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병상 누운 아들 살해 70대 노모 사연은?

입력 2015.09.01 (08:31) 수정 2015.09.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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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누워서만 지내던 중년의 남성이 어느 날 갑자기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이 됩니다.

신고자인 가족은 이 남성이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고 신고를 해왔는데요,

물론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남성이 목을 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알고 봤더니, 남성을 숨지게 한 건 70대 노모였습니다.

25년 동안이나 아들의 병수발을 들어왔다는 어머니.

대체 무엇이 이런 비극을 부르게 된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가장 먼저 신고가 접수된 건, 119 상황실이었습니다.

이틀 전인 지난 일요일 오후 2시 쯤.

신고 전화를 걸어온 여성은 자신의 오빠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녹취> 정경선(소방교/시흥 소방서) : “119상황실로 목을 맸다고 신고가 접수됐어요. 호흡이 없다. 이렇게 신고가 접수돼서 저희가 나갔고요.”

현장에 급히 도착한 119 구급대.

방안에는 중년의 남성이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습니다.

노모와 함께 오래전부터 이 집에 살았다는 48살의 박 모씨.

박 씨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녹취> 정경선(소방교/시흥 소방서) : “얼굴에는 청색증이 있었고 호흡, 맥박이 없었고 더 이상의 심폐소생술이 요구되는 환자가 아니라서 심폐소생 유보를 했거든요. 그만뒀어요. 심폐소생술을.”

시신의 상태로 미뤄, 사망자는 숨을 거둔지 한참이 지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왜 이렇게 신고가 지체된 걸까?

그리고 보니, 가족의 말도 어딘가 좀 수상합니다.

<녹취> 정경선(소방교/시흥 소방서) : “(이상해서) 마지막 발견 시간을 여쭤봤어요. 보호자한테. 13시경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갔을 때는 (오후) 2시 넘어서였어요. 1시간이 지난 거잖아요.”

환자를 발견하고서도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신고를 했다는 얘기.

잠시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 역시, 사인을 조사하던 중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형사들이 예리하게 보니까 자살한 흔적과 타살한 흔적은 판이하게 달라요. 삭흔(끈자국)이라고 하는 그 흔적이 남아요.”

자살로 보기에는 미심쩍은 목부위의 흔적.

게다가 알고 보니 사망자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침대에만 누워서 지내오던 터였습니다.

스스로 목을 매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상황.

변사 신고 사건은 순식간에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바뀌게 됩니다.

경찰은 신고자인 동생을 추궁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동생한테 다그치니까 엄마가 그랬다고 그러더라고.”

뜻밖의 얘기였습니다.

박 씨를 살해한 용의자는 72살의 노모였습니다.

황혼의 어머니가 대체 왜 몸까지 불편한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게 된 걸까?

사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갑니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23살의 아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교통사고는 아들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한 25년 됐죠. 아들이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 당한 지가. 25년 전에 머리를 다쳤다고 하니까. 못 움직이는 상태였으니까…….”

머리를 크게 다친 아들은 그때부터,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야 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버틸 수가 없었던 아들.

그런 아들의 곁을 지키는 일은 온전히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들은 침대에 누워 살죠. 27년 전인가, 20몇 년 전에 교통사고 나서 완전히 그때부터 계속 누워 사는 모양이에요.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워서……. (할머니가) 굉장히 지쳐서 사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아들의 식사를 챙기고, 대소변을 치우고, 옷을 갈아 입혔던 어머니.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폐지를 주워가며 살림에 보탰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힘겹게 리어카를 끄는 데 힘에 겨워 살더라고요. 허리 이렇게 굽으시고 이렇게 끌고 다니시는데 참 마지못해 살아가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지낸 세월이 25년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아들의 병세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어느새 허리가 굽은 노인이 됐고, 아들을 돌보는 일은 점점 더 벅차기만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나이가 72세인데 허리도 굽었고 그리고 엄마가 그 정도면 온몸이 아프시겠죠. 25년간 (아들) 대소변을 받아내고 그랬으니까…….”

그런 어머니가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게 된 건, 얼마 전부터 자신의 건강마저 안 좋아지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허리와 다리가) 많이 아팠었나 봐요. 그게 일주일 약 먹어도 안 낫고 하니까…….”

아들을 제대로 돌보기가 힘들만큼 몸이 아파오자, 노모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어머니인 자신이 돌보기에도 벅찬 아들을, 이제 과연 누가 돌봐줄까 하는 고민.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가 죽으면 누가 애(아들) 수발해주나, 자기가 죽고 나서 없으면 보호시설로 가고 할 건데 어떻게 하 나. 천대받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했다고) 진술했는데…….”

결국 어머니의 이런 고민은 비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평소 아들을 위해 침대 허리춤에 받쳐 놓았던 도복 띠.

이걸 손에 빼어 든 노모는 한참의 망설임 끝에, 결국, 누워 있던 아들을 숨지게 하는데 이르게 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도복에다 띠를 말아서 욕창 생기지 말라고 받쳐놓는단 말이에요. 몸을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할 때) 받쳐놓는 도복에 띠가 있어요. 그걸로 한 거예요.”

자신의 삶을 희생해가며, 25년 동안이나 정성껏 돌봐왔던 아들.

그런 아들을 스스로 살해하게 된 어머니.

<녹취>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공공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은 데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요. 개인 가정사로 모두 해결을 하도록 이렇게 되어있기 때문에 그게 결국에는 개개인에게 너무 큰 부담을 야기하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뭐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판단을 하게 되는 거죠.”

