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그리운 아버지, 고향의 노래

입력 2016.02.06 (08:20) 수정 2016.02.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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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명절이 되면 더 그리워지는 게 부모님과 고향인데요.

탈북한 뒤 아버지의 고향 땅에 정착해 부모님 대신 어르신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화제의 탈북 여성이 있습니다.

설을 앞두고 어르신들과 함께 특별한 무대도 마련했는데요.

홍은지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영하의 추운 날씨를 뚫고, 삼삼오오 어르신들이 모여드는데요.

<인터뷰> 임정순(79살/노래교실 수강생) :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노래 교실. (저도 한번 같이 가봐야겠어요. 같이 가 봐요.) 나이 아직 젊어서 그렇지, 이리 와 봐요. 속상한 것도 없어져."

바로 요즘 이곳 어르신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 노래교실로 향하는 발길들입니다.

오늘은 내일 있을 노래 발표회를 앞두고 마지막 연습이 있는 날인데요.

그동안 노래교실에서 갈고 닦은 어르신들의 노래실력은 과연 어떨지 함께 들어볼까요?

흥겨운 음악에 장단까지 맞춰가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들.

<녹취> "웃으며 웃으며 삽시다..."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은 일흔 살이나 되지만,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활기찬데요.

이 신바람 수업을 이끄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 동네 인기 노래 강사인 탈북민 심서연 씨입니다.

<녹취> "아 그 날밤 만났던 사람 나를 잊으셨나봐."

<녹취>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엄마, 엄마 아주 그냥, 엄마를 애먹인 사람이 있었나 보구나."

때로는 누구보다 흥겹지만,

<녹취>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북녘의 고향 생각이 날 때면 어김없이 눈물을 보이곤 합니다.

<인터뷰>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이 노래 할 때 고향 생각 안 하고 아주 그냥 뭐라고 할까, 우리 아기하고 싸우던 생각해야 됩니다. 그럼 눈물이 안 나지."

때론 재미난 농담으로, 때론 함께 춤을 춰가며 어르신들과 어울리는 서연 씨.

어르신들은 그런 서연 씨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인터뷰> 이춘홍(70살/노래교실 수강생) : "마음이 우울하지 않고 명랑하게 잘 가르쳐주고."

<인터뷰> 김성웅(67살/노래교실 수강생) : "처음에는 조금 그랬는데 같이 사귀어 보니까 친동생 같기도 하고 한 형제, 열심히 가르쳐주고."

노래교실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서연 씨.

그 뒤를 졸졸 따르는 성호는, 5년 전 갓난아기 때 함께 사선을 넘었던 막둥이 아들입니다.

<인터뷰>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탈북 중) 마감 산봉우리에서 우리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 거예요. 그래서 오던 일행이 아기 입에다 우유통을 일단 물리고...정말 심장이 조마조마했거든요. 정말 잡히는 줄 알았어요."

힘들게 찾아왔던 남한 땅, 서연 씨가 서울이 아닌 충청도의 이 작은 도시에 정착한 건 아버지의 고향이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그래도 이제 아버님 고향인 충청도에...) 그럼요. 그것만이라도 저는 되게 너무 만족한 거죠. 아버님은 그래도 고향 땅도 밟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돌아가셨으니까."

북한에서 예술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지금은 세상에 없는 부모님 대신 어르신들의 노래강사가 돼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처음에는 사실 노래 강의 시작할 때도 어르신들 있으면 다 내 엄마 내 아빠 생각이 나서 너무 막 전 노래하면서도 울었어요. 저는."

드디어 기다리던 발표회 날이 밝았습니다.

어르신들은 연습 기간 동안 자신들이 느꼈던 즐거움을, 과연 관객들에게도 선사할 수 있을지, 발표회 현장으로 함께 가볼까요?

명절을 앞두고 열리는 행사다 보니 발표회는 동네 어르신들로 북적입니다.

