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노숙 피할 수 없었나

입력 2016.01.31 (23:24) 수정 2016.02.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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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폭설과 강풍에 갇힌 사흘 제주 공항 수천 명 노숙

<인터뷰> 김영혁(서울 강남구) : "이불이나 그런 게 없으니까 춥고, 아기들을 위한 공간이 있으면 편한데 그런 부분이 없으니까 그런 게 불편하죠"

저가항공사 예약 대기 제주공항 북새통 불렀나?

<인터뷰> 이호일(교수) : "저가항공사들은 공항에 있는 손님들을 우선순위로 해서 태우는 정책을 썼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들이 공항에 손님들을 대기 시키게 하는 유발요인이 되지 않았나"

폭설 대응 매뉴얼은?

관련 기관 협조는?

<인터뷰>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지사) : "매뉴얼이나 협약이 미리 돼 있으면 일이 딱 터졌는데 회의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바로 실행을 해야 되는데 이번에도 회의하다 보니까 시간을..."

<오프닝>

32년 만의 폭설이 내린 제주공항은 활주로가 폐쇄됐습니다.

당연히 비행기가 뜨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주공항에는 발이 묶인 항공편 이용객들이 노숙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때 만 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수천 명의 노숙은 분명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또다시 드러난 위기 대응 시스템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활주로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눈에 덮인 제주공항

이날 쌓인 눈만 13㎝이었습니다.

관측이래 두 번째로 많은 양입니다.

초속 26m에 달하는 강한 바람.

사람이 제대로 걷기 힘든, 태풍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 탓에 저시정 경보까지 내렸습니다.

여기에 항공기에는 눈얼음도 끼었습니다.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한 날씨.

결국, 운항 통제 결정이 내려집니다.

지연과 결항이 하나둘 늘던 전광판은 결항 표시가 이어지고. 공항 대합실은 발이 묶인 항공편 이용객들로 만원을 이룹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입니다.

항공편 무더기 결항으로 갈 곳을 못 찾은 일부 승객들이 바닥에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깔 게 없어 맨바닥에 눕기도 하고 겨우 구한 신문지를 깐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권호일(서울 동대문구) :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제주도는. 아주 고생 되게 심하게 한 것 같아요."

이튿날은 항공기 운항이 완전히 통제됐지만 공항에는 대기표라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만 명 넘게 몰렸습니다.

다음날 오전까지 운항 통제가 이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이 좀 줄기는 했지만, 대기표 획득 전쟁은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천5백 명 넘는 사람들이 대기표라도 받겠다며 공항 대합실에서 밤을 새운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대형항공사의 경우, 항공편 취소가 결정되면 예약한 승객들에게 변동 상황을 문자로 알려줍니다.

승객들은 굳이 공항에 나와 기다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출발 3시간 전에 탑승 안내 문자를 보내주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공항에 나오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제주도에서 뜨지 못한 국적 항공기 가운데 58%를 차지한 저가항공사들은 이런 기본적인 예약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고 있었습니다.

<녹취> "저희 시스템이 죄송하지만 그거까지는 그렇게 되는게 아니라서"

결항이 발생하면 창구 대기 순서대로 대기표를 발급해 발권을 해주는 선착순 방식이다 보니 호명할 때 자리에 없으면 다시 맨 마지막 순번을 받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항공사 창구 앞을 벗어날 수 없었고 기약 없는 대기표를 위해 노숙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이런 문제는 탑승 수속이 재개된 뒤에도 똑 같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김포 대기접수 호명하겠습니다.

<녹취> "1번부터 460번 1번부터 460번 손님 대기표 받으신 분 계십니까?"

저가항공사들이 창구에서 선착순으로 대기표를 나눠주고 발권을 시작한 겁니다.

25일 오전 2천 명 정도였던 공항 안 승객이 오후엔 만여 명으로 급증하면서 공항은 발디딜 틈 없는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인터뷰> 대기 승객 : "예약이 돼 있었으니까 근데 일단은 예약은 무시가 되는 거고 우선순위로 대기표를 받아야 된다니까 대기표 받으러 온 거죠"

항공편 운항이 재개된 뒤에도 대형항공사 창구는 한산한 모습으로 저가항공사 창구와 큰 대조를 보였습니다.

