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미스터리, 방지책은?

입력 2016.01.24 (23:24) 수정 2016.0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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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이용희(부천원미경찰서 형사과장) : "피해자를 강제로 씻기는 과정에서 아이가 실신할 정도로 폭행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상당기간 상습적으로 폭행이 이루어졌다고 판단됩니다"

<인터뷰> 슈퍼주인(음성변조) : ""추워요. 도망쳐나왔어요.." 그러더라고요, "배가 너무 고파서... 배가 고파요" 그 말을 세 번 이상 했어요"

<인터뷰> 이호선(숭실사이버대학교 상담복지학과 교수) : "(장기결석한) 아이가 어디 있는지 끝까지 밝혀야 되는게 사실은 복지이고 또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잖아요. 근데 지금 현재 이런 유기적 관계들이 모두 다 얼마나 허술한지 이번 사건을 통해서 단적으로 드러난거죠"

<오프닝>

연말연초에 잇따른 끔찍한 폭력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나약한 아이들, 가해자는 이 아이들의 친부모입니다.

가르친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어른 10명 가운데 8명이 이런 친부모입니다.

최근 인천과 부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사회적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왜 그토록 잔인했을까요,

그리고 우리사회는 왜 늦기 전에 이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을까요.

<리포트>

지난 15일, 한 아버지가 경찰에 쫓기다 체포됐습니다.

34살 최 모 씨.

최 씨 친구 집에선 끔찍하게 훼손된 남자 아이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습니다.

숨진 지 3년만에 발견된 시신은 사망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최 씨의 아들.

최 씨는 경찰에서 아들이 욕실에서 넘어져 의식을 잃었다가 한달 뒤 숨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최 씨는 아들이 숨지기 전날 두 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용희(부천 원미경찰서 형사과장) : "(최 씨는 아들에 대한) 폭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였으며, 사망 당일 폭행 등 구체적 행적에 대해서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어린 아들에 대한 폭행은 숨지기 전에도 상습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장/프로파일러) : "그 사람이 진술한거에 주목해야 됩니다. (폭행시점을) 4월, 7월, 11월, 4월과 11월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어느 시점인지 그 시점이 모호합니다. 한 몇달을 함축적으로 얘기해버립니다. 그건 뭐냐면 인지적인 어떤 왜곡이 생기는 건데요. 늘 학대를 했던 겁니다"

최 군 사망 사건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실들이 여럿 드러났습니다.

취재파일K는 전문가들과 함께 의문점들을 짚어 봤습니다.

왜 최 씨는 훼손한 아들의 시신을 냉동보관하면서 옮겨 다녔을까?

<녹취> 배상훈(프로파일러) : "훼손을 한 다음에 아주 자기의 가까운데에 자기 집 밑에 묻거나, 이런 거는 사실은 강한 지배욕이라던가 소유욕, 분노 이런 것이 표현되는 거거든요."

경찰 조사과정에서 최 군의 어머니 한 씨는 아들 학대를 방임했고 시신을 훼손, 유기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엄마까지 가담했을까?

<인터뷰> 염건령(한국범죄과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일부 부인들이 남편한테 개별분리가 안돼서 완전 종속돼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이걸 애착중독이라고 하는데 쉼게 이야기하면 자기 아이보다는 남편이 더 중요했던 거예요. 따라서 취사 선택을 할 때 남편이 범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남편을 보호하는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아이의 사체 훼손이나 그 기타 관련된 행위에 참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봐야되는 거죠"

숨진 최 군에게는 여동생도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부모가 딸에게는 잘 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기 엄마가 딸내미한테 지극정성 잘했어요. 아침마다 갈 때 학교 데려다 주고 올 때 데리고 오고..."

왜 학대는 최군에게만 집중됐을까?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학대는 타겟이 있습니다. 많은 아이가 있지만 그중에 한 아이가 가장 만만한 대상인거죠. 딱 정해진 아이를 우선 타겟으로 보고 그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부터 시작해서 일거수일투족이 다 맘에 안듭니다. 대답을 늦게해도 마음에 안들고 밥을 늦게 먹어도 마음에 안들고...."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학대를 당하지 않더라도 이를 지켜보는 형제자매는 폭력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배상훈(프로파일러) : "딸 아이같은 경우는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느낌이 왔겠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아니면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굉장히 큰 두려움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한 순간에 부모가 악마가 돼 버리잖아요. 지금은 당연히 절대적으로 분리를 해야되는거고"

