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최선입니까?

입력 2014.11.15 (00:07) 수정 2014.11.1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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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주일 후부터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시행됩니다.

대형 서점에 밀리는 동네 서점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모든 책의 가격 할인 폭을 10% 까지로 제한하는 게 골자인데요

그러나 책값만 올리고, 독서 인구는 줄어들게 하는 출판계의 단통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임세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깊어가는 가을, 가을은 어떤 계절인지, 물었습니다.

<인터뷰> 이지혜 :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인터뷰> 김담희 : "책을 읽으면 마음이 좀더 평화로워지고 좋은 날씨도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신태을 : "가을은 추억의 계절이다."

<인터뷰> 정수민 : "연애의 계절"

<인터뷰> 김선미 : "생각하기 좋고 책읽기도 좋고 그런 날씨여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지하철을 타봤습니다.

대학 앞 정차 역이 많은 2호선 열차입니다.

독서의 계절,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려 합니다.

타고 내리는 승객 대부분이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고서야, 손에 책을 쥔 한 명을 겨우 찾을 수 있었습니다.

숱한 독서 캠페인에도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됐습니다.

독자가 없으니, 출간되는 책도 줄어듭니다.

2007년 1억 3천 2백만 부였던 국내의 신간 발행 부수는 지난해 8천 6백 만 부로 줄었습니다..

국민 한 명으로 나누면 채 두 권이 되질 않습니다.

책을 직접 접할 수 있는 동네 서점도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1995년 5,500 곳이 넘던 서점은 인터넷서점 등장 이후 2005년 2,000 여 곳으로 줄었고, 지난해 기준으론 1,600 여 곳만 남았습니다.

살아 남은 서점들도 한 해 한 해 버티기가 빠듯합니다.

서울 양천구에서 23년을 이어온 작은 서점.

직원 혼자서 서점을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점 한 쪽을 헐어 문구점을 운영하는 고육지책에, 동네의 다른 서점이 폐업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 찾아오는 손님들 덕에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덕진(햇빛문고대표) : "고객들이 왜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들은 이렇게 싸게 파는데, 여기 와서는 거의 정가 내지 마일리지 5%만 주고 사야 되느냐 하는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가슴이 아팠어요."

보통 인터넷 서점은 출판사로부터 정가의 50에서 55 퍼센트 선에서 책을 사옵니다.

동네 서점은 70에서 75퍼센트입니다.

그래서 동네서점이 가격으론 인터넷 서점의 영업을 당할 수 없습니다.

오는 21일부터 시행되는 새 도서정가제는 그래서, 책 값을 깎아주는 할인 폭을 제한합니다.

가격은 10%까지만 할인할 수 있고, 여기에 더해 5%까지만 포인트같은 간접 할인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정가 만 원 짜리 책이라면 9천 원에 사고, 포인트 5백 원을 얻는 겁니다.

기준선보다 혜택을 더 줄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녹취> 김희범(문화부 1차관) : "거품 가격을 통해서 승부를 하는게 아니라 콘텐츠의 질 및 종류의 다양성을 유도하는데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새로 나온 책이든 출판된 지 오래 된 책이든 똑같습니다.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매기고 선심 쓰듯 할인해주는 거품도 사라질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새 제도, 최근에 어디선가 본 거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들쭉날쭉한 보조금, 그러니까 할인 혜택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구조가 비슷합니다.

결국에는 소비자 부담만 늘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 제도 시행을 앞두고는 인터넷 서점과 오픈마켓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녹취> "도서정가제 시행 전 마지막 파격할인!"

90% 세일.

최대 90% 할인에 사은품 복불복.

<녹취> "저희는 아직 할인하고 싶은 1만 종의 책이 남아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눈물의 도서 할인전 !

인터넷 서점엔 책마다 온통 할인 딱지가 붙어있습니다.

80~90% 세일은 기본, 한 권에 990원 짜리 책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책들은 어떤 책들일까?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인근, 비슷한 모습의 창고형 건물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책이 쌓여 있습니다.

<녹취> 책 유통업체관계자 : "오래된 책이나 많이 남아 있는 잘 안팔리는 재고들을 헐값에 사서 특가로 천원, 이천원 그렇게 파는게 주요한 업체이고요."

새 제도가 시행되면, 지금같은 할인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헐값 경쟁이 벌어지는 겁니다.

<녹취> 책 유통업체 관계자 : "도서 정가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한번 국회의원들이 한 6개월만 책 포장해보면, 대충 알 것 같은데.."

