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북한 말투 고치고 남한 말 배워요”

입력 2015.09.12 (08:20) 수정 2015.09.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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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분단 70년, 그 세월만큼이나 남과 북의 언어 차이도 큰데요,

특히 탈북민들은 국내에 들어와서도 북한 말투에 대한 편견 등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적응을 위해 ‘남한 말’ 배우기에 열심인 탈북자들을 이현정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탈북민 대학생 장현 씨와 서윤 씨를 만났습니다.

같은 동아리에서 친해진 두 사람.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처음엔 주변 사람과 말 섞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최장현(탈북 대학생) : "(제 발음이) 서울말 같나요? 아니면 북한말 조금 비슷한 거 같나요? (억양이 그래도 좀 남아 있어요.)"

<녹취> 정서윤(탈북 대학생) : "(북한식 억양이) 많이 남아 있어."

북한식 억양과 발음 때문입니다.

<녹취> 최장현(탈북 대학생) : "(발음이) 애매한 거지. 그 (북한) 사람이 애매하게 발음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쪽(북한)문화권이 그렇게 발음을 했기 때문에...그 사람은 ‘신촌’이라고 발음을 한다고 하는데 ‘신천’이라고 발음을 해서 저 같은 경우에는 신천에 갔던 경우가 있거든요."

두 사람은 ‘서울말’을 익히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했는데요.

<녹취> 최장현(탈북 대학생) : "다른 사람이 ‘전자사전이라는 게 있다, 그거 가지고 보면 얼마나 쉬운지 모른다’ (말해줬어요.) 발음도 나온대요. (남한 단어에는) 발음이 북한하고 조금 다른 것들도 있거든요."

사전을 끼고 살다보니 정현 씨는 이제 우리말에 능숙해졌습니다.

<녹취> 정서윤(탈북 대학생) : "하루에 두 시간씩 연필을 입에 물고 연습을 하겠습니다, (라고 다짐했죠.) 최근에도 한 달간 연습을 했습니다. 그때도 여기 피(나고), 찢어지는 게 있었어요."

서윤 씨는 발음 교정 연습을 하다 입가가 찢어지기 까지 했다는데요.

두 사람이 이렇게 피나게 연습할 수밖에 없었던 건 북한 어투에 돌아오는 냉담한 반응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최장현(탈북 대학생) : "(은행에 취직한 친구가) 고객 응대를 할 때 함경도 억양으로 (말했대요.) 예를 들면 ‘장현 고객님 입니까? 여기는 남북은행인데요. 고객님의 본인 확인을 위해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하고 함경도 억양으로 얘기를 했다는 거죠. ‘주민번호가 뭐예요?’ (물었는데) 상대방이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딱 끊어버렸다고 (하더라고요.)"

남한 사회에 안착은 했지만 말투로 자신을 판단하는 사회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녹취> 최장현(탈북 대학생) : "억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사느냐,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피해를 주지 않고 사회적인 공익을 높여가며 사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같은 듯 다른 언어,

한국에 정착한 많은 탈북민들이 북한의 억양과 다른 표기법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의 언어 정착을 돕기 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바빙수? (뭐? 다시.) 바빙수. 팥. 팥."

서울의 탈북민 대안학교인 겨레얼학교입니다.

정규 수업이 끝난 시간, 하지만 또 다른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녹취> "그렇게 하고 나서 이틈해 봄이 되었거든. (‘이듬해’, 다시.)"

이제 남한에 온 지 1년이 겨우 지난 진성이는 1:1 특훈 중인데요.

<녹취> 김진숙(겨레얼학교 교사) : "북한 사람의 특유의 말씨, 억양을 (그대로) 하면서 학교 가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까봐 그걸(북한식 억양을) 많이 교정시켜서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어린 아이들에겐 더 생소하게 느껴졌을 진성이의 북한식 말투...

