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법 강조하는 아동학대 보도

입력 2016.01.24 (17:11) 수정 2016.01.24 (22: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최근 부모가 자녀를 학대한 사건이 잇따라 불거진데 이어, 심지어 숨지게 한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언론들은 이 사건들을 보도하며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끔찍한 범행을 지나치게 상세히 전하거나 추측해 보도하는 등 일부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오늘은 먼저 '아동 학대'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 태도를 류란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얘기를 나누기에 앞서 일부 표현이 지나치다고 판단된 보도 내용은 화면과 음성을 가렸음을 알려드립니다.

류 기자! 특히 최근 부모가 아들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 충격적인 만큼 언론들의 관심도 컸죠?

<답변>

네. 언론들은 사건 발생 이후, 부모의 진술 등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속보를 이어갔는데요,

이런 와중에 다소 표현 등이 지나친 보도가 적지 않았습니다.

<리포트>

지난 21일, 이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언론들은 시시각각 현장 상황을 전했고, 범행의 잔혹성과 피의자들의 태연함을 부각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1.21.) : "‘눈물도 없이 머뭇거리지도 않고’ 시신 훼손 재연"

<녹취> 헤럴드경제(1.21.) : "영혼 없는 것처럼 담담히 재연…‘아들 시신 훼손 사건’ 현장검증"

언론들은 사건이 알려진 초기부터 자극적인 내용을 제목으로 전하며 범행 도구를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범행수법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녹취> MBN 뉴스(01.18.) : "아들 시신 훼손, 경찰*** 사용해 시신 훼손 눈길"

<녹취> 조선일보(1.18. / A10면) : “최 군 시체를 3일간 안방에 놔뒀다. 그러다.. 욕실로 옮겨..”

범행과 직접 관련이 없는 최 씨 부부의 사생활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01.18. / 010면) : “최 씨는 22살 때인 2003년 부인을 만나 최 군을 낳고 혼인신고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부인이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뷰> 백혜진(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광고홍보학부 교수 /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 "그 부모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끔찍한 짓을 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전개하기에 급급한 거죠. 그러다 보면 그 사건 자체에 대한 전말은 사람들이 알 수 있으나, 그런 아동학대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 건 지에 대한 보다 큰 의미에서의 그런 주제는 잊게 되는 거죠"

추측성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과거 엽기적 범죄와 연결 짓기도 하고,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 발생 초기부터 단정적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JTBC(1.15.) : "초등학생 아들을 아버지가 **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내용을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에는(2장) 언론이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땐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따라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범죄 행위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야 한다고 돼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7장) 선정적, 폭력적 묘사를 자제하고 관련 사진과 영상은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질문> “그런데, 류 기자! 사실 이번 사건은 4년 가까이 부모에 의해 은폐돼오다가 언론에 의해 또 다른 사건이 보도되면서 드러나게 됐죠?”

<답변>

네. 지난해 말, 친부와 동거녀에게 구타를 당하고 감금됐다 구조된 ‘11살 소녀’ 사건 기억하시죠?

그 사건을 계기로 허술한 아동관리 제도에 대한 공분이 일었고, 그 결과 전국의 장기 결석 초등학생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됐는데, 그 조사에서 최 군의 사망 사실이 또 확인된 겁니다.

<리포트>

한 겨울, 반바지 차림의 마른 어린이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구조됐습니다.

근처 건물 2층에 사는 11살 소녀가 세탁실에 갇혀 있다가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겁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2015.12.19.) : “갈비뼈가 부러져있던 A양은 친아버지와 동거녀, 동거녀의 친구에게서 2년 넘게 학대받아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소녀는 3년이 넘도록 장기 결석 상태였지만, 탈출 할 때까지 학교나 지역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녹취> KBS뉴스9(2015.12.23.) :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자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을 경우 학대나 실종에 대한 수사가 이뤄집니다."

조사 결과 장기 결석 아동 220명 중 실종 상태의 아이들이 확인됐고, 그 중 한 명이 숨진 최 군입니다.

최 군 역시 결석한지 3년 9개월째, 언론들은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한국일보(01.19.) : "가정방문 절실한데.. “부모 상관 말라” 막으면 속수무책"

<녹취> 경향신문(01.18.) : "학생 관리.아동보호 시스템 총체적 부실 확인.. 결석 아동 '출석 독촉 규정 뿐'.. 신변 이상 발견하지 않아."