당장에는 소비자들에게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책 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조재은(양철북 대표) : "치명적인 할인은 지금 나는 배부를 수 있는데요, 그거는 전체 토양을 정말 산성화시키는 거예요. 정말 배고프다고 내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내 손과 발을 갉아먹고 있는게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새 제도가 시행되고 할인 폭이 줄면, 먼저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출판문화진흥원은 책 1권 당 220원 씩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대 90% 할인을 접해온 독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책 앞에서 지갑을 열기 어렵고, 그래서 책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인터뷰> 김병희(인터넷서점협의회 간사) : "도서정가제 이후에는 단기적으로 그 매출이 도서 판매가 크게 줄 것으로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현(교보문고 팀장) :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는 초기에는 단기적으로 독자들의 이탈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는 얼마를 깎아주든 상관 없었던 초등학교 참고서도 새 도서정가제에서는 할인을 제한 받습니다.

출판사가 정가를 내리지 않는 한 학부모들은 똑같은 참고서를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야 할 형편이 됐습니다.

내년에 아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이 주부는 참고서들을 부랴 부랴 사들였습니다.

27% 할인된 가격이었습니다.

<인터뷰> 박남희(초교 진학 예정 학부모) : "미리 사긴 샀어요. 오른다고 하니까. 같은 책을 지금은 싸게 사고,얼마 후에는 비싸게 사니까.. 이게 남으니까 지금 싸게 파는게 아닐까요? 그럼 그만큼 거품이 있다는 건데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

새 제도 아래선 전국의 공공도서관도 법이 허용한 15% 범위 안에서만 책값을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이 도서관은 내년에도 올해만큼 책을 사려면 예산 1억 원이 더 필요합니다.

뾰족한 수가 없는 한 책 구입을 줄여야 합니다.

<인터뷰> 이경희(정독도서관 정보자료과장) : "도서관에서 좋은 책을 많이 구비를 하고 있어야지, 책을 읽을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도서관이 사다리가 돼서 좀도 좋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약간 아쉽습니다

정부는 내년 우수도서 구입 사업에 예산 142억 원을 배정해 공공도서관의 책 구입을 돕겠다고 했지만,

사실 올해 예산보다 10억 원이 줄어든 금액입니다.

새 도서정가제는 동네 서점을 지키고, 우리가 가장 가까이서 책을 직접 접할 수 있게 하자는 게 핵심 목표입니다.

<인터뷰> 박세진(홍익문고) : "책을 팔고 사는 그런 부분에 가치도 있습니다만, 사람들의 첫만남 이런 것들이 많이 이뤄졌던 곳이거든요."

하지만 새 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동네 서점들 불만이 가장 많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경품과 무료 배송을 허용하고, 또, 카드사나 통신사 제휴를 통한 추가 할인 혜택을 그대로 두는 바람에 결국 인터넷 서점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인터뷰> 박세진(홍익문고)

그런 것들이 인터넷 서점에 그 수익성 향상을 가져올 거라는 건 명확한 얘기죠.

새 제도를 반기면서도 출판사들은 걱정입니다.

한 해 동안 만들어낸 책들을 자식처럼 자랑하는 자리에 출판사 사장들이 모였습니다.

<녹취> 윤양미('산처럼' 대표) : "편집만 하는데 3, 4년 걸렸어요. 월화수목금금금, 이 책에 매달렸고요."

<녹취> 임형욱('행복한 책읽기' 대표) :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작가가 아닌 외국 작가의 평전이 나오다니! 놀랍다."

새 제도로 시장이 위축되고 출판사도 가격 경쟁 전선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인터뷰> 윤철호(출판인회의 회장대행) : "인터넷 서점이 출혈적인 할인을 하면서, 그 손실들을 보전하기 위해서 출판사들에게도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기를 요구하면서 출판사에도 경영적인 압박이 왔고요."

출판업계는 발간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책, 3천 종의 가격을 평균 57 퍼센트 내리기로 했습니다.

새 제도에서는 오래된 책의 가격을 출판사가 다시 매길 수 있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동네 서점에서 오늘은 청년들의 독서 모임이 열렸습니다.

동네의 사랑방이 되고, 찾는 이들에게 책의 세계를 안내하는 방법으로 특색있는 책방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진화하는 동네 서점의 모습입니다.

<인터뷰> 이승주(서점 '만일' 사장) : "책을 찾아 읽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책을 발견하고 조금씩 책을 읽는 독자층의 외연을 넓힐 수 있었으면. 아주 작게라도.."

좋은 내용의 책을 합당한 가격에, 주변에서 쉽게 구해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는데 도움이 되기를 깊어가는 가을 독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새 도서정가제는 당장 우리 사회의 독서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칫 책값만 올리고, 서점은 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출판계의 단통법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취재파일K,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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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정가제, 최선입니까?
    • 입력 2014-11-14 19:28:21
    • 수정2014-11-15 08:14:36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일주일 후부터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시행됩니다.

