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노숙에 쓸쓸한 죽음까지…필리핀 카지노의 그늘

<앵커 멘트>

백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해마다 필리핀을 찾고 있는데요. 상당수가 현지에서 관광으로 카지노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노숙자 신세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있는데, 구본국 특파원이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닐라의 한 노숙인 쉼터.

지난달 중순 초췌한 모습의 한국인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오랫동안 먹지 못한 데다 결핵까지 걸린 상태.

도움을 요청합니다.

<인터뷰> "숨을 쉬기가 힘들고, 몸을 회복할 수 있도록 좀 도와주십시오."

사업 실패 후 카지노에 빠진 46살의 한국인은 쓸쓸히 숨을 거뒀습니다.

도박 중독자 가운데 일부는 손님 뒤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용돈을 받아 쓰는 이른바 '뒷전'으로 전락합니다.

뒷전 생활을 하는 탈북자 김모 씨, 하지만 도박을 끊기가 어렵습니다.

<인터뷰> 탈북자 김 씨 : "중국 공안이 쏘는 총알이 귀 옆으로 빵빵 지나가도 죽지 않고 살아왔는데. 되는 날이 있을 거다…. 심장이 뛰는 한 해보자."

필리핀에서 뒷전 생활을 하는 한국인은 2백여 명 정도.

그나마 돈을 구한 날은 2~3천 원짜리 싸구려 숙소라도 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대부분 노숙입니다.

수많은 카지노가 몰려 있는 필리핀 마닐라의 해변입니다.

카지노에서 가산을 탕진한 한국인들은 결국 이곳에서 노숙생활을 하며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필리핀의 카지노 매출은 25억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우리 국민 백만 명 이상이 매년 필리핀을 찾고 있습니다.

마닐라에서 KBS 뉴스 구본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