최 씨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프로파일러) : "폭력이 대물림 되는건 어떤 스트레스가 나타났을 때 그것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폭력인겁니다. 그 방법이 사실 가장 쉬운거거든요. 그거를 부모가 보여주는 겁니다. 딱 거울입니다. 아이는 바로 그걸 배웁니다. 아 이게 때리거나 아니면 뭘 하면 바로 해결이 되는구나! 그게 되기 때문에 바로 각인이 되는 거죠"

경찰은 범죄심리분석 결과, 최씨는 분노충동 조절 장애가 있고 한씨는 의사 소통 능력과 인지 사고 능력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과학연구소) : "아이를 소유물로 보는 소유물 증후군이라는 게 있어요. 내 물건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된다. 이런게 섞여 있고요. 아버지같은 경우는 충동조절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아이에 대해서 분노조절을 못하고 폭력을 마주잡이로 행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얘기죠. 어머니는 학습장애 떠는 인지 장애가 있어서 자기를 주도하는 사람을 그대로 따라가는 이런 속성이 있게 때문에 범죄인줄 알면서도 따라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세가지 요소가 한꺼번에 결합이 된게 이 참극을 빚었다고 봐야겠죠."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아동학대 사례 만 여 건 가운데 8천2백여건, 80%가 넘는 가해자가 친부모였습니다.

그리고 학대로 숨진 14명 가운데 10명이 친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5천여 건의 아동학대 사건이 접수됐고 12명이 숨졌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부모는 그 체벌이 사실 학대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학대가 아니다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신고도 제대로 잘 안되고 또 부모는 당연히 때려서라도 아이를 가르치겠다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어서 가정내 학대가 많이 묻히기도 하고 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최 군 사건 역시 지난달 한겨울에 맨발로 집을 탈출한 11살 박 모양 사건이 없었다면 묻힐 뻔 했습니다.

11살, 16킬로그램.

박 모 양은 갈비뼈에 금이 간 앙상한 몸으로 가스배관을 타고 자신의 집을 '탈출'해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동네 슈퍼.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계절에 맞지 않게 반바지 차림, 얇은 옷을 입고 있어서 느낌이 이상했는데 신발을 안 신은 걸 본 거예요. 머리가 싹둑싹둑 잘려 있었어요. (과자를 ) 깐 거니까 우선 먹으라고 줬죠. "추워요. 도망쳐나왔어요" 그러더라고요, "배가 너무 고파서... 배가 고파요" 그 말을 3번 이상 했어요"

박 양은 2년 간 집에 갇혀서 매맞고 굶주렸습니다.

학대 가해자는 친아버지와 동거녀.

뼈가 부러질 만큼 끔찍한 폭력은 목숨을 걸고 탈출에 성공한 뒤에야 끝났습니다.

<인터뷰> 김태훈(시민) : "안타깝죠. 안타까운 생각밖에 안 들죠. 때리고 감금하고.. 그런 일이 이제는 더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이기옥(시민) :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그런 거 보면 너무 화가 나죠. 뭐라 할 수도 없죠. 법이 많이 강화됐으면 좋겠고요. 이사람들 진짜 처벌을 세게 받았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5학년 나이인 박 양과 사망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최 군.

두 아이의 공통점은 가해자가 친부모라는 것 말고도 또 있습니다.

두 학생이 다 장기결석생이었고, 아무도 이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부천에서 살던 박 양은 인천으로 이사온 뒤 2년 넘게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가 (부천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하는 시점에서 무단 전출을 하거든요. 자치단체에서 가보니까 집은 빈집이고 사람들이 아무도 없고..."

숨진 최 군도 2012년 4월 이후 학교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학교 등 교육 당국은 전화와 가정 방문 등을 통해 최군의 행방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이후 규정대로 최군이 살던 동네 주민센터에 소재 파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냅니다.

주민센터는 그 요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의혹을 받고 있고, 지자체는 뒤늦게 감사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 "소재가 불명인 경우에는 알아볼 수가 없죠. 조사권이 없으니까. 학교도 마찬가지고요. (학생의) 소재도 모르고 사유도 모르게 되는거죠"

박 양 사건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숨진 최 군 사건도 이 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안영길(부천교육지원청 장학사) : "(최군의 어머니가) 특정(실종)시점도 기억을 못하고 아이가 자기 스스로 나갔다고 했다가 실종이 됐다고 했다가 그런식으로 자기모면을 위한 말을 자꾸 하는게 눈에 띄었고요.."