대형 서점에 밀리는 동네 서점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모든 책의 가격 할인 폭을 10% 까지로 제한하는 게 골자인데요

그러나 책값만 올리고, 독서 인구는 줄어들게 하는 출판계의 단통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임세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깊어가는 가을, 가을은 어떤 계절인지, 물었습니다.

<인터뷰> 이지혜 :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인터뷰> 김담희 : "책을 읽으면 마음이 좀더 평화로워지고 좋은 날씨도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신태을 : "가을은 추억의 계절이다."

<인터뷰> 정수민 : "연애의 계절"

<인터뷰> 김선미 : "생각하기 좋고 책읽기도 좋고 그런 날씨여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지하철을 타봤습니다.

대학 앞 정차 역이 많은 2호선 열차입니다.

독서의 계절,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려 합니다.

타고 내리는 승객 대부분이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고서야, 손에 책을 쥔 한 명을 겨우 찾을 수 있었습니다.

숱한 독서 캠페인에도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됐습니다.

독자가 없으니, 출간되는 책도 줄어듭니다.

2007년 1억 3천 2백만 부였던 국내의 신간 발행 부수는 지난해 8천 6백 만 부로 줄었습니다..

국민 한 명으로 나누면 채 두 권이 되질 않습니다.

책을 직접 접할 수 있는 동네 서점도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1995년 5,500 곳이 넘던 서점은 인터넷서점 등장 이후 2005년 2,000 여 곳으로 줄었고, 지난해 기준으론 1,600 여 곳만 남았습니다.

살아 남은 서점들도 한 해 한 해 버티기가 빠듯합니다.

서울 양천구에서 23년을 이어온 작은 서점.

직원 혼자서 서점을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점 한 쪽을 헐어 문구점을 운영하는 고육지책에, 동네의 다른 서점이 폐업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 찾아오는 손님들 덕에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덕진(햇빛문고대표) : "고객들이 왜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들은 이렇게 싸게 파는데, 여기 와서는 거의 정가 내지 마일리지 5%만 주고 사야 되느냐 하는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가슴이 아팠어요."

보통 인터넷 서점은 출판사로부터 정가의 50에서 55 퍼센트 선에서 책을 사옵니다.

동네 서점은 70에서 75퍼센트입니다.

그래서 동네서점이 가격으론 인터넷 서점의 영업을 당할 수 없습니다.

오는 21일부터 시행되는 새 도서정가제는 그래서, 책 값을 깎아주는 할인 폭을 제한합니다.

가격은 10%까지만 할인할 수 있고, 여기에 더해 5%까지만 포인트같은 간접 할인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정가 만 원 짜리 책이라면 9천 원에 사고, 포인트 5백 원을 얻는 겁니다.

기준선보다 혜택을 더 줄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녹취> 김희범(문화부 1차관) : "거품 가격을 통해서 승부를 하는게 아니라 콘텐츠의 질 및 종류의 다양성을 유도하는데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새로 나온 책이든 출판된 지 오래 된 책이든 똑같습니다.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매기고 선심 쓰듯 할인해주는 거품도 사라질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새 제도, 최근에 어디선가 본 거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들쭉날쭉한 보조금, 그러니까 할인 혜택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구조가 비슷합니다.

결국에는 소비자 부담만 늘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 제도 시행을 앞두고는 인터넷 서점과 오픈마켓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녹취> "도서정가제 시행 전 마지막 파격할인!"

90% 세일.

최대 90% 할인에 사은품 복불복.

<녹취> "저희는 아직 할인하고 싶은 1만 종의 책이 남아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눈물의 도서 할인전 !

인터넷 서점엔 책마다 온통 할인 딱지가 붙어있습니다.

80~90% 세일은 기본, 한 권에 990원 짜리 책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책들은 어떤 책들일까?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인근, 비슷한 모습의 창고형 건물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책이 쌓여 있습니다.

<녹취> 책 유통업체관계자 : "오래된 책이나 많이 남아 있는 잘 안팔리는 재고들을 헐값에 사서 특가로 천원, 이천원 그렇게 파는게 주요한 업체이고요."

새 제도가 시행되면, 지금같은 할인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헐값 경쟁이 벌어지는 겁니다.

<녹취> 책 유통업체 관계자 : "도서 정가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한번 국회의원들이 한 6개월만 책 포장해보면, 대충 알 것 같은데.."

