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금강학교 아이들의 ‘꿈’

입력 2015.03.28 (08:10) 수정 2015.03.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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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 입니다.

탈북여성들이 제3국에서 현지인을 만나 낳은 아이들을 ‘비보호 청소년’이라고 하는데요.

서툰 말에 정체성 혼란까지 겪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며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비보호 청소년들을 이현정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꿈이 없는 아이가 있을까요?

<녹취> 김혜연 :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있잖아요. 포기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녹취> 이덕한 : "수도 없이 많아요, 진짜. 회사원도 되고 싶고요, 경찰도 되고 싶어요."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아이들.

<녹취> 김순혜 : "엄마 보고 싶어요. 엄마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남한에 와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남들 보다 조금 더 노력해야만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서울시 개봉동의 한 대안학교 입니다.

다른 학교와 달리 이곳엔 조금 특별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 씻는 것도 전쟁인 이곳은 ‘금강학교’.

식구가 31명이나 되다보니 아침 화장실 정체를 피하려면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등교 준비가 한창인 이 아이들은 이른바 ‘비보호 청소년’들인데요.

탈북 여성이 북한도 남한도 아닌 제3국에서 현지인을 만나 낳은 아이들입니다.

<인터뷰> 정명화(금강학교 교장) : "제도권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게끔 디딤돌 역할을 해주고, 엄마들이, 이제 거의 한 부모 가족이니까 엄마들이 일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24시간 케어해주는 그런 목적으로 학교가 설립이 되어 있어요."

등교는 곧 전쟁, 아이들이 많다보니 두 줄로 맞춰 학교에 갑니다.

어째 줄을 잘 지킨다 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장난을 치네요.

재잘재잘 떠들던 일반 학교팀 아이들은 드디어 등교 완료.

우리말이 서툰 아이들은 금강학교에 그대로 남아 공부를 시작합니다.

아직 중국어가 더 편한 아이들, 우리말 교육부터 시작합니다.

<녹취> "자, 읽어보자 우리. (파,퍄,퍼,펴,포,표,푸,퓨,프,피) 이렇게 한 글자도 몰랐던 것이 이렇게 읽기 시작했거든요. 잘했어요."

어렵게 남한에 들어온 아이들에겐,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가운데도 언어소통은 참 힘들기만 한데요.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민석이 다 했어? (아니요. 외우려는 건데...) 받아쓰기는? (외우는 중인데...)"

한글을 읽고, 쓰는 것도 버거운 아이들, 어느새 몸을 비비 꼬고, 목소리는 자꾸만 기어들어갑니다.

<녹취> 금강학교 선생님 : "애들 한글 기초부터 가르쳐서 애들이 한글 대화가 되고, 또 친구끼리 이야기가 되고 교과서 읽을 수 있을 때, 정규학교 보내주는 거예요."

지루했던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찾아온 쉬는 시간.

연우는 수업 시작할 땐 누구보다 우등생, 하지만 마칠 땐 꾸벅꾸벅 졸고 있는 불량학생이 됩니다.

<녹취> "쌤(선생님), 이불 좀 펴봐. 얘가 자서."

어린 연우를 수습하는 건 맏언니인 윤하의 몫입니다.

<인터뷰> 차윤하 : "공부 시간에 막 자다오면 이렇게 업어 내려와요. 그런데 공부 시간에 자는 사람 별로 없어요. 얘 밖에 없어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공부방에선 음악소리가 들리네요.

매사에 지기 싫어하는 덕한이가 나 홀로 리코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덕한 : "리코더 많이 연습해야 평범한 애들보다 더 잘 할 수 있어서 연습해요. 전 리코더를 잘 못해서 여기서라도 연습 많이 하려고요."

성건이는 오늘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학교를 나섰습니다.

서울 개봉동에서 의정부까지.

혼자 어딜 가는 걸까요?

<녹취> "엄마! (왔네, 힘들었어? 안 힘들었어?)"

설 이후 만나지 못했던 엄마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왔습니다.

<녹취> "어머, 자전거로. 성건이 저렇게 자전거 탈 수 있어? 저렇게 자전거 탈 수 있어? (있어.) 응 그래 힘 쌔다."

사실 성건이는 엄마와 함께한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허은희(허성건 엄마) : "처음으로 중국에 건너오기 전에는 인신매매...내가 성건이 3살 때 갈라져서 8살에 봤거든요. 인천공항에서 엄마하고 부르며 오는 거예요. 그때는 진짜 세상 다 얻은 것 같죠."

탈북 엄마와 중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성건이.

먼저 남한에 넘어온 엄마는 성건이를 데려오기 위해 쉴 새 없이 일해야만 했습니다.

<녹취> "김밥집에 다녔었는데 그래도 돈이 안 보여. 아 이렇게 살아선 이게 안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지원이) 없어요. 성건이랑 제가 같이 있으면 다른 혜택은 없어요."

하지만 지금도 함께하기 힘든 현실.

성건이를 위해 엄마는 다시 일터로, 성건이는 학교로 떠나야만 합니다.

<녹취> "잘 가, 저녁에 엄마한테 전화해, 도착하면."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았단 이유로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비보호 청소년들.

성건이같은 비보호 청소년들은 전국적으로 천 명이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주명화(금강학교 교장) : "앞으로 어떻게 어떤 사람이 될는지는 이러쿵저러쿵 말할 순 없지만,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 아이들도 이제 대한민국에서 한몫을 단단히 할 아이들이겠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금강학교 아이들의 우애는 친형제 못지않습니다.

<녹취> "안녕히 주무세요."

