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새 경제 영토 중국을 열어라

입력 2016.01.03 (23:39) 수정 2016.01.04 (00: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

<인터뷰> 김성한(자동차부품 생산업체 차장) : "핵심 부품 외에는 중국 업체가 거의 다 따라 잡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 천징웨이(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장) : "저가 상품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게 비교적 더 저렴하고 경쟁력이 더 좋기 때문에 생활용품같은 특정 영역에서 한국 업계의 충격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죠."

<인터뷰> 허치양(수산물 전문식당 사장) : "한국 굴의 품질이 매우 좋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더 이상 프랑스산이나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 한국 업체 굴을 사용합니다."

<인터뷰> 꾸오신(커피전문점 손님) : "안락한 인테리어가 집 같은 분위기에 문학적인 느낌도 나고요.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오후에 차를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오기 좋은 것 같아요."

<오프닝>

한중FTA 발효로 13억 인구의 거대 시장이 열렸다는 기대가 높습니다.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우리 경제에 한중 FTA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려면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할까요?

중국 현지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한중FTA가 발효되기 이틀 전인 지난 달 18일

베이징에서는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 맞춤 상담을 해주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중국에 온 지 10년 넘은 중견 업체들도 상담회에 참여해 조언을 구했습니다.

휴대전화나 자동차 제조사 등 국내 대기업을 따라 중국에 들어온 협력업체 상당수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양승주(휴대폰 부품 업체 법인장) : "한 달에 한두 건 정도는 공장 매각 공고를 받아봐요. 정말로 이제 대기업 보고 들어온, 한 아이템을 갖고 한 기업을 보고 들어온 업체들은 거의 다 나갔다고 보면 됩니다. 없어요."

<인터뷰> 김성한(자동차부품 생산업체 차장) : "지금은 흔히 얘기하는 기술 격차가 과거에는 한 5년? 이렇게 봤는데. 지금은 1년, 2년....핵심 부품 외에는 중국 업체가 거의 다 따라 잡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는 한국에 있는 제조업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자,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몰려있는 시화, 반월 산업단지에는 빈 공장을 임대한다는 광고가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재작년까지 십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던 공장 건물입니다.

지금은 절반 이상이 비었습니다.

<인터뷰> 시화공단 00공장 관리인(음성변조) : "(올해 다 정리하고 나가신 거예요?) 네, 올해. 지금 저쪽에도 1층도 한 절반쯤 비어 있고. 2층은 이쪽에 전부 다 비어 있고. 여기도 거의 다 비었어요."

시화와 반월 2곳의 산업단지에서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모두 470여 개의 업체가 휴업이나 폐업을 선택했습니다.

<녹취> 휴대전화 부품 생산 업체 직원(음성변조) : "중국에서는 치고 올라오죠. 그러다 보니까 원청 △△이나 □□나 사실 거기서 나오는 물건 가지고 하는 건데. 거기서 자꾸 단가를 깎죠."

지난 2014년에는 국내 제조업 부문 매출 증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해에도 3분기까지 모두 마이너스였습니다.

때문에 한중FTA가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터뷰> 천징웨이(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장) : "저가 상품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게 비교적 더 저렴하고 경쟁력이 더 좋기 때문에 생활용품 같은 특정 영역에서 한국 업계의 충격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 FTA로 열린 중국 시장은 여전히 기회입니다.

중국 대기업인 완다그룹이 운영하는 극장 2백여 곳에는 올해부터 새로운 발권기가 설치됩니다.

설치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영화 속 장면이나 인기 배우의 모습과 합성된 사진이 관람권에 인쇄돼 나오는 스타포토 발권기입니다.

IT기술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이 발권기를 개발한 곳은 3년 전에 창업한 국내 중소기업입니다.

국내 발권기 시장은 경쟁 업체 3곳이 대형 극장 브랜드들이 운영하는 상영관 300여 곳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

한국의 스무 배가 넘는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영화관부터 차근차근 접촉해나갔지만, 첫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인터뷰> 윤관(발권기 업체 영업부 팀장) : "저희들 입장에서는 우수한 기술력이 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을 해서 많은 영화관들을 접촉을 했었는데...(영화관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다들 눈치만 보는 상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했습니다.

