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층간소음 불만”…홧김에 가스밸브 열어 폭발

입력 2015.09.22 (08:32) 수정 2015.09.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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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일요일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에서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민, 60대 김모 씨가 자기 집에 연결돼 있는 LP가스관을 열어 가스를 누출시켜 일어난 폭발입니다.

이 사고로 김 씨가 4층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쳤고, 현장에 진입하던 소방관도 화상을 입었는데요,

김 씨는 112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했습니다.

하마터면, 아파트 주민 수십 명이 화를 당할 뻔했던 아찔한 사고!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입니다.

이틀 전인 일요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아파트 주민들은 갑자기 매캐한 냄새를 맡게 됩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입주민) 회장이 12층 사는데 가스 냄새가 나가지고 내려와서 관리 사무실 가서 가스 잠그고 (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불이 났다”는 다급한 외침이 들려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들려온 폭발음!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집에 있는데 ‘펑’소리가 나가지고 이상하다……. 웅성웅성 소리가 나서 내려다보니까 불났다고 내려오라고 했어요."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처음에 ‘쾅’ 소리가 나서 놀라서 주저앉아버렸어요. 누가 기별을 하더라고 빨리 나오라고. (소리가) 크게 났어요. 아주 크게 났어요."

아파트 주민 70여 명이 밖으로 뛰어 나오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또 다시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막 기가 막히게 불이 위로 가서 탁 내려오더라고. 내려왔다가 확 올라가더니만 (폭발 크기가) 집 만 하드라고요. 우리 집 타는 줄 알았어요. (불이) 이리로 내려오는 것 같아가지고 진짜 무서웠다니까요"

그러는 사이 불이 난 4층 집 주인, 60살 김모 씨가 작은 창문을 통해 아파트 화단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인터뷰> 권수억(소방장/안동소방서 용상119안전센터) : "의식이 거의 혼미했고, 4층에서 떨어졌으니까 다리나 척추, 머리 쪽에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추락한 환자를 저희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집 안에 또 다른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

119 대원들이 불이 난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웬일인지 문이 굳게 잠긴 채 꼼짝하지 않습니다.

그 사이 아파트 외벽으로 진입을 시도한 소방대원이 방 안에서 터진 폭발로 얼굴에 화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권수억(소방장/안동소방서 용상119안전센터) : "안에 다른 요구조자가 있는지 저희 구조대원이 8층에서부터 4층으로 로프를 타고 진입해서, 아파트 현관문을 개방하려고 한 상태에서 (또)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12시 3분 첫 폭발을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세 번에 걸쳐 일어난 폭발.

원인은 가스 누출 때문이었습니다.

폭발 위력이 얼마나 컸던지 위, 아래층 베란다 유리가 다 깨지고, 길 너머까지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유리창 깨지고, 방충망 다 녹아내리고, 저희 집 에어컨 실외기가 다 탔거든요. 제가 도로 밖에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느껴질 정도였어요."

불길은 1시간이 지나서야 완전히 잡혔습니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불이 꺼진 뒤 김 씨 집 내부 모습입니다.

78제곱미터 크기의 집이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은 아예 흔적도 없이 ‘뻥’ 뚫려 있고, 가구는 무엇 하나 멀쩡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집안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흔적들이 발견됩니다.

<인터뷰> 심정태(소방교/안동소방서 용상119안전센터/화재조사담당) : "문 사이 보면 틈이 있지 않습니까. 그 사이에 실리콘으로 다 가스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해 놓은 상태였고요. 주 출입구, 방문, 베란다 창문까지 전부. 배수구도 다 실리콘으로 막아놓은 상태였습니다."

현장 감식 결과, 김 씨 집안에 있던 LP가스 배관 두 곳이 분리돼 있었습니다.