<녹취> 박행애(74살/관객) : "노래하고 구경하라고 하니까 이런 사람들은 좋잖아."

첫 공연에 나선 어르신들의 긴장을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서연 씨.

<녹취> "아유 너무 잘생겼어, 젊어서 아가씨들 얼마나 홀렸어."

<녹취> "천 명."

발표회에 앞서 직접 노래도 부르며 분위기를 띄워 봅니다.

<녹취>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이어지는 노래는 살아생전 서연 씨의 어머니가 제일 좋아했던 ‘섬마을 선생님’,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부모님 대신 이곳 어르신들에게 들려 드리는 선물입니다.

<녹취>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긴장하신 줄만 알았던 어르신은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기념사진을 찍는데요.

<인터뷰> 김용기(70살/노래교실 수강생) : "아 좋죠, 오늘 진짜 기분이 아주 정말 최고죠. 좋은 결과가 나리라 보고..."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 오른 어르신들!

그간 갈고 닦는 율동까지 아낌없이 선보입니다.

<녹취> "인생사 세상사가 흘러가는 강물 같더라."

어느새 객석의 분위기도 무르익어 가는데요.

<녹취>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고향이 더 그리워지는 설 명절, 그 그리운 마음을 담아 ‘고향의 봄’으로 무대를 마칩니다.

<인터뷰> 박기월(77살/노래교실 수강생) : "서로가 아주 참 귀엽고 예쁜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 만족했어요."

제2의 고향에서 제2의 부모와 딸로 새롭게 인연을 맺은 서연 씨와 어르신들.

서연 씨는 그런 어르신들을 위해 앞으로 힘이 닿는 날까지 춤을 추고 노래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인터뷰>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하늘나라에 있는 아빠엄마 생각해서도 우리 노래교실 어르신들을 위해서 있는 재능을 다 발휘해서 단 한 분도 외로움이 없이 웃으며 살게끔 제가 노력을 깡그리 바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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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그리운 아버지, 고향의 노래
    • 입력 2016-02-06 08:24:34
    • 수정2016-02-06 0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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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명절이 되면 더 그리워지는 게 부모님과 고향인데요.

탈북한 뒤 아버지의 고향 땅에 정착해 부모님 대신 어르신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화제의 탈북 여성이 있습니다.

설을 앞두고 어르신들과 함께 특별한 무대도 마련했는데요.

홍은지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영하의 추운 날씨를 뚫고, 삼삼오오 어르신들이 모여드는데요.

<인터뷰> 임정순(79살/노래교실 수강생) :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노래 교실. (저도 한번 같이 가봐야겠어요. 같이 가 봐요.) 나이 아직 젊어서 그렇지, 이리 와 봐요. 속상한 것도 없어져."

바로 요즘 이곳 어르신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 노래교실로 향하는 발길들입니다.

오늘은 내일 있을 노래 발표회를 앞두고 마지막 연습이 있는 날인데요.

그동안 노래교실에서 갈고 닦은 어르신들의 노래실력은 과연 어떨지 함께 들어볼까요?

흥겨운 음악에 장단까지 맞춰가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들.

<녹취> "웃으며 웃으며 삽시다..."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은 일흔 살이나 되지만,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활기찬데요.

이 신바람 수업을 이끄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 동네 인기 노래 강사인 탈북민 심서연 씨입니다.

<녹취> "아 그 날밤 만났던 사람 나를 잊으셨나봐."

<녹취>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엄마, 엄마 아주 그냥, 엄마를 애먹인 사람이 있었나 보구나."

때로는 누구보다 흥겹지만,

<녹취>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북녘의 고향 생각이 날 때면 어김없이 눈물을 보이곤 합니다.

<인터뷰>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이 노래 할 때 고향 생각 안 하고 아주 그냥 뭐라고 할까, 우리 아기하고 싸우던 생각해야 됩니다. 그럼 눈물이 안 나지."

