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겠다” 일념 하나로! 폐허서 한강의 기적을

입력 2015.08.15 (21:42) 수정 2015.08.1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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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광복 70년, 한강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렇게 도도하게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흐르고 있습니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대한민국의 약진을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것도 한강의 이런 상징성 때문일 겁니다.

변변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도약은 6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그리고 그 안에서 강력하게 추진된 '중화학 공업' 육성과 '수출' 중심 산업 전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70년 동안 묵묵히 땀 흘려 일한 국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던 건데요.

먼저 그 숨은 주역들을 오수호 기자가 직접 만났습니다.

<리포트>

1970년대 재봉틀이 쉴 새 없이 돌아가던 구로공단.

17살에 공장에 들어가 그 재봉틀과 함께 청춘을 보낸 고한순 씨는 올해로 쉰 살,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됐습니다.

<녹취>고한순(전 구로공단 여공) : "저기 주차장이 경비실 자리였어요. 경비실 지나면 기숙사였고..."

하루 13시간을 꼬박 일만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옷은 해외로 수출돼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종잣돈이 됐습니다.

<인터뷰> 고한순(전 구로공단 여공) :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했다고 봐야죠. 지금 생각하면 자랑스럽고 잘했다고 생각해요. 내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을 하니까."

세계 속 건설 한국의 평판은 열사의 땅 중동건설에서 시작됐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 힘겹게 돈을 번 젊은이들은 그 돈을 고스란히 고국으로 보냈습니다.

모래 섞인 밥을 먹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건, 오직 잘 살겠다는 마음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박규직(전 중동 건설 근로자) : "우리가 그동안 참 못 살았지 않냐,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가난을)자식들에게까지 물려줄 순 없지 않냐..."

먼 땅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

석탄 가루로 범벅이 된 몸을 씻고 마른 빵을 삼키면서도 한 번도 내 나라를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허완자(전 독일 파견 간호사) "한국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고생 안 했을까봐? 그 사람들도 사느라 힘들었다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국 국적 가지고 있어요."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고 공장에서, 해외에서 열심히 일을 한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진정한 주역들입니다.

<기자 멘트>

지금 보시는 장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합의에 서명하는 모습입니다.

광복 70년, 전쟁의 폐허도 딛고 일어선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이었죠.

경제 발전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려온 국민들이 그동안 모은 금을 내놓는 등 힘을 모아 위기를 잘 넘겼는데요.

이후에도 IT 거품 붕괴, 카드대란 등 굵직한 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우리 경제는 이렇게 크고 작은 위기들을 극복하고, 한 단계, 한 단계 성장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이런 성장의 결과는 눈부십니다.

한국전쟁 직후 500억 원도 채 안 되던 우리 국내총생산은 1500조 원에 육박하며 세계 13위, 1인당 국민소득도 67달러에서 선진국 문턱인 3만 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죠.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이 주도하며 세계 6위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늘 그래 왔듯 이제는 또 다른 위기 국면입니다.

1961년부터 30년 동안 연평균 10% 가까운 고성장을 했던 우리 경제는 2천년대 들어 4% 정도로 성장세가 떨어졌고, 올해는 3%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떨어진 경제 활력, 그 이유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한 과제는 뭔지 박종훈 기자가 진단합니다.

<리포트>

멈추지 않는 거센 도전으로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성장했던 우리 경제.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 전반에 혁신 속도가 더뎌지면서 후발 국가들의 거센 추격을 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더구나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경제 활력이 크게 둔화됐습니다.

<인터뷰> 이준협(현대경제연구원 실장) : "이제는 선진국을 눈앞에 둔 상황까지 왔거든요. 그런데 최근 10년을 보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선진국으로 가는 마지막 허들을 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흔들리는 중산층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소비 기반을 다시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미래세대를 위한 강력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열쇠를 찾아야 합니다.

모방경제를 혁신경제로 바꾸는 근본적인 전환을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도 발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과 교육 등 4대부문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 시급합니다.

<인터뷰> 김정식(연세대 교수) :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30년 동안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느냐하는 관건이다..."