<녹취> 박진성(탈북 청소년) : "(제가) 뭔가 말하면, 말이 좀 이상하다 계속 말해요. 그래서 처음 올 때부터 (친구들이) 계속 말이 이상하다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 봤어요."

6개월에 걸친 특훈 후에야 아이들과 편히 어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곳에선 아이들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말 학습이 진행되는데요.

<녹취> "(현준이는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어?) 많아요."

노래를 들으며 가사 속 잘 들리지 않는 단어를 체크하며 익히는 아이들.

그런데 우리말 공부도 중요했지만, 정작 중요한 배움은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황다경(탈북 청소년) : "제가 발음이 조금 서툰데 친구들이 저보고 괜찮다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하면서 저한테 용기를 돋워줬어요."

차별 없이 받아주었던 친구들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더 빨리 소통할 수 있었다는 다경이.

사실 가장 큰 걸림돌은 억양의 차이가 아닌 아직은 낯선 ‘북한 출신’이라는 편견 때문이 아닐까요?

<인터뷰> 김진숙(겨레얼학교 교사) : "다른 사람들이 보는 지금 탈북한 사람들, 모든 사람들 마찬가지겠지만 어른이나 아이나 (북한 사람에 대한) 모든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편견이 없어지면 아이들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봤어요."

분단 70년 동안 남북은 사회와 문화, 언어까지도 서로 다른 변화를 겪었는데요.

탈북민이라는 편견을 갖기보다 그들이 살아온 문화와 사용해 온 언어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이기연(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 "통일해야 된다고 얘기하면서 정작 북한과 관련된 것에는 거부감을 느끼고 이질감을 느끼고 다들 좀 어려워하고 하기보다는 정말로 한민족이면 북한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고 어떤 언어를 쓰고 이 사람들의 언어는 이런 특징이 있고를 편하게 받아드려 줄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남과 북의 분단은 언어생활의 차이를 가져왔지만, 소통에 큰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어 문제로 탈북민들은 적잖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노력이야말로 통일을 위한 첫 걸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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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북한 말투 고치고 남한 말 배워요”
    • 입력 2015-09-12 08:32:31
    • 수정2015-09-12 14:12:02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분단 70년, 그 세월만큼이나 남과 북의 언어 차이도 큰데요,

특히 탈북민들은 국내에 들어와서도 북한 말투에 대한 편견 등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적응을 위해 ‘남한 말’ 배우기에 열심인 탈북자들을 이현정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탈북민 대학생 장현 씨와 서윤 씨를 만났습니다.

같은 동아리에서 친해진 두 사람.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처음엔 주변 사람과 말 섞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최장현(탈북 대학생) : "(제 발음이) 서울말 같나요? 아니면 북한말 조금 비슷한 거 같나요? (억양이 그래도 좀 남아 있어요.)"

<녹취> 정서윤(탈북 대학생) : "(북한식 억양이) 많이 남아 있어."

북한식 억양과 발음 때문입니다.

<녹취> 최장현(탈북 대학생) : "(발음이) 애매한 거지. 그 (북한) 사람이 애매하게 발음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쪽(북한)문화권이 그렇게 발음을 했기 때문에...그 사람은 ‘신촌’이라고 발음을 한다고 하는데 ‘신천’이라고 발음을 해서 저 같은 경우에는 신천에 갔던 경우가 있거든요."

두 사람은 ‘서울말’을 익히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했는데요.

<녹취> 최장현(탈북 대학생) : "다른 사람이 ‘전자사전이라는 게 있다, 그거 가지고 보면 얼마나 쉬운지 모른다’ (말해줬어요.) 발음도 나온대요. (남한 단어에는) 발음이 북한하고 조금 다른 것들도 있거든요."

사전을 끼고 살다보니 정현 씨는 이제 우리말에 능숙해졌습니다.

<녹취> 정서윤(탈북 대학생) : "하루에 두 시간씩 연필을 입에 물고 연습을 하겠습니다, (라고 다짐했죠.) 최근에도 한 달간 연습을 했습니다. 그때도 여기 피(나고), 찢어지는 게 있었어요."