경찰은 어머니 이 모 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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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병상 누운 아들 살해 70대 노모 사연은?
    • 입력 2015-09-01 08:32:10
    • 수정2015-09-01 08: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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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누워서만 지내던 중년의 남성이 어느 날 갑자기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이 됩니다.

신고자인 가족은 이 남성이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고 신고를 해왔는데요,

물론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남성이 목을 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알고 봤더니, 남성을 숨지게 한 건 70대 노모였습니다.

25년 동안이나 아들의 병수발을 들어왔다는 어머니.

대체 무엇이 이런 비극을 부르게 된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가장 먼저 신고가 접수된 건, 119 상황실이었습니다.

이틀 전인 지난 일요일 오후 2시 쯤.

신고 전화를 걸어온 여성은 자신의 오빠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녹취> 정경선(소방교/시흥 소방서) : “119상황실로 목을 맸다고 신고가 접수됐어요. 호흡이 없다. 이렇게 신고가 접수돼서 저희가 나갔고요.”

현장에 급히 도착한 119 구급대.

방안에는 중년의 남성이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습니다.

노모와 함께 오래전부터 이 집에 살았다는 48살의 박 모씨.

박 씨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녹취> 정경선(소방교/시흥 소방서) : “얼굴에는 청색증이 있었고 호흡, 맥박이 없었고 더 이상의 심폐소생술이 요구되는 환자가 아니라서 심폐소생 유보를 했거든요. 그만뒀어요. 심폐소생술을.”

시신의 상태로 미뤄, 사망자는 숨을 거둔지 한참이 지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왜 이렇게 신고가 지체된 걸까?

그리고 보니, 가족의 말도 어딘가 좀 수상합니다.

<녹취> 정경선(소방교/시흥 소방서) : “(이상해서) 마지막 발견 시간을 여쭤봤어요. 보호자한테. 13시경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갔을 때는 (오후) 2시 넘어서였어요. 1시간이 지난 거잖아요.”

환자를 발견하고서도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신고를 했다는 얘기.

잠시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 역시, 사인을 조사하던 중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형사들이 예리하게 보니까 자살한 흔적과 타살한 흔적은 판이하게 달라요. 삭흔(끈자국)이라고 하는 그 흔적이 남아요.”

자살로 보기에는 미심쩍은 목부위의 흔적.

게다가 알고 보니 사망자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침대에만 누워서 지내오던 터였습니다.

스스로 목을 매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상황.

변사 신고 사건은 순식간에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바뀌게 됩니다.

경찰은 신고자인 동생을 추궁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동생한테 다그치니까 엄마가 그랬다고 그러더라고.”

뜻밖의 얘기였습니다.

박 씨를 살해한 용의자는 72살의 노모였습니다.

황혼의 어머니가 대체 왜 몸까지 불편한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게 된 걸까?

사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갑니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23살의 아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교통사고는 아들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한 25년 됐죠. 아들이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 당한 지가. 25년 전에 머리를 다쳤다고 하니까. 못 움직이는 상태였으니까…….”

머리를 크게 다친 아들은 그때부터,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야 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버틸 수가 없었던 아들.

그런 아들의 곁을 지키는 일은 온전히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들은 침대에 누워 살죠. 27년 전인가, 20몇 년 전에 교통사고 나서 완전히 그때부터 계속 누워 사는 모양이에요.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워서……. (할머니가) 굉장히 지쳐서 사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아들의 식사를 챙기고, 대소변을 치우고, 옷을 갈아 입혔던 어머니.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폐지를 주워가며 살림에 보탰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힘겹게 리어카를 끄는 데 힘에 겨워 살더라고요. 허리 이렇게 굽으시고 이렇게 끌고 다니시는데 참 마지못해 살아가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지낸 세월이 25년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아들의 병세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어느새 허리가 굽은 노인이 됐고, 아들을 돌보는 일은 점점 더 벅차기만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나이가 72세인데 허리도 굽었고 그리고 엄마가 그 정도면 온몸이 아프시겠죠. 25년간 (아들) 대소변을 받아내고 그랬으니까…….”

그런 어머니가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게 된 건, 얼마 전부터 자신의 건강마저 안 좋아지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허리와 다리가) 많이 아팠었나 봐요. 그게 일주일 약 먹어도 안 낫고 하니까…….”

아들을 제대로 돌보기가 힘들만큼 몸이 아파오자, 노모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어머니인 자신이 돌보기에도 벅찬 아들을, 이제 과연 누가 돌봐줄까 하는 고민.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가 죽으면 누가 애(아들) 수발해주나, 자기가 죽고 나서 없으면 보호시설로 가고 할 건데 어떻게 하 나. 천대받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했다고) 진술했는데…….”

결국 어머니의 이런 고민은 비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평소 아들을 위해 침대 허리춤에 받쳐 놓았던 도복 띠.

이걸 손에 빼어 든 노모는 한참의 망설임 끝에, 결국, 누워 있던 아들을 숨지게 하는데 이르게 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도복에다 띠를 말아서 욕창 생기지 말라고 받쳐놓는단 말이에요. 몸을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할 때) 받쳐놓는 도복에 띠가 있어요. 그걸로 한 거예요.”

자신의 삶을 희생해가며, 25년 동안이나 정성껏 돌봐왔던 아들.

그런 아들을 스스로 살해하게 된 어머니.

<녹취>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공공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은 데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요. 개인 가정사로 모두 해결을 하도록 이렇게 되어있기 때문에 그게 결국에는 개개인에게 너무 큰 부담을 야기하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뭐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판단을 하게 되는 거죠.”

경찰은 어머니 이 모 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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