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스토리] ① 항공기는 ‘레이저 빔’과 전쟁 중

입력 2016.02.20 (08:49) 수정 2016.02.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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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가 손에 들고 있는 이것, 세미나나 발표회 등에서 많이 보는 레이저포인터입니다.

전원을 넣으면 이렇게 붉은색 레이저 광선이 나오죠.

그런데 사무용품 정도에 지나지 않는 이 레이저포인터가 항공기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 믿어지십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비행기도 레이저 광선에 쏘인 사실이 드러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글로벌스토리, 레이저 광선 이야기입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을 출발해 뉴욕으로 가던 버진 아틀란틱 항공 소속 여객기.

조종사가 갑자기 관제 센터로 긴급 교신을 보냅니다.

<녹취> 조종사 : "이륙 직후 조종사가 레이저 빔에 맞아 다쳤습니다. 공항으로 돌아갑니다."

여객기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지상에서 누군가 레이저 광선을 쏘았는데, 부기장이 눈에 광선을 맞아 다친 겁니다.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승객과 조종사의 안전을 고려해 여객기는 긴급 회항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비행기가 레이저 광선에 쏘였습니다.

당시 멕시코 순방에 나선 교황은 전세기를 타고 있었는데, 비행기가 멕시코시티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지상으로부터 레이저 광선을 쏘인 겁니다.

<녹취> 조종사 : "12시 방향으로, 24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초록색 레이저를 맞았습니다."

기장은 이런 사실을 즉시 관제탑에 알렸는데,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전세기는 공항에 정상 착륙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특정 지역을 지나는 항공기들이 잇달아 레이저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저지에서 벌어진 일인데, 운항 중이던 여객기 11대와 군용기 1대가 레이저 광선에 쏘였습니다.

심지어 특정 여객기를 대상으로 레이저 공격이 여러 차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여객기 조종사-관제 센터 대화 : "유나이티드 330기인데 10시 방향으로 레이저 빔 맞았다. 누군가 약 4마일 떨어진 곳에서 왼쪽 날개에 레이저를 쏜다. (또 발생했나?) 아주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다."

당국은 레이저 공격 보고를 받은 후 모든 항공기 운항을 긴급 중단했습니다.

이런 레이저 공격의 수단은 지금까지의 적발 사례로 볼 때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레이저 포인터 등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레이저 포인터가 위험한 건 길게 뻗어 나가는 광선이 조종사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심할 경우 시야를 잃게 하기 때문입니다.

레이저의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했는데, 눈에 광선을 맞은 조종사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립니다.

손으로 광선을 막고 눈을 떠보려 애쓰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 비행이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제이 러스트베더(안과 전문의) : "조종사가 몇 초 동안 눈이 안 보일 수 있어 위험합니다. 게다가 레이저 공격을 받은 후 몇 분 동안 시력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항공기가 레이저 공격을 받는 사고는 전 세계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난 2009년 740여 건이던 사고가 2014년에는 1,44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미국도 지난해 5천3백여 건으로 지난 2010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레이저 광선을 쏠 수 있는 물건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데다 휴대도 간편해, 언제 어디서 공격이 이뤄질지 미리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대처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레이저 공격은 조종사들에게 악몽이나 다름없습니다.

<인터뷰> 데이브 스미스(조종사) : "항공기에 레이저는 공격 무기와 다름없습니다. 비행기에 치명적입니다."

때문에 일부 국가들은 항공기를 겨냥해 레이저를 쏘다 적발되면 엄하게 벌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우리 돈 3억 원 정도의 벌금이나 최고 20년 징역형에 처합니다.

<녹취> 아벤드(항공 전문가) :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앞을 못 보는 상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큰 혼선을 일으키는 행위입니다. 살인미수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처벌이 지나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처음부터 비행기를 겨냥해 쏜다면 당연히 처벌 대상이 되겠지만,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일상에서 레이저가 자주 쓰이는데, 이런 경우까지 처벌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레이저를 이용하는 제품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광선의 강도도 세지고 있습니다.

