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 10년, 소해금 연주자의 홀로서기

입력 2016.02.20 (08:19) 수정 2016.02.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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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소해금이라는 악기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우리의 전통악기인 해금을 개량한 북한의 악기인데요,

북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이 악기를 남한 땅에서 유일하게 연주하는 탈북민 연주자가 있습니다.

유명 가수와 협연도 하고, 최근엔 해금 연주자와 합동 공연도 가진 소해금 연주자 박성진 씨를 홍은지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심금을 울리는 전주로 시작되는 가수 장윤정 씨의 노래 ‘첫사랑’.

<녹취> ‘첫사랑’ : "그때 이미 예감했죠 사랑에 빠질 것을..."

그 애절한 선율은 소해금이라는 북한 악기가 내는 소린데요,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정말 연주자로서 뿌듯하더라고요. 어떠한 한 사람을 빛내 준다는 거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이 소리의 주인공은 국내 유일의 소해금 연주자인 박성진 씨입니다.

성진 씨는 요즘 한창 남한의 해금과 함께 하는 합동 공연을 준비 중인데요,

북한의 ‘소해금’이라는 악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탈북 10년 만에 어떻게 탈북민 출신 대표적 연주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성진 씨를 만나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북한의 소해금과 남한의 전통 악기인 해금의 선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성진 씨에게 소해금은 남한 생활에 정착할 수 있게 해 준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저 악기를 통해서 제가 장가도 갔고, 집도 이사했고, 저한테는 참 운명과 같은 악기?"

이번에는 탈북 10년 만에 처음으로 해금과의 협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해금이랑 소해금이랑 같이 둘이서 만나서 (연주)하는 것이 제가 한국 생활 10년에 처음이에요. 소리가 맞을까, 서로가 이럴까, 긴가민가했었거든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딱 만나니까 이게 화합이 되는 거예요. 정말 멋진 하모니가 생기는 거예요."

우리의 전통악기인 해금은 현이 두 개로 가벼우면서도 강한 소리를 낸다면, 4현으로 개량한 북한의 소해금은 더욱 풍부한 음색으로 바이올린과 흡사한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다연(해금 연주자) : "(소해금은) 약간 미성에 가깝고 해금 소리는 좀 탁성이라고 하는 소리에 (가깝고) (해금의 선율은) 좀 두껍고 (소해금의 선율은) 좀 얇고..."

뿌리는 같지만 개성은 다른 두 악기의 만남에 공연을 하루 앞둔 연주자들의 마음도 설렙니다.

<인터뷰> 정다연(해금 연주자) :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서 문화적인 통일이라고 했을 때 연주자들끼리의 화합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도 보여드리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연습이 끝난 뒤, 시끌벅적한 성진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녹취> "어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마침 오늘은 함께 탈북한 성진 씨 어머니의 생신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홍춘필(박성진 씨 어머니) : "내가 중국에 갔다가 오면서 한국 녹음기에 넣은 (노래) 테이프를 그걸 여기다 감춰서 북한에 가곤 했거든. 우리 아들이 작을 때부터 이불 (뒤집어)쓰고 계속 남한 곡을 들었거든."

어릴 적부터 남한 노래를 즐겨 들었던 성진 씨는 평양 예술학교에 들어가 소해금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음악에 대한 이런 열정은 예기치 못한 인생의 큰 고비를 가져왔습니다.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제가 결혼식 집에 가서 한국 노래를 그냥 불렀는데 그거 한국 노래 불렀다고 황해남도 태탄이라는 사금 캐는데 가서 일 년 동안 거기 혁명하라고 (보냈는데 거기서) 삐라를 보면서 어,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나 라는 생각. 거기서 한국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고."

목숨을 걸고 남한에 내려온 뒤에는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당시 남북관계 경색으로 소속사가 난색을 표하면서 꿈을 접어야 했는데요.

이런 역경 속에서도 오늘날 북한 출신의 대표적 연주자가 될 수 있었던 건 긍정의 힘 덕분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여기에 오면 여기 사람들하고 동화가 되고 여기 사람들의 문화를 따라야 되고, 그게 내가 성공하는 기름질이 되지 사회의 안 된 모습만 바라보고 하면 계속 그 사람은 그렇게 있더라고요."

드디어 남북의 해금 연주자들이 함께 하는 공연이 시작되는데요,

두 대의 해금이 세상을 즐겁게 한다는 이름의 ‘해이락’ 공연, 그 현장을 여러분들도 함께 가보실까요

백성들과 함께 즐기자는 의미를 담아 세종대왕이 작곡했다는 전통음악, ‘여민락’으로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성진 씨는 공연 중간 중간, 관객들과의 대화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는데요,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북한의 음악은 굉장히 단순해요. 99.9%가 장군님에 대한 노래예요. 한국에 왔더니 이게 모든 노래의 99%가 사랑하다가 이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분단 전 함께 불렀던 동요와 민요부터, 홀로 아리랑까지….

남과 북의 악기가 어울려 내는 아름다운 선율로 공연은 점차 무르익어 갑니다.

<인터뷰> 정승순(경기도 고양시) : "(해금과) 소해금이라는 것이 악기의 어울림이 굉장히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소해금의 특유의 바이올린 같은 음률에 굉장히 매력이 있다, 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어서 새로운 장르를 본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도 간절한 소망을 담아 소해금을 연주하는 성진 씨, 자신의 연주가 누군가에겐 응원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편견의 벽을 넘을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라 봅니다.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내가 한 걸음을 가고 열 걸음을 갈 때 주변에 있는 탈북자 분들이 나라는 사람, 박성진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활동하고 좋은 일을 할 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좋은 일을 하면서 저렇게 살아 갈거야 (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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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 10년, 소해금 연주자의 홀로서기
    • 입력 2016-02-20 08:29:38
    • 수정2016-02-20 08:36:12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소해금이라는 악기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우리의 전통악기인 해금을 개량한 북한의 악기인데요,

북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이 악기를 남한 땅에서 유일하게 연주하는 탈북민 연주자가 있습니다.

