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교실에서 찾은 희망, ‘겨레얼학교’

입력 2015.11.21 (08:20) 수정 2015.11.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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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사선을 넘어 탈북을 하고도 어려운 여건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탈북자들이 많은데요,

이런 탈북 2세들이 모여 함께 공부도 하고, 24시간 생활도 같이하는 탈북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스승과 제자이면서 동시에 가족처럼 함께 꿈과 희망을 만들어가는 이 학교를 이현정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녹취> 황미랑(양원초등학교 6학년) : "(출처를) 적고 올린다면 괜찮은데 그런 걸 안 써놓으면 선생님이 한 것처럼 돼서...(좋은 지적이야.)"

어려운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미랑이와 광혁이, 그리고 현준이. 6학년 1반의 탈북 삼인방인데요.

한 교실에서 내내 수업을 받고 하교까지 함께 하는 삼인방!

<녹취> 황미랑(양원초등학교 6학년) :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학교 가요."

<녹취> 안광혁(양원초등학교 6학년) : "거기에서 다 같이 생활하면서 지내는 학교예요. 거기가면 재미있어요. 친구들이 더 많아요."

수업을 마치고 다시 생활을 함께하는 학교라니 아직은 생소한데요,

과연 아이들이 말하는 학교는 어떤 곳인지 따라가 볼까요?

<녹취>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수고했어요.)"

아이들을 따라 온 이곳은 ‘겨레얼학교’라는 곳입니다.

앞서 만난 미랑이와 광혁이, 현준이를 포함한 49명의 학생들이 지내고 있는데요.

현재 이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남쪽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고 일기를 쓰는 초등학교 학생들부터,

<인터뷰> 최권신(겨레얼학교 선생님/공익근무) : "국어 어려워해서 받아쓰기 봐주고, 그런 것(보통 과목들) 봐주고 있었어요."

<녹취> "이거 뭐죠?"

<녹취> "1의 소수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하래. 그럼 여기서 이렇게 반올림하는 거야."

독서 삼매경에 빠진 중고등학생들까지 여러 연령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요.

낯선 남쪽 생활만큼 아직 모르는 단어가 많다보니 나이가 많다고 해서 더 잘 아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녹취> 순영옥(겨레얼학교 대표) : "북한 교육하고 한국 교육하고는 많이 다르거든요. 학생들이 같이 동고동락하면서 24시간 교육보호, 생활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공부를 끝낸 건 5학년인 성경이.

<인터뷰> 이성경(양원초등학교 5학년) : "친구는 (아직) 못 사귀었고, 누나들이 날 귀여워 해줘요."

엄마가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할 때 낳았다는 성경이는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데요.

<인터뷰> 이성경(양원초등학교 5학년) : "아빠는 중국에 있는데 엄마랑 같이 일 도우러 올지도 몰라요. 애들하고 놀고, 숙소가면 혼자 있지 않고 애들이 많아서 다 같이 놀아요."

성경이에게 힘을 주는 건 같은 처지인 ‘탈북 2세’ 친구들입니다.

아이들은 이 학교에서 남쪽 사회에 적응하고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인터뷰> 황다경(양원초등학교 5학년) : "(처음엔) 계속 매일 밤새면서 울었어요. 친구들이 학교에서 잘해주니까 왠지 친언니나 친동생같이 잘해줘서 괜찮아요. 가수도 하고 싶고 배우도 하고 싶은데 어느 거를 해야 될까 참 고민이 되더라고요."

사선을 넘고도 정착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시 부모님과 떨어져야 했지만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며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중입니다.

<인터뷰> 장옥흠(신안중학교 2학년) : "의사되려고 (해요) 엄마 때문에 엄마 몸이 자주 아파요. 큰 병은 아닌데 그냥 자주 아파요."

이 학교의 대표인 최동현 씨는 처음 문을 열 당시 아이들에게 디딤돌이 되어주고 싶었다는데요.

다리 양쪽에 매달린 아이들을 보니, 동현 씨의 바람이 통한 것 같습니다.

<인터뷰> 최동현(겨레얼학교 대표) : "1학년이나 2학년 이런 꼬맹이들은 막 모여 앉아서 ‘아 대표님은 우리 아빠야, 아니야 내 아빠야, 내 아빠야’하고 애들이 이렇게 옥신각신 싸운 적도 있어요. 참 그때 보면 내가 정말 복 받은 사람이로구나, (생각하죠)"

어느새 늦은 저녁,

함께 학교를 나서는 아이들을 따라가 봤는데요.

