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하나원생 59인의 ‘특별한 외출’

입력 2015.06.13 (08:20) 수정 2015.06.1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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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한국 땅을 밟는 탈북민들은 곧바로 하나원이라는 곳에 수용돼 석 달간 사회 적응 교육을 받게 되는 데요,

이 하나원생들이 퇴소를 앞두고 특별한 외출에 나섰다고 합니다.

봉사 활동도 하면서, 바깥세상으로 첫발을 내딛은 현장, 이현정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누군가를 도우며 스스로를 치유했던 하나원생 59인, 그날의 기록입니다.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

사선을 넘어 온 탈북 여성들은 맨 처음 이곳에 머물며 새 출발을 준비합니다.

이곳에서 12주의 교육을 마치면 다시 낯선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녹취> 김현미(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하나원 입소한 지)두 달, 두 달 됐어요.”

오늘은 그 과정의 마지막, 외부 체험 교육에 나서는 날입니다.

<녹취> 최선영(하나원 직원) : “지하철도 타보고 은행이나 이런 곳을 가보는 체험들이 있고요. 또 가정 체험이라고 해서 일반 한국 가정에 가서 1박2일 동안 하룻밤 자고 오면서...”

오늘 교육 내용은 뭘까요?

<녹취> 김경옥 (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봉사활동은 처음입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 봉사활동 하니까 좀 가슴이 설레고요”

하나원에서 한 시간 반.

먼 길 달려온 59명 하나원생들의 본격적인 봉사활동 시작입니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빵을 만들고 반찬도 준비합니다.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음식, 맛있게 만들어지겠죠?

<녹취> "칼질을 너무 잘하세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전문 요리사 못지않은 능숙한 솜씨!

하나원에서 받은 직업체험 교육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녹취> 김은희 (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우리 직업 훈련 나가서 제과, 제빵 다 배웠습니다."

<녹취> 허진희(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직업 체험에 가서 빵 (만들기) 해봤는데 우유도 넣고 사탕가루도 넣어서 만든 빵이 있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맛있게 먹어 줄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든다고 하니 정성도 두 배.

<녹취> 김은희 (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정성과 마음을 다 합쳐서 하고 싶습니다.

마당에선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이불 빨래가 한창입니다.

<녹취> "(힘드시진 않으세요? 재미있어요. 괜찮습니다. 6개월 만에 이런 일을 해서. 북한에서는 이런 일을 못 해 봤거든요.

하지만 젖은 바지를 보니 생사를 가르던 그 때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녹취> "두만강 건널 때 열정이고 뭐고 죽을까봐, 잡힐까봐 그저 마음이..."

아픈 과거도 이불의 묵은 때처럼 언젠가는 말끔하게 헹궈지겠죠?

이제 점심시간,

식탁에는 직접 만든 음식들이 차려졌는데요.

<녹취> 김경옥(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겠어요, 처음 먹어봐요 이런 빵."

<녹취> 김성미( 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북한에도) 콩 빵은 있는데, 이렇게 안 해요. 완두콩 껍질까지 다 해서 콩밥 해먹지."

소를 불과 2주 앞둬서인지 자연스럽게 정착문제가 식탁에 올랐습니다.

<녹취> 김현미(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북한에서 내가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한국에서 취직하는 건 그건 별개 아니에요. 그러니까..."

보육 교사가 꿈이라는 경옥 씨는 북에 두고 온 아들이 여전히 눈에 밟힙니다.

<녹취> 김경옥(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 저는 아들이 지금 북한에 둘이 있어요. 8살에 헤어져서 아직도 못 만났어요. 나이는 (지금) 26살."

15년 전 혈혈단신으로 탈출해 중국 땅을 전전한 은희 씨,

가족이 없는 은희 씨는 한국 땅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소원입니다.

<녹취>김은희(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저는 가족이 없습니다, 혼자에요. 북한에서 건너올 때는 결혼 안 하고 건너 왔고요. 한국에 오면 좋은 배우자 만나서 잘 살려고 해요.

