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확대경] 간통죄 구제 대상 3,400여 명…예상되는 파장은?

입력 2015.02.26 (21:04) 수정 2015.02.2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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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앞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간통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일부 구제가 가능해지는데요.

이번 결정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또 필요한 보완 조치는 없는지, 먼저 이승준 기자가 전합니다.

▼재심 이어질 듯…향후 보완책은?▼

<기자 멘트>

지난 1953년 형법에 간통죄 처벌 조항이 생긴 뒤 62년 동안 간통죄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약 10만명에 달합니다.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이들 중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위헌 결정의 효력은 직전 합헌 결정 시점까지 소급하게 돼 있습니다.

마지막 합헌 결정이 내려진 게 2008년 10월 30일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처벌받은 사람들은 위헌 결정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반면, 2008년 11월 이후에 기소된 사람들은 구제를 받을 수 있는데, 3천 4백여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아직 재판이 진행중이라면 공소가 취소되고, 이미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은 재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징역을 산 경우에는 기간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간통죄 폐지로 배우자의 부정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앞으로 위자료 청구 등 가사 소송이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위자료 액수를 높이는 등 법원의 후속 조치나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에는 가족과 혼인 관계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가 반영돼 있습니다.

간통죄의 역사와, 이번 결정으로 예상되는 사회적 변화 등을 서영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간통죄 62년’ 역사 속으로…▼

<리포트>

우리나라 간통죄의 기원은 고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대한제국이나 일제 식민지 시절에도 유사 법령이 존재했습니다.

당시에는 아내쪽의 부정만 간통죄 처벌 대상이었습니다.

정부 수립 후 1953년 형법이 제정되면서 남녀 구분 없이 처벌하는 간통죄가 규정됐습니다.

하지만 사회 구조가 변하고, 여권이 신장되면서 위헌 논란이 제기돼왔고, 결국 간통죄는 도입 62년 만에 폐지됐습니다.

당장 이른바 '사법연수원 불륜사건'의 당사자로 열흘 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3살 신 모 씨의 경우 항소심에서 위헌 결정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간통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던 배우 옥소리 씨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간통죄 폐지로 성의식이 왜곡되고 기혼자들의 외도가 급증하거나 불건전한 성산업이 번성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위헌 판결 직후 국내 1위 콘돔 제조업체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았고 사후 피임약 제조업체 주가도 10% 가까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법당국이 극히 제한적으로 간통죄를 적용해온 만큼, 파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인터뷰> 이지은 : "위헌 논의가 있은 이후로는 징역형의 실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단지 이혼소송에서 위자료 증액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특히 형사 처벌 폐지에 대한 반대 급부로 민사 배상액이 급증한다면 간통으로 치러야할 대가는 도리어 훨씬 커질 수도 있습니다.

▼외국은 간통제 유지 거의 없어▼

<기자 멘트>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는 이슬람 국가 등 일부 나라에만 남아 있습니다.

박수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올해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미국 드라마,'어페어'입니다.

제목 그대로, 혼외 관계를 다뤘지만 불륜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런 사랑으로 그렸습니다.

미국에선 20여 개 주에 아직 간통죄 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습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간통죄를 폐지했습니다.

프랑스는 대혁명 때인 1791년 간통죄 처벌 규정을 없앴습니다.

이후 되살리기도 했지만 1975년 다시 폐지했습니다.

독일은 1969년, 스위스는 1989년 폐지에 동참했습니다.

<인터뷰> 장경찬(변호사) : "이미 50년 전인 1964년. 국제형법회의에서 국제 형법 전문가들이 간통을 처벌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각국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같은 아시아 권에서도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헌법의 남녀평등조항에 따라 일찍이 간통죄를 없앴습니다.

동아시아에선 이제 타이완만이 간통죄를 처벌하는 나라로 남게됐습니다.

아직도 무거운 형벌로 다루는 곳은 이슬람국가들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시리아에선 간통한 여성을 옛 율법대로 처벌하는 동영상이 퍼지기도 하는 등 주로 여성에 대한 억압의 수단으로 집행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수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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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6 21:06:54
    • 수정2015-02-27 07:16:51
    뉴스 9
<앵커 멘트>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앞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간통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일부 구제가 가능해지는데요.

