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4분에 한 번 출동…휴일이 더 바쁜 119

입력 2016.02.11 (08:32) 수정 2016.02.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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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불이 났거나 응급 환자가 발생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번호가 있죠.

바로 119입니다.

통계를 보면, 119구급대는 4분에 한 번꼴로 출동한다는데요.

남들이 쉴 때 더 바쁜 그들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불구덩이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물 속이든 어디든 달려갑니다.

하지만 장난전화나 이유 없는 폭행으로 119 사람들은 맥이 풀릴 때가 많다고 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 119 대원들의 쉴 틈 없이 바빴던 하루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소방서.

비상벨이 울리면서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합니다.

도착한 곳은 지하철역. 계단에 남성 한 명이 쓰러져 있습니다.

<녹취> 구급대원&할아버지 : "움직이지 마세요. 어르신 다른 데는요? 다른데 아프신데? 허리나 다른데, 다리 같은데 아픈 데는요? (죽겠어요, 지금…….)"

그렇게 응급처치를 마친 뒤 남성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면 구급대원의 업무는 일단락됩니다.

<인터뷰> 현승협(소방사/광진소방서) : "술을 드신 상태에서 넘어지신 것 같고 크게 중증으로 다치신 건 아닌 것 같고 경증인 것 같습니다."

복귀 후 숨 고를 틈도 없이 또 출동!

터미널 화장실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전화에 바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위험했던 상황.

응급처치 후 병원 이송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 분.

그렇게 또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119 소방대원의 근무는 3교대.

뉴스 따라잡기 취재팀이 그중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야간 근무조와 함께 했습니다.

<인터뷰> 김중우(재난조사관/광진소방서) : "차 한 잔 하고 서로 인사하고 오늘 당면 업무에 대한 회의도 하고 업무 하던 와중에 언제 어느 때든지 현장 출동을 하는 거죠."

서너 번 출동하고 나니 시간은 밤 11시. 슬슬 허기가 지는 시간.

하지만 언제 또 출동할지 모르니 야식 메뉴는 늘 컵라면입니다.

<녹취> "구급대원들 우리는 특성상 출동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남들처럼 쉬지 못하지 않습니까? (먹다가 출동 걸리면 뛰어가셔야 되죠?) 네."

구조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면 내 몸 다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인터뷰> 황석동(소방위/광진소방서) : "인대를 다쳤다든지 인명 구조를 하다가 자세 불안정으로 인해 허리를 삐끗해서 다쳤다든지 그런 것들이 애를 많이 먹이죠."

부상을 당해도 편히 쉴 수는 없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황석동(소방위/광진소방서) : "내 동료가 그 몫을 또 해야 하니까, 2배의 일을 해야 하니까……."

어느새 새벽 1시 반.

또다시 출동입니다.

현관문이 잠겼다는 신고를 받고 한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경찰이 먼저 와 있습니다.

<녹취> 경찰&취한 남자 : "여기 사시는 분하고 이혼한 남편이에요. 이혼한 남편인데……. (지금, 문 열어주는 게 어려워?) 선생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우리가 막 열고 그럴 상황이 아니라니까요."

술에 취한 남성의 요구는 가족들이 보고 싶으니 잠겨있는 문을 열어달라는 것입니다.

<녹취> 경찰&취한 남자 : "(나와! 들어갈 거야!) 선생님, 아까 저희가 그랬잖아요. 애들 확인만 한다고 했잖습니까. 저희가 약속을 한 거 아닙니까?"

그렇게 매일매일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하다보면 여러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요.

<인터뷰> 유근성(구조3대장/광진소방서) : "‘이건 소방업무가 아니다.’, ‘이런 하찮은 것들은 아니다.’ 이런 게 아니고요. 요즘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이 맞습니다."

동이 틀 무렵이 되면 화재 신고가 늘어납니다.

한 가게에서 검은 연기가 난다는 신고 전화! 바로 출동입니다.

불은 쉽게 진압됐지만, 작은 불도 얕잡아 볼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 김중우(재난조사관/광진소방서) : "매번 긴장하고 나옵니다. 작은 불이지만 우습게 생각했다가 큰 불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 후로도 크고 작은 화재 신고가 이어졌는데요.

