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에서 탈피…“우리는 액티브 시니어”

입력 2015.12.05 (08:21) 수정 2015.12.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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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안녕하십니까? 양지우입니다. 이슬기입니다.

미국 미주리 주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5년째 화재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엉뚱하게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매립장에 버려진 방사능 폐기물로 불이 옮겨 붙을 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고독사, 자살, 사회로부터의 고립.

우리나라 노인 문제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부분입니다.

복지 국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핀란드는 어떤 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을까요?

시사점 살펴 봤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시작합니다.

지난 2010년 방송됐던 NHK 다큐멘터리 '무연사회(無緣社會)'입니다.

혼자 쓸쓸히 숨지는 사람들이 한 해 수만 명에 이르고, 고독사가 이렇게 많다보니 시신과 유품을 거두는 전문 업체까지 있다는 사실.

당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다큐멘터리인데, 현대 사회의 고립과 고독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보여줬죠.

복지 국가라면 떠오르는 나라 '핀란드'는 일찍부터 노인들의 고립과 고독에 대해 주목해 왔는데, 특히 활동적인 노인층,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의 활동이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손서영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핀란드 수도 헬싱키.

헬싱키 외곽에 80여 세대가 모여사는 '꼬띠사따마'라 이름 붙여진 실버타운 건물이 있습니다.

노인들이 직접 만든 실버타운인데,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됐습니다.

헬싱키 시는 노인들이 실버타운을 만들 경우 시유지를 저렴하게 제공하는데, 이 때문에 입주 비용은 주변 시세의 6, 70% 정도입니다.

특이한 점 하나는 세탁실과 사우나, 식당 등을 공동으로 이용한다는 겁니다.

주민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일부러 공동 시설로 설계한 겁니다.

<녹취> 안나(꼬띠사따마 거주자) : "이곳에 와서 새로운 친구를 많이 만났습니다. 혼자 살다 모여 사니 안전하다는 느낌도 들고 행복합니다"

노인들은 재정과 복지, 물품 공동 구입 등을 담당하는 당번을 정해 살림을 꾸려 나갑니다.

각자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일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큰 만족감을 줍니다.

꼬띠사따마에는 현재 80여 명의 노인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사는 노인들은 돌봄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음식과 청소를 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생활의 터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독특한 실버타운의 탄생 배경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과거 핀란드에서는 높은 자살률이 사회 문제화됐습니다.

노인 자살률 역시 높았습니다.

배우자 사별과 자녀 분가 후 노인들이 겪는 '고립감'은 연금과 사회복지제도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던 중 지난 2005년 친구 사이였던 할머니 넷이 "외롭지 않게 모여 살자"며 독특한 형태의 실버타운 '로푸키리'를 만들었습니다.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마음 맞는 노인들이 함께 모여 '공간 공유 주거' 이른바 '코하우징' 형태의 주거 단지를 시작한 겁니다.

이곳의 노인들은 누군가에게 기대어 사는 삶이 아닌, 자신들이 계획하고 스스로가 결정한 방식으로 인생을 살고 있다는데서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녹취> 레나(핀란드 시니어협회 회장) : "부담되고 비용이 드는 존재로 노인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필요한 자원이고 생산적인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핀란드에서는 노인 고용과 사회 활동에서도 '고립으로부터 탈피'가 끊임없이 주제로 등장합니다.

하루 천여 명이 찾는 헬싱키 시내의 복지 센터.

이용하는 노인들의 평균 연령은 75세입니다.

2백여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도 대부분 노인입니다.

은퇴한 뒤 자식들까지 분가하자 한동안 우울증을 겪었던 마이말리사 할머니.

봉사를 시작한 뒤 삶의 활력이 생겼다고 합니다.

<녹취> 마이말리사(캄피센터 자원봉사자) : "내가 필요한 존재란 느낌을 받습니다. 흥미로운 일을 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곳에서는 알코올 중독과 사별 등 다양한 환경에 처한 노인들에게 맞춤형 지원이 이뤄집니다.

상담과 학습, 취미 활동에 취업 정보까지 제공되지만 별도의 이용료는 없습니다.