현행법은 학생이 일주일 이상 결석하면 경고조치를 해야하고 그래도 결석이 계속되면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돼 있지만 그 이후에 대해선 구체적인 규정이 없습니다.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칠곡과 울산 계모 사건으로 특례법이 만들어져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학대신고도 의무화했지만 예방시스템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학대는 매맞고 상처가 나야만이 학대라고 생각을 했다는 거죠. 사실 학교를 안보내는 문제는 아이들의 권리, 즉 가장 중요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박탈하는 수준이나까 학교를 애가 안 나오면 반드시 교사는 신고했어야 되는거죠. 112에.."

특례법에는 교사를 비롯해 의료인, 학원강사 등이 아동학대를 알고도 신고 하지 않으면 최대 5백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선(숭실 사이버대학교 상담복지학과 교수) : "아이가 학대를 받는 것 같아서 부모에게 연락을 하면 그 때 부모는 왜 남의 일에 간섭을 하느냐 내가 아무일 없이 애 잘 키우고 있는데 왜 난리냐라고 해서 오히려 반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뭐냐면 선생님. 곧 교사가 아이가 아이가 학대당하거나 아이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일절 관여할만한 권리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미국은 학생이 무단결석을 하면 학부모에게 징역 30일 이상, 벌금 100달러 이상을 부과하고 영국, 일본, 독일 역시 아동의 무단결석을 범죄로 보고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아동 학대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70개가 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처리는 미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선(숭실 사이버대학교 상담복지학과 교수) :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할 법령이라든지 아니면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느슨하게 되어 있고 그물망이 너무 커서 사실상 촘촘하게 잡아야 될 여러 항목들이 계속 쑥쑥 빠져 나가는 걸 지금 이 사건에서 아주 전형적으로 보게 된 겁니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사회 구성원을 키우는 사회 공동의 책무입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고통받고 있을 지 모를 또 다른 최군과 박양을 구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학대 예방, 적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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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 미스터리, 방지책은?
    • 입력 2016-01-24 23:05:14
    • 수정2016-01-25 00:12:51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이용희(부천원미경찰서 형사과장) : "피해자를 강제로 씻기는 과정에서 아이가 실신할 정도로 폭행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상당기간 상습적으로 폭행이 이루어졌다고 판단됩니다"

<인터뷰> 슈퍼주인(음성변조) : ""추워요. 도망쳐나왔어요.." 그러더라고요, "배가 너무 고파서... 배가 고파요" 그 말을 세 번 이상 했어요"

<인터뷰> 이호선(숭실사이버대학교 상담복지학과 교수) : "(장기결석한) 아이가 어디 있는지 끝까지 밝혀야 되는게 사실은 복지이고 또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잖아요. 근데 지금 현재 이런 유기적 관계들이 모두 다 얼마나 허술한지 이번 사건을 통해서 단적으로 드러난거죠"

<오프닝>

연말연초에 잇따른 끔찍한 폭력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나약한 아이들, 가해자는 이 아이들의 친부모입니다.

가르친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어른 10명 가운데 8명이 이런 친부모입니다.

최근 인천과 부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사회적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왜 그토록 잔인했을까요,

그리고 우리사회는 왜 늦기 전에 이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을까요.

<리포트>

지난 15일, 한 아버지가 경찰에 쫓기다 체포됐습니다.

34살 최 모 씨.

최 씨 친구 집에선 끔찍하게 훼손된 남자 아이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습니다.

숨진 지 3년만에 발견된 시신은 사망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최 씨의 아들.

최 씨는 경찰에서 아들이 욕실에서 넘어져 의식을 잃었다가 한달 뒤 숨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최 씨는 아들이 숨지기 전날 두 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용희(부천 원미경찰서 형사과장) : "(최 씨는 아들에 대한) 폭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였으며, 사망 당일 폭행 등 구체적 행적에 대해서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어린 아들에 대한 폭행은 숨지기 전에도 상습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장/프로파일러) : "그 사람이 진술한거에 주목해야 됩니다. (폭행시점을) 4월, 7월, 11월, 4월과 11월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어느 시점인지 그 시점이 모호합니다. 한 몇달을 함축적으로 얘기해버립니다. 그건 뭐냐면 인지적인 어떤 왜곡이 생기는 건데요. 늘 학대를 했던 겁니다"

최 군 사망 사건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실들이 여럿 드러났습니다.