유명 가수와 협연도 하고, 최근엔 해금 연주자와 합동 공연도 가진 소해금 연주자 박성진 씨를 홍은지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심금을 울리는 전주로 시작되는 가수 장윤정 씨의 노래 ‘첫사랑’.

<녹취> ‘첫사랑’ : "그때 이미 예감했죠 사랑에 빠질 것을..."

그 애절한 선율은 소해금이라는 북한 악기가 내는 소린데요,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정말 연주자로서 뿌듯하더라고요. 어떠한 한 사람을 빛내 준다는 거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이 소리의 주인공은 국내 유일의 소해금 연주자인 박성진 씨입니다.

성진 씨는 요즘 한창 남한의 해금과 함께 하는 합동 공연을 준비 중인데요,

북한의 ‘소해금’이라는 악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탈북 10년 만에 어떻게 탈북민 출신 대표적 연주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성진 씨를 만나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북한의 소해금과 남한의 전통 악기인 해금의 선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성진 씨에게 소해금은 남한 생활에 정착할 수 있게 해 준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저 악기를 통해서 제가 장가도 갔고, 집도 이사했고, 저한테는 참 운명과 같은 악기?"

이번에는 탈북 10년 만에 처음으로 해금과의 협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해금이랑 소해금이랑 같이 둘이서 만나서 (연주)하는 것이 제가 한국 생활 10년에 처음이에요. 소리가 맞을까, 서로가 이럴까, 긴가민가했었거든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딱 만나니까 이게 화합이 되는 거예요. 정말 멋진 하모니가 생기는 거예요."

우리의 전통악기인 해금은 현이 두 개로 가벼우면서도 강한 소리를 낸다면, 4현으로 개량한 북한의 소해금은 더욱 풍부한 음색으로 바이올린과 흡사한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다연(해금 연주자) : "(소해금은) 약간 미성에 가깝고 해금 소리는 좀 탁성이라고 하는 소리에 (가깝고) (해금의 선율은) 좀 두껍고 (소해금의 선율은) 좀 얇고..."

뿌리는 같지만 개성은 다른 두 악기의 만남에 공연을 하루 앞둔 연주자들의 마음도 설렙니다.

<인터뷰> 정다연(해금 연주자) :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서 문화적인 통일이라고 했을 때 연주자들끼리의 화합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도 보여드리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연습이 끝난 뒤, 시끌벅적한 성진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녹취> "어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마침 오늘은 함께 탈북한 성진 씨 어머니의 생신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홍춘필(박성진 씨 어머니) : "내가 중국에 갔다가 오면서 한국 녹음기에 넣은 (노래) 테이프를 그걸 여기다 감춰서 북한에 가곤 했거든. 우리 아들이 작을 때부터 이불 (뒤집어)쓰고 계속 남한 곡을 들었거든."

어릴 적부터 남한 노래를 즐겨 들었던 성진 씨는 평양 예술학교에 들어가 소해금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음악에 대한 이런 열정은 예기치 못한 인생의 큰 고비를 가져왔습니다.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제가 결혼식 집에 가서 한국 노래를 그냥 불렀는데 그거 한국 노래 불렀다고 황해남도 태탄이라는 사금 캐는데 가서 일 년 동안 거기 혁명하라고 (보냈는데 거기서) 삐라를 보면서 어,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나 라는 생각. 거기서 한국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고."

목숨을 걸고 남한에 내려온 뒤에는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당시 남북관계 경색으로 소속사가 난색을 표하면서 꿈을 접어야 했는데요.

이런 역경 속에서도 오늘날 북한 출신의 대표적 연주자가 될 수 있었던 건 긍정의 힘 덕분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여기에 오면 여기 사람들하고 동화가 되고 여기 사람들의 문화를 따라야 되고, 그게 내가 성공하는 기름질이 되지 사회의 안 된 모습만 바라보고 하면 계속 그 사람은 그렇게 있더라고요."

드디어 남북의 해금 연주자들이 함께 하는 공연이 시작되는데요,

두 대의 해금이 세상을 즐겁게 한다는 이름의 ‘해이락’ 공연, 그 현장을 여러분들도 함께 가보실까요

백성들과 함께 즐기자는 의미를 담아 세종대왕이 작곡했다는 전통음악, ‘여민락’으로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성진 씨는 공연 중간 중간, 관객들과의 대화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는데요,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북한의 음악은 굉장히 단순해요. 99.9%가 장군님에 대한 노래예요. 한국에 왔더니 이게 모든 노래의 99%가 사랑하다가 이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분단 전 함께 불렀던 동요와 민요부터, 홀로 아리랑까지….

남과 북의 악기가 어울려 내는 아름다운 선율로 공연은 점차 무르익어 갑니다.

<인터뷰> 정승순(경기도 고양시) : "(해금과) 소해금이라는 것이 악기의 어울림이 굉장히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소해금의 특유의 바이올린 같은 음률에 굉장히 매력이 있다, 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어서 새로운 장르를 본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도 간절한 소망을 담아 소해금을 연주하는 성진 씨, 자신의 연주가 누군가에겐 응원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편견의 벽을 넘을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라 봅니다.

<인터뷰> 박성진(탈북민 소해금 연주자) : "내가 한 걸음을 가고 열 걸음을 갈 때 주변에 있는 탈북자 분들이 나라는 사람, 박성진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활동하고 좋은 일을 할 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좋은 일을 하면서 저렇게 살아 갈거야 (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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