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기사] ‘응급 사각지대’ 대형 병원의 주말

입력 2014.08.10 (17:32) 수정 2014.08.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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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문 교수단이 선정한 <주목! 이 기사>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대형 병원일수록 응급상황에서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수의 의료진에 첨단 시설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밤이나 주말에도 안심하고 대형 병원을 찾아도 될까요?

<주목 이 기사>, 오늘은 대형 병원 진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본 KBS ‘추적 60분’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먼저 방송 내용을 보시죠.

<리포트>

<타이틀 부문 구성> KBS <추적 60분>은 지난 2일 ‘대형 병원의 고백, 우리는 왜 위험한 병원이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대형 병원의 주말 병동을 24시간 동안 밀착 취재해 야간과 주말 진료체계의 문제점을 살펴본 것.

가장 큰 문제는 야간과 주말 진료의 대부분이 인턴과 레지던트로 불리는 전공의들에게 맡겨진다는 점이다.

<인터뷰> “주변 사람들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러잖아요. 좀 아는 사람들은 대학병원 3,4월에 가지 말라고, 그 때는 1년 차도 처음이고 2년 차도 작년까지 1년 차였는데, 처음 2년 차가 된 거고 사실 다들 미숙해요.”

전공의가 야간이나 주말에 혼자 돌봐야 하는 환자는 100명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근무체계는 자칫 의료사고로 이어지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인터뷰> 권용진(원장) : “잠을 3일 못 잔 전공의가 어떻게 지금 내 눈 앞 있는 환자의 상황을 냉철하고 모든 자기 지식을 동원해서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어요. 그러면 사고 위험은 당연히 높아지겠죠.”

물론 야간과 주말에도 전문 의료진의 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 긴급 보고체계는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인터뷰> 김영진 : “교수님한테 전화 드리기 그럴 때가 좀 있죠. 그러면은 뭐 너무 그렇다면은 일단 동료를 깨워서 해보기도 하고, 같은 방에 있는 사람 깨워서 상의해보기도 하고 아니면 좀 더 해보기도 하고.”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그 자리를 당직 전문의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인터뷰> 허대석(서울대병원 교수) : “지금 필수의료행위는 다 원가 이하로 수가가 책정이 되어 있단 말이죠. 그럼 이 수가를 받아서는 인력을 더 고용할 수 없으니까 제일 저렴한 인력인 피교육자인 전공의를 그 자라에다가 세워 놓은 거죠.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세월호에서 3등 항해사들이 이 큰 대형 병원의 키를 밤에는 쥐고 있다고............

<질문>
주말이나 야간에 아프면 그래도 이런 대형 병원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기사를 취재한 <추적 60분>의 조영중 PD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조영중 피디! 내용이 참 충격적입니다. 어찌 보면 병원 입장에서는 숨기고 싶은 얘기일 수도 있는데, 24시간 밀착 취재 섭외부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답변>
예, 실제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인데요.

하지만, 제가 취재한 내용이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고질적 문제를 담은 한 단면이었기 때문에, 병원 쪽도 의료계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또 이 제대로 된 상황을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의료현장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여 좀 더 나은 의료 현장을 만들기 위한 여론을 조성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거죠.

그럼에도 자칫 자기 병원만의 문제로 비춰지면 어쩌나, 또 방송에 등장한 전공의들의 실수만 부각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에 마지막까지 섭외가 쉽지 않았습니다.

<질문>
요약한 내용에 일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취재과정에서 만난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어떻게 얘기하던가요?

<답변>
네, 전공의들은 노동을 하는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교육을 받는 피교육생입니다.

이러한 이중적 지위의 특성 때문에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특히 최근 들어 대학병원에 환자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업무 강도가 세지고 제대로 된 수련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임기응변식으로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 역시 자괴감이나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과거엔 4-5년만 견디면 좋은 시절이 온다는 희망이 있었는데요.

최근엔 의료 환경의 급변하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생각에 더욱 더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질문>
미국의 사례도 취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쪽 사정은 어떠했나요?

<답변>
사실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많은 부분이 미국에서 왔기 때문에 80년대는 미국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공의 관련 의료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전공의의 근무시간 및 수련 환경을 엄격하게 재조정했고요.

전공의의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발생한 의료공백에 대해서는호스피탈리스트라 불리는 당직 전문의를 도입해서 진료공백도 막고, 의료 사고도 줄였습니다.

<질문>
문제는 전문 의료진을 충원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인데, 방송이 나간 후 당국이나 의료계,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답변>
결국 돈 문제인데, 역시나 쉽지 않은 문제죠.

의료계는 물론 당국도 현행 의료제도가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음을 알고 있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어쩌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민들 역시 당국이나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높다 보니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보험료 인상을 꺼리는 상황이고요.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장 예산을 늘리려 하기 보다는, 선거 철 반복되는 선심성 의료 복지 정책을 남발하는 대신, 의료 정책의 우선순위를 투명성 있게 결정한 뒤, 가장 필요한 곳부터 차근차근 예산을 투입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전문의 수련 환경 개선 역시 많은 의료계 현황들과 얽혀있기 때문에 좀 더 큰 틀에서 당국이 의료 정책을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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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목 이 기사] ‘응급 사각지대’ 대형 병원의 주말
    • 입력 2014-08-10 17:29:33
    • 수정2014-08-10 18:08:51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자문 교수단이 선정한 <주목! 이 기사>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대형 병원일수록 응급상황에서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수의 의료진에 첨단 시설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밤이나 주말에도 안심하고 대형 병원을 찾아도 될까요?

