채워져 있다는 이 병원.

취재팀이 만난 전직 직원은 새벽 일찍 노숙인을 데려오는 게 자신의 일이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00(인천 B병원 전직원) : "새벽 4시에 병원에서 출발했거든요. (역에) 나가면 5시쯤 돼요. 하루에 평균적으로 3~4명꼴로 입원시켰으니까."

병원은 왜 구급차까지 동원해 노숙인들을 끌어모은 걸까.

<인터뷰> 한인기(인천강화경찰서 수사과장) : "정신착란자나 알콜 중독자의 경우 환자들이 적습니다. 적으니까 병원 영리 목적으로 노숙인들을 이용해서 유인해서 입원시킨 겁니다."

병원은 1년여 동안 이렇게 노숙인들을 입원시키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되는 15억 원의 요양 급여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돈이 되다보니, 퇴원을 요구하는 환자의 요청은 묵살당했다고 합니다.

<녹취> 입원 노숙인 : "퇴원을 하려면 이것들은 못하게 한다니까요. 한 달에 지금 건강보험공단에서 얼마 나오는지 알아요? (환자 1인당) 180만 원 나와요. 그거 보는 거예요 그거."

노숙인을 데려다 이렇게 거액의 건강보험 급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병원.

그렇다면 환자에 대한 치료나 관리는 어땠을까요?

지난 18일, 취재팀이 병원을 찾았을때, 마을에서는 술을 마시는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입원 환자들이 환자복을 벗고 술을 마시러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는 병원.

<인터뷰> 이동현(홈리스행동 활동가) : "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이고 요양병원이었으니까 무엇보다 환자를 치료하는 기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일주일에 담배를 3갑씩 줘요. 병원은 금연 건물이지 않습니까."

입원 병상이 180개에 이르지만, 야간에는 당직 의사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00(B병원 전직원) : "(밤에) 근무자가 보호사 한 명에 간호조무사 한 명 밖에 없었어요. 의사도 없는 상태였어요."

치료나 환자 관리는 이렇게 허술했지만, 정작 퇴원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저번에 어떤 사람이 막 도와달라고 그러던데. 다른 데로 도망가게 해달라고. 걸어서 도망 나왔나 봐요."

퇴원을 요구하거나 반항할 경우엔 병원 2층의 폐쇄 병동에 가두거나 격리실에 감금했다고 합니다.

<녹취> 입원 노숙인 : "손을 묶어요. 다리도 막 묶이고. 뺨을 엄청 맞았어요."

심지어 사망자까지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병원에서 퇴원을 요구하던 노숙인 박모 씨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건데요.

<인터뷰> 서춘원(인천강화경찰서 강력팀장) : "CR실이라고 격리 시키는 곳이 있거든요. 간이침대만 있고 손발을 묶을 수 있고 그런 격리실인데 거기 들어가서 있다가 그 다음날 새벽 7시경에 시신으로 발견이 됐죠."

병원 측은 당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박 씨를 무연고 사망자로 화장한 뒤 쉬쉬해 온 혐의까지 받고 있습니다.

<전화녹취> 사망 환자 유족 : "주민등록번호가 정확하게 적혀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군청에서도 조회를 해서 가족을 찾으려고 해야지, 찾지도 않고 병원 말대로 무연고 처리해서 다 화장 해버리고…. 때려 죽였는지 굶어 죽었는지 지금 알 길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박 씨 말고도 병원에서 숨진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서춘원(인천강화경찰서 강력팀장) : "(60대 환자가) 병원 식당에서 일을 돕던 중에 갑자기 쓰러져서 사망을 했어요. 쓰러졌는데 병원에 의사도 없고 적당한 조치가 안 되니까 한 시간 반 정도를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노숙인 유인과 거액의 건강보험 급여 부정 수급. 여기에 부당한 환자 감금 혐의까지 받고 있는 병원.

<녹취> 인천 B병원 관계자 : "아무 것도 할 말이 없어요. 유인인지 아닌지 저도 모르고…."

해당 병원의 문제를 고발한 노숙인 인권 단체는 노숙인들이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주거와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동현(홈리스행동 활동가) : "복지가 손잡아주지 않으니까 차악을 선택하는 거죠. 요양 병원이 개선되는 것은 굉장히중요한데 그것만으로는 노숙인이 범죄에 이용되는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고 노숙인 복지가 완결성을 갖추는 게 근본적인 해결이라고 생각해요."

경찰은 해당 병원장 등 2명에 대해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 15억여 원이 회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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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노숙인 치료한다더니…사망자까지
    • 입력 2014-07-21 08:51:55
    • 수정2014-07-21 12: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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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노숙인들을 유인해서 입원시킨 뒤 거액의 요양급여를 타낸 정신병원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 병원이 이런 식으로 챙긴 건강보험 급여만 해도 1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렇게 입원시킨 노숙인이 얼마나 됐나요?

<기자 멘트>

네, 경찰이 조사했더니 이렇게 입원시킨 노숙인이 3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숙인들이 퇴원을 요구하면, 격리실에 감금하기도 했고, 심지어 병원에서 숨을 거두는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도대체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인천의 조용한 시골마을.

지난해 5월.

이곳에 한 정신병원이 들어선 이후, 크고 작은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 : "하루에 20~30명씩 왔다 갔다 하던데요? 3~4명씩 몰려다니면서 소주병 들고 몰래 여기서 먹고 가고 비틀거리면서 누워 자고 경찰들이 수십 번씩 왔을 걸요."

실제 관내 경찰서에는 음주 시비와 폭력으로 인한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인터뷰> 서춘원(인천강화경찰서 강력팀장) : "환자들이 술을 마시고 관내 조그만 호프에서 업주를 폭행하고 이런 일로 자주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열흘에 한 번."

