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두려운 교사들

입력 2016.01.24 (23:49) 수정 2016.0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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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학생이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고, 손으로 머리를 밀칩니다.

<녹취> "xx놈아. 말로 해 xxx"

교권이 무너진 교실의 모습, 그런데...

<녹취>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학생들이) 그날 선생님하고 좀 장난스럽게 했다. 그 동영상에 보이는 행동을 본인도 인정하는데 잘못했다."

교육 현장에선 교권 침해에 강력하게 대응할 의지가 있는지 생각케하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학생 2명을 구속하는 등, 6명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오프닝>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며 존경심을 표하던 건, 이제 옛말이 되어버린 걸까요?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가 그 도를 넘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 건 이미 오래전 입니다.

그래도 선생님인데 학생들을 곤란하게 할 순 없어서, 입 밖에 꺼내는 것 자체가 불명예스러운 일이어서 애써 드러내지 않았지만, 상처는 아프고 또 깊었습니다.

김순영(가명)씨를 만난 건, 올겨울 첫 한파경보가 내려진 날입니다.

<녹취> "제가 맞춤형으로 (보험) 설계서를 가져올수도 있거든요."

보험 설계사로 일한 지 2달 째.

나이 50이 넘어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순영(가명/음성변조) : "성과는 없죠. 내가 개척을 해서 고객을 만들어야 하죠. 그렇지만 욕심 안부리고"

김순영 씨는 고등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36년 동안 교단에 섰습니다.

<녹취> "이건 소풍 데리고 가서, 거기서 음악틀고 옛날에 카세트 갖고 갔잖아요. 애들 데리고 같이 춤추는 거야."

김 선생님은 천직으로 여기던 교단을 떠나 지난해 8월 명예퇴직했습니다.

1년 전. 수업시간에 일어난 일이 화근이 됐습니다.

한창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학생 2명이 크게 떠들었습니다.

'조용히 하라'고 몇 차례 말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순영(가명/퇴직 교사(음성변조)) : "목소리가 커지면 지들도 커지고,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조용히 해! 그랬죠."

선생님이 언성을 높이자 학생 한 명이 철제의자를 집어들고, 선생님을 향해 던졌습니다.

<인터뷰> 김순영(가명/퇴직 교사(음성변조)) : "맞을래? 그러면서 죽여버린대요. 그러면서 딱 일어서는 거야. 머릿속에 아무 단어도 생각이 안 나는 거에요. (의자를) 던져서 탁 맞았어요."

김 선생님은 의자에 맞은 어깨 인대가 찢어져 수술을 받고, 7주 동안 입원을 해야했습니다.

불면증과 불안장애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습니다.

이후 6개월의 병가를 받아 치료를 마치고 다시 학교에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 학교에서는 악몽같은 시간이 이어졌다고 김 씨는 회상합니다.

<인터뷰> 김순영(가명/퇴직 교사(음성변조)) : "(복직해서) 교장한테 인사를 갔죠. 그랬더니 저 때문에 학생모집이 안 됐다. 이런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수 업들어갈 때, 그 반 들어갈 때 두렵죠.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 도저히 못 다니겠더라고요. 더 이상."

결국 김 씨는 교단에서 정년을 맞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한국 교원단체 총연합회가 교권침해가 의심된다며 취재진에게 제공한 동영상입니다.

<녹취> 음성변조(출처:유투브) : "(학생) 완전 어이없어. 그러셨죠? 왜요? 틀린 말한 거 없잖아요? (교사) 나와 (학생) 제가 뭘 잘못했길래 나가야돼요? (교사) 설명해줄게. 나와 (학생) 싫어요. 설명 듣기도 싫어요."

<녹취> 음성변조(출처:유투브) : "첫경험. 첫경험."

<녹취> "가까이 오니까 진짜 이쁘네."

<인터뷰> 김동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 "특히 여교사가 많아짐에 따른 성희롱적인 표현이나 행위들. 일단 제자로부터 어떤 폭언이나 특히 폭행을 받게 됐을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업은 해야된다는 겁니다. 정상적인 수업과 생활지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거죠."