<녹취> 소방대원 : "쓰레기 연기 난다고 신고했는데 주변에는 보이는 거 없는데?"

누군가 쓰레기를 태운 것을 화재로 오인한 겁니다.

<인터뷰> 차원호(지휘팀장/광진소방서) : "큰 화재가 없었더라도 신고 한사람이 왜 신고를 했는지 최초 신고하실 때는 쓰레기가 탄다든지 다른 연기가 난다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 사후에는 그런 사항이 없어지더라도 우리는 현장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이럴 땐 힘이 쭉 빠진다는데요.

<녹취> 장난전화 음성(음성변조) : "여기 불이 났는데요. (불났다고요?) 불이야. 불이야. 신토불이야."

뿐만 아닙니다. 이런 요청도 있습니다.

<녹취> 신고 전화(음성변조) : "여기 하수구에 휴대전화가 빠졌거든요? (휴대전화 빠진 것은 119에서 도움드릴 수가 없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출동한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것.

취재팀이 있을 땐 다행이 이런 일이 없었지만, 다짜고짜 구급대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남성의 영상은 충격을 줬습니다.

술에 취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중 구급대원을 폭행한 건데, 이 남성은 결국 구속됐습니다.

<인터뷰> 이창우(교수/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 "소방기본법상에는 소방관을 폭행하거나 그러면 5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이 같은 구급대원의 폭행사건은 살펴보니 무려 369건, 사흘에 한번 꼴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중엔 음주 폭력이 90%를 넘었는데요.

<인터뷰> 유근성(구조3대장/광진소방서) : "대부분 다 따라주시는데 간혹 몇 분이 그렇게 하다 보니까…… 언성도 높이시고 그런데 다 감수하고 하죠. 스트레스는 어디나 다 있어요."

이곳저곳 밤새 현장을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날이 훤히 밝아옵니다.

그렇게 고단한 업무가 끝이 납니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였던 지난 설 연휴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119대원들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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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4분에 한 번 출동…휴일이 더 바쁜 119
    • 입력 2016-02-11 08:34:01
    • 수정2016-02-11 10:25:28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불이 났거나 응급 환자가 발생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번호가 있죠.

바로 119입니다.

통계를 보면, 119구급대는 4분에 한 번꼴로 출동한다는데요.

남들이 쉴 때 더 바쁜 그들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불구덩이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물 속이든 어디든 달려갑니다.

하지만 장난전화나 이유 없는 폭행으로 119 사람들은 맥이 풀릴 때가 많다고 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 119 대원들의 쉴 틈 없이 바빴던 하루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소방서.

비상벨이 울리면서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합니다.

도착한 곳은 지하철역. 계단에 남성 한 명이 쓰러져 있습니다.

<녹취> 구급대원&할아버지 : "움직이지 마세요. 어르신 다른 데는요? 다른데 아프신데? 허리나 다른데, 다리 같은데 아픈 데는요? (죽겠어요, 지금…….)"

그렇게 응급처치를 마친 뒤 남성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면 구급대원의 업무는 일단락됩니다.

<인터뷰> 현승협(소방사/광진소방서) : "술을 드신 상태에서 넘어지신 것 같고 크게 중증으로 다치신 건 아닌 것 같고 경증인 것 같습니다."

복귀 후 숨 고를 틈도 없이 또 출동!

터미널 화장실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전화에 바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위험했던 상황.

응급처치 후 병원 이송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 분.

그렇게 또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119 소방대원의 근무는 3교대.

뉴스 따라잡기 취재팀이 그중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야간 근무조와 함께 했습니다.

<인터뷰> 김중우(재난조사관/광진소방서) : "차 한 잔 하고 서로 인사하고 오늘 당면 업무에 대한 회의도 하고 업무 하던 와중에 언제 어느 때든지 현장 출동을 하는 거죠."

서너 번 출동하고 나니 시간은 밤 11시. 슬슬 허기가 지는 시간.

하지만 언제 또 출동할지 모르니 야식 메뉴는 늘 컵라면입니다.