언론들은 숨진 최 군이나 구조된 11살 소녀의 경우, 결석이 길어지자 학교 측이 초중등교육법이 정한 대로 부모에게 출석 독려서를 보내고 지자체에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19일) : “ 담임교사가 가정 방문을 했지만 최 군 부모를 만나지 못 했고, 집으로 보낸 출석 독촉장도 반송됐습니다. 결석 한 달째, 학교는 법에 따라 지자체에 공문을 보냅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두 차례 공문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신설된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라, 교사는 학대가 의심만 돼도 신고해야 하고, 의무를 소홀히 하면 벌금이 최고 500만 원까지 부과되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라는 사실을 짚은 언론은 극히 일부에 그쳤습니다.

<녹취> 조선일보(19일 8면 종합) : “부천 최 군의 경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의 변명 자체가 아동학대의 한 유형인 ‘방임’이므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즉각 신고했어야 하는 것이다.”

언론이 아동 학대 문제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내기 위해선 관련 제도에 대한 이해도 중요합니다.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2013년 있었던 울산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만들어져 시행됐습니다.

‘아동 학대 특례법’은 아동 학대를 별도의 범죄로 규정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고, 학대나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보호 전문가와 경찰이 동행해 반드시 현장조사를 나가도록 했습니다.

또 아동학대 관련 신고 전화번호도 112로 통일됐고, 24개 직군의 신고의무자가 지정되는 등, 많은 제도가 바뀌었지만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제도가 갖춰져 있더라도 이걸 제대로 알리려면, 언론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은데, 이번 최 군 사건을 계기로 당국의 보완 대책이 또 나오지 않았나요?”

<답변>

정부는 서둘러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아동 학대' 대책의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정부는 긴급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미취학 아동 등에 대한 학대 예방대책을 내놨습니다.

<녹취> KBS 뉴스9 (01.17.) : "필수 예방 접종이나 영유아 건강 검진을 하지 않으면 가정을 방문해 학대 여부를 확인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언론들은 *일부 대책이 2년 전, 잇단 아동 학대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내놨던 ‘아동학대 예방대책’과 거의 같다며 비판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TV(01.19) : "필수예방접종 미실시 아동과 초등학교 미취학 아동에 대해 조사하고 보호인력이나 경찰이 가정방문을 하기로 계획했던 것인데 2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또 왜 그 동안 제대로 시행되지 못 했는지도 짚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과거 대책을 살펴보며 현재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은 일부에 불과할 뿐, 상당수 언론들은 정부 발표를 중계식으로 전달하는데 그쳤고, 실현 가능성 등은 따져보지 않았습니다.

<질문> “류 기자! 대책의 실효성을 따져보는 것 못지 않게 평소 아동학대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갖도록 하는 언론의 역할, 그것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답변>

네. 사실 언론에 보도되는 아동 학대는 극히 일부분이란 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언제든 내 주위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리포트>

아동복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아동학대는 신체, 정서, 성적 학대, 그리고 방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아동 학대와 관련한 보도는 대부분 신체적 학대, 그것도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학대만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임 등도 역시 분명한 아동학대라는 것과, 그에 따른 피해가 얼마나 큰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는 것 역시 언론이 해야 할 몫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심각한 학대만이 지금 보도가 되다 보니까 아 나는 저렇지 않아 나는 괜찮은 부모야 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으신데 흔히 잘 몰라서 저지르고 있는 부분들도 충분히 아이들에게는 고통을 주고 상처가 되는 상황입니다."

또 사회 구성원들이 아동 학대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와 우리의 일로 여길 수 있도록 언론도 노력해야 합니다.