취재파일K는 전문가들과 함께 의문점들을 짚어 봤습니다.

왜 최 씨는 훼손한 아들의 시신을 냉동보관하면서 옮겨 다녔을까?

<녹취> 배상훈(프로파일러) : "훼손을 한 다음에 아주 자기의 가까운데에 자기 집 밑에 묻거나, 이런 거는 사실은 강한 지배욕이라던가 소유욕, 분노 이런 것이 표현되는 거거든요."

경찰 조사과정에서 최 군의 어머니 한 씨는 아들 학대를 방임했고 시신을 훼손, 유기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엄마까지 가담했을까?

<인터뷰> 염건령(한국범죄과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일부 부인들이 남편한테 개별분리가 안돼서 완전 종속돼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이걸 애착중독이라고 하는데 쉼게 이야기하면 자기 아이보다는 남편이 더 중요했던 거예요. 따라서 취사 선택을 할 때 남편이 범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남편을 보호하는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아이의 사체 훼손이나 그 기타 관련된 행위에 참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봐야되는 거죠"

숨진 최 군에게는 여동생도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부모가 딸에게는 잘 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기 엄마가 딸내미한테 지극정성 잘했어요. 아침마다 갈 때 학교 데려다 주고 올 때 데리고 오고..."

왜 학대는 최군에게만 집중됐을까?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학대는 타겟이 있습니다. 많은 아이가 있지만 그중에 한 아이가 가장 만만한 대상인거죠. 딱 정해진 아이를 우선 타겟으로 보고 그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부터 시작해서 일거수일투족이 다 맘에 안듭니다. 대답을 늦게해도 마음에 안들고 밥을 늦게 먹어도 마음에 안들고...."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학대를 당하지 않더라도 이를 지켜보는 형제자매는 폭력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배상훈(프로파일러) : "딸 아이같은 경우는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느낌이 왔겠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아니면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굉장히 큰 두려움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한 순간에 부모가 악마가 돼 버리잖아요. 지금은 당연히 절대적으로 분리를 해야되는거고"

최 씨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프로파일러) : "폭력이 대물림 되는건 어떤 스트레스가 나타났을 때 그것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폭력인겁니다. 그 방법이 사실 가장 쉬운거거든요. 그거를 부모가 보여주는 겁니다. 딱 거울입니다. 아이는 바로 그걸 배웁니다. 아 이게 때리거나 아니면 뭘 하면 바로 해결이 되는구나! 그게 되기 때문에 바로 각인이 되는 거죠"

경찰은 범죄심리분석 결과, 최씨는 분노충동 조절 장애가 있고 한씨는 의사 소통 능력과 인지 사고 능력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과학연구소) : "아이를 소유물로 보는 소유물 증후군이라는 게 있어요. 내 물건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된다. 이런게 섞여 있고요. 아버지같은 경우는 충동조절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아이에 대해서 분노조절을 못하고 폭력을 마주잡이로 행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얘기죠. 어머니는 학습장애 떠는 인지 장애가 있어서 자기를 주도하는 사람을 그대로 따라가는 이런 속성이 있게 때문에 범죄인줄 알면서도 따라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세가지 요소가 한꺼번에 결합이 된게 이 참극을 빚었다고 봐야겠죠."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아동학대 사례 만 여 건 가운데 8천2백여건, 80%가 넘는 가해자가 친부모였습니다.

그리고 학대로 숨진 14명 가운데 10명이 친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5천여 건의 아동학대 사건이 접수됐고 12명이 숨졌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부모는 그 체벌이 사실 학대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학대가 아니다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신고도 제대로 잘 안되고 또 부모는 당연히 때려서라도 아이를 가르치겠다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어서 가정내 학대가 많이 묻히기도 하고 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최 군 사건 역시 지난달 한겨울에 맨발로 집을 탈출한 11살 박 모양 사건이 없었다면 묻힐 뻔 했습니다.

11살, 16킬로그램.