소방당국은, 김 씨가 잘린 배관에서 새어 나온 가스를 호스를 이용해 방으로 주입한 뒤 가스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정태(소방교/안동소방서 용상119안전센터) : "(화재조사담당) 가스배관은 LP 가스보일러로 된 분기되는 배관이 있잖습니까. 그것을 직접 풀었습니다. 밖하고 안쪽을 다 밀봉한 상태에서."

그 뒤 김 씨는 112 상황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이 저지른 일을 낱낱이 털어놨습니다.

전화를 건 시점이 첫 폭발사고가 있기 바로 15분 전쯤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20일) 오전 11시 49분입니다. (김 씨) 본인이 신고를 했어요. 112로."

김 씨는 왜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걸까.

그 이유가 충격적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파트 층간소음 관련으로 뭐 가스 줄을 분리해서 가스를 틀어 놨다. 본인도 숨쉬기 어렵다. 그것이 신고 내용입니다."

자칫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뻔한 아찔한 가스 폭발 사고.

그 이유가 “층간 소음” 때문이라는 것이 김 씨의 주장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일을 벌일 정도로 김 씨가 그동안 윗 층 주민과 심한 갈등을 겪어왔던 것일까...

실제 경찰 조사에서도 김 씨가 층간 소음 문제로 윗 층 주민에게 몇 차례 항의를 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5층 사람의 진술에는요, 그 층간 소음에 대해가지고 (김 씨가) 몇 번 올라온 적이 있다 층간 소음 때문에. 제사 지내려고 조카들이 모여 있으면서 거기에서 좀 놀면서 시끄럽게 한 사실이 있어가지고……"

하지만, 그리 심한 다툼은 아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다른 주민들도 이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으로 주민들 사이에 큰 소리가 날 만큼 크게 문제가 됐던 적은 없었다고 했는데요,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김 씨 집) 위에는 큰 아이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학생 뭐 이런 아이들이고. (층간 소음 때문에) 따지고 싸우고 이런 것 한 번도 못 봤어요."

오랫 동안 노모를 모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쭉 혼자 살아왔다는 김 씨.

경찰은 김 씨가 신병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김 씨가 회복하는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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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층간소음 불만”…홧김에 가스밸브 열어 폭발
    • 입력 2015-09-22 08:39:44
    • 수정2015-09-22 10: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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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일요일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에서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민, 60대 김모 씨가 자기 집에 연결돼 있는 LP가스관을 열어 가스를 누출시켜 일어난 폭발입니다.

이 사고로 김 씨가 4층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쳤고, 현장에 진입하던 소방관도 화상을 입었는데요,

김 씨는 112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했습니다.

하마터면, 아파트 주민 수십 명이 화를 당할 뻔했던 아찔한 사고!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입니다.

이틀 전인 일요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아파트 주민들은 갑자기 매캐한 냄새를 맡게 됩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입주민) 회장이 12층 사는데 가스 냄새가 나가지고 내려와서 관리 사무실 가서 가스 잠그고 (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불이 났다”는 다급한 외침이 들려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들려온 폭발음!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집에 있는데 ‘펑’소리가 나가지고 이상하다……. 웅성웅성 소리가 나서 내려다보니까 불났다고 내려오라고 했어요."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처음에 ‘쾅’ 소리가 나서 놀라서 주저앉아버렸어요. 누가 기별을 하더라고 빨리 나오라고. (소리가) 크게 났어요. 아주 크게 났어요."

아파트 주민 70여 명이 밖으로 뛰어 나오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또 다시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막 기가 막히게 불이 위로 가서 탁 내려오더라고. 내려왔다가 확 올라가더니만 (폭발 크기가) 집 만 하드라고요. 우리 집 타는 줄 알았어요. (불이) 이리로 내려오는 것 같아가지고 진짜 무서웠다니까요"

그러는 사이 불이 난 4층 집 주인, 60살 김모 씨가 작은 창문을 통해 아파트 화단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인터뷰> 권수억(소방장/안동소방서 용상119안전센터) : "의식이 거의 혼미했고, 4층에서 떨어졌으니까 다리나 척추, 머리 쪽에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추락한 환자를 저희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집 안에 또 다른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

119 대원들이 불이 난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웬일인지 문이 굳게 잠긴 채 꼼짝하지 않습니다.

