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불황에도 성장세…슈퍼카의 비결

입력 2016.01.30 (08:30) 수정 2016.01.30 (09: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어마어마한 가격에 높은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카'들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감돌아도 슈퍼카 판매 실적이 흔들린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경기 변화에 상관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초고부가가치 사업 슈퍼카.

허솔지 순회 특파원이 슈퍼카의 본고장 이탈리아 북부에 가, 세계 최고의 슈퍼카들이 우리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을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로마의 유산이 살아 숨 쉬는 나라 이탈리아.

수도 로마는 일 년 내내 관광객들과 차량으로 북적거립니다.

시 외곽 고속도로.

차량들 사이로 경찰 순찰차가 보입니다.

그런데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순찰차 모습과 어딘가 좀 다릅니다.

날렵한 모습과 우렁찬 엔진음, 최고 속도 시속 329킬로미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슈퍼카 람보르기니입니다.

슈퍼카의 나라 이탈리아답게 람보르기니 순찰차는 로마와 볼로냐에서 각각 한 대씩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뛰어난 주행 성능 때문에 분초를 다투는 장기나 혈액 운반 업무도 합니다.

<인터뷰> 루치아나(로마 교통경찰서장) : "빠른 속도의 람보르기니가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주변 운전자들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슈퍼카의 의미는 고가의 자동차 그 이상입니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치즈 농가.

이곳에는 조금 엉뚱하지만 슈퍼카 박물관이 있습니다.

농장 인근에 있는 슈퍼카 업체 마세라티에서 공장 검수원으로 일했던 아버지, 그리고 농장을 운영하는 아들까지 2대가 수집한 슈퍼카 40대가 전시돼 있습니다.

이들에게 슈퍼카란 나고 자란 고향의 상징이자 자동차 경주를 사랑한 가족의 역사입니다.

<인터뷰> 조반니(슈퍼카 박물관장) : "가격이요? 그건 모르겠네요.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저 좋아할 뿐, 슈퍼카들의 가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1950년대 비가 많이 오던 지역에서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려던 이탈리아 귀족 4명이 주문해 생산된 슈퍼카입니다.

그래서 지붕이 있는 형태에 세계에 단 4대밖에 없는데요.

이렇듯 이탈리아 슈퍼카는 단순 사치품이 아니라, 역사와 스토리가 깃든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정받습니다.

이탈리아 슈퍼카의 탄생은 대부분 자동차 경주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마세라티는 1914년 자동차 경주 레이서와 정비사였던 다섯 형제가 탄생시켰는데, 특유의 엔진 기술로 잇따라 경주에서 우승하며 명성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녹취> 자동차 경주 중계 영상(1950년대) : "판지오가 1등입니다. 우승은 6기통 마세라티입니다!"

알파로메오의 레이서였던 엔초 페라리는 194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첫 번째 자동차로 우승하며, 슈퍼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자동차 경주에 관심이 많던 트랙터 제조업자였습니다.

람보르기니는 페라리 차량의 결함을 알려주려고 엔초 페라리를 찾았는데, 트랙터나 몰라는 핀잔을 듣습니다.

수모를 겪은 람보르기니는 페라리보다 무조건 빠른 차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결국, 1963년 경주용 차량 제조업체를 설립합니다.

<인터뷰> 자동차 잡지 편집장 : "슈퍼카 대부분은 2차 대전 이후 크게 발전했습니다. 1950~60년대는 슈퍼카가 자동차 경주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황금기였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슈퍼카들은 대부분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로냐와 모데나, 마라넬로 등이 고향입니다.

이른바 '모터 밸리'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는 지금도 슈퍼카 업체들의 본사와 공장, 박물관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카엘라(관광업체 직원) : "제가 생각할 때, 페라리 공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마을은 없었을 겁니다."

이 지역은 슈퍼카들의 탄생 때부터 그러했듯이, 속도를 향한 열망과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페라리는 레이스와 스피드를 향한 이탈리아 장인 정신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 즉 제로백이 4초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루 8시간 돌아가는 페라리 생산 공장, 언뜻 보면 일반적인 자동차 생산 시설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 생산 기계 시설 옆을 보면 슈퍼카의 첨단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작업 풍경이 펼쳐집니다.

종업원들은 손때 묻은 가위로 가죽을 직접 자르고, 건조기로 정성스레 말리고, 조심스레 가죽 조각을 자동차 내부에 붙여나갑니다.

이들은 페라리에서 설립한 교육 기관을 나온 장인들로, 자동차 내부 작업은 이 장인들만이 맡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엔리코(페라리 영업 책임자) : "모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박음질은 장인들이 맡습니다. 전통과 혁신이 함께 공존하는 셈이죠."

