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검열’ 논란…표현의 자유 vs 인격권

입력 2014.10.12 (17:10) 수정 2014.10.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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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치적 박해를 받은 사람이 외국으로 몸을 피하는 걸 두고 ‘망명’이라고 하죠.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 메신저 이용자들 사이에서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공안기관이 이용 내역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사이버 망명 현상, 쟁점은 무엇이고 언론은 이걸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최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최서희 기자! 국내 스마트폰 앱 이용자들이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옮겨가는 현상이 최근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뭔가요?

<답변>
네, 지난달 검찰이 사이버 상에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엄단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불안을 느낀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를 피해 해외 메신저 서비스로 이동하기 시작하기 시작한 겁니다.

<리포트>

독일판 카카오톡인 텔레그램. 개인 간 대화를 암호화해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이 해외 메신저의 이용후기란엔 텔레그램으로 망명을 신청한다는 내용의 국내 이용자들의 후기 수백 건이 쏟아졌습니다.

<녹취> 구글 플레이스토어 후기 : “망명 신청합니다. 대한민국을 떠나 자유의 나라로...”

<녹취> 구글 플레이스토어 후기 : “카톡은 정부에서 검열해서 이걸로 갈아탔어요.”

자국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감시나 규제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둔 서비스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객들’입니다.

이같은 사이버 망명이 이뤄진 배경은 뭘까.

<녹취> SBS 뉴스 9.16. :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대통령 발언 이틀 뒤 검찰은 인터넷상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허위사실 유포 전담 수사팀’을 발족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9.19.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사이버상에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에 철저한 대처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전체 다운로드 순위 100위권 밑이었던 텔레그램은 검찰 발표 다음날부터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수가 급증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고소, 고발이 없어도 문제의 글이 있으면 수사하겠다는 선제적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검찰의 방침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이호중(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정부가 나서서, 수사기관이 나서서 피해자가 문제제기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범죄니까 수사하겠다라고 하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가지고 있는 형벌권을 너무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의 어떤 의사소통의 자유를 좀 왜곡시키고 침해하는 측면이 크다라고 봐야겠죠.”

국회 입법조사처도 검찰의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침을 검토한 결과, ‘명예훼손의 경우, 개인의 인격권 보호에 중점을 두다 보면, 거꾸로 표현의 자유라는 또 다른 기본권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검찰은 이번 수사 방침의 대상과 범위 등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언론들은 검찰의 발표나 그에 따른 사이버 망명 현상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대답>
네, 언론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다루는 건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자 의무인데요.

하지만 이번에 많은 보도들이 의혹 제기나 현상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쳐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리포트>

대부분의 언론들은 검찰이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사이버 망명’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녹취> 연합뉴스TV 9.26 : “검찰의 온라인 검열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 세계일보 9.25 8면 : “검찰이 SNS 감시 사이버 망명 소동...”

<녹취> 동아일보 9.29 16면 : “독일,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 급증...”

이런 가운데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자신의 카카오톡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압수수색 당했다고 밝히자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10.01 6면 : “혐의와 무관한 대화 내용 수집, 사찰·감시 용도로 악용 가능...”

많은 언론들이 검찰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이 사이버 검열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녹취> 한국일보 10.01 31면 :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과 맞물려 사실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광범위한 검열과 감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녹취> 중앙일보 3면 10.03 3면 : “검찰의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수사팀이 신설된 데 이어 경찰의 노동당 부대표 카카오톡 압수수색으로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과 경찰은 카카오톡과 같은 SNS 대화는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상시 감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 언론의 보도로 검찰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에 다음카카오까지 부른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녹취> 한겨레 10.2 :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오라는데 안 갈 수 없어’ 시인...”

법조인들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카카오톡을 이용한 사적인 대화를 감시하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보도들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김상겸(동국대 법학대학원장) : “표현이 아마 검열이라고 하다보니까 그러는데요. 검열이란 것은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니까 국가기관이 검열 할 수는 없는 거죠. 국민의 그런 메일이라든지 통신에 대한 내용을 들여다보려면 법적절차가 규정돼 있기 때문에 사법 당국이 신중하게 처리한다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일부 언론들은 카카오톡 모니터링 논란과 관련한 오해와 진실을 짚은 보도를 실었지만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보도내용은 언론사마다 달랐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10.06 14면 : “수사기관이 카톡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나. 카카톡에는 실시간 열람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에..,불가능”

<녹취> 한겨레 10.06 14면 : “카카오톡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도 있나? 가능하다.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서를 받은 후 통신사업자의 협조를 받아 통신제한조치(감청)를 취할 수 있다.”

