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벤틀리-페라리 추돌…알고보니 ‘부부싸움’

입력 2015.08.18 (08:30) 수정 2015.08.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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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뒷범퍼가 심하게 일그러진 이 차량.

국내 신차 판매가가 5억 원에 이른다는 외제 승용차 페라리입니다.

옆에 보이는 이 차량은 벤틀리인데, 이 차도 차 값이 수억 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싼 두 차량이 도로에서 그만 접촉사고를 냈습니다.

두 차량의 수리비만 3억 원이 나왔고, 추돌 사고의 여파로, 앞에서 신호 대기를 하던 애꿎은 택시마저 파손됐습니다.

그런데 좀 엉뚱한 건 피해를 입은 이 택시 운전기사가 공갈 혐의로 입건이 됐다는 겁니다.

좀 복잡한데요, 어떻게 된 사건인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리포트>

사건은 지난 6월 13일 새벽 4시쯤 일어났습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삼중 추돌사고가 났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곧바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

그런데 좀 생소한 장면이 목격됩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벤틀리가 신호 대기하고 있던 페라리를 들이박고 그 앞에 신호 대기하던 개인택시 차량을 연쇄 추돌한 그런 사고로…….”

페라리와 벤틀리.

일부에서 이른바 ‘수퍼카’로 불리는 고가의 외제차였습니다.

부서진 두 차량의 수리비만 3억 원을 훌쩍 넘을 정도였는데요.

그렇다면, 대체 이 보기 드문 사고는 왜 일어나게 된 걸까?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뒤에서 최초 추돌했던 벤틀리 운전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115%로 만취 음주 운전으로 추돌사고를 일으킨 그런 사고로 확인됐습니다.”

단순한 음주사고일까?

그런데 뜻밖인 건 두 슈퍼카의 운전자가 알고 봤더니, 부부 사이라는 겁니다.

페라리를 모는 남편과 벤틀리를 모는 아내.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아내가) 남편하고 만나서 모 식당에서 식사하러 이동하는 중에 앞차가 정차됐는데 그걸 제대로 보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밟지 못해서 사고가 나게 되었다”

그런데, 사고 조사를 하던 경찰은 뭔가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합니다.

사고 당시, 남편의 차량은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해 있던 상황.

실수로 부딪힌 사고라고 하기에는 차량의 파손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페라리는 완파되어서 수리가 어려운 폐차 지경까지 간 것으로 확인되었고…….”

마치 작정을 하고 달려든 듯 페라리의 뒷부분을 완전히 망가뜨린 상황.

충격이 얼마나 셌던지, 정차해 있던 남편의 승용차가 앞에 서 있던 택시까지 들이받은 상태였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전방을 잘못 보거나 차선을 잘못 바꾸다가 사고 나는 게 과실에 의해서 나는 사고인데 대부분 보면 서든가 속도를 줄이든가 그런데 차선 바꾸면서 오히려 과속해서 박아버려요.”

경찰은 이들을 계속 추궁했습니다.

그리고, 집요한 조사 끝에, 결국, 남편은 이날 새벽의 사고가 고의적인 사고 였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경찰이 조사한 상황은 이렇습니다.

평소 늦은 귀가 등으로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다는 아내.

밤늦게까지 연락되지 않지 않는 남편에게 화가 난 아내는 차를 몰고 집 밖을 나가게 됩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술 마시지 않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날따라 (남편이) 늦게까지 오지 않고 한 점에 화가 나면서 아는 분들하고 만나게 돼서 거기서도 3시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고 하니 (아내가) 홧김에 술을 마시게 되고…….”

지인과 술자리를 마친 아내는 차를 타고 도로를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눈에 익은 페라리 차량을 몰고 다른 술집을 나서는 남편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아내.

남편의 차량 뒤로 다가가 있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아 버립니다.

충격으로 앞에 있던 택시까지 들이받게 된 상황.

당혹스러웠지만, 대략적인 상황을 인지한 남편은 곧바로 사고 수습을 시도합니다.

<녹취>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우선 사고를 당하고 차에서 내려 보니까 자기 부인이었고 또 부인이 술 냄새가 나고 하다 보니까…….”

우발적인 사고였다며, 수리비 청구를 위한 보험 접수까지 곧바로 마쳤습니다.

<녹취>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보험처리 관계라든지 부인이 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서 실수로 밟았다 하는 점 등으로 원만하게 처리를 유도하기 위해서…….”

그런데,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부부의 이런 속내를 훤히 궤뚫고 있던 사람.