<인터뷰> 이호일(중원대 항공대학장) : "저가항공사들은 공항에 있는 손님들을 우선순위로 해서 태우는 정책을 썼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들이 공항에 손님들을 대기 시키게 하는 유발요인이 되지 않았나 그렇게 보입니다"

저가항공사들은 항공기가 부족하고 특히 대형기종이 없어서 임시편을 운행할 여력도 떨어집니다.

<녹취> 저가항공사 관계자 : "조율을 해가지고 대거 투입이 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메이저들은 준비가 될 수 있는 게 여건상 그렇게 되고 lcc들은 노선들이 약간은 아직까지는 메이저처럼 여러 노선을 다양한 노선을 뜨지를 못하고"

이 때문에 저비용 항공사 승객들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 묶인 승객 대처방안 작동했나?

항공기 결항이 이어진 초기에는 공항 밖으로 나가는 교통편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대중교통이 10시 30분에 종료되오니 시내로 이동하실 분은 10시 30분 이전에.."

때문에 공항을 빠져나가려는 승객들은 마땅한 교통편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녹취> 손예진(대구 수성구) : "진짜. 택시도 안 오고."

<녹취> 서지우(대구 수성구) : "택시가 한 시간에 6대씩 와요. 6대씩."

편의점 식료품은 동이 나고, 휴대폰을 비롯해 각종 전자기기를 충전하기 위한 콘센트 점령 경쟁이 이어집니다.

<인터뷰> 이용관(부산 해운대구) : "여기 식당도 정리가 되고 마감을 하더라고요 한꺼번에 다 몰리다 보니까 여기 마트에서도 물건이 하나도 없었어요 다 동나고 저희들은 걸어서 한 1km 나갔었어요. 밤에"

사태가 이틀째 접어들면서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인터뷰> 정학현(충남 아산시) : "의료진 관련된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바닥이 너무 차갑다 보니까. 그거 관련된 한기가 올라오면 애들 같은 경우에 어려움이 있으니까"

공항이 마비된 지 만 하루가 지나서야 매트 등 용품들이 지원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

<인터뷰> 조원철 : "비상용품 구비하고 준비하는. 그런 제도도 우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드시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한 200명 정도밖에 안 됐다. 이건 넌센스죠. 제주도의 이동인구를 생각한다고 하면. 상주인구만 생각해도 너무 적은 거고, 이동인구를 생각한다고 하면 더더욱 너무나 적은 거죠."

공항 마비 사흘째가 되서야 마침내 봉사단체와 기업이 제공한 먹을거리가 제공되고, 의료지원반도 설치됐습니다.

왜, 발 묶인 승객들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까?

공항공사는 '비정상운항 체객 발생 조치'라는 메뉴얼이 있습니다.

상황실과 체객관리반, 안내지원반으로 구성된 대책본부가 꾸려지도록 돼 있습니다.

<녹취> 한국공항공사 관계자 : "대책반 꾸리고 어디에 전파하고 그 다음에어떻게 단계별로 근무를 하느냐 이런 거 다매뉴얼에 나와 있고요. 준비정상운항 그리고 비정상운항도 비정상운항은 3단계로 나눠가지고 총 4단계 정도로 해서 여타 임무,업무 다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물품 등 지원 관련 내용은 빈약합니다.

체류 승객에 대한 안내 등 의사 소통 계획은 물론 물과 침대, 담요, 기저귀 등 승객의 복지와 관련된 준비 사항까지 언급돼 있는 해외 공항과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인터뷰> 이호일(중원대 항공대학장) :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했었어야 하는데 그러한 것들이 좀 미흡했습니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 공항 같은 경우에는 항공기 결항이 예상되고 손님들이 호텔이 꼭 수배를 해야 되겠다 그런 필요가 생겼을 때는 항공사에서 요청하기 전에 싱가포르에 있는 공항 공사에서 다 차량 수배도 미리 해놓고 미리 예비 차량까지도 준비를 해놓고 있습니다" .

관련 기관의 위기 대응 문제는 없었나?

일부 항공사와 공항의 대응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번 폭설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지난 22일 KBS 뉴스 9 : "예상 적설량은 제주 산간에 10에서 40"

하지만 제주도와 제주공항공사는 미리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폭설 대응 매뉴얼도 없었습니다.