최첨단 자동차 기술과 이탈리아 장인의 손길이 더해지는 건데, 이런 제작 방식이다 보니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해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4천 억개 이상, 자동차 내부 소재로 일반적인 가죽은 물론 캐시미어와 청바지 천까지 어떤 재료든 사용되고, 박음질의 방법과 실의 색상 등도 소비자 주문에 따라 달리합니다.

<인터뷰> 페라리 영업 책임자 : "창업자 엔초 페라리가 항상 얘기했죠.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적게 생산하라'구요. 그게 바로 희소성입니다."

희소성의 유지는 특정 기능의 우월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도 합니다.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와 비슷한 음역대를 갖고 있다는 마세라티의 엔진음, 무딘 기계인 자동차 엔진에 예술적 감성을 결합한 점이 이 슈퍼카의 핵심적 강점이 됐습니다.

1960년대 초기 모델의 엔진 소리에 비해 세단은 좀 더 안정적이면서 묵직하게 스포츠카는 조금 더 공격적이고 거칠게 진화했습니다.

엔진음이 브랜드를 바로 연상시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수 십 년 동안 노력해 온 결과입니다.

<인터뷰> 파올로(엔진 디자이너) : "음악에 바이올린이 있다면, 엔진음에는 마세라티가 있죠. 우리는 엔진음 전문가입니다. 바이올린 정도는 아니어도, 엔진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장인들은 엔진 배관의 길이와 굵기, 배열과 조합에 따라 어떤 엔진음이 나는지 분석한 후, 전용 악보를 그려가며 차에 맞는 엔진음을 작곡합니다.

<인터뷰> 헤럴드 웨스커(마세라티 CEO) : "엔진 소리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세라티 엔진음은 고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백 년 넘게 이어진 질주 본능에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이 더해진 슈퍼카의 가치는 대체할 수 없기에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시모(자동차 잡지 편집장) : "기술과 장인 정신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는 굉장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 슈퍼카만의 독창성을 가질 수 있죠."

역사와 철학을 지키는 고집, 첨단 기계가 홍수처럼 넘치는 시대에도 장인의 가치를 놓지 않는 문화적 감수성.

꿈의 자동차, 이탈리아 슈퍼카의 비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드 리포트] 불황에도 성장세…슈퍼카의 비결
    • 입력 2016-01-30 08:59:22
    • 수정2016-01-30 09:10:5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어마어마한 가격에 높은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카'들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감돌아도 슈퍼카 판매 실적이 흔들린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경기 변화에 상관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초고부가가치 사업 슈퍼카.

허솔지 순회 특파원이 슈퍼카의 본고장 이탈리아 북부에 가, 세계 최고의 슈퍼카들이 우리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을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로마의 유산이 살아 숨 쉬는 나라 이탈리아.

수도 로마는 일 년 내내 관광객들과 차량으로 북적거립니다.

시 외곽 고속도로.

차량들 사이로 경찰 순찰차가 보입니다.

그런데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순찰차 모습과 어딘가 좀 다릅니다.

날렵한 모습과 우렁찬 엔진음, 최고 속도 시속 329킬로미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슈퍼카 람보르기니입니다.

슈퍼카의 나라 이탈리아답게 람보르기니 순찰차는 로마와 볼로냐에서 각각 한 대씩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뛰어난 주행 성능 때문에 분초를 다투는 장기나 혈액 운반 업무도 합니다.

<인터뷰> 루치아나(로마 교통경찰서장) : "빠른 속도의 람보르기니가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주변 운전자들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슈퍼카의 의미는 고가의 자동차 그 이상입니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치즈 농가.

이곳에는 조금 엉뚱하지만 슈퍼카 박물관이 있습니다.

농장 인근에 있는 슈퍼카 업체 마세라티에서 공장 검수원으로 일했던 아버지, 그리고 농장을 운영하는 아들까지 2대가 수집한 슈퍼카 40대가 전시돼 있습니다.

이들에게 슈퍼카란 나고 자란 고향의 상징이자 자동차 경주를 사랑한 가족의 역사입니다.

<인터뷰> 조반니(슈퍼카 박물관장) : "가격이요? 그건 모르겠네요.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저 좋아할 뿐, 슈퍼카들의 가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1950년대 비가 많이 오던 지역에서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려던 이탈리아 귀족 4명이 주문해 생산된 슈퍼카입니다.

그래서 지붕이 있는 형태에 세계에 단 4대밖에 없는데요.

이렇듯 이탈리아 슈퍼카는 단순 사치품이 아니라, 역사와 스토리가 깃든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정받습니다.