바로, 추돌 사고의 2차 피해자였던, 택시 운전기사였습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강남경찰서 교통과) : “죽여버릴 거야 이런 말 등이 들리니까 그런 점 등을 들었던 개인택시 기사가 당시 차량이 고가의 외제차고 또 부부관계고 돈도 많겠다는 그런 정황들을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수 억원 짜리 슈퍼카 차주의 싸움을 곁에서 지켜보던 택시기사 김모 씨.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부부 사이에서 벌어진 고의 사고임을 눈치챈 김 씨는 남편에게 다가가 겁을 주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강남경찰서 교통과) : “그이런 사고 등과 관련해 무마하기 위해서 1억 원으로 합의해준 사례가 있다 하는 그런 내용 등을 언급합니다. 적게 할 정도면 3천만 원을 뭐 할 수도 있겠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돼버린 택시기사.

아내가 받게 될 처벌도 두렵고, 또, 어마 어마한 수리비도 두려웠다는 남편은 결국 택시기사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차량 수리비 5백만 원, 그리고 개인적인 합의금 2천2백만 원으로 합의가 돼서 2천7백만 원으로 합의가 됐는데…….”

하지만, 이들의 비밀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 사이에 거액의 합의금이 오간 사실을 발견한 경찰은 곧 사건의 내막을 모두 알아차리게 됩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보통은 (합의금이) 백만 원에서 3백만 원 사이 그렇게 해서 들어가는데 터무니없이 좀 많은 돈이 들어갔죠.”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강남경찰서 교통과) : “(어머니) 수술비가 급했고 또 전세 보증금이 또 마련이 필요해서 그런 합의금을 요구했던 것 같고…….”

사실 이렇게 해서 택시 기사의 입막음을 했더라도, 보험금을 받기가 쉽지는 않았을거라는게 전문가의 얘기입니다.

<인터뷰> 박승호(팀장/손해보험협회 홍보팀) : “청구를 한다 한들 보상이 안 돼요. 자동차보험 표준 약관에 의해서 같은 경제권을 나누고 있는 가족 간의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게 됩니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부부가 같이 사고 냈던 부분이고 그 사고 차제가 고의로 난 사고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보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새벽 시간, 서울 강남 한복판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부 슈퍼카 추돌 사고.

경찰은 택시 기사 김 씨에 대해 공갈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아내에 대해서는 음주 운전과 폭력 혐의를 적용해 형사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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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벤틀리-페라리 추돌…알고보니 ‘부부싸움’
    • 입력 2015-08-18 08:31:23
    • 수정2015-08-18 12: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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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뒷범퍼가 심하게 일그러진 이 차량.

국내 신차 판매가가 5억 원에 이른다는 외제 승용차 페라리입니다.

옆에 보이는 이 차량은 벤틀리인데, 이 차도 차 값이 수억 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싼 두 차량이 도로에서 그만 접촉사고를 냈습니다.

두 차량의 수리비만 3억 원이 나왔고, 추돌 사고의 여파로, 앞에서 신호 대기를 하던 애꿎은 택시마저 파손됐습니다.

그런데 좀 엉뚱한 건 피해를 입은 이 택시 운전기사가 공갈 혐의로 입건이 됐다는 겁니다.

좀 복잡한데요, 어떻게 된 사건인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리포트>

사건은 지난 6월 13일 새벽 4시쯤 일어났습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삼중 추돌사고가 났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곧바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

그런데 좀 생소한 장면이 목격됩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벤틀리가 신호 대기하고 있던 페라리를 들이박고 그 앞에 신호 대기하던 개인택시 차량을 연쇄 추돌한 그런 사고로…….”

페라리와 벤틀리.

일부에서 이른바 ‘수퍼카’로 불리는 고가의 외제차였습니다.

부서진 두 차량의 수리비만 3억 원을 훌쩍 넘을 정도였는데요.

그렇다면, 대체 이 보기 드문 사고는 왜 일어나게 된 걸까?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뒤에서 최초 추돌했던 벤틀리 운전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115%로 만취 음주 운전으로 추돌사고를 일으킨 그런 사고로 확인됐습니다.”

단순한 음주사고일까?

그런데 뜻밖인 건 두 슈퍼카의 운전자가 알고 봤더니, 부부 사이라는 겁니다.

페라리를 모는 남편과 벤틀리를 모는 아내.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아내가) 남편하고 만나서 모 식당에서 식사하러 이동하는 중에 앞차가 정차됐는데 그걸 제대로 보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밟지 못해서 사고가 나게 되었다”

그런데, 사고 조사를 하던 경찰은 뭔가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합니다.

사고 당시, 남편의 차량은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해 있던 상황.