부담 없이 올 수 있다 보니 자연스레 사교의 장이 됩니다.

<녹취> 띠아(헬싱키시 사회복지부 공무원) : "쉽게 찾아와 사람을 만나고 취미 활동도 합니다. 마치 집 거실과 같은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는 은퇴 후 안정적인 연금이 보장되지만 계속해서 일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근로자의 3분의 2가 6, 70대인 건축 업체.

올해 71살의 올리 씨는 10년 전 은퇴한 뒤에도 틈틈이 일하고 있습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비결은 계속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올리(리몰딩회사 근로 노인) :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정신적으로도 활력이 돌고 육체적으로도 늙는 걸 늦춰줍니다"

고령자 채용은 숙련된 기술을 갖춘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업체도 반깁니다.

젊은이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준다는 측면에서도 노인들의 경험은 유용합니다.

노인들은 취업을 통해 사회로부터 멀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젊은 세대와의 소통의 공간도 확보하고 있는 셈입니다.

<녹취> 떼로(리몰딩회사 대표) : "프로젝트에 맞춰 노인들을 대거 고용하는데, 기술도 좋고 의욕이 높아서 큰 도움이 됩니다"

핀란드는 1998년부터 노인고용국가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은퇴한 노인들이 재취업할 경우 연금과 연계한 우대정책을 펴며 노인들의 취업률은 두 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고령자 취업 수요가 늘자 인력 중개업체에는 노인 전담 부서까지 생겼습니다.

핀란드 어로 스승이란 뜻의 '네스톨레'.

은퇴한 노인들의 경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연관성 있는 기업과 재취업을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녹취> 안네(인력중개업체 매니저) : "은퇴하고도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아 직업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30여 년 전부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온 핀란드.

탄탄한 국가적, 사회적 지원과 함께 스스로가 당당한 삶의 주인공이라고 외치고 있는 핀란드의 노령층.

활동적 노령층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는 고령화로 사회가 활력을 잃을 거란 어두운 전망을 하나하나 깨부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과의 중심에는 사회와 공동체로부터 노인들이 멀어지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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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립에서 탈피…“우리는 액티브 시니어”
    • 입력 2015-12-05 09:02:38
    • 수정2015-12-05 10:01:2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안녕하십니까? 양지우입니다. 이슬기입니다.

미국 미주리 주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5년째 화재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엉뚱하게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매립장에 버려진 방사능 폐기물로 불이 옮겨 붙을 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고독사, 자살, 사회로부터의 고립.

우리나라 노인 문제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부분입니다.

복지 국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핀란드는 어떤 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을까요?

시사점 살펴 봤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시작합니다.

지난 2010년 방송됐던 NHK 다큐멘터리 '무연사회(無緣社會)'입니다.

혼자 쓸쓸히 숨지는 사람들이 한 해 수만 명에 이르고, 고독사가 이렇게 많다보니 시신과 유품을 거두는 전문 업체까지 있다는 사실.

당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다큐멘터리인데, 현대 사회의 고립과 고독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보여줬죠.

복지 국가라면 떠오르는 나라 '핀란드'는 일찍부터 노인들의 고립과 고독에 대해 주목해 왔는데, 특히 활동적인 노인층,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의 활동이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손서영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핀란드 수도 헬싱키.

헬싱키 외곽에 80여 세대가 모여사는 '꼬띠사따마'라 이름 붙여진 실버타운 건물이 있습니다.

노인들이 직접 만든 실버타운인데,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됐습니다.

헬싱키 시는 노인들이 실버타운을 만들 경우 시유지를 저렴하게 제공하는데, 이 때문에 입주 비용은 주변 시세의 6, 70% 정도입니다.

특이한 점 하나는 세탁실과 사우나, 식당 등을 공동으로 이용한다는 겁니다.

주민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일부러 공동 시설로 설계한 겁니다.

<녹취> 안나(꼬띠사따마 거주자) : "이곳에 와서 새로운 친구를 많이 만났습니다. 혼자 살다 모여 사니 안전하다는 느낌도 들고 행복합니다"

노인들은 재정과 복지, 물품 공동 구입 등을 담당하는 당번을 정해 살림을 꾸려 나갑니다.