도지사가 대책회의하다 늦어졌다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지사) : "기존에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려 그러면 그걸 다 회의를 거쳐야 하니까 그러다 보니까 승객들은 이게 늦장 대처가 아니냐고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 그래서 이거를 우리가 예상될 수 있는 거를 어떤 사태의 규모별로 해서 미리 짜놓자 그래서 거기 안 짜인 것만 현장에서 의논해서 결정하면 되게끔"

국토교통부엔 특별기 편성을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습니다.

수만 명이 항공사만 믿고 기약없이 공항에 발이 묶인 것입니다.

재난 발생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위해 만들어진 국민안전처의 존재감을 느끼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울에는 한파 경고 문자를 발송했지만 정작 폭설 정보가 필요한 지역에는 안내 문자가 없었습니다.

<녹취> 국민안전처 관계자 : "그 지점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는 국토부라고 봐야겠죠. 그래서 우리는 지자체에서 공항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의 어떤 불편사항들 그다음에 모포도 우리가 4백 장 내려주고..."

국민안전처, 국토부, 제주도 등 관련 기관은 많았지만 유기적인 대응은 부족했고 책임을 지고 상황을 통제하는 정부부처도 찾을 수 없었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제주 공항 수용 능력 문제는 없었나?

제주공항의 항공기 수용 능력에 육박한 수송이 이뤄진 탓에 안전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임시편이 대거 투입되면서 공항은 물론 제주 하늘도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녹취> "공항이 혼잡한 관계로 도착이 예정보다 늦어졌습니다."

바로 착륙하지 못하고 상공에 대기하는 비행기가 잇따랐고 한 때 1분 40초마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승객 긴급수송에 투입된 항공기의 엔진 덮개가 파손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조원철(연세대 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 "과연 이번 비상작전에서 그런 안전이 고려되어서 제대로 실행이 되었냐 하는 것이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왜냐면 국제민항기구 이카오 ICAO 규정이 다 있거든요. 이런 것을 지키면서 비상작전 계획하고, 그다음에 그것이 실행되었는지가 문제이고."

지난해 사상 최고인 2천6백만 명의 승객이 다녀갔던 제주공항.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내 제2의 공항이라는 자랑이 무색해졌습니다.

공항 공사는 터미널 증축 등 공항 수용 능력을 3천만 명까지 끌어올리는 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과 승객 불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일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시스템을 재점검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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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항 노숙 피할 수 없었나
    • 입력 2016-01-31 23:36:38
    • 수정2016-02-01 14:59:54
    취재파일K
<프롤로그>

폭설과 강풍에 갇힌 사흘 제주 공항 수천 명 노숙

<인터뷰> 김영혁(서울 강남구) : "이불이나 그런 게 없으니까 춥고, 아기들을 위한 공간이 있으면 편한데 그런 부분이 없으니까 그런 게 불편하죠"

저가항공사 예약 대기 제주공항 북새통 불렀나?

<인터뷰> 이호일(교수) : "저가항공사들은 공항에 있는 손님들을 우선순위로 해서 태우는 정책을 썼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들이 공항에 손님들을 대기 시키게 하는 유발요인이 되지 않았나"

폭설 대응 매뉴얼은?

관련 기관 협조는?

<인터뷰>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지사) : "매뉴얼이나 협약이 미리 돼 있으면 일이 딱 터졌는데 회의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바로 실행을 해야 되는데 이번에도 회의하다 보니까 시간을..."

<오프닝>

32년 만의 폭설이 내린 제주공항은 활주로가 폐쇄됐습니다.

당연히 비행기가 뜨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주공항에는 발이 묶인 항공편 이용객들이 노숙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때 만 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수천 명의 노숙은 분명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또다시 드러난 위기 대응 시스템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활주로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눈에 덮인 제주공항

이날 쌓인 눈만 13㎝이었습니다.

관측이래 두 번째로 많은 양입니다.

초속 26m에 달하는 강한 바람.

사람이 제대로 걷기 힘든, 태풍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 탓에 저시정 경보까지 내렸습니다.

여기에 항공기에는 눈얼음도 끼었습니다.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한 날씨.

결국, 운항 통제 결정이 내려집니다.

지연과 결항이 하나둘 늘던 전광판은 결항 표시가 이어지고. 공항 대합실은 발이 묶인 항공편 이용객들로 만원을 이룹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입니다.

항공편 무더기 결항으로 갈 곳을 못 찾은 일부 승객들이 바닥에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깔 게 없어 맨바닥에 눕기도 하고 겨우 구한 신문지를 깐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권호일(서울 동대문구) :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제주도는. 아주 고생 되게 심하게 한 것 같아요."