이번 결정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또 필요한 보완 조치는 없는지, 먼저 이승준 기자가 전합니다.

▼재심 이어질 듯…향후 보완책은?▼

<기자 멘트>

지난 1953년 형법에 간통죄 처벌 조항이 생긴 뒤 62년 동안 간통죄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약 10만명에 달합니다.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이들 중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위헌 결정의 효력은 직전 합헌 결정 시점까지 소급하게 돼 있습니다.

마지막 합헌 결정이 내려진 게 2008년 10월 30일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처벌받은 사람들은 위헌 결정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반면, 2008년 11월 이후에 기소된 사람들은 구제를 받을 수 있는데, 3천 4백여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아직 재판이 진행중이라면 공소가 취소되고, 이미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은 재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징역을 산 경우에는 기간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간통죄 폐지로 배우자의 부정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앞으로 위자료 청구 등 가사 소송이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위자료 액수를 높이는 등 법원의 후속 조치나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에는 가족과 혼인 관계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가 반영돼 있습니다.

간통죄의 역사와, 이번 결정으로 예상되는 사회적 변화 등을 서영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간통죄 62년’ 역사 속으로…▼

<리포트>

우리나라 간통죄의 기원은 고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대한제국이나 일제 식민지 시절에도 유사 법령이 존재했습니다.

당시에는 아내쪽의 부정만 간통죄 처벌 대상이었습니다.

정부 수립 후 1953년 형법이 제정되면서 남녀 구분 없이 처벌하는 간통죄가 규정됐습니다.

하지만 사회 구조가 변하고, 여권이 신장되면서 위헌 논란이 제기돼왔고, 결국 간통죄는 도입 62년 만에 폐지됐습니다.

당장 이른바 '사법연수원 불륜사건'의 당사자로 열흘 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3살 신 모 씨의 경우 항소심에서 위헌 결정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간통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던 배우 옥소리 씨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간통죄 폐지로 성의식이 왜곡되고 기혼자들의 외도가 급증하거나 불건전한 성산업이 번성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위헌 판결 직후 국내 1위 콘돔 제조업체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았고 사후 피임약 제조업체 주가도 10% 가까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법당국이 극히 제한적으로 간통죄를 적용해온 만큼, 파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인터뷰> 이지은 : "위헌 논의가 있은 이후로는 징역형의 실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단지 이혼소송에서 위자료 증액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특히 형사 처벌 폐지에 대한 반대 급부로 민사 배상액이 급증한다면 간통으로 치러야할 대가는 도리어 훨씬 커질 수도 있습니다.

▼외국은 간통제 유지 거의 없어▼

<기자 멘트>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는 이슬람 국가 등 일부 나라에만 남아 있습니다.

박수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올해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미국 드라마,'어페어'입니다.

제목 그대로, 혼외 관계를 다뤘지만 불륜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런 사랑으로 그렸습니다.

미국에선 20여 개 주에 아직 간통죄 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습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간통죄를 폐지했습니다.

프랑스는 대혁명 때인 1791년 간통죄 처벌 규정을 없앴습니다.

이후 되살리기도 했지만 1975년 다시 폐지했습니다.

독일은 1969년, 스위스는 1989년 폐지에 동참했습니다.

<인터뷰> 장경찬(변호사) : "이미 50년 전인 1964년. 국제형법회의에서 국제 형법 전문가들이 간통을 처벌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각국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같은 아시아 권에서도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헌법의 남녀평등조항에 따라 일찍이 간통죄를 없앴습니다.

동아시아에선 이제 타이완만이 간통죄를 처벌하는 나라로 남게됐습니다.

아직도 무거운 형벌로 다루는 곳은 이슬람국가들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시리아에선 간통한 여성을 옛 율법대로 처벌하는 동영상이 퍼지기도 하는 등 주로 여성에 대한 억압의 수단으로 집행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수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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