경찰서에 주로 불려온건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환자들.

그런데, 이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서춘원(인천강화경찰서 강력팀장) : "환자의 7~80% 이상이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 있던 노숙자들 이런 사람들이 환자로 둔갑돼서 치료받고 이런 것을 알게 됐어요."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대부분이 노숙인이었다는 것.

노숙인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됐을까?

지난 2월, 서울 영등포역 인근.

인적이 드문 길가에 구급차 한 대가 멈춰섭니다.

차에서 내린 남성.

길거리의 노숙인들과 무언가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녹취> "(저 아저씨가 뭐라고 하셨어요?) 요양병원 가자고요."

<녹취> "강화군 어디 병원 가자고 하더라고."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자고 하면서, 이상한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녹취> "(담배 일주일에 세 갑씩 준다고?) 얼른 술 끊고 돈 모아야지."

남성의 제안에 노숙인 1명이 구급차에 올라탑니다.

노숙인을 태운 구급차가 향한 곳은 조용한 시골마을을 들썩이게 한 바로 그 정신병원이었습니다.

병상 180여개 가운데, 150개가 노숙인들로 채워져 있다는 이 병원.

취재팀이 만난 전직 직원은 새벽 일찍 노숙인을 데려오는 게 자신의 일이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00(인천 B병원 전직원) : "새벽 4시에 병원에서 출발했거든요. (역에) 나가면 5시쯤 돼요. 하루에 평균적으로 3~4명꼴로 입원시켰으니까."

병원은 왜 구급차까지 동원해 노숙인들을 끌어모은 걸까.

<인터뷰> 한인기(인천강화경찰서 수사과장) : "정신착란자나 알콜 중독자의 경우 환자들이 적습니다. 적으니까 병원 영리 목적으로 노숙인들을 이용해서 유인해서 입원시킨 겁니다."

병원은 1년여 동안 이렇게 노숙인들을 입원시키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되는 15억 원의 요양 급여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돈이 되다보니, 퇴원을 요구하는 환자의 요청은 묵살당했다고 합니다.

<녹취> 입원 노숙인 : "퇴원을 하려면 이것들은 못하게 한다니까요. 한 달에 지금 건강보험공단에서 얼마 나오는지 알아요? (환자 1인당) 180만 원 나와요. 그거 보는 거예요 그거."

노숙인을 데려다 이렇게 거액의 건강보험 급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병원.

그렇다면 환자에 대한 치료나 관리는 어땠을까요?

지난 18일, 취재팀이 병원을 찾았을때, 마을에서는 술을 마시는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입원 환자들이 환자복을 벗고 술을 마시러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는 병원.

<인터뷰> 이동현(홈리스행동 활동가) : "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이고 요양병원이었으니까 무엇보다 환자를 치료하는 기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일주일에 담배를 3갑씩 줘요. 병원은 금연 건물이지 않습니까."

입원 병상이 180개에 이르지만, 야간에는 당직 의사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00(B병원 전직원) : "(밤에) 근무자가 보호사 한 명에 간호조무사 한 명 밖에 없었어요. 의사도 없는 상태였어요."

치료나 환자 관리는 이렇게 허술했지만, 정작 퇴원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저번에 어떤 사람이 막 도와달라고 그러던데. 다른 데로 도망가게 해달라고. 걸어서 도망 나왔나 봐요."

퇴원을 요구하거나 반항할 경우엔 병원 2층의 폐쇄 병동에 가두거나 격리실에 감금했다고 합니다.

<녹취> 입원 노숙인 : "손을 묶어요. 다리도 막 묶이고. 뺨을 엄청 맞았어요."

심지어 사망자까지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병원에서 퇴원을 요구하던 노숙인 박모 씨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건데요.

<인터뷰> 서춘원(인천강화경찰서 강력팀장) : "CR실이라고 격리 시키는 곳이 있거든요. 간이침대만 있고 손발을 묶을 수 있고 그런 격리실인데 거기 들어가서 있다가 그 다음날 새벽 7시경에 시신으로 발견이 됐죠."

병원 측은 당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박 씨를 무연고 사망자로 화장한 뒤 쉬쉬해 온 혐의까지 받고 있습니다.

<전화녹취> 사망 환자 유족 : "주민등록번호가 정확하게 적혀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군청에서도 조회를 해서 가족을 찾으려고 해야지, 찾지도 않고 병원 말대로 무연고 처리해서 다 화장 해버리고…. 때려 죽였는지 굶어 죽었는지 지금 알 길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박 씨 말고도 병원에서 숨진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서춘원(인천강화경찰서 강력팀장) : "(60대 환자가) 병원 식당에서 일을 돕던 중에 갑자기 쓰러져서 사망을 했어요. 쓰러졌는데 병원에 의사도 없고 적당한 조치가 안 되니까 한 시간 반 정도를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노숙인 유인과 거액의 건강보험 급여 부정 수급. 여기에 부당한 환자 감금 혐의까지 받고 있는 병원.

<녹취> 인천 B병원 관계자 : "아무 것도 할 말이 없어요. 유인인지 아닌지 저도 모르고…."

해당 병원의 문제를 고발한 노숙인 인권 단체는 노숙인들이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주거와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동현(홈리스행동 활동가) : "복지가 손잡아주지 않으니까 차악을 선택하는 거죠. 요양 병원이 개선되는 것은 굉장히중요한데 그것만으로는 노숙인이 범죄에 이용되는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고 노숙인 복지가 완결성을 갖추는 게 근본적인 해결이라고 생각해요."

경찰은 해당 병원장 등 2명에 대해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 15억여 원이 회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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