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가석방·사면 논란…언론은?

입력 2015.01.11 (17:08) 수정 2015.01.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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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가을 정부의 관계 장관들이 잇따라 수감 중인 기업인들의 가석방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정치권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기업인 가석방과 사면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산돼 왔습니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이 사안을 어떻게 다뤄왔을까요?

오늘은 먼저, 이 문제를 최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최서희 기자,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 내용과 언론의 보도 태도부터 살펴볼까요?

<답변>
네, 현재 수감 중인 기업인들을 가석방 해야 된다, 하면 안 된다, 하는 논란인데 지난해 9월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계속돼 왔습니다.

언론이 이 정치권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부터 기업인 가석방 논란을 다룬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 12.27. A06 : "여 지도부 기업인 가석방 긍정 목소리."

<녹취> 한겨레 12.26. 31면 : "황제경영 비리 기업인 풀어주려 왜 그렇게 안달인가?"

논란은 한 일간지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기사화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녹취> 세계일보 9.24. 1면 :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잘못한 기업인도 국민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경제활동)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활동과 관련해 구속된 일부 기업 총수에게 사업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가석방 가능성 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황 법무부 장관의 말에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MBC 9.25 :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기업인의 죄를 처벌하는 건 당연하지만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엄하게 법을 집행하는 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언론들은 황 장관과, 최 부총리의 말을 인용해 기사를 쏟아냈고, 정치권도 잇따라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언론들은 정치권에서 가석방과 관련한 말을 할 때마다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녹취> 동아 12.27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이어 이완구 원내대표도 가석방 애드벌룬 띄우기에 나섰다."

<녹취> 경향 12.27 : "그는(원혜영) 재벌 총수의 횡령 배임 혐의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장관은 최근 발언과 달리 취임 직후에는 비리 기업인에 대해 철저한 법집행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화 2013.4.26 : "법대로 잘하는 기업은 법적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반면 부정한 기업인이나 사업자들은 법대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황 장관은 같은해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통과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을 불허했습니다.

현재,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터뷰> 정병호(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형기의 3분의 1을 채우면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는 되어 있어요. 그런데 관례라는 게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형기의 70~80% 정도를 마친 사람에 한해서 가석방을 인정해 왔거든요."

<질문>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니까 가석방 논란이 사면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 같은데요?

<답변>
네, 가석방은 법무부가 내리는 행정처분이고 사면은 대통령이 결정합니다.

청와대는 기업인 사면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사면 문제로 확대됐습니다.

논란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제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기업인에 대해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 "절대로 국민에게 법 지키라고 해도 와 닿지도 않고 법질서가 확립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면권은 정말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정부에서 빈번했던 기업인 사면이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것이 그 배경으로 보입니다.

지난 2008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5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하고 계열사에 1500억 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두 달여 만에 사면됐습니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조 5천억 원대의 분식회계와 부당 내부거래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두 달여 만에 사면됐습니다.

<녹취> 김경한(당시 법무부 장관) :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경제인들이 활발하게 투자하고..."

또 2009년 말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한 명만 특별사면돼 논란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비슷한 논란이 재현된 것입니다.

<녹취> 국민 2014.12.26 :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은 총수의 결단을 요한다는 점에서 경제에 일정 부분 도움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 중요한 건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녹취> 경향 2014.12.26 : "과거 수도 없이 재벌 총수들에게 은전을 베풀었지만 그로 인해 경제가 나아졌다는 근거는 없다. 외려 기업인들이 법을 우습게 알게 돼 형령, 배임 등 불법 경영을 되풀이하는 걸 조장했다."

특히, 경제지들은 대부분 지난 해 9월 황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기업인 사면이나 가석방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가석방이나 사면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며 기업인이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파이낸셜 뉴스 12.30 : "오너 공백은 풍랑 속 선장 잃은 배와 같아...과감한 결단 내릴 리더십 절실..."

<녹취> 한국경제 12.25 : "다른 기업인들 사기 올리는 데도 큰 도움."

한 경제지는 기사 상단에 기업인 가석방 추진 시기까지 명시했습니다.