제각기 사연은 달라도 가족을 찾고, 가족이 되고 싶은 마음은 같지 않을까요.

오전 내 준비한 음식을 싸들고 경옥 씨 일행이 향한 곳은 혼자 사는 탈북민, 김이분 할머니댁.

<녹취> “어머니를 만나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찾아줘서 고맙소.”

만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아마도 서로의 모습에서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봤기 때문일 겁니다.

<녹취> 김이분(탈북민) : "이 좋은 세상에 왜 우리 낙심하고 살겠어요. 자네들은 어찌됐던 젊잖아. 젊었기 때문에 더 힘차게 살아야지."

<녹취>김경옥 (탈북민/하나원 교육생 : “내가 진짜 이렇게 고향에 온 생각이 들어서 ‘우리 엄마 기쁘게’ 노래할게.”

<녹취> “우리 엄마 기쁘게 한 번 웃으면 구름 속에 해님도 방긋 웃고요 우리 엄마 즐겁게 한번 웃으면 ...”

서로를 위로했던 시간도 잠시,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할머니를 뒤로한 채 다시 하나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녹취>김이분(탈북민) : " 건강해서 이런 거 (잘 사는 거) 봐야지."

<녹취> 허진희(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오늘 만난 어머니가) 우리를 힘내라고 하는 말, 진짜 그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에 딱 박히고 정말 앞으로 힘내고 잘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눈물도 흐르고 흐르고 흘러도 나를 위로해준 그대라는 사람을.”

때론 웃고 때론 눈물 흘렸던 서울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59명의 하나원생들에게 오늘 하루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그저 그런 일상 중 하루는 아니었겠죠?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 그리고 두려움,

곧 낯선 세상에 첫발을 내딛을 59명의 하나원생이 어쩌면 매일 같이 느끼고 있을 감정.

그녀들에게 오늘이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힘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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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하나원생 59인의 ‘특별한 외출’
    • 입력 2015-06-13 09:18:41
    • 수정2015-06-13 22:06:49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한국 땅을 밟는 탈북민들은 곧바로 하나원이라는 곳에 수용돼 석 달간 사회 적응 교육을 받게 되는 데요,

이 하나원생들이 퇴소를 앞두고 특별한 외출에 나섰다고 합니다.

봉사 활동도 하면서, 바깥세상으로 첫발을 내딛은 현장, 이현정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누군가를 도우며 스스로를 치유했던 하나원생 59인, 그날의 기록입니다.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

사선을 넘어 온 탈북 여성들은 맨 처음 이곳에 머물며 새 출발을 준비합니다.

이곳에서 12주의 교육을 마치면 다시 낯선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녹취> 김현미(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하나원 입소한 지)두 달, 두 달 됐어요.”

오늘은 그 과정의 마지막, 외부 체험 교육에 나서는 날입니다.

<녹취> 최선영(하나원 직원) : “지하철도 타보고 은행이나 이런 곳을 가보는 체험들이 있고요. 또 가정 체험이라고 해서 일반 한국 가정에 가서 1박2일 동안 하룻밤 자고 오면서...”

오늘 교육 내용은 뭘까요?

<녹취> 김경옥 (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봉사활동은 처음입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 봉사활동 하니까 좀 가슴이 설레고요”

하나원에서 한 시간 반.

먼 길 달려온 59명 하나원생들의 본격적인 봉사활동 시작입니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빵을 만들고 반찬도 준비합니다.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음식, 맛있게 만들어지겠죠?

<녹취> "칼질을 너무 잘하세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전문 요리사 못지않은 능숙한 솜씨!

하나원에서 받은 직업체험 교육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녹취> 김은희 (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우리 직업 훈련 나가서 제과, 제빵 다 배웠습니다."