이처럼 학생들이 선생님을 무시하거나 불쾌한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더이상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게 현직 교사들의 증언입니다.

신체적인 폭행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미정(현직 교사/음성변조) : "좀비놀이라고 해서 책상에 누워있다거나, 무시하는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불을 막 꺼놓는다거나, 임산부 선생님이신데 그 분 배를 가격한 학생 사례도 있었고요."

지난 2010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교권침해 건수는 2만6천여 건.

1년 평균 4천8백 건의 교권침해 사건이 접수된 셈입니다.

학생에게 폭언. 욕설을 들은 경우가 가장 많고, 수업진행방해가 뒤를 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폭행이나 성희롱을 당한 경우도 5년반 동안 3~4000여 건에 이릅니다.

일부 학생들에게 요즘 선생님의 의미를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 "그냥...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그냥 시험내는 사람. 앞에 나와서 시험내는 사람 그런거죠."

<인터뷰> 중학생 : "수업 시간에 티격태격하다가 갑자기 싸우면 선생님이 와서 말려도 안 멈추고 계속 싸우면서 욕하고 그래요. (잘 통제가 안되요?) 네. 애들이 버릇이 없어가지고."

일선 교사들은 입시위주의 교육 풍토, 공교육의 추락과 함께 교사 권위도 무너진 지 오래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미정(현직 교사/음성변조) : "수능에 들어가지 않는 과목 선생님들은 아예 안 듣고 잔다든지, 자는 학생을 깨우더라도 왜 깨우냐고 선생한테 오히려 욕을 한다든지, 그냥 교실을 나가버린다든지."

학생들만 교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은 지난해 봄 개학한 지 사흘만에 한 학부모로부터 담임교사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합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과 2년째 같은 반이 되었다, 선생님 나이가 많다, 친절하지 않다 등의 이유라는 겁니다.

이 학부모는 학교를 찾아와 항의하고, 휴일, 밤, 낮 할 것 없이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미숙(가명/00초등학교 교감(음성변조)) : "이 * 나와라. 내가 머리끄댕이를 잡아서 가만 안 놔두겠다. 막 그런 말. (담임교사가) 정신과 치료 받으셨습니다. 치료를 받고 병가를 내시게 됐어요. 6개월 이상을. 그 반에 어느 선생님도 들어가려고 하질 않는 거예요. 그 반 담임을 해야 하는데."

학부모에게 시달리던 담임 선생님은 결국 병가를 냈습니다.

그러자 같은 반의 다른 모든 학부모들이 '담임 복귀'를 원하는 탄원서를 냈고, 학교는 해당 학부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 같은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지난 2010년 이후 410여 건이 일어난 것으로 교육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미숙(가명/00초등학교 교감(음성변조)) : "교사도 아무리 공무원이지만 기본적인 인권이 있는데, 욕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참아야만 하는 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오히려 심해져서, 결국 다른 아이에게 교사로서 제대로 자신감있게 가르칠 수 없게 만드는 일인 것 같아요."

OECD가 34개 회원국 교사 10만 5천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국내 대학이 분석한 결과 교사가 된 걸 후회한다고 답한 한국 교사는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OECD 평균 9.4%보다 배 이상 높았습니다.

<인터뷰> 양정호(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 "문제가 발생한다면 자연스럽게 그걸 드러내서 교사들의 권익을 일정 부분 보호해 줘야지만, 교실 안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발생하게 된다. 더이상 교사가 모든 걸 다 안고 가고, 피해를 입어도 학생을 아량으로 봐주는 이런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은 새롭게 생각을 해야 할 것이고."

지금 교육 현장에 이런 피해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기준의 제도가 그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지난 2014년 4월,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면서 모든 학교와 시·도 교육청은 교권보호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교육청이 변호사가 포함된 법률지원단을 설치했습니다.

