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부르는 위조·감정평가 시비, 해법은?

입력 2016.03.07 (00:31) 수정 2016.03.0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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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부동산 관계자 : "많죠. (안양시에만)20개 정도? 감정평가가 나고 나면 많이 시끄럽죠"

<인터뷰> 재개발 조합원 : "몇 놈 OO야 된다고... 재개발이 무슨 재개발이야"

<인터뷰> 재개발 조합 관계자 : "사업이 늦어지면 그만큼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우려도 있고..."

<인터뷰> 재개발 지구 전 조합원 : "성원이 안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위조를 모의를 했고 여태까지 몇 년동안 총회나 서면결의서나 조합서류 동의서나 안내신 분들 중에서 골라서 위조를 할 명단을..."

<오프닝>

땅 주인들이 모여 직접 시행하는 조합 재개발사업.

사업규모가 크고 조합원 수가 많을수록 찬반 의견도, 말도 탈도 많습니다.

재개발사업마다 비상대책위원회, 이른바 '비대위'가 구성돼 분쟁이 끊이질 않습니다.

서면결의서가 위조 논란에 휘말리기도 하고, 감정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뒤늦게 조합해산이 추진되기도 합니다.

재개발 사업지마다 어김없이 발생하는 분쟁과 갈등, 원인은 무엇이고 분쟁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요.

경기도 안양, 1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지역에 대규모 주택 재개발 사업 2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호원지구는 18만 5천 제곱미터의 땅에 사업비 1조 원이 투입돼 4년 뒤 3천8백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계획입니다.

맞은편 덕현지구에도 2천7백 세대짜리 주택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부동산 관계자 : "많죠. (안양에만) 20개 이상 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가 많은 데는 이러나저러나 하자 그러고 주민들은 하지말자는 사람들도 있고"

양쪽 사업 모두 조합원 분양신청을 마치고 착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지구 모두 재개발 조합과 재개발을 반대하는 비대위 간 분쟁에 몇 년째 휩싸여 있습니다.

조합원 수십 명이 시청으로 몰려와 항의를 하고.

<녹취> 호원지구 조합원 : "왜 내려가 우리가 내려가기는. 내려가지 말고 밤새 여기서 계속. 우리 쫓겨나게 생겼는데 우리가 가게 생겼어."

일부 주민들이 지구지정 해제를 추진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방극선(덕현지구 전 조합원) : "(사업절차가) 투명하게 됐다면 승복하죠. 재개발을 하면 무조건 다 망한다. 내 재산이 반토막이 난다. 무조건 저희 생각에는 이게 빨리 해제가 되고 내 마음 편하게 살고."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조합은 조합대로 난감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호원지구 조합 관계자 : "사업이라는 건 재개발 사업이나 재건축 사업은 속도전입니다. 속도전. 저희가 조합에서 보면 2012년도 해서 지금 어떻게 만 4년쨉니다."

<인터뷰> 안치덕(덕현지구 조합장) : "(조합은) 법에 따라서 일을 하는데 그걸 자꾸 잘못됐다고 하니까 방법이 없죠. 그래서 사업이 속도가 자꾸 진행속도가 늦어지고 늦어질수록 자꾸 조합원들한테 피해가 있죠."

그런데, 두 사업지구 분쟁의 핵심 원인이 같습니다.

가짜 문서, 바로 '위조' 논란입니다.

덕현 재개발지구 전 조합원이었던 이규석씨.

지난해 사문서 위조 혐의로 조합 관계자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자신이 본 적도 없는 서면결의서가 위조돼 제출됐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규석(재개발지구 전 조합원) : "너무 깜짝 놀랐고요. 이런 글씨도 내가 기록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본인들이 위조해서 (총회에) 참석했다고 돼 있고... (이 글씨가 선생님 글씨 아니에요?) 네 전혀 아닙니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비대위는 이 씨의 서면결의서 말고도 15장이 더 위조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위조된 서면결의서로 안건이 통과됐다며 사업시행인가취소소송도 냈습니다.

<인터뷰> 방극선(덕현지구 전 조합원) : "사업시행인가 총회 때 (의결정족수에서) 12명이 오버가 돼가지고 통과가 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위조서류를) 찾은 게 16장을 찾아서 시청에다가 제출을 했는데..."

<인터뷰> 안치덕(덕현지구 조합장) : "그분들(비대위)은 무조건 우리가 위조를 했다고 하는데 위조한 것이 없습니다. (행정소송은) 시를 상대로 한 거고 우리는 보조변호사만 선임해서 같이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호원지구의 경우 4년전 조합창립총회 때 제출된 서결의서가 위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총회 당시 조합원이자 사업관리업체 직원이었던 김영식 씨가 총회 하루 전, 자신도 참석했던 서면결의서 위조 모의 현장의 것이라며 한 녹취를 공개한 겁니다.