여러 골목길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아이들의 보금자리, 동현 씨는 먼저 도착해 아이들의 잠자리를 봐주고 있습니다.

광혁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데요.

뭘 기다리나 했더니 엄마와의 영상통화였나 봅니다.

<녹취> 안광혁 학생 어머니 : "(공부) 안 되는 거 스트레스 받지 말고."

<녹취> "엄마는 안 힘들어요?"

<녹취> "엄마 당연히 힘들지. 돈을 버는 게 안 힘든 게 어디 있어. 아들들을 위해서 엄마는 힘들어도 해야지."

탈북민 부모들은 생계를 위해서 지방 근무나, 야간 업무를 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기 힘들다고 하는데요.

<녹취> 안광혁(양원초등학교 6학년) : "평소에 학교에서 비 왔을 때 엄마들이 우산을 가져다주는데 그걸 볼 때 엄마가 생각나요. 아쉽죠. 엄마가 저를 위해서 일을 하시는데 옆에서 피해 안 가게 다른데 있어야죠."

어려운 여건 속에 빨리 철이 든 광혁이.

대표인 동현 씨가 다독여주고 싶었던 건 이런 아이들의 마음이겠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자 부랴부랴 기숙사를 나선 동현 씨,

낮에는 아이들의 자상한 아빠이자 선생님이지만, 밤에는 택시기사가 되어 밤거리를 누빕니다.

<인터뷰> 최동현(겨레얼학교 대표) : "아마 대한민국에서 택시를 하면서 이런 NGO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개인택시를 하면서 (학교를 운영)하는 게, 개인택시라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게 긍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동현 씨는 지난 2002년, 무려 20명의 일가족을 배에 태우고 함께 탈북 한 특별한 이력이 있는데요.

특별했던 탈북 얘기만큼 수많은 관심과 차별에 힘들어 했던 두 딸들의 경험을, 이제 정착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오늘도 힘을 내는 동현 씨입니다.

이렇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겨레얼학교’를 움직이는 힘일 겁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 교실 한 집에서 밝고 긍정적으로 성장 중인 49명의 아이들.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한 울타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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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교실에서 찾은 희망, ‘겨레얼학교’
    • 입력 2015-11-21 08:48:48
    • 수정2015-11-21 08:57:40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사선을 넘어 탈북을 하고도 어려운 여건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탈북자들이 많은데요,

이런 탈북 2세들이 모여 함께 공부도 하고, 24시간 생활도 같이하는 탈북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스승과 제자이면서 동시에 가족처럼 함께 꿈과 희망을 만들어가는 이 학교를 이현정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녹취> 황미랑(양원초등학교 6학년) : "(출처를) 적고 올린다면 괜찮은데 그런 걸 안 써놓으면 선생님이 한 것처럼 돼서...(좋은 지적이야.)"

어려운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미랑이와 광혁이, 그리고 현준이. 6학년 1반의 탈북 삼인방인데요.

한 교실에서 내내 수업을 받고 하교까지 함께 하는 삼인방!

<녹취> 황미랑(양원초등학교 6학년) :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학교 가요."

<녹취> 안광혁(양원초등학교 6학년) : "거기에서 다 같이 생활하면서 지내는 학교예요. 거기가면 재미있어요. 친구들이 더 많아요."

수업을 마치고 다시 생활을 함께하는 학교라니 아직은 생소한데요,

과연 아이들이 말하는 학교는 어떤 곳인지 따라가 볼까요?

<녹취>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수고했어요.)"

아이들을 따라 온 이곳은 ‘겨레얼학교’라는 곳입니다.

앞서 만난 미랑이와 광혁이, 현준이를 포함한 49명의 학생들이 지내고 있는데요.

현재 이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남쪽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고 일기를 쓰는 초등학교 학생들부터,

<인터뷰> 최권신(겨레얼학교 선생님/공익근무) : "국어 어려워해서 받아쓰기 봐주고, 그런 것(보통 과목들) 봐주고 있었어요."

<녹취> "이거 뭐죠?"

<녹취> "1의 소수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하래. 그럼 여기서 이렇게 반올림하는 거야."

독서 삼매경에 빠진 중고등학생들까지 여러 연령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요.