서윤 씨는 발음 교정 연습을 하다 입가가 찢어지기 까지 했다는데요.

두 사람이 이렇게 피나게 연습할 수밖에 없었던 건 북한 어투에 돌아오는 냉담한 반응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최장현(탈북 대학생) : "(은행에 취직한 친구가) 고객 응대를 할 때 함경도 억양으로 (말했대요.) 예를 들면 ‘장현 고객님 입니까? 여기는 남북은행인데요. 고객님의 본인 확인을 위해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하고 함경도 억양으로 얘기를 했다는 거죠. ‘주민번호가 뭐예요?’ (물었는데) 상대방이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딱 끊어버렸다고 (하더라고요.)"

남한 사회에 안착은 했지만 말투로 자신을 판단하는 사회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녹취> 최장현(탈북 대학생) : "억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사느냐,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피해를 주지 않고 사회적인 공익을 높여가며 사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같은 듯 다른 언어,

한국에 정착한 많은 탈북민들이 북한의 억양과 다른 표기법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의 언어 정착을 돕기 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바빙수? (뭐? 다시.) 바빙수. 팥. 팥."

서울의 탈북민 대안학교인 겨레얼학교입니다.

정규 수업이 끝난 시간, 하지만 또 다른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녹취> "그렇게 하고 나서 이틈해 봄이 되었거든. (‘이듬해’, 다시.)"

이제 남한에 온 지 1년이 겨우 지난 진성이는 1:1 특훈 중인데요.

<녹취> 김진숙(겨레얼학교 교사) : "북한 사람의 특유의 말씨, 억양을 (그대로) 하면서 학교 가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까봐 그걸(북한식 억양을) 많이 교정시켜서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어린 아이들에겐 더 생소하게 느껴졌을 진성이의 북한식 말투...

<녹취> 박진성(탈북 청소년) : "(제가) 뭔가 말하면, 말이 좀 이상하다 계속 말해요. 그래서 처음 올 때부터 (친구들이) 계속 말이 이상하다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 봤어요."

6개월에 걸친 특훈 후에야 아이들과 편히 어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곳에선 아이들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말 학습이 진행되는데요.

<녹취> "(현준이는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어?) 많아요."

노래를 들으며 가사 속 잘 들리지 않는 단어를 체크하며 익히는 아이들.

그런데 우리말 공부도 중요했지만, 정작 중요한 배움은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황다경(탈북 청소년) : "제가 발음이 조금 서툰데 친구들이 저보고 괜찮다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하면서 저한테 용기를 돋워줬어요."

차별 없이 받아주었던 친구들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더 빨리 소통할 수 있었다는 다경이.

사실 가장 큰 걸림돌은 억양의 차이가 아닌 아직은 낯선 ‘북한 출신’이라는 편견 때문이 아닐까요?

<인터뷰> 김진숙(겨레얼학교 교사) : "다른 사람들이 보는 지금 탈북한 사람들, 모든 사람들 마찬가지겠지만 어른이나 아이나 (북한 사람에 대한) 모든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편견이 없어지면 아이들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봤어요."

분단 70년 동안 남북은 사회와 문화, 언어까지도 서로 다른 변화를 겪었는데요.

탈북민이라는 편견을 갖기보다 그들이 살아온 문화와 사용해 온 언어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이기연(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 "통일해야 된다고 얘기하면서 정작 북한과 관련된 것에는 거부감을 느끼고 이질감을 느끼고 다들 좀 어려워하고 하기보다는 정말로 한민족이면 북한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고 어떤 언어를 쓰고 이 사람들의 언어는 이런 특징이 있고를 편하게 받아드려 줄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남과 북의 분단은 언어생활의 차이를 가져왔지만, 소통에 큰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어 문제로 탈북민들은 적잖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노력이야말로 통일을 위한 첫 걸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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