때론 재미난 농담으로, 때론 함께 춤을 춰가며 어르신들과 어울리는 서연 씨.

어르신들은 그런 서연 씨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인터뷰> 이춘홍(70살/노래교실 수강생) : "마음이 우울하지 않고 명랑하게 잘 가르쳐주고."

<인터뷰> 김성웅(67살/노래교실 수강생) : "처음에는 조금 그랬는데 같이 사귀어 보니까 친동생 같기도 하고 한 형제, 열심히 가르쳐주고."

노래교실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서연 씨.

그 뒤를 졸졸 따르는 성호는, 5년 전 갓난아기 때 함께 사선을 넘었던 막둥이 아들입니다.

<인터뷰>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탈북 중) 마감 산봉우리에서 우리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 거예요. 그래서 오던 일행이 아기 입에다 우유통을 일단 물리고...정말 심장이 조마조마했거든요. 정말 잡히는 줄 알았어요."

힘들게 찾아왔던 남한 땅, 서연 씨가 서울이 아닌 충청도의 이 작은 도시에 정착한 건 아버지의 고향이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그래도 이제 아버님 고향인 충청도에...) 그럼요. 그것만이라도 저는 되게 너무 만족한 거죠. 아버님은 그래도 고향 땅도 밟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돌아가셨으니까."

북한에서 예술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지금은 세상에 없는 부모님 대신 어르신들의 노래강사가 돼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처음에는 사실 노래 강의 시작할 때도 어르신들 있으면 다 내 엄마 내 아빠 생각이 나서 너무 막 전 노래하면서도 울었어요. 저는."

드디어 기다리던 발표회 날이 밝았습니다.

어르신들은 연습 기간 동안 자신들이 느꼈던 즐거움을, 과연 관객들에게도 선사할 수 있을지, 발표회 현장으로 함께 가볼까요?

명절을 앞두고 열리는 행사다 보니 발표회는 동네 어르신들로 북적입니다.

<녹취> 박행애(74살/관객) : "노래하고 구경하라고 하니까 이런 사람들은 좋잖아."

첫 공연에 나선 어르신들의 긴장을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서연 씨.

<녹취> "아유 너무 잘생겼어, 젊어서 아가씨들 얼마나 홀렸어."

<녹취> "천 명."

발표회에 앞서 직접 노래도 부르며 분위기를 띄워 봅니다.

<녹취>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이어지는 노래는 살아생전 서연 씨의 어머니가 제일 좋아했던 ‘섬마을 선생님’,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부모님 대신 이곳 어르신들에게 들려 드리는 선물입니다.

<녹취>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긴장하신 줄만 알았던 어르신은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기념사진을 찍는데요.

<인터뷰> 김용기(70살/노래교실 수강생) : "아 좋죠, 오늘 진짜 기분이 아주 정말 최고죠. 좋은 결과가 나리라 보고..."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 오른 어르신들!

그간 갈고 닦는 율동까지 아낌없이 선보입니다.

<녹취> "인생사 세상사가 흘러가는 강물 같더라."

어느새 객석의 분위기도 무르익어 가는데요.

<녹취>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고향이 더 그리워지는 설 명절, 그 그리운 마음을 담아 ‘고향의 봄’으로 무대를 마칩니다.

<인터뷰> 박기월(77살/노래교실 수강생) : "서로가 아주 참 귀엽고 예쁜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 만족했어요."

제2의 고향에서 제2의 부모와 딸로 새롭게 인연을 맺은 서연 씨와 어르신들.

서연 씨는 그런 어르신들을 위해 앞으로 힘이 닿는 날까지 춤을 추고 노래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인터뷰> 심서연(탈북민 노래강사) : "하늘나라에 있는 아빠엄마 생각해서도 우리 노래교실 어르신들을 위해서 있는 재능을 다 발휘해서 단 한 분도 외로움이 없이 웃으며 살게끔 제가 노력을 깡그리 바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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