오히려 시장 점유율 1위 극장에 도전한겁니다

<인터뷰> 왕치(완다시네마 최고기술경영자) : "완다시네마는 중국 제 1세대 영화관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제일 좋은 설비와 시스템을 갖춰야만 합니다. 사진 촬영 및 인화 기술은 우리가 매우 원하던 것이었고, 중국의 자동 발권기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술이었습니다."

결국 이 업체는 완다시네마의 200여개 극장 모든 곳에 발권기 5천 대를 설치하는 계약을 따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 해 매출이 10억 원 남짓한 기업이 중국 시장에 뛰어든지 채 1년이 안돼 27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 겁니다.

<인터뷰> 한재진(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중국 내수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 내수 시장을 뜯어보면은 그냥 단순하게 우리에 대한 제품에 대한 수요만 늘리는 게 아니라 어떤 고급화된 제품들을 많이 찾습니다. 그리고 융합적인, IT융합형 제품을 많이 찾기 때문에.."

차별화가 제조업체의 성공 열쇠라면 중국에 진출한 서비스업체들은 중국인, 특히 주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 중산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고층 건물 사이로 대형 커피전문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1000 제곱미터가 넘는 널찍한 공간에 큼직큼직한 테이블, 은은한 조명으로 꾸며진 매장 분위기가 여느 커피전문점과 조금 다릅니다.

매장을 가득 채운 건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는 중국의 젊은이들.

1980년대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도입 이후 출생한 일명 '바이링허우'들 입니다.

<인터뷰> 왕샤오(커피전문점 손님) : "친구가 추천해서 왔어요. 평소에 여기 분위기가 좋다고 들었고 편하게 해놨다고 커피랑 음식도 다 맛있다고 해서 한 번 와봤어요. (인터넷에) 별 다섯 개짜리 평가글도 있었구요."

지난 2011년에 베이징에 1호점을 낸 이 한국계 커피전문점은 5년 만에 베이징에만 28개.

상하이와 칭다오 등 중국 전역에 130여 개 가까운 매장을 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낯선 브랜드이지만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스타벅스의 아성을 위협할만큼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신자상(커피전문점 대표) : "우리가 스타벅스하고 딱 바로 마주쳐서 현재 중국에 총 6군데에서 맞부딪혔는데, (스타벅스가) 거의 초토화됐죠."

달콤한 생크림이나 과일을 올린 와플과 샐러드를 곁들인 샌드위치, 팥빙수까지...

50여 개에 달하는 디저트 메뉴를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위생과 다양한 입맛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인터뷰> 왕둥밍(커피전문점 바리스타) : "고객들은 대부분 단 음료를 좋아하죠. 디저트로는 와플, 토스트를 비교적 많이 주문하는 편이고요."

긴 테이블 앞에 모여 앉아 공간을 나눠써야하는 기존 커피전문점과는 달리 큼지막한 개별 테이블을 여러 개 배치해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는 중산층 고객들의 끌어모았습니다.

<인터뷰> 꾸오신(커피전문점 손님) : "안락한 인테리어가 집 같은 분위기에 문학적인 느낌도 나고요.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오후에 차를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오기 좋은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자 매장을 내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부지는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협업으로 해결했습니다.

<인터뷰> 신자상(커피전문점 대표) : "서로 이익이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개발업자들은 우리 같은 브랜드가 필요했고, 우리 브랜드는 싸게 넓은 공간을 주는 개발업자들이 필요했고..."

새로운 상권을 살리기 위해 부동산 개발업자는 저렴한 임대료에 공간을 빌려주고 커피전문점에서는 구매력 있는 손님을 끌어 모아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입니다.

꾸준히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현지 업체들과 함께 성장하는 이른바 '메이드 위드 차이나' 방식이 시장 안착을 이끌었습니다.