이 법률지원단을 이용해 봤다는 고등학교 교사를 만났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사이버폭력 문제를 중재하다 학부모로부터 폭언을 듣고 해법을 물었지만, 무성의한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가명/현직 교사(음성변조)) : "처리해주는거 없습니까? '없어요. 없습니다. 선생님이 형사 소송하세요.' 예? 형사 소송 그런걸 어떻게 해요? 본인이 혼자 하시는 거라고. 여기서는 전체(교육청)에서 처리해주는 건 전혀 없다고. 근데 그렇게 하면 선생님 한 3년 걸릴겁니다 (라고 말했어요.)"

관할 교육청도 소속 변호사들이 단순한 자문에만 그치고 있다는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올해부터 전담 변호사를 채용해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최영규(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 : "전문적인 지원, 역할은 좀 미흡했던 것으로 생각이 들고요. 새로 채용되는 전담 변호사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서 상황 파악하고 안내하는 이런 자세한 역할을 부여할 생각입니다."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피해를 입었을 때, 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게 되어 있지만, 이 역시 큰 실효가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교원 1,2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교권침해를 입었을 때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처리한다"는 응답은 5%,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3.8%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교권보호위원회 경험 교사(음성변조) :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그냥 하나 마나 한 소리 하다가 끝났을 거예요. 어떠한 강제적인 게 하나도 안 나왔어요. 해결이 하나도 안 되었다고."

올해 8월부터 교권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됩니다.

교원을 폭행. 모욕한 학생과 학부모는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교원치유센터도 설치됩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모두 사후 대책일 뿐 교사들의 권위와 위상을 높여 교권 침해를 줄일 근본 대책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동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 "예방적 조치가 선결되어야 하거든요. 생활지도권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 후속적으로 법령에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런 사후적 조치의 교권보호법으로는 지금 심화되고 있는 교권침해 현상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물론 스승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경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교권 침해가 빈발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고스란히 큰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예측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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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가 두려운 교사들
    • 입력 2016-01-24 23:17:38
    • 수정2016-01-25 00:12:53
    취재파일K
<프롤로그>

학생이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고, 손으로 머리를 밀칩니다.

<녹취> "xx놈아. 말로 해 xxx"

교권이 무너진 교실의 모습, 그런데...

<녹취>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학생들이) 그날 선생님하고 좀 장난스럽게 했다. 그 동영상에 보이는 행동을 본인도 인정하는데 잘못했다."

교육 현장에선 교권 침해에 강력하게 대응할 의지가 있는지 생각케하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학생 2명을 구속하는 등, 6명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오프닝>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며 존경심을 표하던 건, 이제 옛말이 되어버린 걸까요?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가 그 도를 넘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 건 이미 오래전 입니다.

그래도 선생님인데 학생들을 곤란하게 할 순 없어서, 입 밖에 꺼내는 것 자체가 불명예스러운 일이어서 애써 드러내지 않았지만, 상처는 아프고 또 깊었습니다.

김순영(가명)씨를 만난 건, 올겨울 첫 한파경보가 내려진 날입니다.

<녹취> "제가 맞춤형으로 (보험) 설계서를 가져올수도 있거든요."

보험 설계사로 일한 지 2달 째.

나이 50이 넘어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순영(가명/음성변조) : "성과는 없죠. 내가 개척을 해서 고객을 만들어야 하죠. 그렇지만 욕심 안부리고"

김순영 씨는 고등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36년 동안 교단에 섰습니다.

<녹취> "이건 소풍 데리고 가서, 거기서 음악틀고 옛날에 카세트 갖고 갔잖아요. 애들 데리고 같이 춤추는 거야."

김 선생님은 천직으로 여기던 교단을 떠나 지난해 8월 명예퇴직했습니다.

1년 전. 수업시간에 일어난 일이 화근이 됐습니다.

한창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학생 2명이 크게 떠들었습니다.

