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장관은 책임 없다”?

입력 2016.01.16 (07:35) 수정 2016.01.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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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언제부턴가 총체적 부실이나 인재라는 용어들이 깊숙이 다가왔습니다. 이번 감사원의 메르스 감사 결과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그 통탄스러운 사태는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된 인재”라고 못 박았습니다. 준엄하게 보건당국의 책임을 물은 겁니다. 그런데 해당 부서 최고 책임자인 장관이 빠졌습니다. 부실한 면죄부 감사였다는 비판이 지금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온 나라를 숨죽이게 했던 메르스 사태 때 국민 앞에 나섰던 그 장관의 얼굴과 말들을 기억합니다. 그때는 괜찮겠거니 했지요, 실제론 갈수록 나빠졌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36명이 숨졌고 그 경제적인 충격파는 쓰나미처럼 온 나라를 휩쓸었습니다. 관광객이 뚝 줄어들면서 나라의 품격마저 떨어뜨렸습니다. 발생단계부터 초기 대응의 미숙, 정보 은폐까지 부끄러운 일들이 속속 밝혀졌습니다. 이번에 감사원이 샅샅이 뒤진 결과에서도 입증됐습니다. 보건당국 관계자 16명이 해임이나 정직 등 중징계됐지만 그때 그 얼굴, 장관은 제외됐습니다. 이유는 당시 장관이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었고 지금은 이미 자리를 물러난 상태여서 책임을 거론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휘책임이나 ‘노블리스 오블리제’, 곧 높은 자리의 도덕적 책무라는 말은 왜 생긴 걸까요? 아랫사람의 잘못마저도 내 책임이라는 관용의 정신은커녕 내 실수조차도 남에게 떠넘긴다면 그 끝은 어디에 이를까요? 메르스 초기 들판의 불길처럼 번졌던 그 뿌리에는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문제의 그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가 컸습니다. 해당 장관은 자신이 지시해서 병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책임을 인정한 셈이지만 이번 감사 결과는 “장관은 책임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해당 장관은 지금 온 국민의 노후가 맡겨진 막중한 국민연금의 책임자가 됐습니다. 부끄러움을 잊어버리면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되어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은 걸까요?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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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언제부턴가 총체적 부실이나 인재라는 용어들이 깊숙이 다가왔습니다. 이번 감사원의 메르스 감사 결과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그 통탄스러운 사태는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된 인재”라고 못 박았습니다. 준엄하게 보건당국의 책임을 물은 겁니다. 그런데 해당 부서 최고 책임자인 장관이 빠졌습니다. 부실한 면죄부 감사였다는 비판이 지금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온 나라를 숨죽이게 했던 메르스 사태 때 국민 앞에 나섰던 그 장관의 얼굴과 말들을 기억합니다. 그때는 괜찮겠거니 했지요, 실제론 갈수록 나빠졌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36명이 숨졌고 그 경제적인 충격파는 쓰나미처럼 온 나라를 휩쓸었습니다. 관광객이 뚝 줄어들면서 나라의 품격마저 떨어뜨렸습니다. 발생단계부터 초기 대응의 미숙, 정보 은폐까지 부끄러운 일들이 속속 밝혀졌습니다. 이번에 감사원이 샅샅이 뒤진 결과에서도 입증됐습니다. 보건당국 관계자 16명이 해임이나 정직 등 중징계됐지만 그때 그 얼굴, 장관은 제외됐습니다. 이유는 당시 장관이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었고 지금은 이미 자리를 물러난 상태여서 책임을 거론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휘책임이나 ‘노블리스 오블리제’, 곧 높은 자리의 도덕적 책무라는 말은 왜 생긴 걸까요? 아랫사람의 잘못마저도 내 책임이라는 관용의 정신은커녕 내 실수조차도 남에게 떠넘긴다면 그 끝은 어디에 이를까요? 메르스 초기 들판의 불길처럼 번졌던 그 뿌리에는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문제의 그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가 컸습니다. 해당 장관은 자신이 지시해서 병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책임을 인정한 셈이지만 이번 감사 결과는 “장관은 책임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해당 장관은 지금 온 국민의 노후가 맡겨진 막중한 국민연금의 책임자가 됐습니다. 부끄러움을 잊어버리면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되어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은 걸까요?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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