박 모 양은 갈비뼈에 금이 간 앙상한 몸으로 가스배관을 타고 자신의 집을 '탈출'해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동네 슈퍼.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계절에 맞지 않게 반바지 차림, 얇은 옷을 입고 있어서 느낌이 이상했는데 신발을 안 신은 걸 본 거예요. 머리가 싹둑싹둑 잘려 있었어요. (과자를 ) 깐 거니까 우선 먹으라고 줬죠. "추워요. 도망쳐나왔어요" 그러더라고요, "배가 너무 고파서... 배가 고파요" 그 말을 3번 이상 했어요"

박 양은 2년 간 집에 갇혀서 매맞고 굶주렸습니다.

학대 가해자는 친아버지와 동거녀.

뼈가 부러질 만큼 끔찍한 폭력은 목숨을 걸고 탈출에 성공한 뒤에야 끝났습니다.

<인터뷰> 김태훈(시민) : "안타깝죠. 안타까운 생각밖에 안 들죠. 때리고 감금하고.. 그런 일이 이제는 더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이기옥(시민) :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그런 거 보면 너무 화가 나죠. 뭐라 할 수도 없죠. 법이 많이 강화됐으면 좋겠고요. 이사람들 진짜 처벌을 세게 받았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5학년 나이인 박 양과 사망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최 군.

두 아이의 공통점은 가해자가 친부모라는 것 말고도 또 있습니다.

두 학생이 다 장기결석생이었고, 아무도 이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부천에서 살던 박 양은 인천으로 이사온 뒤 2년 넘게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가 (부천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하는 시점에서 무단 전출을 하거든요. 자치단체에서 가보니까 집은 빈집이고 사람들이 아무도 없고..."

숨진 최 군도 2012년 4월 이후 학교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학교 등 교육 당국은 전화와 가정 방문 등을 통해 최군의 행방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이후 규정대로 최군이 살던 동네 주민센터에 소재 파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냅니다.

주민센터는 그 요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의혹을 받고 있고, 지자체는 뒤늦게 감사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 "소재가 불명인 경우에는 알아볼 수가 없죠. 조사권이 없으니까. 학교도 마찬가지고요. (학생의) 소재도 모르고 사유도 모르게 되는거죠"

박 양 사건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숨진 최 군 사건도 이 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안영길(부천교육지원청 장학사) : "(최군의 어머니가) 특정(실종)시점도 기억을 못하고 아이가 자기 스스로 나갔다고 했다가 실종이 됐다고 했다가 그런식으로 자기모면을 위한 말을 자꾸 하는게 눈에 띄었고요.."

현행법은 학생이 일주일 이상 결석하면 경고조치를 해야하고 그래도 결석이 계속되면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돼 있지만 그 이후에 대해선 구체적인 규정이 없습니다.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칠곡과 울산 계모 사건으로 특례법이 만들어져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학대신고도 의무화했지만 예방시스템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학대는 매맞고 상처가 나야만이 학대라고 생각을 했다는 거죠. 사실 학교를 안보내는 문제는 아이들의 권리, 즉 가장 중요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박탈하는 수준이나까 학교를 애가 안 나오면 반드시 교사는 신고했어야 되는거죠. 112에.."

특례법에는 교사를 비롯해 의료인, 학원강사 등이 아동학대를 알고도 신고 하지 않으면 최대 5백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선(숭실 사이버대학교 상담복지학과 교수) : "아이가 학대를 받는 것 같아서 부모에게 연락을 하면 그 때 부모는 왜 남의 일에 간섭을 하느냐 내가 아무일 없이 애 잘 키우고 있는데 왜 난리냐라고 해서 오히려 반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뭐냐면 선생님. 곧 교사가 아이가 아이가 학대당하거나 아이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일절 관여할만한 권리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미국은 학생이 무단결석을 하면 학부모에게 징역 30일 이상, 벌금 100달러 이상을 부과하고 영국, 일본, 독일 역시 아동의 무단결석을 범죄로 보고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아동 학대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70개가 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처리는 미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선(숭실 사이버대학교 상담복지학과 교수) :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할 법령이라든지 아니면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느슨하게 되어 있고 그물망이 너무 커서 사실상 촘촘하게 잡아야 될 여러 항목들이 계속 쑥쑥 빠져 나가는 걸 지금 이 사건에서 아주 전형적으로 보게 된 겁니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사회 구성원을 키우는 사회 공동의 책무입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고통받고 있을 지 모를 또 다른 최군과 박양을 구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학대 예방, 적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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