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사들] 병든 남편 누가 부양해야 하나?…부인 vs 어머니?

입력 2015.09.11 (08:44) 수정 2015.09.11 (09:3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일생 생활에서 꼭 알아둬야 할 법률 상식을 판결을 통해 알아보는 <친절한 판사들> 시간인데요.

몸이 아픈 남편을 아내가 부양하는 것이 맞을까요? 부모가 부양해야 하는 것이 맞을까요?

부부사이의 부양의무와 부모와 자식 간 부양의무 중 법적으로 어떤 의무가 더 우선하는지에 대한 판결이 나왔는데요.

먼저 어떤 사건인지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리포트>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A씨.

대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의식이 혼미한 채로 병석에 누워있게 됐는데요.

A씨를 적극적으로 간병하던 아내는 점차 소홀해졌고, 급기야 A씨의 어머니가 병간호에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경제적∙심적 부담을 느꼈던 A씨의 어머니는 며느리를 상대로 아픈 남편을 방치해 시부모가 부양했다며 이혼 청구 소송과 함께 사고 이후 들어간 간병비 등 2억 4000만 원 1억 6,000만원에 대한 반환 소송을 냈는데요.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앵커 멘트>

네 안타깝기도 하고, 이런 경우 누가 부양의 의무를 지게 되는지 헷갈리기도 하는데요.

정상철 판사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인데요.

이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의 판결이 달랐다죠?

<답변>
네, 이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며느리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와 부모의 성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사이에 우선순위가 없다고 보고, 며느리의 손을 들어준 건데요.

이와 반대로 대법원은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가 부모의 성인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보다 순위에서 앞선다고 보고, A씨 어머니, 다시 말해 시어머니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질문>
부양의 의무에도 순위가 있나 보죠?

<답변>
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와 부모의 성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둘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가 있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어머니의 주장처럼 며느리의 부양의무가 1순위 부양의무라면 시어머니가 아들의 병원비를 부담한 것은 며느리가 부담해야 할 것을 대신 부담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며느리의 주장처럼 같은 순위라면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병원비를 청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민법은 부양의무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양할 지는 부양의무자들이 서로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협의가 안 될 때는 이번 사건처럼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는 혼인관계에서 나오는 본질적인 의무이기 때문에 부모 등 다른 친족의 부양 의무보다 앞서는 1차적인, 선순위의 의무라고 보았습니다.

부모가 성인 자녀를 위해 져야 하는 부양의무는 부모에게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 그리고 자녀가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때에만 자식을 지원해야 하는 2차적인, 후순위의 의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선순위 부양의무자인 며느리가 아들을 부양하지 않아서 후순위 부양의무자인 시어머니가 어쩔 수 없이 아들의 병원비를 부담했다면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병원비로 지출한 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질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라고 하면 보통은 미성년 자녀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은 것이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다만, 차이점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부부간 부양의무와 마찬가지로 1차적인 부양의무입니다.

그에 반해 성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는 부부간 부양의무보다는 후순위이고 범위도 미성년 자녀일 때보다 훨씬 좁습니다.

<질문>
아무리 큰 금액이라도 선순위 부양의무자인 며느리가 모두 부담해야 하고, 후순위 부양의무자인 시어머니는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요?

<답변>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부부 사이이라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무조건 부양하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며느리의 재산 상태나 수입, 이미 이행한 부양의 정도,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된 원인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며느리가 부담할 병원비의 범위가 정해지게 됩니다.

<질문>
그렇다면, 장기간 별거하고 있는 배우자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도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변>
네. 별거를 하고 있더라도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양료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앞으로의 생활비뿐만 아니라 과거에 받지 못한 부양료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데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과거의 부양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게 부양의무를 이행하라고 청구한 이후 시점부터만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빨리 내용증명우편을 보내는 등 부양료를 요구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법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또 최근에는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아 부모-자식 간 소송이 빈번해지면서 ‘불효자방지법’도 논의되고 있는데요.

부양을 하라는 취지에서 재산을 자식에 물려주었는데,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을 경우, 어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답변>
네, 안타까운 일인데요.