<녹취> "구급대원들 우리는 특성상 출동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남들처럼 쉬지 못하지 않습니까? (먹다가 출동 걸리면 뛰어가셔야 되죠?) 네."

구조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면 내 몸 다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인터뷰> 황석동(소방위/광진소방서) : "인대를 다쳤다든지 인명 구조를 하다가 자세 불안정으로 인해 허리를 삐끗해서 다쳤다든지 그런 것들이 애를 많이 먹이죠."

부상을 당해도 편히 쉴 수는 없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황석동(소방위/광진소방서) : "내 동료가 그 몫을 또 해야 하니까, 2배의 일을 해야 하니까……."

어느새 새벽 1시 반.

또다시 출동입니다.

현관문이 잠겼다는 신고를 받고 한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경찰이 먼저 와 있습니다.

<녹취> 경찰&취한 남자 : "여기 사시는 분하고 이혼한 남편이에요. 이혼한 남편인데……. (지금, 문 열어주는 게 어려워?) 선생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우리가 막 열고 그럴 상황이 아니라니까요."

술에 취한 남성의 요구는 가족들이 보고 싶으니 잠겨있는 문을 열어달라는 것입니다.

<녹취> 경찰&취한 남자 : "(나와! 들어갈 거야!) 선생님, 아까 저희가 그랬잖아요. 애들 확인만 한다고 했잖습니까. 저희가 약속을 한 거 아닙니까?"

그렇게 매일매일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하다보면 여러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요.

<인터뷰> 유근성(구조3대장/광진소방서) : "‘이건 소방업무가 아니다.’, ‘이런 하찮은 것들은 아니다.’ 이런 게 아니고요. 요즘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이 맞습니다."

동이 틀 무렵이 되면 화재 신고가 늘어납니다.

한 가게에서 검은 연기가 난다는 신고 전화! 바로 출동입니다.

불은 쉽게 진압됐지만, 작은 불도 얕잡아 볼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 김중우(재난조사관/광진소방서) : "매번 긴장하고 나옵니다. 작은 불이지만 우습게 생각했다가 큰 불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 후로도 크고 작은 화재 신고가 이어졌는데요.

<녹취> 소방대원 : "쓰레기 연기 난다고 신고했는데 주변에는 보이는 거 없는데?"

누군가 쓰레기를 태운 것을 화재로 오인한 겁니다.

<인터뷰> 차원호(지휘팀장/광진소방서) : "큰 화재가 없었더라도 신고 한사람이 왜 신고를 했는지 최초 신고하실 때는 쓰레기가 탄다든지 다른 연기가 난다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 사후에는 그런 사항이 없어지더라도 우리는 현장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이럴 땐 힘이 쭉 빠진다는데요.

<녹취> 장난전화 음성(음성변조) : "여기 불이 났는데요. (불났다고요?) 불이야. 불이야. 신토불이야."

뿐만 아닙니다. 이런 요청도 있습니다.

<녹취> 신고 전화(음성변조) : "여기 하수구에 휴대전화가 빠졌거든요? (휴대전화 빠진 것은 119에서 도움드릴 수가 없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출동한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것.

취재팀이 있을 땐 다행이 이런 일이 없었지만, 다짜고짜 구급대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남성의 영상은 충격을 줬습니다.

술에 취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중 구급대원을 폭행한 건데, 이 남성은 결국 구속됐습니다.

<인터뷰> 이창우(교수/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 "소방기본법상에는 소방관을 폭행하거나 그러면 5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이 같은 구급대원의 폭행사건은 살펴보니 무려 369건, 사흘에 한번 꼴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중엔 음주 폭력이 90%를 넘었는데요.

<인터뷰> 유근성(구조3대장/광진소방서) : "대부분 다 따라주시는데 간혹 몇 분이 그렇게 하다 보니까…… 언성도 높이시고 그런데 다 감수하고 하죠. 스트레스는 어디나 다 있어요."

이곳저곳 밤새 현장을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날이 훤히 밝아옵니다.

그렇게 고단한 업무가 끝이 납니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였던 지난 설 연휴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119대원들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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