<녹취> 허진희(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직업 체험에 가서 빵 (만들기) 해봤는데 우유도 넣고 사탕가루도 넣어서 만든 빵이 있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맛있게 먹어 줄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든다고 하니 정성도 두 배.

<녹취> 김은희 (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정성과 마음을 다 합쳐서 하고 싶습니다.

마당에선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이불 빨래가 한창입니다.

<녹취> "(힘드시진 않으세요? 재미있어요. 괜찮습니다. 6개월 만에 이런 일을 해서. 북한에서는 이런 일을 못 해 봤거든요.

하지만 젖은 바지를 보니 생사를 가르던 그 때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녹취> "두만강 건널 때 열정이고 뭐고 죽을까봐, 잡힐까봐 그저 마음이..."

아픈 과거도 이불의 묵은 때처럼 언젠가는 말끔하게 헹궈지겠죠?

이제 점심시간,

식탁에는 직접 만든 음식들이 차려졌는데요.

<녹취> 김경옥(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겠어요, 처음 먹어봐요 이런 빵."

<녹취> 김성미( 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북한에도) 콩 빵은 있는데, 이렇게 안 해요. 완두콩 껍질까지 다 해서 콩밥 해먹지."

소를 불과 2주 앞둬서인지 자연스럽게 정착문제가 식탁에 올랐습니다.

<녹취> 김현미(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북한에서 내가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한국에서 취직하는 건 그건 별개 아니에요. 그러니까..."

보육 교사가 꿈이라는 경옥 씨는 북에 두고 온 아들이 여전히 눈에 밟힙니다.

<녹취> 김경옥(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 저는 아들이 지금 북한에 둘이 있어요. 8살에 헤어져서 아직도 못 만났어요. 나이는 (지금) 26살."

15년 전 혈혈단신으로 탈출해 중국 땅을 전전한 은희 씨,

가족이 없는 은희 씨는 한국 땅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소원입니다.

<녹취>김은희(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저는 가족이 없습니다, 혼자에요. 북한에서 건너올 때는 결혼 안 하고 건너 왔고요. 한국에 오면 좋은 배우자 만나서 잘 살려고 해요.

제각기 사연은 달라도 가족을 찾고, 가족이 되고 싶은 마음은 같지 않을까요.

오전 내 준비한 음식을 싸들고 경옥 씨 일행이 향한 곳은 혼자 사는 탈북민, 김이분 할머니댁.

<녹취> “어머니를 만나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찾아줘서 고맙소.”

만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아마도 서로의 모습에서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봤기 때문일 겁니다.

<녹취> 김이분(탈북민) : "이 좋은 세상에 왜 우리 낙심하고 살겠어요. 자네들은 어찌됐던 젊잖아. 젊었기 때문에 더 힘차게 살아야지."

<녹취>김경옥 (탈북민/하나원 교육생 : “내가 진짜 이렇게 고향에 온 생각이 들어서 ‘우리 엄마 기쁘게’ 노래할게.”

<녹취> “우리 엄마 기쁘게 한 번 웃으면 구름 속에 해님도 방긋 웃고요 우리 엄마 즐겁게 한번 웃으면 ...”

서로를 위로했던 시간도 잠시,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할머니를 뒤로한 채 다시 하나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녹취>김이분(탈북민) : " 건강해서 이런 거 (잘 사는 거) 봐야지."

<녹취> 허진희(탈북민, 하나원 교육생) : "(오늘 만난 어머니가) 우리를 힘내라고 하는 말, 진짜 그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에 딱 박히고 정말 앞으로 힘내고 잘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눈물도 흐르고 흐르고 흘러도 나를 위로해준 그대라는 사람을.”

때론 웃고 때론 눈물 흘렸던 서울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59명의 하나원생들에게 오늘 하루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그저 그런 일상 중 하루는 아니었겠죠?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 그리고 두려움,

곧 낯선 세상에 첫발을 내딛을 59명의 하나원생이 어쩌면 매일 같이 느끼고 있을 감정.

그녀들에게 오늘이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힘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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