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작은 통일을 팝니다”…개성공단상회

입력 2015.07.18 (08:20) 수정 2015.07.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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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혹시 ‘개성공단 상회’라고 들어보셨나요?

개성공단의 입주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팔기위해 직접 낸 전문매장인데요.

지난달 1호점이 개장했는데 벌써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작은 통일을 파는 개성공단상회, 이현정 리포트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대표 전통문화 거리인 종로구 인사동.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작은 상점 하나가 눈에 띄는데요.

통일의 염원이 담긴 철길을 넘어야 들어갈 수 있는 이 상점은 ‘개성공단상회’

개성공단 입주업체 열 두 곳이 힘을 합쳐 만든 공동 판매직영점입니다.

<녹취> 이종덕(개성공단상회 부이사장) : "북측 주민이 만든 옷을 대한민국 국민이 입는다는 것, 그 자체가 저희는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북측과의 임금 갈등, 그리고 메르스.

상점의 문을 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그럴수록 기업인들은 더 똘똘 뭉쳐 힘을 냈고, 마침내 지난 달, 서울 한 복판에 ‘개성’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한번 입어보시겠어요?) 진짜 가볍고, 이건 가격이 어떻게 되죠? (아주 저렴하게, 이것도 한 이만 원이면 됩니다.)"

<녹취> "정말 가볍고요, 가격도 저렴하고 경쟁력 있을 거 같아요."

손님들이 몰려들기 전 저도 마음에 드는 옷을 한번 입어 보겠습니다.

제가 지금 입고 있는 이 옷은 개성공단상회의 상품 중 하나인데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을 유통 마진 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좋은 재질과 튼튼한 바느질에선 북한 근로자들과 남한 기업인들의 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녹취> 유종숙(서울 불광동) : "개성공단상회라고 써져 있어서 좀 호감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들어와 봤는데 제품도 좋고 가격도 좋은 것 같고."

아직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 번 왔던 사람들은 바로 단골손님으로 등극!

오늘이 벌써 세 번째 방문인 미국인 페스트라이쉬 씨.

평소 남북 관계에 관심이 많던 그는 ‘개성’이라는 단어에 끌려 이곳을 찾았다고 합니다.

<녹취>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미국) : "매우 인상 깊었어요. 지금까지 여러 남북 교류가 있었지만, 이번(개성공단)이 본격적인 교류고, 실제로 (남북이 함께) 사업하는 기회가 됐어요. 그래서 (개성공단을) 어떤 역사적인 움직임, 평화라고 생각하죠."

상점을 나서다 말고 되돌아서는데요.

<녹취> "저보다, 조금. 뭐 이정도면 (맞을 거 같아요). 얼마에요? (그거 9천원이요.) 9천원? 그래 이것도 하나."

아들을 위해 귀여운 티를 한 장 더 사고서야 매장을 나섭니다.

<녹취> "이러면 언니가 봐 주면 되지. (너무 잘 어울리세요.) 잘 어울려? (집에 입고 가셔도 될 것 같은데요?) 여기다 청바지 딱 받치면...그렇지?"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반이나 걸려 이곳에 온 소익수 할아버지.

자신을 신의주에서 태어난 해방둥이라고 소개한 할아버지도 개성공단 제품에 푹 빠진 단골손님입니다.

<녹취> 소익수(서울 강동구) : "감개무량하다고 보죠, 따지고 보면. 그래서 하여튼 더 홍보가 돼서 개성공단 제품도 대한국민 국민들한테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자꾸 넓혀 나가면 남북통일하는데 조금 지름길이 안 되겠나 싶어요."

좁은 골목 사이로 트럭 한 대가 들어오는데요.

개성공단에서 상품을 싣고 막 달려오는 길입니다.

<녹취> 김창용(영이너폼 물류부 과장) : "일단 저희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제품들이 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개성공단이 더 많은 발전을 이뤄서 저희가 남북통일이 되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고요...."

개성공단상회는 전국각지에서 고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개장을 앞둔 개성공단상회 2호점은 아웃도어 상품 전문점입니다.

<녹취> 유영채(서울시 목동) : "여기 있는 옷들 다 하나씩 샀어요. 제가. 바지에서부터 다."

정식 개장도 안했는데 벌써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좋은 상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고 하죠.

입소문을 탄 품질 덕분에 손님들이 너도 나도 몰려들어 임시로 영업을 시작했답니다.

<녹취> 유영채(서울시 목동) : "외국 브랜드하고 비교하면 그렇게 나쁘거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아요, 좋으니까 다시 재구매하고 그러는 거지. 마음에 안 들고 그러면 안 사죠."

'개성공단상회'는 안국 본점을 시작으로, 오는 8월에는 경남 창원점과 이곳 북한산성점을 본격 운영할 예정인데요.

2016년까지의 목표는 30개 매장 개점. 전국각지에서 개성을 만날 수 있겠죠?

지난 6일에는 홍콩에서 열린 홍콩패션위크 전시회에도 참석했는데요.

한중FTA 발효를 앞두고, 중국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홍콩의 문을 먼저 두드린 겁니다.

<녹취> 이종덕(개성공단상회 부이사장) : "세상에는 작지만 가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 상회가 바로 그러한 곳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개성공단상회가 바로 작은 통일이라고 생각하고요. 통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냉온탕을 오가는 남북 관계 속에서도 10년 넘게 끈을 놓지 않았던 ‘개성공단’.

