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외로운 할머니들 등친 60대 ‘카사노바’

입력 2014.08.27 (08:39) 수정 2014.08.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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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혼자 사는 할머니들에게 접근해 환심을 산 뒤 돈을 가로챈 60대 남성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는 모두 8명, 피해액은 5억여 원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이승훈 기자와 이 사건 따라가보겠습니다.

피해자들이 모두 노인들이었네요?

<기자 멘트>

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혼자 사는 여성 노인이 주요 범행 대상이었습니다.

피의자는 자신도 부인과 사별을 해 외롭다며 여성들에게 접근해, 능숙한 말솜씨와 친절로 마음을 샀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다 돈을 위해 꾸민 일이었다고 합니다.

외롭게 사는 노인들을 두 번 울린, 이른바 ‘황혼의 카사노바’ 사건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첫 번째 사건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갑니다.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고 있던 69살의 최모 할머니.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지인의 소개로 비슷한 연배인 김모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김 씨는 자신도 사별을 했다고 했습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서로 의지하고 지내자는 말에 마음을 열게 된 최 할머니.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인터뷰> 박학동(경감/서울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 “(김 모씨(가명)와) 우연히 포장마차에서 지인을 통해서 만나게 됐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가까워져서 말솜씨가, 말주변이 좋으니까 가까워졌죠. 며칠 있지 않다가 바로 할머니 집으로, 피해자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 것이죠.”

자상한 김 할아버지를 할머니는 믿고 의지했습니다.

할머니의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어느날, 김 씨는 갑자기 돈 얘기를 꺼냅니다.

최 할머니에게는 딸이 있었는데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딸에게 식당을 차려주자며, 할머니의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리자고 한 겁니다.

황혼을 같이 보낼 김 할아버지의 말을 속깊은 배려로 생각한 최 할머니는 대출 서류에 사인을 하게 됩니다.

<인터뷰> 박학동(경감/서울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 “정선 카지노 부근에다가 식당을 차려주면 대출받아 식당을 차려주면 큰돈을 벌 수 있다. 할머님이 거기에 혹한 것이죠. 그래서 이제 글씨를 모르니까 그 피의자 아들하고 같이 은행에 가서 대출 2억 7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중간에서 대출금이 든 통장을 손에 쥔 김 씨.

곧바로 돈과 함께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가진거라고는 집 한 채가 전부인 최 할머니는 2억7천만 원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은채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학동(경감/서울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 “본인이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본인이 이자도 갚아야 하고 원금도 상환해야 되고... 사실 이자 내기도 상당히 버거운 그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 씨에게 당한 여성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서울의 한 모텔.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모텔을 운영하던 A모 씨도 김 할아버지의 친절한 말솜씨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 변조) : “혼자 있으니까 텅 빈 집에서 들어가기 싫어서. 아내와 사별하고서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밖으로 돈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믿었지. 저도 사별하고 정말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가 있으니까. ”

가진 재산은 많지만, 외로워서 모텔에 머문다고 했다는 김 씨.

피해자에게는 제철 과일에, 아플땐 약까지 사다주며 환심을 샀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얘기하다가 손발이 차가워서 몸이 냉하다 이런 얘기 하니까 바로 그 날로 와서 막 영양제 사 오고 추석 되면 과일에 과일이야 늘 사 오는 거지만 워낙 자상하게 잘했어요. ”

그렇게 몇 달이 지난 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재혼으로까지 흘러갑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나를 뭐 아파트를 하나 해주겠다. 그리고 추석 지나고 바로 가게를 내놓으라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믿음이 간 거지. 그리고 아들이랑 상견례 하자고 날도 잡고.”

결혼을 눈 앞에 두고 있었던 만큼, 피해자는 김 씨를 철썩 같이 믿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런 A씨에게 김 씨는 또 돈 얘기를 꺼냅니다.

이번엔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 투자를 하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태백에 정선 카지노에 도박하시는 분들이 차 잡히고 이러잖아요. 그거를 자기가 한다고. 그거를 하면 한 달에 250 정도는 번다. 그러니까 저도 뭐 경기도 안 좋고 장사도 잘 안되고 그러니까 그러면 한 대만 해볼까 해서 한 대만 해달라고 했어요.”


이렇게 김 씨에게 건네진 돈이 3천여만 원.