더불어 아동학대 보도는 가해자 처벌 보다는 아이들이 돌아갈 건강한 가정과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인터뷰>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이 제때 도움을 못 받아서 사실 미래에 생산적이거나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지 못하면 그 자체가 우리 아이가 사는 사회에도 부담이 되는 거거든요. 어느 집의 아이든지 간에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고 건전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동등하게 만들어주는 게 사회적 책임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아동보호전문가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해당 사건의 피해 아동이 우리의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나중에라도 커서 다시 찾아보고 그 기사를 바탕으로 기억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신중하게 보도해야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수법 강조하는 아동학대 보도
    • 입력 2016-01-24 15:42:19
    • 수정2016-01-24 22:55:38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최근 부모가 자녀를 학대한 사건이 잇따라 불거진데 이어, 심지어 숨지게 한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언론들은 이 사건들을 보도하며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끔찍한 범행을 지나치게 상세히 전하거나 추측해 보도하는 등 일부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오늘은 먼저 '아동 학대'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 태도를 류란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얘기를 나누기에 앞서 일부 표현이 지나치다고 판단된 보도 내용은 화면과 음성을 가렸음을 알려드립니다.

류 기자! 특히 최근 부모가 아들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 충격적인 만큼 언론들의 관심도 컸죠?

<답변>

네. 언론들은 사건 발생 이후, 부모의 진술 등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속보를 이어갔는데요,

이런 와중에 다소 표현 등이 지나친 보도가 적지 않았습니다.

<리포트>

지난 21일, 이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언론들은 시시각각 현장 상황을 전했고, 범행의 잔혹성과 피의자들의 태연함을 부각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1.21.) : "‘눈물도 없이 머뭇거리지도 않고’ 시신 훼손 재연"

<녹취> 헤럴드경제(1.21.) : "영혼 없는 것처럼 담담히 재연…‘아들 시신 훼손 사건’ 현장검증"

언론들은 사건이 알려진 초기부터 자극적인 내용을 제목으로 전하며 범행 도구를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범행수법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녹취> MBN 뉴스(01.18.) : "아들 시신 훼손, 경찰*** 사용해 시신 훼손 눈길"

<녹취> 조선일보(1.18. / A10면) : “최 군 시체를 3일간 안방에 놔뒀다. 그러다.. 욕실로 옮겨..”

범행과 직접 관련이 없는 최 씨 부부의 사생활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01.18. / 010면) : “최 씨는 22살 때인 2003년 부인을 만나 최 군을 낳고 혼인신고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부인이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뷰> 백혜진(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광고홍보학부 교수 /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 "그 부모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끔찍한 짓을 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전개하기에 급급한 거죠. 그러다 보면 그 사건 자체에 대한 전말은 사람들이 알 수 있으나, 그런 아동학대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 건 지에 대한 보다 큰 의미에서의 그런 주제는 잊게 되는 거죠"

추측성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과거 엽기적 범죄와 연결 짓기도 하고,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 발생 초기부터 단정적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JTBC(1.15.) : "초등학생 아들을 아버지가 **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내용을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에는(2장) 언론이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땐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따라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범죄 행위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야 한다고 돼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7장) 선정적, 폭력적 묘사를 자제하고 관련 사진과 영상은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질문> “그런데, 류 기자! 사실 이번 사건은 4년 가까이 부모에 의해 은폐돼오다가 언론에 의해 또 다른 사건이 보도되면서 드러나게 됐죠?”

<답변>

네. 지난해 말, 친부와 동거녀에게 구타를 당하고 감금됐다 구조된 ‘11살 소녀’ 사건 기억하시죠?

그 사건을 계기로 허술한 아동관리 제도에 대한 공분이 일었고, 그 결과 전국의 장기 결석 초등학생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됐는데, 그 조사에서 최 군의 사망 사실이 또 확인된 겁니다.

<리포트>

한 겨울, 반바지 차림의 마른 어린이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구조됐습니다.

근처 건물 2층에 사는 11살 소녀가 세탁실에 갇혀 있다가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겁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2015.12.19.) : “갈비뼈가 부러져있던 A양은 친아버지와 동거녀, 동거녀의 친구에게서 2년 넘게 학대받아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소녀는 3년이 넘도록 장기 결석 상태였지만, 탈출 할 때까지 학교나 지역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녹취> KBS뉴스9(2015.12.23.) :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자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을 경우 학대나 실종에 대한 수사가 이뤄집니다."

조사 결과 장기 결석 아동 220명 중 실종 상태의 아이들이 확인됐고, 그 중 한 명이 숨진 최 군입니다.

최 군 역시 결석한지 3년 9개월째, 언론들은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한국일보(01.19.) : "가정방문 절실한데.. “부모 상관 말라” 막으면 속수무책"

<녹취> 경향신문(01.18.) : "학생 관리.아동보호 시스템 총체적 부실 확인.. 결석 아동 '출석 독촉 규정 뿐'.. 신변 이상 발견하지 않아."