남과 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제품은 단순한 상품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개성공단상회, 오늘도 남과 북이 함께 할 날을 위한 작은 통일을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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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작은 통일을 팝니다”…개성공단상회
    • 입력 2015-07-18 08:25:38
    • 수정2015-07-18 08:42:08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혹시 ‘개성공단 상회’라고 들어보셨나요?

개성공단의 입주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팔기위해 직접 낸 전문매장인데요.

지난달 1호점이 개장했는데 벌써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작은 통일을 파는 개성공단상회, 이현정 리포트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대표 전통문화 거리인 종로구 인사동.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작은 상점 하나가 눈에 띄는데요.

통일의 염원이 담긴 철길을 넘어야 들어갈 수 있는 이 상점은 ‘개성공단상회’

개성공단 입주업체 열 두 곳이 힘을 합쳐 만든 공동 판매직영점입니다.

<녹취> 이종덕(개성공단상회 부이사장) : "북측 주민이 만든 옷을 대한민국 국민이 입는다는 것, 그 자체가 저희는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북측과의 임금 갈등, 그리고 메르스.

상점의 문을 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그럴수록 기업인들은 더 똘똘 뭉쳐 힘을 냈고, 마침내 지난 달, 서울 한 복판에 ‘개성’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한번 입어보시겠어요?) 진짜 가볍고, 이건 가격이 어떻게 되죠? (아주 저렴하게, 이것도 한 이만 원이면 됩니다.)"

<녹취> "정말 가볍고요, 가격도 저렴하고 경쟁력 있을 거 같아요."

손님들이 몰려들기 전 저도 마음에 드는 옷을 한번 입어 보겠습니다.

제가 지금 입고 있는 이 옷은 개성공단상회의 상품 중 하나인데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을 유통 마진 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좋은 재질과 튼튼한 바느질에선 북한 근로자들과 남한 기업인들의 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녹취> 유종숙(서울 불광동) : "개성공단상회라고 써져 있어서 좀 호감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들어와 봤는데 제품도 좋고 가격도 좋은 것 같고."

아직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 번 왔던 사람들은 바로 단골손님으로 등극!

오늘이 벌써 세 번째 방문인 미국인 페스트라이쉬 씨.

평소 남북 관계에 관심이 많던 그는 ‘개성’이라는 단어에 끌려 이곳을 찾았다고 합니다.

<녹취>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미국) : "매우 인상 깊었어요. 지금까지 여러 남북 교류가 있었지만, 이번(개성공단)이 본격적인 교류고, 실제로 (남북이 함께) 사업하는 기회가 됐어요. 그래서 (개성공단을) 어떤 역사적인 움직임, 평화라고 생각하죠."

상점을 나서다 말고 되돌아서는데요.

<녹취> "저보다, 조금. 뭐 이정도면 (맞을 거 같아요). 얼마에요? (그거 9천원이요.) 9천원? 그래 이것도 하나."

아들을 위해 귀여운 티를 한 장 더 사고서야 매장을 나섭니다.

<녹취> "이러면 언니가 봐 주면 되지. (너무 잘 어울리세요.) 잘 어울려? (집에 입고 가셔도 될 것 같은데요?) 여기다 청바지 딱 받치면...그렇지?"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반이나 걸려 이곳에 온 소익수 할아버지.

자신을 신의주에서 태어난 해방둥이라고 소개한 할아버지도 개성공단 제품에 푹 빠진 단골손님입니다.

<녹취> 소익수(서울 강동구) : "감개무량하다고 보죠, 따지고 보면. 그래서 하여튼 더 홍보가 돼서 개성공단 제품도 대한국민 국민들한테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자꾸 넓혀 나가면 남북통일하는데 조금 지름길이 안 되겠나 싶어요."

좁은 골목 사이로 트럭 한 대가 들어오는데요.

개성공단에서 상품을 싣고 막 달려오는 길입니다.

<녹취> 김창용(영이너폼 물류부 과장) : "일단 저희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제품들이 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개성공단이 더 많은 발전을 이뤄서 저희가 남북통일이 되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고요...."

개성공단상회는 전국각지에서 고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개장을 앞둔 개성공단상회 2호점은 아웃도어 상품 전문점입니다.

<녹취> 유영채(서울시 목동) : "여기 있는 옷들 다 하나씩 샀어요. 제가. 바지에서부터 다."

정식 개장도 안했는데 벌써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좋은 상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고 하죠.

입소문을 탄 품질 덕분에 손님들이 너도 나도 몰려들어 임시로 영업을 시작했답니다.

<녹취> 유영채(서울시 목동) : "외국 브랜드하고 비교하면 그렇게 나쁘거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아요, 좋으니까 다시 재구매하고 그러는 거지. 마음에 안 들고 그러면 안 사죠."

'개성공단상회'는 안국 본점을 시작으로, 오는 8월에는 경남 창원점과 이곳 북한산성점을 본격 운영할 예정인데요.

2016년까지의 목표는 30개 매장 개점. 전국각지에서 개성을 만날 수 있겠죠?

지난 6일에는 홍콩에서 열린 홍콩패션위크 전시회에도 참석했는데요.

한중FTA 발효를 앞두고, 중국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홍콩의 문을 먼저 두드린 겁니다.

<녹취> 이종덕(개성공단상회 부이사장) : "세상에는 작지만 가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 상회가 바로 그러한 곳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개성공단상회가 바로 작은 통일이라고 생각하고요. 통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냉온탕을 오가는 남북 관계 속에서도 10년 넘게 끈을 놓지 않았던 ‘개성공단’.

남과 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제품은 단순한 상품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개성공단상회, 오늘도 남과 북이 함께 할 날을 위한 작은 통일을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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