돈을 넘겨받은 김 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나랑 재혼까지 하자고 한 사람이 나이를 먹었으니까 나이 칠십씩 된 사람이 나이 칠십씩 먹은 사람이 설마 사기를 칠까(생각했는데) 막 심장이 떨려서. 심장병이 생겨서 그 뒤로 한약 먹고 그랬어요.”

김 씨는 이 모텔 이외에도 여러 모텔을 돌며, 노년층 여성들의 환심을 사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녹취> 주변 A모텔 주인(음성변조) : “뭐 먹으러 가자고 하고. 뭐 사과를 사왔는데 방에 들어오래. 그리고 그 이튿날 와서 나보고 국수 먹으러 가자고 그러더라고.”

<녹취> 주변 B모텔 주인(음성변조) : “잘해. 잘했지. 음료수 사다 주고 고생한다고 하고... 수박에다가 포도에다가 박스로 해서 갖고 왔다니까. 꽃도 좀 가져오고...”

선물과 자상한 말로 여성들의 경계를 풀고, 재력을 과시하는 건 누구에게나 비슷했습니다.

<녹취> 주변 B모텔 주인(음성변조) : “돈은 엄청나게 많다고 자기가 그랬어. 정선 카지노 집을 보러 내가 한번 따라간 적이 있네. 선산이 다 자기 땅이래. 그거 보여 주더만. 나는 길을 잘 몰라서 강원도 가다가 이렇게 들어가서 보니까 다 맞대.”

김 씨의 이런 행각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김 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하면서 마무리 됐는데요, 경찰이 확인한 피해 여성이 모두 8명.

피해액은 무려 5억 6천만 원에 이릅니다.

김 씨는 이 돈 가운데 상당액을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에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박학동(경감/서울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 “남이지만 조금만 다가와서 잘 해주고 정겹게 해주면 아주 자식들보다 더 믿게 됩니다. 그 혼자 사시는 외로움을 틈타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겁니다.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주 찾아뵙고 주변에서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야 하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외로운 노인들의 가슴을 멍들인 사기 사건.

법원은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범행을 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김 씨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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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외로운 할머니들 등친 60대 ‘카사노바’
    • 입력 2014-08-27 08:46:52
    • 수정2014-08-27 10: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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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혼자 사는 할머니들에게 접근해 환심을 산 뒤 돈을 가로챈 60대 남성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는 모두 8명, 피해액은 5억여 원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이승훈 기자와 이 사건 따라가보겠습니다.

피해자들이 모두 노인들이었네요?

<기자 멘트>

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혼자 사는 여성 노인이 주요 범행 대상이었습니다.

피의자는 자신도 부인과 사별을 해 외롭다며 여성들에게 접근해, 능숙한 말솜씨와 친절로 마음을 샀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다 돈을 위해 꾸민 일이었다고 합니다.

외롭게 사는 노인들을 두 번 울린, 이른바 ‘황혼의 카사노바’ 사건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첫 번째 사건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갑니다.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고 있던 69살의 최모 할머니.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지인의 소개로 비슷한 연배인 김모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김 씨는 자신도 사별을 했다고 했습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서로 의지하고 지내자는 말에 마음을 열게 된 최 할머니.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인터뷰> 박학동(경감/서울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 “(김 모씨(가명)와) 우연히 포장마차에서 지인을 통해서 만나게 됐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가까워져서 말솜씨가, 말주변이 좋으니까 가까워졌죠. 며칠 있지 않다가 바로 할머니 집으로, 피해자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 것이죠.”

자상한 김 할아버지를 할머니는 믿고 의지했습니다.

할머니의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어느날, 김 씨는 갑자기 돈 얘기를 꺼냅니다.

최 할머니에게는 딸이 있었는데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딸에게 식당을 차려주자며, 할머니의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리자고 한 겁니다.

황혼을 같이 보낼 김 할아버지의 말을 속깊은 배려로 생각한 최 할머니는 대출 서류에 사인을 하게 됩니다.

<인터뷰> 박학동(경감/서울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 “정선 카지노 부근에다가 식당을 차려주면 대출받아 식당을 차려주면 큰돈을 벌 수 있다. 할머님이 거기에 혹한 것이죠. 그래서 이제 글씨를 모르니까 그 피의자 아들하고 같이 은행에 가서 대출 2억 7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중간에서 대출금이 든 통장을 손에 쥔 김 씨.