커피를 비롯한 식품, 외식업 분야는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이 발휘되는 대표적인 시장입니다.

특히, 자국 식품에 대한 불신이 높은 중국 소비자들은 김이나 떡 같은 가공 식품부터 두부 같은 식재료까지 한국산 식품을 즐겨찾습니다.

특히,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알려진 한국 우유는 늘 인기품목입니다.

<인터뷰> 정잉단(한국 식품 구매 고객) : "상대적으로 한국 우유가 중국 우유에 비해서 가격은 국산 것보다 훨씬 비싸죠. 어떤 제품은 2배가 비싸요. 하지만 우리한테 가격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건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죠."

중국인들의 '안전 고급 식품'에 대한 수요를 파고들면서 스스로 수출 길을 개척한 업체도 있습니다.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수확한 양식 굴을 작업장으로 가져와 손질하고.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특수 포장을 한 뒤에 바로 공항으로 실어보냅니다.

다음 날 오전,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굴 상자는 다시 중국 전역의 음식점으로 배송됩니다.

수확한 지 하루밖에 안된 통영 굴이 도착한 곳은 국빈 만찬장으로 쓰이는 베이징의 유명 중식당입니다.

고급 식재료를 이용해 1인당 최소 30만 원이 넘는 코스 메뉴를 선보이는 이 곳에서 한국산 생굴을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샤오장(중식당 사장) : "손님들도 이 굴에 매료됐습니다. 굴의맛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부분이 위생적이라는 겁니다."

26개 나라에서 직접 수산물을 수입해 쓰는 또 다른 베이징의 대형 식당.

이 식당 한곳에서만 한국산 생굴을 해마다 110톤씩 수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허치양(수산물 전문식당 사장) : "중국 내륙에는 바다가 없어서 해산물이 귀합니다. 한국의 몇몇 수확량이 높은 해산물을 중국에서 다 소진 가능합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굴 생산 국가지만 수질이 좋지 않아 생굴은 대부분 수입해서 먹습니다.

2014년에만 450억 원 어치를 수입했고, 이가운데 60%는 프랑스산이었습니다.

2012년 중국에 수출을 시작한 이 한국 업체는 2년 만에 중국 수입 생굴시장의 10%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한중 FTA 로 인해 농식품 분야는 한국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오히려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최명국(굴 채취 어민) : "FTA 협상 해가지고 1차 산업은 거의 손해보는 경우인데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고생해서라도 중국이나 해외로 수출하면 우리 어민한테도 많은 소득증대가 될 것이고..."

한-중 FTA 발효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진입 장벽이 훨씬 낮아졌지만, 낙관적으로만 보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중국 역시 과잉 상태에 있는 생산 능력을 해소하려 하기 위해 우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태세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관추안(중국인민대 경제학과 교수) : "생산 능력의 과잉은 현재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큰 문제인데요. 한중 FTA 이후 중국 기업의 경쟁력 있는 업계는 수출 길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어느 정도는 확장 할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 제현정(무역협회 연구위원) : "지금까지 10년은 사실은 중국이 정말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데 편승을 해서 같이 상승을 했어요. 이제는 중국의 기업이랑도 경쟁을 해야되고 사실은 더 어려워진 거죠. 상황은."

게다가 중국 시장은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국내 기업보다 더 높은 기술, 더 유명한 브랜드를 앞세운 각국 기업들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우리가 살릴 수 있는 이점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후 준(중국 북경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 기업들의 수준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있는데, 서구의 요소도 갖추고 있고, 동양적 요소도 결합돼 잇습니다. 이때문에 비교적 큰 경쟁력을 구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공략할 수 있는 틈새 시장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신자상(커피전문점 대표) :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마른 수건을 짜서 물을 낸다? 그런데 여기는 마른 수건이 아니예요. 젖은 수건임에는 틀림 없어요. 여기는 틈새 시장이 많다고요."

대표적인 것이 농수산식품과 서비스업입니다.