<질문>
그런데 검찰이 카카오톡을 포함한 메신저는 상시적인 감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는데도 감시에 대한 두려움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대답>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사이버 모니터링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하는 대신 기술적으로 실시간 감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반복해 의혹이 커졌습니다.

<리포트>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줄곧, 카카오톡의 실시간 검열 가능성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다음카카오 출범식 10.01 : “저희는 최고의 보안 기술을 갖고 서버에서 보관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것이 원치 않는 경우에 유출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말씀드리고요.”

<녹취> 노컷뉴스(구태언 다음카카오 변호사 10.02) : “현재 다음카카오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화를 수사기관에게 제공할 기술적 설비를 만들어놓지도 않았고요. 실제로 그렇게 감청 영장을 통해서 요청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감청 요청을 받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7일, 디지털 수사 전문가인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가 트위터에 공개한 문건입니다.

국정원이 발행한 것으로 돼 있는 이 문건엔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홍 모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법원에서 감청 허가서를 발부받아 한 달 동안 보안메일로 수신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인터뷰> 김인성(디지털 수사 전문가/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 “상시라고 하는 게 뭐 보내자마자 받고 이런 거는 아니더라도 하루 단위, 이틀 단위, 이렇게 계속 데이터를 가져간다면, 그것은 실시간은 아니지만, 상시 모니터링은 가능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음카카오는 바로 다음날 공식 사과했습니다.

<인터뷰> 다음카카오 공식 블로그 10.08 : “감청 영장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씀드려 혼동을 초래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다음카카오는 이어 비밀대화가 가능한 대화 서비스를 올해 안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질문>
사실 인터넷 공간의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반감이 ‘사이버 망명’으로 이어진 현상,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대답>
네, 정부에서 악성 글이나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단속하겠다며 규제 방안을 내놓을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진실 씨가 인터넷의 악성 루머에 시달려 고통받은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당시, 여당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추진하자, ‘사이버 망명’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또, 6년 전 검찰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씨를 옛 전기통신법 47조 1항을 적용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했을 때는 아예, 해외에 서버를 둔 ‘대한민국 네티즌 망명지’가 개설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인격권 보호와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어느 것을 우선하는 방안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김위근(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 여러가지 논란이 나오는 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 될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업계라든지 국가기관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표현의 자유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이버상에서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은 분명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며 내놓는 정부의 규제 방안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우리 속담처럼 인터넷 공간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인터넷 시대에 맞는 현명한 해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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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버 검열’ 논란…표현의 자유 vs 인격권
    • 입력 2014-10-12 17:14:13
    • 수정2014-10-12 19: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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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치적 박해를 받은 사람이 외국으로 몸을 피하는 걸 두고 ‘망명’이라고 하죠.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 메신저 이용자들 사이에서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공안기관이 이용 내역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사이버 망명 현상, 쟁점은 무엇이고 언론은 이걸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최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최서희 기자! 국내 스마트폰 앱 이용자들이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옮겨가는 현상이 최근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뭔가요?

<답변>
네, 지난달 검찰이 사이버 상에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엄단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불안을 느낀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를 피해 해외 메신저 서비스로 이동하기 시작하기 시작한 겁니다.

<리포트>

독일판 카카오톡인 텔레그램. 개인 간 대화를 암호화해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이 해외 메신저의 이용후기란엔 텔레그램으로 망명을 신청한다는 내용의 국내 이용자들의 후기 수백 건이 쏟아졌습니다.

<녹취> 구글 플레이스토어 후기 : “망명 신청합니다. 대한민국을 떠나 자유의 나라로...”

<녹취> 구글 플레이스토어 후기 : “카톡은 정부에서 검열해서 이걸로 갈아탔어요.”

자국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감시나 규제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둔 서비스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객들’입니다.

이같은 사이버 망명이 이뤄진 배경은 뭘까.

<녹취> SBS 뉴스 9.16. :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대통령 발언 이틀 뒤 검찰은 인터넷상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허위사실 유포 전담 수사팀’을 발족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9.19.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사이버상에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에 철저한 대처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전체 다운로드 순위 100위권 밑이었던 텔레그램은 검찰 발표 다음날부터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수가 급증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고소, 고발이 없어도 문제의 글이 있으면 수사하겠다는 선제적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검찰의 방침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이호중(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정부가 나서서, 수사기관이 나서서 피해자가 문제제기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범죄니까 수사하겠다라고 하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가지고 있는 형벌권을 너무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의 어떤 의사소통의 자유를 좀 왜곡시키고 침해하는 측면이 크다라고 봐야겠죠.”

국회 입법조사처도 검찰의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침을 검토한 결과, ‘명예훼손의 경우, 개인의 인격권 보호에 중점을 두다 보면, 거꾸로 표현의 자유라는 또 다른 기본권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검찰은 이번 수사 방침의 대상과 범위 등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언론들은 검찰의 발표나 그에 따른 사이버 망명 현상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대답>
네, 언론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다루는 건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자 의무인데요.