실수로 부딪힌 사고라고 하기에는 차량의 파손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페라리는 완파되어서 수리가 어려운 폐차 지경까지 간 것으로 확인되었고…….”

마치 작정을 하고 달려든 듯 페라리의 뒷부분을 완전히 망가뜨린 상황.

충격이 얼마나 셌던지, 정차해 있던 남편의 승용차가 앞에 서 있던 택시까지 들이받은 상태였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전방을 잘못 보거나 차선을 잘못 바꾸다가 사고 나는 게 과실에 의해서 나는 사고인데 대부분 보면 서든가 속도를 줄이든가 그런데 차선 바꾸면서 오히려 과속해서 박아버려요.”

경찰은 이들을 계속 추궁했습니다.

그리고, 집요한 조사 끝에, 결국, 남편은 이날 새벽의 사고가 고의적인 사고 였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경찰이 조사한 상황은 이렇습니다.

평소 늦은 귀가 등으로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다는 아내.

밤늦게까지 연락되지 않지 않는 남편에게 화가 난 아내는 차를 몰고 집 밖을 나가게 됩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술 마시지 않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날따라 (남편이) 늦게까지 오지 않고 한 점에 화가 나면서 아는 분들하고 만나게 돼서 거기서도 3시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고 하니 (아내가) 홧김에 술을 마시게 되고…….”

지인과 술자리를 마친 아내는 차를 타고 도로를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눈에 익은 페라리 차량을 몰고 다른 술집을 나서는 남편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아내.

남편의 차량 뒤로 다가가 있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아 버립니다.

충격으로 앞에 있던 택시까지 들이받게 된 상황.

당혹스러웠지만, 대략적인 상황을 인지한 남편은 곧바로 사고 수습을 시도합니다.

<녹취>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우선 사고를 당하고 차에서 내려 보니까 자기 부인이었고 또 부인이 술 냄새가 나고 하다 보니까…….”

우발적인 사고였다며, 수리비 청구를 위한 보험 접수까지 곧바로 마쳤습니다.

<녹취>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보험처리 관계라든지 부인이 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서 실수로 밟았다 하는 점 등으로 원만하게 처리를 유도하기 위해서…….”

그런데,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부부의 이런 속내를 훤히 궤뚫고 있던 사람.

바로, 추돌 사고의 2차 피해자였던, 택시 운전기사였습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강남경찰서 교통과) : “죽여버릴 거야 이런 말 등이 들리니까 그런 점 등을 들었던 개인택시 기사가 당시 차량이 고가의 외제차고 또 부부관계고 돈도 많겠다는 그런 정황들을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수 억원 짜리 슈퍼카 차주의 싸움을 곁에서 지켜보던 택시기사 김모 씨.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부부 사이에서 벌어진 고의 사고임을 눈치챈 김 씨는 남편에게 다가가 겁을 주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강남경찰서 교통과) : “그이런 사고 등과 관련해 무마하기 위해서 1억 원으로 합의해준 사례가 있다 하는 그런 내용 등을 언급합니다. 적게 할 정도면 3천만 원을 뭐 할 수도 있겠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돼버린 택시기사.

아내가 받게 될 처벌도 두렵고, 또, 어마 어마한 수리비도 두려웠다는 남편은 결국 택시기사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 “차량 수리비 5백만 원, 그리고 개인적인 합의금 2천2백만 원으로 합의가 돼서 2천7백만 원으로 합의가 됐는데…….”

하지만, 이들의 비밀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 사이에 거액의 합의금이 오간 사실을 발견한 경찰은 곧 사건의 내막을 모두 알아차리게 됩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보통은 (합의금이) 백만 원에서 3백만 원 사이 그렇게 해서 들어가는데 터무니없이 좀 많은 돈이 들어갔죠.”

<인터뷰> 윤병현(과장/서울강남경찰서 교통과) : “(어머니) 수술비가 급했고 또 전세 보증금이 또 마련이 필요해서 그런 합의금을 요구했던 것 같고…….”

사실 이렇게 해서 택시 기사의 입막음을 했더라도, 보험금을 받기가 쉽지는 않았을거라는게 전문가의 얘기입니다.

<인터뷰> 박승호(팀장/손해보험협회 홍보팀) : “청구를 한다 한들 보상이 안 돼요. 자동차보험 표준 약관에 의해서 같은 경제권을 나누고 있는 가족 간의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게 됩니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부부가 같이 사고 냈던 부분이고 그 사고 차제가 고의로 난 사고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보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새벽 시간, 서울 강남 한복판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부 슈퍼카 추돌 사고.

경찰은 택시 기사 김 씨에 대해 공갈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아내에 대해서는 음주 운전과 폭력 혐의를 적용해 형사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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