오는 2020년이면 중국 인구의 절반이 구매력 있는 중산층이 됩니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 기회는 바로 그곳에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FTA 새 경제 영토 중국을 열어라
    • 입력 2016-01-03 23:53:43
    • 수정2016-01-04 00:09:38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김성한(자동차부품 생산업체 차장) : "핵심 부품 외에는 중국 업체가 거의 다 따라 잡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 천징웨이(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장) : "저가 상품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게 비교적 더 저렴하고 경쟁력이 더 좋기 때문에 생활용품같은 특정 영역에서 한국 업계의 충격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죠."

<인터뷰> 허치양(수산물 전문식당 사장) : "한국 굴의 품질이 매우 좋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더 이상 프랑스산이나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 한국 업체 굴을 사용합니다."

<인터뷰> 꾸오신(커피전문점 손님) : "안락한 인테리어가 집 같은 분위기에 문학적인 느낌도 나고요.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오후에 차를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오기 좋은 것 같아요."

<오프닝>

한중FTA 발효로 13억 인구의 거대 시장이 열렸다는 기대가 높습니다.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우리 경제에 한중 FTA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려면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할까요?

중국 현지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한중FTA가 발효되기 이틀 전인 지난 달 18일

베이징에서는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 맞춤 상담을 해주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중국에 온 지 10년 넘은 중견 업체들도 상담회에 참여해 조언을 구했습니다.

휴대전화나 자동차 제조사 등 국내 대기업을 따라 중국에 들어온 협력업체 상당수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양승주(휴대폰 부품 업체 법인장) : "한 달에 한두 건 정도는 공장 매각 공고를 받아봐요. 정말로 이제 대기업 보고 들어온, 한 아이템을 갖고 한 기업을 보고 들어온 업체들은 거의 다 나갔다고 보면 됩니다. 없어요."

<인터뷰> 김성한(자동차부품 생산업체 차장) : "지금은 흔히 얘기하는 기술 격차가 과거에는 한 5년? 이렇게 봤는데. 지금은 1년, 2년....핵심 부품 외에는 중국 업체가 거의 다 따라 잡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는 한국에 있는 제조업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자,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몰려있는 시화, 반월 산업단지에는 빈 공장을 임대한다는 광고가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재작년까지 십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던 공장 건물입니다.

지금은 절반 이상이 비었습니다.

<인터뷰> 시화공단 00공장 관리인(음성변조) : "(올해 다 정리하고 나가신 거예요?) 네, 올해. 지금 저쪽에도 1층도 한 절반쯤 비어 있고. 2층은 이쪽에 전부 다 비어 있고. 여기도 거의 다 비었어요."

시화와 반월 2곳의 산업단지에서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모두 470여 개의 업체가 휴업이나 폐업을 선택했습니다.

<녹취> 휴대전화 부품 생산 업체 직원(음성변조) : "중국에서는 치고 올라오죠. 그러다 보니까 원청 △△이나 □□나 사실 거기서 나오는 물건 가지고 하는 건데. 거기서 자꾸 단가를 깎죠."

지난 2014년에는 국내 제조업 부문 매출 증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해에도 3분기까지 모두 마이너스였습니다.

때문에 한중FTA가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터뷰> 천징웨이(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장) : "저가 상품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게 비교적 더 저렴하고 경쟁력이 더 좋기 때문에 생활용품 같은 특정 영역에서 한국 업계의 충격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 FTA로 열린 중국 시장은 여전히 기회입니다.

중국 대기업인 완다그룹이 운영하는 극장 2백여 곳에는 올해부터 새로운 발권기가 설치됩니다.

설치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영화 속 장면이나 인기 배우의 모습과 합성된 사진이 관람권에 인쇄돼 나오는 스타포토 발권기입니다.

IT기술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이 발권기를 개발한 곳은 3년 전에 창업한 국내 중소기업입니다.

국내 발권기 시장은 경쟁 업체 3곳이 대형 극장 브랜드들이 운영하는 상영관 300여 곳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

한국의 스무 배가 넘는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영화관부터 차근차근 접촉해나갔지만, 첫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인터뷰> 윤관(발권기 업체 영업부 팀장) : "저희들 입장에서는 우수한 기술력이 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을 해서 많은 영화관들을 접촉을 했었는데...(영화관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다들 눈치만 보는 상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했습니다.