<인터뷰> 김종석(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 "대기업이라서 사회적 영향이 컸다고 할 때 오히려 검찰이나 법원에서 가중처벌을 하는 그런 경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지적은 한 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 장흥배(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 : "역대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무려 29건의 특별사면이 있었는데 지금 그것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늘려서 경제가 좋아졌다, 누구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디어 인사이드는 지난해 9월 황 장관 발언 직후부터 지난 7일까지 5개 경제지를 대상으로 기업인 가석방, 사면 관련 기사와 기사제목 119건을 분석해 봤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의 기사와 기사제목은 77건, 부정적 측면의 기사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 가운데 기사 본문의 내용과 달리 기사 제목엔 취재원이 가석방이나 사면에 찬성한다는 듯이 표현한 경우가 27건이나 됐습니다.

<인터뷰> 이완수(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 : "광고라는 것이 언론기업이 생존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CEO가 없는 기업이 광고를 정상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어렵거든요. 상업적인 이익의 목적도 염두해두는 측면에서 경제 매체들이 CEO의 사법적 처리를 너무 강하게 하지 말자, 석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질문>
기업인의 가석방이나 사면은 국민들의 여론도 고려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조사 결과도 보도가 됐죠?

<대답>
여론조사를 기획한 매체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왔는데요, 여론조사 방법과 분석에서 문제는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언론사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5건을 살펴봤습니다.

KBS, MBC, JTBC 등 방송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가석방이나 사면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런데, 파이낸셜뉴스, 매경 등 경제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사대상을 보면, 방송들의 경우 전국의 성인 남녀 500명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습니다.

반면에 매일경제의 경우, 자사의 자문단 등으로 구성된 50명을 조사한 뒤 경제 전문가의 74%가 기업인 가석방에 찬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설문문항에는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요건을 갖춘 기업인들’ 등 전제를 단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박민규(고려대 정경대학 통계학과 교수) : "한 문항에 가능하면 하나의 콘셉트 하나의 개념들을 물어야 되는데 조건을 붙여서 질문 하게 되면 응답자가 아, 이게 기업인 사면의 찬반을 묻는 건지, 아니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어떤 것들이 더 중요한 가치인가 경제 활성화가 더 중요한 가치인지, 법적 평등성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충분히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또, 파이낸셜뉴스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전경련은 기업인 가석방이나 사면을 주장하는 단체입니다.

설문 결과를 두고 해석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기사 제목엔 국민의 66%가, 경제 살리려면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돼 있지만, 기사가 제시한 네 가지 설문조사 문항과 결과를 보면 66% 찬성이라는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사면에 대해 물은 게 아니고 전반적인 대통령 사면에 대해 물었을 뿐이고, 기업인 사면에 대한 찬반 여부 결과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미디어 인사이드는 설문조사방법을 분석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5개의 언론사에 여론조사 설문지와 통계표를 요청했지만 경제지들은 이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논란이 있는 사안일수록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대답>
네, 이때 기업인 가석방과 사면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짚어주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리포트>

많은 언론들이 기업인 가석방이나 사면 논란에 대해 그 효과를 분석하거나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정부나 정치권의 발언에 집중하는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미디어 인사이드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관련 발언이 나온 지난해 9월 25일부터 지난 7일까지 일간지 5개를 분석한 결과 기업인 사면, 가석방과 관련해 모두 109건의 기사가 다뤄졌습니다.

이 가운데 70% 이상의 기사는 정부나 청와대 정치권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고, 경제 전문가나 시민단체를 인용한 기사는 30%도 되지 않았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논란을 단순 전달하는 정도였고, 일부 라디오 방송들은 정치인의 입장을 들어 보는 데 그쳤습니다.

일부 종편의 경우 한쪽에 치우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녹취> TV조선 2014.12.25 : "역대 정권은 경제위기 때마다 기업인 사면으로 투자 활성화를 촉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아직 기업인 사면이 없습니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 되는 기업인 가석방, 사면 논란.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언론이 양쪽 논리에 대한 근거를 엄격하게 따지고 판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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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인 가석방·사면 논란…언론은?
    • 입력 2015-01-11 18:49:56
    • 수정2015-01-12 00:13:22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지난해 가을 정부의 관계 장관들이 잇따라 수감 중인 기업인들의 가석방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정치권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기업인 가석방과 사면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산돼 왔습니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이 사안을 어떻게 다뤄왔을까요?