곧바로 돈과 함께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가진거라고는 집 한 채가 전부인 최 할머니는 2억7천만 원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은채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학동(경감/서울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 “본인이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본인이 이자도 갚아야 하고 원금도 상환해야 되고... 사실 이자 내기도 상당히 버거운 그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 씨에게 당한 여성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서울의 한 모텔.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모텔을 운영하던 A모 씨도 김 할아버지의 친절한 말솜씨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 변조) : “혼자 있으니까 텅 빈 집에서 들어가기 싫어서. 아내와 사별하고서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밖으로 돈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믿었지. 저도 사별하고 정말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가 있으니까. ”

가진 재산은 많지만, 외로워서 모텔에 머문다고 했다는 김 씨.

피해자에게는 제철 과일에, 아플땐 약까지 사다주며 환심을 샀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얘기하다가 손발이 차가워서 몸이 냉하다 이런 얘기 하니까 바로 그 날로 와서 막 영양제 사 오고 추석 되면 과일에 과일이야 늘 사 오는 거지만 워낙 자상하게 잘했어요. ”

그렇게 몇 달이 지난 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재혼으로까지 흘러갑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나를 뭐 아파트를 하나 해주겠다. 그리고 추석 지나고 바로 가게를 내놓으라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믿음이 간 거지. 그리고 아들이랑 상견례 하자고 날도 잡고.”

결혼을 눈 앞에 두고 있었던 만큼, 피해자는 김 씨를 철썩 같이 믿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런 A씨에게 김 씨는 또 돈 얘기를 꺼냅니다.

이번엔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 투자를 하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태백에 정선 카지노에 도박하시는 분들이 차 잡히고 이러잖아요. 그거를 자기가 한다고. 그거를 하면 한 달에 250 정도는 번다. 그러니까 저도 뭐 경기도 안 좋고 장사도 잘 안되고 그러니까 그러면 한 대만 해볼까 해서 한 대만 해달라고 했어요.”


이렇게 김 씨에게 건네진 돈이 3천여만 원.

돈을 넘겨받은 김 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나랑 재혼까지 하자고 한 사람이 나이를 먹었으니까 나이 칠십씩 된 사람이 나이 칠십씩 먹은 사람이 설마 사기를 칠까(생각했는데) 막 심장이 떨려서. 심장병이 생겨서 그 뒤로 한약 먹고 그랬어요.”

김 씨는 이 모텔 이외에도 여러 모텔을 돌며, 노년층 여성들의 환심을 사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녹취> 주변 A모텔 주인(음성변조) : “뭐 먹으러 가자고 하고. 뭐 사과를 사왔는데 방에 들어오래. 그리고 그 이튿날 와서 나보고 국수 먹으러 가자고 그러더라고.”

<녹취> 주변 B모텔 주인(음성변조) : “잘해. 잘했지. 음료수 사다 주고 고생한다고 하고... 수박에다가 포도에다가 박스로 해서 갖고 왔다니까. 꽃도 좀 가져오고...”

선물과 자상한 말로 여성들의 경계를 풀고, 재력을 과시하는 건 누구에게나 비슷했습니다.

<녹취> 주변 B모텔 주인(음성변조) : “돈은 엄청나게 많다고 자기가 그랬어. 정선 카지노 집을 보러 내가 한번 따라간 적이 있네. 선산이 다 자기 땅이래. 그거 보여 주더만. 나는 길을 잘 몰라서 강원도 가다가 이렇게 들어가서 보니까 다 맞대.”

김 씨의 이런 행각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김 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하면서 마무리 됐는데요, 경찰이 확인한 피해 여성이 모두 8명.

피해액은 무려 5억 6천만 원에 이릅니다.

김 씨는 이 돈 가운데 상당액을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에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박학동(경감/서울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 “남이지만 조금만 다가와서 잘 해주고 정겹게 해주면 아주 자식들보다 더 믿게 됩니다. 그 혼자 사시는 외로움을 틈타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겁니다.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주 찾아뵙고 주변에서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야 하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외로운 노인들의 가슴을 멍들인 사기 사건.

법원은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범행을 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김 씨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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