'조용히 하라'고 몇 차례 말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순영(가명/퇴직 교사(음성변조)) : "목소리가 커지면 지들도 커지고,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조용히 해! 그랬죠."

선생님이 언성을 높이자 학생 한 명이 철제의자를 집어들고, 선생님을 향해 던졌습니다.

<인터뷰> 김순영(가명/퇴직 교사(음성변조)) : "맞을래? 그러면서 죽여버린대요. 그러면서 딱 일어서는 거야. 머릿속에 아무 단어도 생각이 안 나는 거에요. (의자를) 던져서 탁 맞았어요."

김 선생님은 의자에 맞은 어깨 인대가 찢어져 수술을 받고, 7주 동안 입원을 해야했습니다.

불면증과 불안장애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습니다.

이후 6개월의 병가를 받아 치료를 마치고 다시 학교에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 학교에서는 악몽같은 시간이 이어졌다고 김 씨는 회상합니다.

<인터뷰> 김순영(가명/퇴직 교사(음성변조)) : "(복직해서) 교장한테 인사를 갔죠. 그랬더니 저 때문에 학생모집이 안 됐다. 이런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수 업들어갈 때, 그 반 들어갈 때 두렵죠.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 도저히 못 다니겠더라고요. 더 이상."

결국 김 씨는 교단에서 정년을 맞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한국 교원단체 총연합회가 교권침해가 의심된다며 취재진에게 제공한 동영상입니다.

<녹취> 음성변조(출처:유투브) : "(학생) 완전 어이없어. 그러셨죠? 왜요? 틀린 말한 거 없잖아요? (교사) 나와 (학생) 제가 뭘 잘못했길래 나가야돼요? (교사) 설명해줄게. 나와 (학생) 싫어요. 설명 듣기도 싫어요."

<녹취> 음성변조(출처:유투브) : "첫경험. 첫경험."

<녹취> "가까이 오니까 진짜 이쁘네."

<인터뷰> 김동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 "특히 여교사가 많아짐에 따른 성희롱적인 표현이나 행위들. 일단 제자로부터 어떤 폭언이나 특히 폭행을 받게 됐을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업은 해야된다는 겁니다. 정상적인 수업과 생활지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거죠."

이처럼 학생들이 선생님을 무시하거나 불쾌한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더이상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게 현직 교사들의 증언입니다.

신체적인 폭행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미정(현직 교사/음성변조) : "좀비놀이라고 해서 책상에 누워있다거나, 무시하는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불을 막 꺼놓는다거나, 임산부 선생님이신데 그 분 배를 가격한 학생 사례도 있었고요."

지난 2010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교권침해 건수는 2만6천여 건.

1년 평균 4천8백 건의 교권침해 사건이 접수된 셈입니다.

학생에게 폭언. 욕설을 들은 경우가 가장 많고, 수업진행방해가 뒤를 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폭행이나 성희롱을 당한 경우도 5년반 동안 3~4000여 건에 이릅니다.

일부 학생들에게 요즘 선생님의 의미를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 "그냥...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그냥 시험내는 사람. 앞에 나와서 시험내는 사람 그런거죠."

<인터뷰> 중학생 : "수업 시간에 티격태격하다가 갑자기 싸우면 선생님이 와서 말려도 안 멈추고 계속 싸우면서 욕하고 그래요. (잘 통제가 안되요?) 네. 애들이 버릇이 없어가지고."

일선 교사들은 입시위주의 교육 풍토, 공교육의 추락과 함께 교사 권위도 무너진 지 오래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미정(현직 교사/음성변조) : "수능에 들어가지 않는 과목 선생님들은 아예 안 듣고 잔다든지, 자는 학생을 깨우더라도 왜 깨우냐고 선생한테 오히려 욕을 한다든지, 그냥 교실을 나가버린다든지."

학생들만 교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은 지난해 봄 개학한 지 사흘만에 한 학부모로부터 담임교사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합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과 2년째 같은 반이 되었다, 선생님 나이가 많다, 친절하지 않다 등의 이유라는 겁니다.