오늘은 먼저, 이 문제를 최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최서희 기자,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 내용과 언론의 보도 태도부터 살펴볼까요?

<답변>
네, 현재 수감 중인 기업인들을 가석방 해야 된다, 하면 안 된다, 하는 논란인데 지난해 9월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계속돼 왔습니다.

언론이 이 정치권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부터 기업인 가석방 논란을 다룬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 12.27. A06 : "여 지도부 기업인 가석방 긍정 목소리."

<녹취> 한겨레 12.26. 31면 : "황제경영 비리 기업인 풀어주려 왜 그렇게 안달인가?"

논란은 한 일간지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기사화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녹취> 세계일보 9.24. 1면 :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잘못한 기업인도 국민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경제활동)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활동과 관련해 구속된 일부 기업 총수에게 사업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가석방 가능성 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황 법무부 장관의 말에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MBC 9.25 :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기업인의 죄를 처벌하는 건 당연하지만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엄하게 법을 집행하는 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언론들은 황 장관과, 최 부총리의 말을 인용해 기사를 쏟아냈고, 정치권도 잇따라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언론들은 정치권에서 가석방과 관련한 말을 할 때마다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녹취> 동아 12.27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이어 이완구 원내대표도 가석방 애드벌룬 띄우기에 나섰다."

<녹취> 경향 12.27 : "그는(원혜영) 재벌 총수의 횡령 배임 혐의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장관은 최근 발언과 달리 취임 직후에는 비리 기업인에 대해 철저한 법집행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화 2013.4.26 : "법대로 잘하는 기업은 법적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반면 부정한 기업인이나 사업자들은 법대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황 장관은 같은해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통과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을 불허했습니다.

현재,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터뷰> 정병호(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형기의 3분의 1을 채우면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는 되어 있어요. 그런데 관례라는 게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형기의 70~80% 정도를 마친 사람에 한해서 가석방을 인정해 왔거든요."

<질문>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니까 가석방 논란이 사면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 같은데요?

<답변>
네, 가석방은 법무부가 내리는 행정처분이고 사면은 대통령이 결정합니다.

청와대는 기업인 사면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사면 문제로 확대됐습니다.

논란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제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기업인에 대해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 "절대로 국민에게 법 지키라고 해도 와 닿지도 않고 법질서가 확립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면권은 정말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정부에서 빈번했던 기업인 사면이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것이 그 배경으로 보입니다.

지난 2008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5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하고 계열사에 1500억 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두 달여 만에 사면됐습니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조 5천억 원대의 분식회계와 부당 내부거래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두 달여 만에 사면됐습니다.

<녹취> 김경한(당시 법무부 장관) :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경제인들이 활발하게 투자하고..."

또 2009년 말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한 명만 특별사면돼 논란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비슷한 논란이 재현된 것입니다.

<녹취> 국민 2014.12.26 :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은 총수의 결단을 요한다는 점에서 경제에 일정 부분 도움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 중요한 건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녹취> 경향 2014.12.26 : "과거 수도 없이 재벌 총수들에게 은전을 베풀었지만 그로 인해 경제가 나아졌다는 근거는 없다. 외려 기업인들이 법을 우습게 알게 돼 형령, 배임 등 불법 경영을 되풀이하는 걸 조장했다."

특히, 경제지들은 대부분 지난 해 9월 황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기업인 사면이나 가석방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가석방이나 사면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며 기업인이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파이낸셜 뉴스 12.30 : "오너 공백은 풍랑 속 선장 잃은 배와 같아...과감한 결단 내릴 리더십 절실..."

<녹취> 한국경제 12.25 : "다른 기업인들 사기 올리는 데도 큰 도움."

한 경제지는 기사 상단에 기업인 가석방 추진 시기까지 명시했습니다.