그 사이 아파트 외벽으로 진입을 시도한 소방대원이 방 안에서 터진 폭발로 얼굴에 화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권수억(소방장/안동소방서 용상119안전센터) : "안에 다른 요구조자가 있는지 저희 구조대원이 8층에서부터 4층으로 로프를 타고 진입해서, 아파트 현관문을 개방하려고 한 상태에서 (또)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12시 3분 첫 폭발을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세 번에 걸쳐 일어난 폭발.

원인은 가스 누출 때문이었습니다.

폭발 위력이 얼마나 컸던지 위, 아래층 베란다 유리가 다 깨지고, 길 너머까지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유리창 깨지고, 방충망 다 녹아내리고, 저희 집 에어컨 실외기가 다 탔거든요. 제가 도로 밖에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느껴질 정도였어요."

불길은 1시간이 지나서야 완전히 잡혔습니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불이 꺼진 뒤 김 씨 집 내부 모습입니다.

78제곱미터 크기의 집이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은 아예 흔적도 없이 ‘뻥’ 뚫려 있고, 가구는 무엇 하나 멀쩡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집안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흔적들이 발견됩니다.

<인터뷰> 심정태(소방교/안동소방서 용상119안전센터/화재조사담당) : "문 사이 보면 틈이 있지 않습니까. 그 사이에 실리콘으로 다 가스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해 놓은 상태였고요. 주 출입구, 방문, 베란다 창문까지 전부. 배수구도 다 실리콘으로 막아놓은 상태였습니다."

현장 감식 결과, 김 씨 집안에 있던 LP가스 배관 두 곳이 분리돼 있었습니다.

소방당국은, 김 씨가 잘린 배관에서 새어 나온 가스를 호스를 이용해 방으로 주입한 뒤 가스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정태(소방교/안동소방서 용상119안전센터) : "(화재조사담당) 가스배관은 LP 가스보일러로 된 분기되는 배관이 있잖습니까. 그것을 직접 풀었습니다. 밖하고 안쪽을 다 밀봉한 상태에서."

그 뒤 김 씨는 112 상황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이 저지른 일을 낱낱이 털어놨습니다.

전화를 건 시점이 첫 폭발사고가 있기 바로 15분 전쯤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20일) 오전 11시 49분입니다. (김 씨) 본인이 신고를 했어요. 112로."

김 씨는 왜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걸까.

그 이유가 충격적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파트 층간소음 관련으로 뭐 가스 줄을 분리해서 가스를 틀어 놨다. 본인도 숨쉬기 어렵다. 그것이 신고 내용입니다."

자칫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뻔한 아찔한 가스 폭발 사고.

그 이유가 “층간 소음” 때문이라는 것이 김 씨의 주장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일을 벌일 정도로 김 씨가 그동안 윗 층 주민과 심한 갈등을 겪어왔던 것일까...

실제 경찰 조사에서도 김 씨가 층간 소음 문제로 윗 층 주민에게 몇 차례 항의를 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5층 사람의 진술에는요, 그 층간 소음에 대해가지고 (김 씨가) 몇 번 올라온 적이 있다 층간 소음 때문에. 제사 지내려고 조카들이 모여 있으면서 거기에서 좀 놀면서 시끄럽게 한 사실이 있어가지고……"

하지만, 그리 심한 다툼은 아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다른 주민들도 이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으로 주민들 사이에 큰 소리가 날 만큼 크게 문제가 됐던 적은 없었다고 했는데요,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김 씨 집) 위에는 큰 아이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학생 뭐 이런 아이들이고. (층간 소음 때문에) 따지고 싸우고 이런 것 한 번도 못 봤어요."

오랫 동안 노모를 모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쭉 혼자 살아왔다는 김 씨.

경찰은 김 씨가 신병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김 씨가 회복하는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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