이탈리아 슈퍼카의 탄생은 대부분 자동차 경주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마세라티는 1914년 자동차 경주 레이서와 정비사였던 다섯 형제가 탄생시켰는데, 특유의 엔진 기술로 잇따라 경주에서 우승하며 명성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녹취> 자동차 경주 중계 영상(1950년대) : "판지오가 1등입니다. 우승은 6기통 마세라티입니다!"

알파로메오의 레이서였던 엔초 페라리는 194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첫 번째 자동차로 우승하며, 슈퍼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자동차 경주에 관심이 많던 트랙터 제조업자였습니다.

람보르기니는 페라리 차량의 결함을 알려주려고 엔초 페라리를 찾았는데, 트랙터나 몰라는 핀잔을 듣습니다.

수모를 겪은 람보르기니는 페라리보다 무조건 빠른 차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결국, 1963년 경주용 차량 제조업체를 설립합니다.

<인터뷰> 자동차 잡지 편집장 : "슈퍼카 대부분은 2차 대전 이후 크게 발전했습니다. 1950~60년대는 슈퍼카가 자동차 경주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황금기였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슈퍼카들은 대부분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로냐와 모데나, 마라넬로 등이 고향입니다.

이른바 '모터 밸리'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는 지금도 슈퍼카 업체들의 본사와 공장, 박물관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카엘라(관광업체 직원) : "제가 생각할 때, 페라리 공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마을은 없었을 겁니다."

이 지역은 슈퍼카들의 탄생 때부터 그러했듯이, 속도를 향한 열망과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페라리는 레이스와 스피드를 향한 이탈리아 장인 정신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 즉 제로백이 4초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루 8시간 돌아가는 페라리 생산 공장, 언뜻 보면 일반적인 자동차 생산 시설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 생산 기계 시설 옆을 보면 슈퍼카의 첨단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작업 풍경이 펼쳐집니다.

종업원들은 손때 묻은 가위로 가죽을 직접 자르고, 건조기로 정성스레 말리고, 조심스레 가죽 조각을 자동차 내부에 붙여나갑니다.

이들은 페라리에서 설립한 교육 기관을 나온 장인들로, 자동차 내부 작업은 이 장인들만이 맡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엔리코(페라리 영업 책임자) : "모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박음질은 장인들이 맡습니다. 전통과 혁신이 함께 공존하는 셈이죠."

최첨단 자동차 기술과 이탈리아 장인의 손길이 더해지는 건데, 이런 제작 방식이다 보니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해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4천 억개 이상, 자동차 내부 소재로 일반적인 가죽은 물론 캐시미어와 청바지 천까지 어떤 재료든 사용되고, 박음질의 방법과 실의 색상 등도 소비자 주문에 따라 달리합니다.

<인터뷰> 페라리 영업 책임자 : "창업자 엔초 페라리가 항상 얘기했죠.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적게 생산하라'구요. 그게 바로 희소성입니다."

희소성의 유지는 특정 기능의 우월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도 합니다.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와 비슷한 음역대를 갖고 있다는 마세라티의 엔진음, 무딘 기계인 자동차 엔진에 예술적 감성을 결합한 점이 이 슈퍼카의 핵심적 강점이 됐습니다.

1960년대 초기 모델의 엔진 소리에 비해 세단은 좀 더 안정적이면서 묵직하게 스포츠카는 조금 더 공격적이고 거칠게 진화했습니다.

엔진음이 브랜드를 바로 연상시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수 십 년 동안 노력해 온 결과입니다.

<인터뷰> 파올로(엔진 디자이너) : "음악에 바이올린이 있다면, 엔진음에는 마세라티가 있죠. 우리는 엔진음 전문가입니다. 바이올린 정도는 아니어도, 엔진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장인들은 엔진 배관의 길이와 굵기, 배열과 조합에 따라 어떤 엔진음이 나는지 분석한 후, 전용 악보를 그려가며 차에 맞는 엔진음을 작곡합니다.

<인터뷰> 헤럴드 웨스커(마세라티 CEO) : "엔진 소리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세라티 엔진음은 고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백 년 넘게 이어진 질주 본능에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이 더해진 슈퍼카의 가치는 대체할 수 없기에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시모(자동차 잡지 편집장) : "기술과 장인 정신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는 굉장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 슈퍼카만의 독창성을 가질 수 있죠."

역사와 철학을 지키는 고집, 첨단 기계가 홍수처럼 넘치는 시대에도 장인의 가치를 놓지 않는 문화적 감수성.

꿈의 자동차, 이탈리아 슈퍼카의 비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