70년 동안 거친 파고를 넘어 놀라운 기적을 일궈낸 대한민국, 이제 더 전진하느냐 주저앉느냐 그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KBS 뉴스 박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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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살겠다” 일념 하나로! 폐허서 한강의 기적을
    • 입력 2015-08-15 21:46:52
    • 수정2015-08-15 22: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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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광복 70년, 한강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렇게 도도하게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흐르고 있습니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대한민국의 약진을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것도 한강의 이런 상징성 때문일 겁니다.

변변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도약은 6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그리고 그 안에서 강력하게 추진된 '중화학 공업' 육성과 '수출' 중심 산업 전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70년 동안 묵묵히 땀 흘려 일한 국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던 건데요.

먼저 그 숨은 주역들을 오수호 기자가 직접 만났습니다.

<리포트>

1970년대 재봉틀이 쉴 새 없이 돌아가던 구로공단.

17살에 공장에 들어가 그 재봉틀과 함께 청춘을 보낸 고한순 씨는 올해로 쉰 살,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됐습니다.

<녹취>고한순(전 구로공단 여공) : "저기 주차장이 경비실 자리였어요. 경비실 지나면 기숙사였고..."

하루 13시간을 꼬박 일만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옷은 해외로 수출돼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종잣돈이 됐습니다.

<인터뷰> 고한순(전 구로공단 여공) :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했다고 봐야죠. 지금 생각하면 자랑스럽고 잘했다고 생각해요. 내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을 하니까."

세계 속 건설 한국의 평판은 열사의 땅 중동건설에서 시작됐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 힘겹게 돈을 번 젊은이들은 그 돈을 고스란히 고국으로 보냈습니다.

모래 섞인 밥을 먹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건, 오직 잘 살겠다는 마음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박규직(전 중동 건설 근로자) : "우리가 그동안 참 못 살았지 않냐,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가난을)자식들에게까지 물려줄 순 없지 않냐..."

먼 땅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

석탄 가루로 범벅이 된 몸을 씻고 마른 빵을 삼키면서도 한 번도 내 나라를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허완자(전 독일 파견 간호사) "한국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고생 안 했을까봐? 그 사람들도 사느라 힘들었다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국 국적 가지고 있어요."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고 공장에서, 해외에서 열심히 일을 한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진정한 주역들입니다.

<기자 멘트>

지금 보시는 장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합의에 서명하는 모습입니다.

광복 70년, 전쟁의 폐허도 딛고 일어선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이었죠.

경제 발전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려온 국민들이 그동안 모은 금을 내놓는 등 힘을 모아 위기를 잘 넘겼는데요.

이후에도 IT 거품 붕괴, 카드대란 등 굵직한 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우리 경제는 이렇게 크고 작은 위기들을 극복하고, 한 단계, 한 단계 성장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이런 성장의 결과는 눈부십니다.

한국전쟁 직후 500억 원도 채 안 되던 우리 국내총생산은 1500조 원에 육박하며 세계 13위, 1인당 국민소득도 67달러에서 선진국 문턱인 3만 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죠.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이 주도하며 세계 6위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늘 그래 왔듯 이제는 또 다른 위기 국면입니다.

1961년부터 30년 동안 연평균 10% 가까운 고성장을 했던 우리 경제는 2천년대 들어 4% 정도로 성장세가 떨어졌고, 올해는 3%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떨어진 경제 활력, 그 이유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한 과제는 뭔지 박종훈 기자가 진단합니다.

<리포트>

멈추지 않는 거센 도전으로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성장했던 우리 경제.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 전반에 혁신 속도가 더뎌지면서 후발 국가들의 거센 추격을 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더구나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경제 활력이 크게 둔화됐습니다.

<인터뷰> 이준협(현대경제연구원 실장) : "이제는 선진국을 눈앞에 둔 상황까지 왔거든요. 그런데 최근 10년을 보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선진국으로 가는 마지막 허들을 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흔들리는 중산층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소비 기반을 다시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미래세대를 위한 강력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열쇠를 찾아야 합니다.

모방경제를 혁신경제로 바꾸는 근본적인 전환을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도 발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과 교육 등 4대부문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 시급합니다.

<인터뷰> 김정식(연세대 교수) :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30년 동안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느냐하는 관건이다..."

70년 동안 거친 파고를 넘어 놀라운 기적을 일궈낸 대한민국, 이제 더 전진하느냐 주저앉느냐 그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KBS 뉴스 박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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