이튿날은 항공기 운항이 완전히 통제됐지만 공항에는 대기표라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만 명 넘게 몰렸습니다.

다음날 오전까지 운항 통제가 이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이 좀 줄기는 했지만, 대기표 획득 전쟁은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천5백 명 넘는 사람들이 대기표라도 받겠다며 공항 대합실에서 밤을 새운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대형항공사의 경우, 항공편 취소가 결정되면 예약한 승객들에게 변동 상황을 문자로 알려줍니다.

승객들은 굳이 공항에 나와 기다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출발 3시간 전에 탑승 안내 문자를 보내주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공항에 나오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제주도에서 뜨지 못한 국적 항공기 가운데 58%를 차지한 저가항공사들은 이런 기본적인 예약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고 있었습니다.

<녹취> "저희 시스템이 죄송하지만 그거까지는 그렇게 되는게 아니라서"

결항이 발생하면 창구 대기 순서대로 대기표를 발급해 발권을 해주는 선착순 방식이다 보니 호명할 때 자리에 없으면 다시 맨 마지막 순번을 받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항공사 창구 앞을 벗어날 수 없었고 기약 없는 대기표를 위해 노숙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이런 문제는 탑승 수속이 재개된 뒤에도 똑 같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김포 대기접수 호명하겠습니다.

<녹취> "1번부터 460번 1번부터 460번 손님 대기표 받으신 분 계십니까?"

저가항공사들이 창구에서 선착순으로 대기표를 나눠주고 발권을 시작한 겁니다.

25일 오전 2천 명 정도였던 공항 안 승객이 오후엔 만여 명으로 급증하면서 공항은 발디딜 틈 없는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인터뷰> 대기 승객 : "예약이 돼 있었으니까 근데 일단은 예약은 무시가 되는 거고 우선순위로 대기표를 받아야 된다니까 대기표 받으러 온 거죠"

항공편 운항이 재개된 뒤에도 대형항공사 창구는 한산한 모습으로 저가항공사 창구와 큰 대조를 보였습니다.

<인터뷰> 이호일(중원대 항공대학장) : "저가항공사들은 공항에 있는 손님들을 우선순위로 해서 태우는 정책을 썼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들이 공항에 손님들을 대기 시키게 하는 유발요인이 되지 않았나 그렇게 보입니다"

저가항공사들은 항공기가 부족하고 특히 대형기종이 없어서 임시편을 운행할 여력도 떨어집니다.

<녹취> 저가항공사 관계자 : "조율을 해가지고 대거 투입이 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메이저들은 준비가 될 수 있는 게 여건상 그렇게 되고 lcc들은 노선들이 약간은 아직까지는 메이저처럼 여러 노선을 다양한 노선을 뜨지를 못하고"

이 때문에 저비용 항공사 승객들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 묶인 승객 대처방안 작동했나?

항공기 결항이 이어진 초기에는 공항 밖으로 나가는 교통편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대중교통이 10시 30분에 종료되오니 시내로 이동하실 분은 10시 30분 이전에.."

때문에 공항을 빠져나가려는 승객들은 마땅한 교통편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녹취> 손예진(대구 수성구) : "진짜. 택시도 안 오고."

<녹취> 서지우(대구 수성구) : "택시가 한 시간에 6대씩 와요. 6대씩."

편의점 식료품은 동이 나고, 휴대폰을 비롯해 각종 전자기기를 충전하기 위한 콘센트 점령 경쟁이 이어집니다.

<인터뷰> 이용관(부산 해운대구) : "여기 식당도 정리가 되고 마감을 하더라고요 한꺼번에 다 몰리다 보니까 여기 마트에서도 물건이 하나도 없었어요 다 동나고 저희들은 걸어서 한 1km 나갔었어요. 밤에"

사태가 이틀째 접어들면서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인터뷰> 정학현(충남 아산시) : "의료진 관련된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바닥이 너무 차갑다 보니까. 그거 관련된 한기가 올라오면 애들 같은 경우에 어려움이 있으니까"

공항이 마비된 지 만 하루가 지나서야 매트 등 용품들이 지원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

<인터뷰> 조원철 : "비상용품 구비하고 준비하는. 그런 제도도 우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드시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한 200명 정도밖에 안 됐다. 이건 넌센스죠. 제주도의 이동인구를 생각한다고 하면. 상주인구만 생각해도 너무 적은 거고, 이동인구를 생각한다고 하면 더더욱 너무나 적은 거죠."