각자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일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큰 만족감을 줍니다.

꼬띠사따마에는 현재 80여 명의 노인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사는 노인들은 돌봄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음식과 청소를 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생활의 터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독특한 실버타운의 탄생 배경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과거 핀란드에서는 높은 자살률이 사회 문제화됐습니다.

노인 자살률 역시 높았습니다.

배우자 사별과 자녀 분가 후 노인들이 겪는 '고립감'은 연금과 사회복지제도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던 중 지난 2005년 친구 사이였던 할머니 넷이 "외롭지 않게 모여 살자"며 독특한 형태의 실버타운 '로푸키리'를 만들었습니다.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마음 맞는 노인들이 함께 모여 '공간 공유 주거' 이른바 '코하우징' 형태의 주거 단지를 시작한 겁니다.

이곳의 노인들은 누군가에게 기대어 사는 삶이 아닌, 자신들이 계획하고 스스로가 결정한 방식으로 인생을 살고 있다는데서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녹취> 레나(핀란드 시니어협회 회장) : "부담되고 비용이 드는 존재로 노인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필요한 자원이고 생산적인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핀란드에서는 노인 고용과 사회 활동에서도 '고립으로부터 탈피'가 끊임없이 주제로 등장합니다.

하루 천여 명이 찾는 헬싱키 시내의 복지 센터.

이용하는 노인들의 평균 연령은 75세입니다.

2백여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도 대부분 노인입니다.

은퇴한 뒤 자식들까지 분가하자 한동안 우울증을 겪었던 마이말리사 할머니.

봉사를 시작한 뒤 삶의 활력이 생겼다고 합니다.

<녹취> 마이말리사(캄피센터 자원봉사자) : "내가 필요한 존재란 느낌을 받습니다. 흥미로운 일을 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곳에서는 알코올 중독과 사별 등 다양한 환경에 처한 노인들에게 맞춤형 지원이 이뤄집니다.

상담과 학습, 취미 활동에 취업 정보까지 제공되지만 별도의 이용료는 없습니다.

부담 없이 올 수 있다 보니 자연스레 사교의 장이 됩니다.

<녹취> 띠아(헬싱키시 사회복지부 공무원) : "쉽게 찾아와 사람을 만나고 취미 활동도 합니다. 마치 집 거실과 같은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는 은퇴 후 안정적인 연금이 보장되지만 계속해서 일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근로자의 3분의 2가 6, 70대인 건축 업체.

올해 71살의 올리 씨는 10년 전 은퇴한 뒤에도 틈틈이 일하고 있습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비결은 계속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올리(리몰딩회사 근로 노인) :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정신적으로도 활력이 돌고 육체적으로도 늙는 걸 늦춰줍니다"

고령자 채용은 숙련된 기술을 갖춘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업체도 반깁니다.

젊은이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준다는 측면에서도 노인들의 경험은 유용합니다.

노인들은 취업을 통해 사회로부터 멀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젊은 세대와의 소통의 공간도 확보하고 있는 셈입니다.

<녹취> 떼로(리몰딩회사 대표) : "프로젝트에 맞춰 노인들을 대거 고용하는데, 기술도 좋고 의욕이 높아서 큰 도움이 됩니다"

핀란드는 1998년부터 노인고용국가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은퇴한 노인들이 재취업할 경우 연금과 연계한 우대정책을 펴며 노인들의 취업률은 두 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고령자 취업 수요가 늘자 인력 중개업체에는 노인 전담 부서까지 생겼습니다.

핀란드 어로 스승이란 뜻의 '네스톨레'.

은퇴한 노인들의 경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연관성 있는 기업과 재취업을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녹취> 안네(인력중개업체 매니저) : "은퇴하고도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아 직업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30여 년 전부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온 핀란드.

탄탄한 국가적, 사회적 지원과 함께 스스로가 당당한 삶의 주인공이라고 외치고 있는 핀란드의 노령층.

활동적 노령층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는 고령화로 사회가 활력을 잃을 거란 어두운 전망을 하나하나 깨부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과의 중심에는 사회와 공동체로부터 노인들이 멀어지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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