<주목 이 기사>, 오늘은 대형 병원 진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본 KBS ‘추적 60분’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먼저 방송 내용을 보시죠.

<리포트>

<타이틀 부문 구성> KBS <추적 60분>은 지난 2일 ‘대형 병원의 고백, 우리는 왜 위험한 병원이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대형 병원의 주말 병동을 24시간 동안 밀착 취재해 야간과 주말 진료체계의 문제점을 살펴본 것.

가장 큰 문제는 야간과 주말 진료의 대부분이 인턴과 레지던트로 불리는 전공의들에게 맡겨진다는 점이다.

<인터뷰> “주변 사람들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러잖아요. 좀 아는 사람들은 대학병원 3,4월에 가지 말라고, 그 때는 1년 차도 처음이고 2년 차도 작년까지 1년 차였는데, 처음 2년 차가 된 거고 사실 다들 미숙해요.”

전공의가 야간이나 주말에 혼자 돌봐야 하는 환자는 100명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근무체계는 자칫 의료사고로 이어지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인터뷰> 권용진(원장) : “잠을 3일 못 잔 전공의가 어떻게 지금 내 눈 앞 있는 환자의 상황을 냉철하고 모든 자기 지식을 동원해서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어요. 그러면 사고 위험은 당연히 높아지겠죠.”

물론 야간과 주말에도 전문 의료진의 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 긴급 보고체계는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인터뷰> 김영진 : “교수님한테 전화 드리기 그럴 때가 좀 있죠. 그러면은 뭐 너무 그렇다면은 일단 동료를 깨워서 해보기도 하고, 같은 방에 있는 사람 깨워서 상의해보기도 하고 아니면 좀 더 해보기도 하고.”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그 자리를 당직 전문의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인터뷰> 허대석(서울대병원 교수) : “지금 필수의료행위는 다 원가 이하로 수가가 책정이 되어 있단 말이죠. 그럼 이 수가를 받아서는 인력을 더 고용할 수 없으니까 제일 저렴한 인력인 피교육자인 전공의를 그 자라에다가 세워 놓은 거죠.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세월호에서 3등 항해사들이 이 큰 대형 병원의 키를 밤에는 쥐고 있다고............

<질문>
주말이나 야간에 아프면 그래도 이런 대형 병원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기사를 취재한 <추적 60분>의 조영중 PD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조영중 피디! 내용이 참 충격적입니다. 어찌 보면 병원 입장에서는 숨기고 싶은 얘기일 수도 있는데, 24시간 밀착 취재 섭외부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답변>
예, 실제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인데요.

하지만, 제가 취재한 내용이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고질적 문제를 담은 한 단면이었기 때문에, 병원 쪽도 의료계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또 이 제대로 된 상황을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의료현장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여 좀 더 나은 의료 현장을 만들기 위한 여론을 조성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거죠.

그럼에도 자칫 자기 병원만의 문제로 비춰지면 어쩌나, 또 방송에 등장한 전공의들의 실수만 부각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에 마지막까지 섭외가 쉽지 않았습니다.

<질문>
요약한 내용에 일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취재과정에서 만난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어떻게 얘기하던가요?

<답변>
네, 전공의들은 노동을 하는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교육을 받는 피교육생입니다.

이러한 이중적 지위의 특성 때문에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특히 최근 들어 대학병원에 환자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업무 강도가 세지고 제대로 된 수련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임기응변식으로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 역시 자괴감이나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과거엔 4-5년만 견디면 좋은 시절이 온다는 희망이 있었는데요.

최근엔 의료 환경의 급변하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생각에 더욱 더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질문>
미국의 사례도 취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쪽 사정은 어떠했나요?

<답변>
사실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많은 부분이 미국에서 왔기 때문에 80년대는 미국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공의 관련 의료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전공의의 근무시간 및 수련 환경을 엄격하게 재조정했고요.

전공의의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발생한 의료공백에 대해서는호스피탈리스트라 불리는 당직 전문의를 도입해서 진료공백도 막고, 의료 사고도 줄였습니다.

<질문>
문제는 전문 의료진을 충원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인데, 방송이 나간 후 당국이나 의료계,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답변>
결국 돈 문제인데, 역시나 쉽지 않은 문제죠.

의료계는 물론 당국도 현행 의료제도가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음을 알고 있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어쩌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민들 역시 당국이나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높다 보니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보험료 인상을 꺼리는 상황이고요.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장 예산을 늘리려 하기 보다는, 선거 철 반복되는 선심성 의료 복지 정책을 남발하는 대신, 의료 정책의 우선순위를 투명성 있게 결정한 뒤, 가장 필요한 곳부터 차근차근 예산을 투입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전문의 수련 환경 개선 역시 많은 의료계 현황들과 얽혀있기 때문에 좀 더 큰 틀에서 당국이 의료 정책을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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