항공기 안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처벌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 역시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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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스토리] ① 항공기는 ‘레이저 빔’과 전쟁 중
    • 입력 2016-02-20 08:54:41
    • 수정2016-02-20 09:13:44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제가 손에 들고 있는 이것, 세미나나 발표회 등에서 많이 보는 레이저포인터입니다.

전원을 넣으면 이렇게 붉은색 레이저 광선이 나오죠.

그런데 사무용품 정도에 지나지 않는 이 레이저포인터가 항공기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 믿어지십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비행기도 레이저 광선에 쏘인 사실이 드러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글로벌스토리, 레이저 광선 이야기입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을 출발해 뉴욕으로 가던 버진 아틀란틱 항공 소속 여객기.

조종사가 갑자기 관제 센터로 긴급 교신을 보냅니다.

<녹취> 조종사 : "이륙 직후 조종사가 레이저 빔에 맞아 다쳤습니다. 공항으로 돌아갑니다."

여객기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지상에서 누군가 레이저 광선을 쏘았는데, 부기장이 눈에 광선을 맞아 다친 겁니다.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승객과 조종사의 안전을 고려해 여객기는 긴급 회항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비행기가 레이저 광선에 쏘였습니다.

당시 멕시코 순방에 나선 교황은 전세기를 타고 있었는데, 비행기가 멕시코시티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지상으로부터 레이저 광선을 쏘인 겁니다.

<녹취> 조종사 : "12시 방향으로, 24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초록색 레이저를 맞았습니다."

기장은 이런 사실을 즉시 관제탑에 알렸는데,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전세기는 공항에 정상 착륙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특정 지역을 지나는 항공기들이 잇달아 레이저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저지에서 벌어진 일인데, 운항 중이던 여객기 11대와 군용기 1대가 레이저 광선에 쏘였습니다.

심지어 특정 여객기를 대상으로 레이저 공격이 여러 차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여객기 조종사-관제 센터 대화 : "유나이티드 330기인데 10시 방향으로 레이저 빔 맞았다. 누군가 약 4마일 떨어진 곳에서 왼쪽 날개에 레이저를 쏜다. (또 발생했나?) 아주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다."

당국은 레이저 공격 보고를 받은 후 모든 항공기 운항을 긴급 중단했습니다.

이런 레이저 공격의 수단은 지금까지의 적발 사례로 볼 때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레이저 포인터 등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레이저 포인터가 위험한 건 길게 뻗어 나가는 광선이 조종사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심할 경우 시야를 잃게 하기 때문입니다.

레이저의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했는데, 눈에 광선을 맞은 조종사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립니다.

손으로 광선을 막고 눈을 떠보려 애쓰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 비행이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제이 러스트베더(안과 전문의) : "조종사가 몇 초 동안 눈이 안 보일 수 있어 위험합니다. 게다가 레이저 공격을 받은 후 몇 분 동안 시력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항공기가 레이저 공격을 받는 사고는 전 세계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난 2009년 740여 건이던 사고가 2014년에는 1,44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미국도 지난해 5천3백여 건으로 지난 2010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레이저 광선을 쏠 수 있는 물건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데다 휴대도 간편해, 언제 어디서 공격이 이뤄질지 미리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대처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레이저 공격은 조종사들에게 악몽이나 다름없습니다.

<인터뷰> 데이브 스미스(조종사) : "항공기에 레이저는 공격 무기와 다름없습니다. 비행기에 치명적입니다."

때문에 일부 국가들은 항공기를 겨냥해 레이저를 쏘다 적발되면 엄하게 벌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우리 돈 3억 원 정도의 벌금이나 최고 20년 징역형에 처합니다.

<녹취> 아벤드(항공 전문가) :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앞을 못 보는 상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큰 혼선을 일으키는 행위입니다. 살인미수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처벌이 지나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처음부터 비행기를 겨냥해 쏜다면 당연히 처벌 대상이 되겠지만,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일상에서 레이저가 자주 쓰이는데, 이런 경우까지 처벌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레이저를 이용하는 제품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광선의 강도도 세지고 있습니다.

항공기 안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처벌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 역시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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