오히려 시장 점유율 1위 극장에 도전한겁니다

<인터뷰> 왕치(완다시네마 최고기술경영자) : "완다시네마는 중국 제 1세대 영화관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제일 좋은 설비와 시스템을 갖춰야만 합니다. 사진 촬영 및 인화 기술은 우리가 매우 원하던 것이었고, 중국의 자동 발권기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술이었습니다."

결국 이 업체는 완다시네마의 200여개 극장 모든 곳에 발권기 5천 대를 설치하는 계약을 따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 해 매출이 10억 원 남짓한 기업이 중국 시장에 뛰어든지 채 1년이 안돼 27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 겁니다.

<인터뷰> 한재진(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중국 내수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 내수 시장을 뜯어보면은 그냥 단순하게 우리에 대한 제품에 대한 수요만 늘리는 게 아니라 어떤 고급화된 제품들을 많이 찾습니다. 그리고 융합적인, IT융합형 제품을 많이 찾기 때문에.."

차별화가 제조업체의 성공 열쇠라면 중국에 진출한 서비스업체들은 중국인, 특히 주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 중산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고층 건물 사이로 대형 커피전문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1000 제곱미터가 넘는 널찍한 공간에 큼직큼직한 테이블, 은은한 조명으로 꾸며진 매장 분위기가 여느 커피전문점과 조금 다릅니다.

매장을 가득 채운 건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는 중국의 젊은이들.

1980년대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도입 이후 출생한 일명 '바이링허우'들 입니다.

<인터뷰> 왕샤오(커피전문점 손님) : "친구가 추천해서 왔어요. 평소에 여기 분위기가 좋다고 들었고 편하게 해놨다고 커피랑 음식도 다 맛있다고 해서 한 번 와봤어요. (인터넷에) 별 다섯 개짜리 평가글도 있었구요."

지난 2011년에 베이징에 1호점을 낸 이 한국계 커피전문점은 5년 만에 베이징에만 28개.

상하이와 칭다오 등 중국 전역에 130여 개 가까운 매장을 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낯선 브랜드이지만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스타벅스의 아성을 위협할만큼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신자상(커피전문점 대표) : "우리가 스타벅스하고 딱 바로 마주쳐서 현재 중국에 총 6군데에서 맞부딪혔는데, (스타벅스가) 거의 초토화됐죠."

달콤한 생크림이나 과일을 올린 와플과 샐러드를 곁들인 샌드위치, 팥빙수까지...

50여 개에 달하는 디저트 메뉴를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위생과 다양한 입맛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인터뷰> 왕둥밍(커피전문점 바리스타) : "고객들은 대부분 단 음료를 좋아하죠. 디저트로는 와플, 토스트를 비교적 많이 주문하는 편이고요."

긴 테이블 앞에 모여 앉아 공간을 나눠써야하는 기존 커피전문점과는 달리 큼지막한 개별 테이블을 여러 개 배치해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는 중산층 고객들의 끌어모았습니다.

<인터뷰> 꾸오신(커피전문점 손님) : "안락한 인테리어가 집 같은 분위기에 문학적인 느낌도 나고요.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오후에 차를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오기 좋은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자 매장을 내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부지는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협업으로 해결했습니다.

<인터뷰> 신자상(커피전문점 대표) : "서로 이익이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개발업자들은 우리 같은 브랜드가 필요했고, 우리 브랜드는 싸게 넓은 공간을 주는 개발업자들이 필요했고..."

새로운 상권을 살리기 위해 부동산 개발업자는 저렴한 임대료에 공간을 빌려주고 커피전문점에서는 구매력 있는 손님을 끌어 모아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입니다.

꾸준히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현지 업체들과 함께 성장하는 이른바 '메이드 위드 차이나' 방식이 시장 안착을 이끌었습니다.