금강학교의 모두가 성건이처럼 가족과 떨어져 지내지만, 서로서로 보듬어 가며 희망을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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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금강학교 아이들의 ‘꿈’
    • 입력 2015-03-28 08:33:42
    • 수정2015-03-28 09:11:22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 입니다.

탈북여성들이 제3국에서 현지인을 만나 낳은 아이들을 ‘비보호 청소년’이라고 하는데요.

서툰 말에 정체성 혼란까지 겪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며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비보호 청소년들을 이현정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꿈이 없는 아이가 있을까요?

<녹취> 김혜연 :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있잖아요. 포기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녹취> 이덕한 : "수도 없이 많아요, 진짜. 회사원도 되고 싶고요, 경찰도 되고 싶어요."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아이들.

<녹취> 김순혜 : "엄마 보고 싶어요. 엄마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남한에 와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남들 보다 조금 더 노력해야만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서울시 개봉동의 한 대안학교 입니다.

다른 학교와 달리 이곳엔 조금 특별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 씻는 것도 전쟁인 이곳은 ‘금강학교’.

식구가 31명이나 되다보니 아침 화장실 정체를 피하려면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등교 준비가 한창인 이 아이들은 이른바 ‘비보호 청소년’들인데요.

탈북 여성이 북한도 남한도 아닌 제3국에서 현지인을 만나 낳은 아이들입니다.

<인터뷰> 정명화(금강학교 교장) : "제도권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게끔 디딤돌 역할을 해주고, 엄마들이, 이제 거의 한 부모 가족이니까 엄마들이 일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24시간 케어해주는 그런 목적으로 학교가 설립이 되어 있어요."

등교는 곧 전쟁, 아이들이 많다보니 두 줄로 맞춰 학교에 갑니다.

어째 줄을 잘 지킨다 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장난을 치네요.

재잘재잘 떠들던 일반 학교팀 아이들은 드디어 등교 완료.

우리말이 서툰 아이들은 금강학교에 그대로 남아 공부를 시작합니다.

아직 중국어가 더 편한 아이들, 우리말 교육부터 시작합니다.

<녹취> "자, 읽어보자 우리. (파,퍄,퍼,펴,포,표,푸,퓨,프,피) 이렇게 한 글자도 몰랐던 것이 이렇게 읽기 시작했거든요. 잘했어요."

어렵게 남한에 들어온 아이들에겐,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가운데도 언어소통은 참 힘들기만 한데요.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민석이 다 했어? (아니요. 외우려는 건데...) 받아쓰기는? (외우는 중인데...)"

한글을 읽고, 쓰는 것도 버거운 아이들, 어느새 몸을 비비 꼬고, 목소리는 자꾸만 기어들어갑니다.

<녹취> 금강학교 선생님 : "애들 한글 기초부터 가르쳐서 애들이 한글 대화가 되고, 또 친구끼리 이야기가 되고 교과서 읽을 수 있을 때, 정규학교 보내주는 거예요."

지루했던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찾아온 쉬는 시간.

연우는 수업 시작할 땐 누구보다 우등생, 하지만 마칠 땐 꾸벅꾸벅 졸고 있는 불량학생이 됩니다.

<녹취> "쌤(선생님), 이불 좀 펴봐. 얘가 자서."

어린 연우를 수습하는 건 맏언니인 윤하의 몫입니다.

<인터뷰> 차윤하 : "공부 시간에 막 자다오면 이렇게 업어 내려와요. 그런데 공부 시간에 자는 사람 별로 없어요. 얘 밖에 없어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공부방에선 음악소리가 들리네요.

매사에 지기 싫어하는 덕한이가 나 홀로 리코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덕한 : "리코더 많이 연습해야 평범한 애들보다 더 잘 할 수 있어서 연습해요. 전 리코더를 잘 못해서 여기서라도 연습 많이 하려고요."

성건이는 오늘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학교를 나섰습니다.

서울 개봉동에서 의정부까지.

혼자 어딜 가는 걸까요?

<녹취> "엄마! (왔네, 힘들었어? 안 힘들었어?)"

설 이후 만나지 못했던 엄마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왔습니다.

<녹취> "어머, 자전거로. 성건이 저렇게 자전거 탈 수 있어? 저렇게 자전거 탈 수 있어? (있어.) 응 그래 힘 쌔다."

사실 성건이는 엄마와 함께한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허은희(허성건 엄마) : "처음으로 중국에 건너오기 전에는 인신매매...내가 성건이 3살 때 갈라져서 8살에 봤거든요. 인천공항에서 엄마하고 부르며 오는 거예요. 그때는 진짜 세상 다 얻은 것 같죠."

탈북 엄마와 중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성건이.

먼저 남한에 넘어온 엄마는 성건이를 데려오기 위해 쉴 새 없이 일해야만 했습니다.

<녹취> "김밥집에 다녔었는데 그래도 돈이 안 보여. 아 이렇게 살아선 이게 안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지원이) 없어요. 성건이랑 제가 같이 있으면 다른 혜택은 없어요."

하지만 지금도 함께하기 힘든 현실.

성건이를 위해 엄마는 다시 일터로, 성건이는 학교로 떠나야만 합니다.

<녹취> "잘 가, 저녁에 엄마한테 전화해, 도착하면."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았단 이유로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비보호 청소년들.

성건이같은 비보호 청소년들은 전국적으로 천 명이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주명화(금강학교 교장) : "앞으로 어떻게 어떤 사람이 될는지는 이러쿵저러쿵 말할 순 없지만,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 아이들도 이제 대한민국에서 한몫을 단단히 할 아이들이겠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금강학교 아이들의 우애는 친형제 못지않습니다.

<녹취> "안녕히 주무세요."

금강학교의 모두가 성건이처럼 가족과 떨어져 지내지만, 서로서로 보듬어 가며 희망을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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