공항 마비 사흘째가 되서야 마침내 봉사단체와 기업이 제공한 먹을거리가 제공되고, 의료지원반도 설치됐습니다.

왜, 발 묶인 승객들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까?

공항공사는 '비정상운항 체객 발생 조치'라는 메뉴얼이 있습니다.

상황실과 체객관리반, 안내지원반으로 구성된 대책본부가 꾸려지도록 돼 있습니다.

<녹취> 한국공항공사 관계자 : "대책반 꾸리고 어디에 전파하고 그 다음에어떻게 단계별로 근무를 하느냐 이런 거 다매뉴얼에 나와 있고요. 준비정상운항 그리고 비정상운항도 비정상운항은 3단계로 나눠가지고 총 4단계 정도로 해서 여타 임무,업무 다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물품 등 지원 관련 내용은 빈약합니다.

체류 승객에 대한 안내 등 의사 소통 계획은 물론 물과 침대, 담요, 기저귀 등 승객의 복지와 관련된 준비 사항까지 언급돼 있는 해외 공항과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인터뷰> 이호일(중원대 항공대학장) :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했었어야 하는데 그러한 것들이 좀 미흡했습니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 공항 같은 경우에는 항공기 결항이 예상되고 손님들이 호텔이 꼭 수배를 해야 되겠다 그런 필요가 생겼을 때는 항공사에서 요청하기 전에 싱가포르에 있는 공항 공사에서 다 차량 수배도 미리 해놓고 미리 예비 차량까지도 준비를 해놓고 있습니다" .

관련 기관의 위기 대응 문제는 없었나?

일부 항공사와 공항의 대응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번 폭설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지난 22일 KBS 뉴스 9 : "예상 적설량은 제주 산간에 10에서 40"

하지만 제주도와 제주공항공사는 미리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폭설 대응 매뉴얼도 없었습니다.

도지사가 대책회의하다 늦어졌다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지사) : "기존에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려 그러면 그걸 다 회의를 거쳐야 하니까 그러다 보니까 승객들은 이게 늦장 대처가 아니냐고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 그래서 이거를 우리가 예상될 수 있는 거를 어떤 사태의 규모별로 해서 미리 짜놓자 그래서 거기 안 짜인 것만 현장에서 의논해서 결정하면 되게끔"

국토교통부엔 특별기 편성을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습니다.

수만 명이 항공사만 믿고 기약없이 공항에 발이 묶인 것입니다.

재난 발생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위해 만들어진 국민안전처의 존재감을 느끼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울에는 한파 경고 문자를 발송했지만 정작 폭설 정보가 필요한 지역에는 안내 문자가 없었습니다.

<녹취> 국민안전처 관계자 : "그 지점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는 국토부라고 봐야겠죠. 그래서 우리는 지자체에서 공항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의 어떤 불편사항들 그다음에 모포도 우리가 4백 장 내려주고..."

국민안전처, 국토부, 제주도 등 관련 기관은 많았지만 유기적인 대응은 부족했고 책임을 지고 상황을 통제하는 정부부처도 찾을 수 없었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제주 공항 수용 능력 문제는 없었나?

제주공항의 항공기 수용 능력에 육박한 수송이 이뤄진 탓에 안전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임시편이 대거 투입되면서 공항은 물론 제주 하늘도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녹취> "공항이 혼잡한 관계로 도착이 예정보다 늦어졌습니다."

바로 착륙하지 못하고 상공에 대기하는 비행기가 잇따랐고 한 때 1분 40초마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승객 긴급수송에 투입된 항공기의 엔진 덮개가 파손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조원철(연세대 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 "과연 이번 비상작전에서 그런 안전이 고려되어서 제대로 실행이 되었냐 하는 것이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왜냐면 국제민항기구 이카오 ICAO 규정이 다 있거든요. 이런 것을 지키면서 비상작전 계획하고, 그다음에 그것이 실행되었는지가 문제이고."

지난해 사상 최고인 2천6백만 명의 승객이 다녀갔던 제주공항.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내 제2의 공항이라는 자랑이 무색해졌습니다.

공항 공사는 터미널 증축 등 공항 수용 능력을 3천만 명까지 끌어올리는 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과 승객 불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일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시스템을 재점검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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