이런 경우에는 부모를 부양할 것을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했는데, 부양을 하지 않아 조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증여한 재산을 돌려줄 것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친절한 판사들] 병든 남편 누가 부양해야 하나?…부인 vs 어머니?
    • 입력 2015-09-11 08:47:40
    • 수정2015-09-11 09:39:06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일생 생활에서 꼭 알아둬야 할 법률 상식을 판결을 통해 알아보는 <친절한 판사들> 시간인데요.

몸이 아픈 남편을 아내가 부양하는 것이 맞을까요? 부모가 부양해야 하는 것이 맞을까요?

부부사이의 부양의무와 부모와 자식 간 부양의무 중 법적으로 어떤 의무가 더 우선하는지에 대한 판결이 나왔는데요.

먼저 어떤 사건인지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리포트>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A씨.

대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의식이 혼미한 채로 병석에 누워있게 됐는데요.

A씨를 적극적으로 간병하던 아내는 점차 소홀해졌고, 급기야 A씨의 어머니가 병간호에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경제적∙심적 부담을 느꼈던 A씨의 어머니는 며느리를 상대로 아픈 남편을 방치해 시부모가 부양했다며 이혼 청구 소송과 함께 사고 이후 들어간 간병비 등 2억 4000만 원 1억 6,000만원에 대한 반환 소송을 냈는데요.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앵커 멘트>

네 안타깝기도 하고, 이런 경우 누가 부양의 의무를 지게 되는지 헷갈리기도 하는데요.

정상철 판사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인데요.

이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의 판결이 달랐다죠?

<답변>
네, 이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며느리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와 부모의 성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사이에 우선순위가 없다고 보고, 며느리의 손을 들어준 건데요.

이와 반대로 대법원은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가 부모의 성인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보다 순위에서 앞선다고 보고, A씨 어머니, 다시 말해 시어머니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질문>
부양의 의무에도 순위가 있나 보죠?

<답변>
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와 부모의 성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둘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가 있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어머니의 주장처럼 며느리의 부양의무가 1순위 부양의무라면 시어머니가 아들의 병원비를 부담한 것은 며느리가 부담해야 할 것을 대신 부담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며느리의 주장처럼 같은 순위라면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병원비를 청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민법은 부양의무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양할 지는 부양의무자들이 서로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협의가 안 될 때는 이번 사건처럼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는 혼인관계에서 나오는 본질적인 의무이기 때문에 부모 등 다른 친족의 부양 의무보다 앞서는 1차적인, 선순위의 의무라고 보았습니다.

부모가 성인 자녀를 위해 져야 하는 부양의무는 부모에게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 그리고 자녀가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때에만 자식을 지원해야 하는 2차적인, 후순위의 의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선순위 부양의무자인 며느리가 아들을 부양하지 않아서 후순위 부양의무자인 시어머니가 어쩔 수 없이 아들의 병원비를 부담했다면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병원비로 지출한 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질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라고 하면 보통은 미성년 자녀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은 것이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다만, 차이점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부부간 부양의무와 마찬가지로 1차적인 부양의무입니다.

그에 반해 성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는 부부간 부양의무보다는 후순위이고 범위도 미성년 자녀일 때보다 훨씬 좁습니다.

<질문>
아무리 큰 금액이라도 선순위 부양의무자인 며느리가 모두 부담해야 하고, 후순위 부양의무자인 시어머니는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요?

<답변>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부부 사이이라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무조건 부양하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며느리의 재산 상태나 수입, 이미 이행한 부양의 정도,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된 원인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며느리가 부담할 병원비의 범위가 정해지게 됩니다.

<질문>
그렇다면, 장기간 별거하고 있는 배우자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도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변>
네. 별거를 하고 있더라도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양료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앞으로의 생활비뿐만 아니라 과거에 받지 못한 부양료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데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과거의 부양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게 부양의무를 이행하라고 청구한 이후 시점부터만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빨리 내용증명우편을 보내는 등 부양료를 요구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법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또 최근에는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아 부모-자식 간 소송이 빈번해지면서 ‘불효자방지법’도 논의되고 있는데요.

부양을 하라는 취지에서 재산을 자식에 물려주었는데,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을 경우, 어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답변>
네, 안타까운 일인데요.

이런 경우에는 부모를 부양할 것을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했는데, 부양을 하지 않아 조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증여한 재산을 돌려줄 것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