낯선 남쪽 생활만큼 아직 모르는 단어가 많다보니 나이가 많다고 해서 더 잘 아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녹취> 순영옥(겨레얼학교 대표) : "북한 교육하고 한국 교육하고는 많이 다르거든요. 학생들이 같이 동고동락하면서 24시간 교육보호, 생활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공부를 끝낸 건 5학년인 성경이.

<인터뷰> 이성경(양원초등학교 5학년) : "친구는 (아직) 못 사귀었고, 누나들이 날 귀여워 해줘요."

엄마가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할 때 낳았다는 성경이는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데요.

<인터뷰> 이성경(양원초등학교 5학년) : "아빠는 중국에 있는데 엄마랑 같이 일 도우러 올지도 몰라요. 애들하고 놀고, 숙소가면 혼자 있지 않고 애들이 많아서 다 같이 놀아요."

성경이에게 힘을 주는 건 같은 처지인 ‘탈북 2세’ 친구들입니다.

아이들은 이 학교에서 남쪽 사회에 적응하고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인터뷰> 황다경(양원초등학교 5학년) : "(처음엔) 계속 매일 밤새면서 울었어요. 친구들이 학교에서 잘해주니까 왠지 친언니나 친동생같이 잘해줘서 괜찮아요. 가수도 하고 싶고 배우도 하고 싶은데 어느 거를 해야 될까 참 고민이 되더라고요."

사선을 넘고도 정착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시 부모님과 떨어져야 했지만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며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중입니다.

<인터뷰> 장옥흠(신안중학교 2학년) : "의사되려고 (해요) 엄마 때문에 엄마 몸이 자주 아파요. 큰 병은 아닌데 그냥 자주 아파요."

이 학교의 대표인 최동현 씨는 처음 문을 열 당시 아이들에게 디딤돌이 되어주고 싶었다는데요.

다리 양쪽에 매달린 아이들을 보니, 동현 씨의 바람이 통한 것 같습니다.

<인터뷰> 최동현(겨레얼학교 대표) : "1학년이나 2학년 이런 꼬맹이들은 막 모여 앉아서 ‘아 대표님은 우리 아빠야, 아니야 내 아빠야, 내 아빠야’하고 애들이 이렇게 옥신각신 싸운 적도 있어요. 참 그때 보면 내가 정말 복 받은 사람이로구나, (생각하죠)"

어느새 늦은 저녁,

함께 학교를 나서는 아이들을 따라가 봤는데요.

여러 골목길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아이들의 보금자리, 동현 씨는 먼저 도착해 아이들의 잠자리를 봐주고 있습니다.

광혁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데요.

뭘 기다리나 했더니 엄마와의 영상통화였나 봅니다.

<녹취> 안광혁 학생 어머니 : "(공부) 안 되는 거 스트레스 받지 말고."

<녹취> "엄마는 안 힘들어요?"

<녹취> "엄마 당연히 힘들지. 돈을 버는 게 안 힘든 게 어디 있어. 아들들을 위해서 엄마는 힘들어도 해야지."

탈북민 부모들은 생계를 위해서 지방 근무나, 야간 업무를 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기 힘들다고 하는데요.

<녹취> 안광혁(양원초등학교 6학년) : "평소에 학교에서 비 왔을 때 엄마들이 우산을 가져다주는데 그걸 볼 때 엄마가 생각나요. 아쉽죠. 엄마가 저를 위해서 일을 하시는데 옆에서 피해 안 가게 다른데 있어야죠."

어려운 여건 속에 빨리 철이 든 광혁이.

대표인 동현 씨가 다독여주고 싶었던 건 이런 아이들의 마음이겠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자 부랴부랴 기숙사를 나선 동현 씨,

낮에는 아이들의 자상한 아빠이자 선생님이지만, 밤에는 택시기사가 되어 밤거리를 누빕니다.

<인터뷰> 최동현(겨레얼학교 대표) : "아마 대한민국에서 택시를 하면서 이런 NGO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개인택시를 하면서 (학교를 운영)하는 게, 개인택시라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게 긍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동현 씨는 지난 2002년, 무려 20명의 일가족을 배에 태우고 함께 탈북 한 특별한 이력이 있는데요.

특별했던 탈북 얘기만큼 수많은 관심과 차별에 힘들어 했던 두 딸들의 경험을, 이제 정착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오늘도 힘을 내는 동현 씨입니다.

이렇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겨레얼학교’를 움직이는 힘일 겁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 교실 한 집에서 밝고 긍정적으로 성장 중인 49명의 아이들.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한 울타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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