당장에는 소비자들에게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책 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조재은(양철북 대표) : "치명적인 할인은 지금 나는 배부를 수 있는데요, 그거는 전체 토양을 정말 산성화시키는 거예요. 정말 배고프다고 내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내 손과 발을 갉아먹고 있는게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새 제도가 시행되고 할인 폭이 줄면, 먼저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출판문화진흥원은 책 1권 당 220원 씩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대 90% 할인을 접해온 독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책 앞에서 지갑을 열기 어렵고, 그래서 책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인터뷰> 김병희(인터넷서점협의회 간사) : "도서정가제 이후에는 단기적으로 그 매출이 도서 판매가 크게 줄 것으로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현(교보문고 팀장) :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는 초기에는 단기적으로 독자들의 이탈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는 얼마를 깎아주든 상관 없었던 초등학교 참고서도 새 도서정가제에서는 할인을 제한 받습니다.

출판사가 정가를 내리지 않는 한 학부모들은 똑같은 참고서를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야 할 형편이 됐습니다.

내년에 아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이 주부는 참고서들을 부랴 부랴 사들였습니다.

27% 할인된 가격이었습니다.

<인터뷰> 박남희(초교 진학 예정 학부모) : "미리 사긴 샀어요. 오른다고 하니까. 같은 책을 지금은 싸게 사고,얼마 후에는 비싸게 사니까.. 이게 남으니까 지금 싸게 파는게 아닐까요? 그럼 그만큼 거품이 있다는 건데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

새 제도 아래선 전국의 공공도서관도 법이 허용한 15% 범위 안에서만 책값을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이 도서관은 내년에도 올해만큼 책을 사려면 예산 1억 원이 더 필요합니다.

뾰족한 수가 없는 한 책 구입을 줄여야 합니다.

<인터뷰> 이경희(정독도서관 정보자료과장) : "도서관에서 좋은 책을 많이 구비를 하고 있어야지, 책을 읽을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도서관이 사다리가 돼서 좀도 좋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약간 아쉽습니다

정부는 내년 우수도서 구입 사업에 예산 142억 원을 배정해 공공도서관의 책 구입을 돕겠다고 했지만,

사실 올해 예산보다 10억 원이 줄어든 금액입니다.

새 도서정가제는 동네 서점을 지키고, 우리가 가장 가까이서 책을 직접 접할 수 있게 하자는 게 핵심 목표입니다.

<인터뷰> 박세진(홍익문고) : "책을 팔고 사는 그런 부분에 가치도 있습니다만, 사람들의 첫만남 이런 것들이 많이 이뤄졌던 곳이거든요."

하지만 새 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동네 서점들 불만이 가장 많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경품과 무료 배송을 허용하고, 또, 카드사나 통신사 제휴를 통한 추가 할인 혜택을 그대로 두는 바람에 결국 인터넷 서점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인터뷰> 박세진(홍익문고)

그런 것들이 인터넷 서점에 그 수익성 향상을 가져올 거라는 건 명확한 얘기죠.

새 제도를 반기면서도 출판사들은 걱정입니다.

한 해 동안 만들어낸 책들을 자식처럼 자랑하는 자리에 출판사 사장들이 모였습니다.

<녹취> 윤양미('산처럼' 대표) : "편집만 하는데 3, 4년 걸렸어요. 월화수목금금금, 이 책에 매달렸고요."

<녹취> 임형욱('행복한 책읽기' 대표) :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작가가 아닌 외국 작가의 평전이 나오다니! 놀랍다."

새 제도로 시장이 위축되고 출판사도 가격 경쟁 전선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인터뷰> 윤철호(출판인회의 회장대행) : "인터넷 서점이 출혈적인 할인을 하면서, 그 손실들을 보전하기 위해서 출판사들에게도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기를 요구하면서 출판사에도 경영적인 압박이 왔고요."

출판업계는 발간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책, 3천 종의 가격을 평균 57 퍼센트 내리기로 했습니다.

새 제도에서는 오래된 책의 가격을 출판사가 다시 매길 수 있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동네 서점에서 오늘은 청년들의 독서 모임이 열렸습니다.

동네의 사랑방이 되고, 찾는 이들에게 책의 세계를 안내하는 방법으로 특색있는 책방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진화하는 동네 서점의 모습입니다.

<인터뷰> 이승주(서점 '만일' 사장) : "책을 찾아 읽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책을 발견하고 조금씩 책을 읽는 독자층의 외연을 넓힐 수 있었으면. 아주 작게라도.."

좋은 내용의 책을 합당한 가격에, 주변에서 쉽게 구해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는데 도움이 되기를 깊어가는 가을 독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새 도서정가제는 당장 우리 사회의 독서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칫 책값만 올리고, 서점은 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출판계의 단통법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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