이 학부모는 학교를 찾아와 항의하고, 휴일, 밤, 낮 할 것 없이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미숙(가명/00초등학교 교감(음성변조)) : "이 * 나와라. 내가 머리끄댕이를 잡아서 가만 안 놔두겠다. 막 그런 말. (담임교사가) 정신과 치료 받으셨습니다. 치료를 받고 병가를 내시게 됐어요. 6개월 이상을. 그 반에 어느 선생님도 들어가려고 하질 않는 거예요. 그 반 담임을 해야 하는데."

학부모에게 시달리던 담임 선생님은 결국 병가를 냈습니다.

그러자 같은 반의 다른 모든 학부모들이 '담임 복귀'를 원하는 탄원서를 냈고, 학교는 해당 학부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 같은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지난 2010년 이후 410여 건이 일어난 것으로 교육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미숙(가명/00초등학교 교감(음성변조)) : "교사도 아무리 공무원이지만 기본적인 인권이 있는데, 욕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참아야만 하는 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오히려 심해져서, 결국 다른 아이에게 교사로서 제대로 자신감있게 가르칠 수 없게 만드는 일인 것 같아요."

OECD가 34개 회원국 교사 10만 5천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국내 대학이 분석한 결과 교사가 된 걸 후회한다고 답한 한국 교사는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OECD 평균 9.4%보다 배 이상 높았습니다.

<인터뷰> 양정호(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 "문제가 발생한다면 자연스럽게 그걸 드러내서 교사들의 권익을 일정 부분 보호해 줘야지만, 교실 안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발생하게 된다. 더이상 교사가 모든 걸 다 안고 가고, 피해를 입어도 학생을 아량으로 봐주는 이런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은 새롭게 생각을 해야 할 것이고."

지금 교육 현장에 이런 피해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기준의 제도가 그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지난 2014년 4월,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면서 모든 학교와 시·도 교육청은 교권보호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교육청이 변호사가 포함된 법률지원단을 설치했습니다.

이 법률지원단을 이용해 봤다는 고등학교 교사를 만났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사이버폭력 문제를 중재하다 학부모로부터 폭언을 듣고 해법을 물었지만, 무성의한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가명/현직 교사(음성변조)) : "처리해주는거 없습니까? '없어요. 없습니다. 선생님이 형사 소송하세요.' 예? 형사 소송 그런걸 어떻게 해요? 본인이 혼자 하시는 거라고. 여기서는 전체(교육청)에서 처리해주는 건 전혀 없다고. 근데 그렇게 하면 선생님 한 3년 걸릴겁니다 (라고 말했어요.)"

관할 교육청도 소속 변호사들이 단순한 자문에만 그치고 있다는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올해부터 전담 변호사를 채용해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최영규(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 : "전문적인 지원, 역할은 좀 미흡했던 것으로 생각이 들고요. 새로 채용되는 전담 변호사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서 상황 파악하고 안내하는 이런 자세한 역할을 부여할 생각입니다."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피해를 입었을 때, 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게 되어 있지만, 이 역시 큰 실효가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교원 1,2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교권침해를 입었을 때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처리한다"는 응답은 5%,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3.8%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교권보호위원회 경험 교사(음성변조) :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그냥 하나 마나 한 소리 하다가 끝났을 거예요. 어떠한 강제적인 게 하나도 안 나왔어요. 해결이 하나도 안 되었다고."

올해 8월부터 교권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됩니다.

교원을 폭행. 모욕한 학생과 학부모는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교원치유센터도 설치됩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모두 사후 대책일 뿐 교사들의 권위와 위상을 높여 교권 침해를 줄일 근본 대책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동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 "예방적 조치가 선결되어야 하거든요. 생활지도권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 후속적으로 법령에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런 사후적 조치의 교권보호법으로는 지금 심화되고 있는 교권침해 현상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물론 스승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경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교권 침해가 빈발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고스란히 큰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예측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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