언론들은 숨진 최 군이나 구조된 11살 소녀의 경우, 결석이 길어지자 학교 측이 초중등교육법이 정한 대로 부모에게 출석 독려서를 보내고 지자체에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19일) : “ 담임교사가 가정 방문을 했지만 최 군 부모를 만나지 못 했고, 집으로 보낸 출석 독촉장도 반송됐습니다. 결석 한 달째, 학교는 법에 따라 지자체에 공문을 보냅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두 차례 공문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신설된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라, 교사는 학대가 의심만 돼도 신고해야 하고, 의무를 소홀히 하면 벌금이 최고 500만 원까지 부과되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라는 사실을 짚은 언론은 극히 일부에 그쳤습니다.

<녹취> 조선일보(19일 8면 종합) : “부천 최 군의 경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의 변명 자체가 아동학대의 한 유형인 ‘방임’이므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즉각 신고했어야 하는 것이다.”

언론이 아동 학대 문제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내기 위해선 관련 제도에 대한 이해도 중요합니다.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2013년 있었던 울산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만들어져 시행됐습니다.

‘아동 학대 특례법’은 아동 학대를 별도의 범죄로 규정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고, 학대나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보호 전문가와 경찰이 동행해 반드시 현장조사를 나가도록 했습니다.

또 아동학대 관련 신고 전화번호도 112로 통일됐고, 24개 직군의 신고의무자가 지정되는 등, 많은 제도가 바뀌었지만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제도가 갖춰져 있더라도 이걸 제대로 알리려면, 언론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은데, 이번 최 군 사건을 계기로 당국의 보완 대책이 또 나오지 않았나요?”

<답변>

정부는 서둘러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아동 학대' 대책의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정부는 긴급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미취학 아동 등에 대한 학대 예방대책을 내놨습니다.

<녹취> KBS 뉴스9 (01.17.) : "필수 예방 접종이나 영유아 건강 검진을 하지 않으면 가정을 방문해 학대 여부를 확인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언론들은 *일부 대책이 2년 전, 잇단 아동 학대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내놨던 ‘아동학대 예방대책’과 거의 같다며 비판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TV(01.19) : "필수예방접종 미실시 아동과 초등학교 미취학 아동에 대해 조사하고 보호인력이나 경찰이 가정방문을 하기로 계획했던 것인데 2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또 왜 그 동안 제대로 시행되지 못 했는지도 짚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과거 대책을 살펴보며 현재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은 일부에 불과할 뿐, 상당수 언론들은 정부 발표를 중계식으로 전달하는데 그쳤고, 실현 가능성 등은 따져보지 않았습니다.

<질문> “류 기자! 대책의 실효성을 따져보는 것 못지 않게 평소 아동학대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갖도록 하는 언론의 역할, 그것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답변>

네. 사실 언론에 보도되는 아동 학대는 극히 일부분이란 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언제든 내 주위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리포트>

아동복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아동학대는 신체, 정서, 성적 학대, 그리고 방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아동 학대와 관련한 보도는 대부분 신체적 학대, 그것도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학대만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임 등도 역시 분명한 아동학대라는 것과, 그에 따른 피해가 얼마나 큰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는 것 역시 언론이 해야 할 몫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심각한 학대만이 지금 보도가 되다 보니까 아 나는 저렇지 않아 나는 괜찮은 부모야 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으신데 흔히 잘 몰라서 저지르고 있는 부분들도 충분히 아이들에게는 고통을 주고 상처가 되는 상황입니다."

또 사회 구성원들이 아동 학대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와 우리의 일로 여길 수 있도록 언론도 노력해야 합니다.

더불어 아동학대 보도는 가해자 처벌 보다는 아이들이 돌아갈 건강한 가정과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인터뷰>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이 제때 도움을 못 받아서 사실 미래에 생산적이거나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지 못하면 그 자체가 우리 아이가 사는 사회에도 부담이 되는 거거든요. 어느 집의 아이든지 간에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고 건전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동등하게 만들어주는 게 사회적 책임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아동보호전문가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해당 사건의 피해 아동이 우리의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나중에라도 커서 다시 찾아보고 그 기사를 바탕으로 기억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신중하게 보도해야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