<인터뷰> 김종석(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 "대기업이라서 사회적 영향이 컸다고 할 때 오히려 검찰이나 법원에서 가중처벌을 하는 그런 경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지적은 한 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 장흥배(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 : "역대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무려 29건의 특별사면이 있었는데 지금 그것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늘려서 경제가 좋아졌다, 누구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디어 인사이드는 지난해 9월 황 장관 발언 직후부터 지난 7일까지 5개 경제지를 대상으로 기업인 가석방, 사면 관련 기사와 기사제목 119건을 분석해 봤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의 기사와 기사제목은 77건, 부정적 측면의 기사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 가운데 기사 본문의 내용과 달리 기사 제목엔 취재원이 가석방이나 사면에 찬성한다는 듯이 표현한 경우가 27건이나 됐습니다.

<인터뷰> 이완수(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 : "광고라는 것이 언론기업이 생존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CEO가 없는 기업이 광고를 정상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어렵거든요. 상업적인 이익의 목적도 염두해두는 측면에서 경제 매체들이 CEO의 사법적 처리를 너무 강하게 하지 말자, 석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질문>
기업인의 가석방이나 사면은 국민들의 여론도 고려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조사 결과도 보도가 됐죠?

<대답>
여론조사를 기획한 매체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왔는데요, 여론조사 방법과 분석에서 문제는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언론사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5건을 살펴봤습니다.

KBS, MBC, JTBC 등 방송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가석방이나 사면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런데, 파이낸셜뉴스, 매경 등 경제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사대상을 보면, 방송들의 경우 전국의 성인 남녀 500명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습니다.

반면에 매일경제의 경우, 자사의 자문단 등으로 구성된 50명을 조사한 뒤 경제 전문가의 74%가 기업인 가석방에 찬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설문문항에는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요건을 갖춘 기업인들’ 등 전제를 단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박민규(고려대 정경대학 통계학과 교수) : "한 문항에 가능하면 하나의 콘셉트 하나의 개념들을 물어야 되는데 조건을 붙여서 질문 하게 되면 응답자가 아, 이게 기업인 사면의 찬반을 묻는 건지, 아니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어떤 것들이 더 중요한 가치인가 경제 활성화가 더 중요한 가치인지, 법적 평등성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충분히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또, 파이낸셜뉴스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전경련은 기업인 가석방이나 사면을 주장하는 단체입니다.

설문 결과를 두고 해석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기사 제목엔 국민의 66%가, 경제 살리려면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돼 있지만, 기사가 제시한 네 가지 설문조사 문항과 결과를 보면 66% 찬성이라는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사면에 대해 물은 게 아니고 전반적인 대통령 사면에 대해 물었을 뿐이고, 기업인 사면에 대한 찬반 여부 결과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미디어 인사이드는 설문조사방법을 분석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5개의 언론사에 여론조사 설문지와 통계표를 요청했지만 경제지들은 이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논란이 있는 사안일수록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대답>
네, 이때 기업인 가석방과 사면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짚어주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리포트>

많은 언론들이 기업인 가석방이나 사면 논란에 대해 그 효과를 분석하거나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정부나 정치권의 발언에 집중하는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미디어 인사이드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관련 발언이 나온 지난해 9월 25일부터 지난 7일까지 일간지 5개를 분석한 결과 기업인 사면, 가석방과 관련해 모두 109건의 기사가 다뤄졌습니다.

이 가운데 70% 이상의 기사는 정부나 청와대 정치권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고, 경제 전문가나 시민단체를 인용한 기사는 30%도 되지 않았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논란을 단순 전달하는 정도였고, 일부 라디오 방송들은 정치인의 입장을 들어 보는 데 그쳤습니다.

일부 종편의 경우 한쪽에 치우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녹취> TV조선 2014.12.25 : "역대 정권은 경제위기 때마다 기업인 사면으로 투자 활성화를 촉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아직 기업인 사면이 없습니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 되는 기업인 가석방, 사면 논란.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언론이 양쪽 논리에 대한 근거를 엄격하게 따지고 판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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