커피를 비롯한 식품, 외식업 분야는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이 발휘되는 대표적인 시장입니다.

특히, 자국 식품에 대한 불신이 높은 중국 소비자들은 김이나 떡 같은 가공 식품부터 두부 같은 식재료까지 한국산 식품을 즐겨찾습니다.

특히,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알려진 한국 우유는 늘 인기품목입니다.

<인터뷰> 정잉단(한국 식품 구매 고객) : "상대적으로 한국 우유가 중국 우유에 비해서 가격은 국산 것보다 훨씬 비싸죠. 어떤 제품은 2배가 비싸요. 하지만 우리한테 가격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건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죠."

중국인들의 '안전 고급 식품'에 대한 수요를 파고들면서 스스로 수출 길을 개척한 업체도 있습니다.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수확한 양식 굴을 작업장으로 가져와 손질하고.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특수 포장을 한 뒤에 바로 공항으로 실어보냅니다.

다음 날 오전,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굴 상자는 다시 중국 전역의 음식점으로 배송됩니다.

수확한 지 하루밖에 안된 통영 굴이 도착한 곳은 국빈 만찬장으로 쓰이는 베이징의 유명 중식당입니다.

고급 식재료를 이용해 1인당 최소 30만 원이 넘는 코스 메뉴를 선보이는 이 곳에서 한국산 생굴을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샤오장(중식당 사장) : "손님들도 이 굴에 매료됐습니다. 굴의맛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부분이 위생적이라는 겁니다."

26개 나라에서 직접 수산물을 수입해 쓰는 또 다른 베이징의 대형 식당.

이 식당 한곳에서만 한국산 생굴을 해마다 110톤씩 수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허치양(수산물 전문식당 사장) : "중국 내륙에는 바다가 없어서 해산물이 귀합니다. 한국의 몇몇 수확량이 높은 해산물을 중국에서 다 소진 가능합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굴 생산 국가지만 수질이 좋지 않아 생굴은 대부분 수입해서 먹습니다.

2014년에만 450억 원 어치를 수입했고, 이가운데 60%는 프랑스산이었습니다.

2012년 중국에 수출을 시작한 이 한국 업체는 2년 만에 중국 수입 생굴시장의 10%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한중 FTA 로 인해 농식품 분야는 한국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오히려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최명국(굴 채취 어민) : "FTA 협상 해가지고 1차 산업은 거의 손해보는 경우인데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고생해서라도 중국이나 해외로 수출하면 우리 어민한테도 많은 소득증대가 될 것이고..."

한-중 FTA 발효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진입 장벽이 훨씬 낮아졌지만, 낙관적으로만 보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중국 역시 과잉 상태에 있는 생산 능력을 해소하려 하기 위해 우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태세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관추안(중국인민대 경제학과 교수) : "생산 능력의 과잉은 현재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큰 문제인데요. 한중 FTA 이후 중국 기업의 경쟁력 있는 업계는 수출 길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어느 정도는 확장 할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 제현정(무역협회 연구위원) : "지금까지 10년은 사실은 중국이 정말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데 편승을 해서 같이 상승을 했어요. 이제는 중국의 기업이랑도 경쟁을 해야되고 사실은 더 어려워진 거죠. 상황은."

게다가 중국 시장은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국내 기업보다 더 높은 기술, 더 유명한 브랜드를 앞세운 각국 기업들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우리가 살릴 수 있는 이점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후 준(중국 북경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 기업들의 수준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있는데, 서구의 요소도 갖추고 있고, 동양적 요소도 결합돼 잇습니다. 이때문에 비교적 큰 경쟁력을 구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공략할 수 있는 틈새 시장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신자상(커피전문점 대표) :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마른 수건을 짜서 물을 낸다? 그런데 여기는 마른 수건이 아니예요. 젖은 수건임에는 틀림 없어요. 여기는 틈새 시장이 많다고요."

대표적인 것이 농수산식품과 서비스업입니다.

오는 2020년이면 중국 인구의 절반이 구매력 있는 중산층이 됩니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 기회는 바로 그곳에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