하지만 이번에 많은 보도들이 의혹 제기나 현상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쳐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리포트>

대부분의 언론들은 검찰이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사이버 망명’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녹취> 연합뉴스TV 9.26 : “검찰의 온라인 검열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 세계일보 9.25 8면 : “검찰이 SNS 감시 사이버 망명 소동...”

<녹취> 동아일보 9.29 16면 : “독일,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 급증...”

이런 가운데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자신의 카카오톡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압수수색 당했다고 밝히자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10.01 6면 : “혐의와 무관한 대화 내용 수집, 사찰·감시 용도로 악용 가능...”

많은 언론들이 검찰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이 사이버 검열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녹취> 한국일보 10.01 31면 :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과 맞물려 사실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광범위한 검열과 감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녹취> 중앙일보 3면 10.03 3면 : “검찰의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수사팀이 신설된 데 이어 경찰의 노동당 부대표 카카오톡 압수수색으로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과 경찰은 카카오톡과 같은 SNS 대화는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상시 감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 언론의 보도로 검찰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에 다음카카오까지 부른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녹취> 한겨레 10.2 :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오라는데 안 갈 수 없어’ 시인...”

법조인들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카카오톡을 이용한 사적인 대화를 감시하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보도들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김상겸(동국대 법학대학원장) : “표현이 아마 검열이라고 하다보니까 그러는데요. 검열이란 것은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니까 국가기관이 검열 할 수는 없는 거죠. 국민의 그런 메일이라든지 통신에 대한 내용을 들여다보려면 법적절차가 규정돼 있기 때문에 사법 당국이 신중하게 처리한다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일부 언론들은 카카오톡 모니터링 논란과 관련한 오해와 진실을 짚은 보도를 실었지만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보도내용은 언론사마다 달랐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10.06 14면 : “수사기관이 카톡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나. 카카톡에는 실시간 열람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에..,불가능”

<녹취> 한겨레 10.06 14면 : “카카오톡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도 있나? 가능하다.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서를 받은 후 통신사업자의 협조를 받아 통신제한조치(감청)를 취할 수 있다.”

<질문>
그런데 검찰이 카카오톡을 포함한 메신저는 상시적인 감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는데도 감시에 대한 두려움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대답>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사이버 모니터링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하는 대신 기술적으로 실시간 감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반복해 의혹이 커졌습니다.

<리포트>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줄곧, 카카오톡의 실시간 검열 가능성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다음카카오 출범식 10.01 : “저희는 최고의 보안 기술을 갖고 서버에서 보관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것이 원치 않는 경우에 유출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말씀드리고요.”

<녹취> 노컷뉴스(구태언 다음카카오 변호사 10.02) : “현재 다음카카오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화를 수사기관에게 제공할 기술적 설비를 만들어놓지도 않았고요. 실제로 그렇게 감청 영장을 통해서 요청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감청 요청을 받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7일, 디지털 수사 전문가인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가 트위터에 공개한 문건입니다.

국정원이 발행한 것으로 돼 있는 이 문건엔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홍 모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법원에서 감청 허가서를 발부받아 한 달 동안 보안메일로 수신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인터뷰> 김인성(디지털 수사 전문가/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 “상시라고 하는 게 뭐 보내자마자 받고 이런 거는 아니더라도 하루 단위, 이틀 단위, 이렇게 계속 데이터를 가져간다면, 그것은 실시간은 아니지만, 상시 모니터링은 가능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음카카오는 바로 다음날 공식 사과했습니다.

<인터뷰> 다음카카오 공식 블로그 10.08 : “감청 영장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씀드려 혼동을 초래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다음카카오는 이어 비밀대화가 가능한 대화 서비스를 올해 안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질문>
사실 인터넷 공간의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반감이 ‘사이버 망명’으로 이어진 현상,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대답>
네, 정부에서 악성 글이나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단속하겠다며 규제 방안을 내놓을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진실 씨가 인터넷의 악성 루머에 시달려 고통받은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당시, 여당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추진하자, ‘사이버 망명’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또, 6년 전 검찰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씨를 옛 전기통신법 47조 1항을 적용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했을 때는 아예, 해외에 서버를 둔 ‘대한민국 네티즌 망명지’가 개설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인격권 보호와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어느 것을 우선하는 방안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김위근(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 여러가지 논란이 나오는 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 될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업계라든지 국가기관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표현의 자유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이버상에서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은 분명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며 내놓는 정부의 규제 방안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우리 속담처럼 인터넷 공간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인터넷 시대에 맞는 현명한 해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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