<녹취> 윤00(정비사업관리업체 직원) : "우리가 투표용지를 꺼내서 100개를 먼저 만들어놓고 접수를 주잖아요. (중략) 컬러출력을 하면 바로 티가 나더라고요."

위조서류를 접수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나옵니다.

<녹취> 김영식(당시 조합원) : "OOO씨 없을 때. 집어넣으면 돼(중략). 집에 갔다 오는 시간 30~40분 돼. 그 안에 집어넣으면 돼."

녹취를 공개한 김 씨는 당시 총회 성원이 부족할 것 같아 서면결의서를 위조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영식(당시 조합원) : "불안한 거죠. 총회 성원이 안 될 것 같으니까. 그거를 위조를 거기에 맞춰서 한 거 같고 성원을 시켜야 모든게 진행이 되니까. 총회에 관심도 없고 재개발에 관심도 없는 외지에 사는 사시는 분들 조합원들 글씨체를 어차피 모르니까."

검찰의 의뢰로 서면결의서의 위조 여부를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입니다.

제출된 서면결의서에 찍한 선거관리위원 간사의 도장과 실제 간사의 도장을 감정한 결과, 간사의 진짜 인영과 서면결의서 인영에 다른 부분이 군데 군데 드러납니다.

두 인영을 겹쳐보니 획의 간격과 위치가 어긋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인터뷰> 서한서(문서감정전문가) : "(도장을) 찍었을 때 현출했을 때 현출되는 그런 특징들이 있는데 제가 검토해본 결과 하나는 양각으로 만들고 하나는 음각으로 만들어서 두 개를 겹쳐서 검토하는 방법을 보면 거기서 크기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차이가 있었고요. 감정서를 봤을때는 도장은 당연히 다르다고 판단하는게 맞았을 것 같고요."

국과수는 9백여 장의 서면결의서 가운데 206장을 감정한 결과 모두 46장이 위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과 비대위 간의 분쟁과 갈등은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비대위가 서면결의서 위조 모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말 증거불충분으로 이들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검찰은 위조를 모의한 것은 인정되지만 피고소인들이 위조를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비대위가 위조문서를 근거로 낸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법원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인용해 40여 장의 위조문서를 감안해도 의사정족수를 충족한다며 원고 패소판결했습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재판부가 부실한 검찰 수사 결과를 인용했다며 항소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식(당시 조합원) : "저희가 위조하려고 했던 명단은 100명을 뽑아놨었는데 지금 국과수에서 나온 (위조 추정되는) 46명중에 우리가 위조 명단에 넣지 않은 제3의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100명보다 더 많은 사람이 나왔을 거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항고하라는 입장이고 조합측은 위조 부분은 조합과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총회의 의사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서면결의서를 위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상윤(재개발 컨설팅업체 대표) : "성원이 잘 안돼요. 의결정족수는 대부분 참석과반수라서 무난한데 의사정족수가 잘 안 맞아요. 50%가. 조합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어떻게든지 총회에서 통과된 형식을 밟아야 되기 때문에 그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 위조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서면결의서 위조 논란을 불식시킬 방법은 없을까.

재개발 찬반을 놓고 조합과 비대위가 수년간 심한 갈등을 빚은 서울 수색4구역.

지난해 임원선거와 관리처분 총회를 치르면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한 전자투표를 도입했습니다.

<인터뷰> 김광섭(수색4구역 조합장) : "공정하고 투명성 있게 투표를 했기 때문에 비대위들이 총회 전자 투표에 대해서는 아주 말을 않습니다. 저희 사업장 같은 경우는 비대위가 그 뒤로 다 사라졌습니다."

전자 투표가 도입되면서 인건비 등 총회 비용도 4분의1 이상 줄었습니다.

주택법에는 입주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인터넷 전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재개발 관련법에는 이런 내용이 없습니다.

지난 2013년 전자서명이 가능하도록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는 미뤄지고 있습니다.

일단 올해 하반기부터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서 지자체가 인증한 서면동의서를 사용해야 하지만 위조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인터뷰> 전인재(국토교통부 사무관) : "서면동의서 및 결의서 위조 및 변조로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고요.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조합 및 추진위 설립의 경우에는 지차체의 검인을 받은 동의서만 사용하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재개발 조합과 조합원들은 철거와 착공을 앞두고 또 한 차례 큰 갈등을 겪습니다.

아파트를 지을 땅과 철거할 건물에 대한 보상가격 책정, 바로 감정평가 때문입니다.

호원지구 조합원들이 시청으로 몰려왔습니다.

<녹취> "그러면 애초에 750만원씩 나온다고 밝혀주던지 왜 안 밝혀주고 사기분양 해."

<녹취> "당신들 땅 100원짜리 50원주면 받겠어?"

감정평가 결과, 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 됐다는 겁니다.

게다가 정작 분양 신청을 결정할 때에는 조합 측이 이런 보상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삼수(호원지구 전 조합원) : "자기 재산 가치를 알고 내가 20평을 들어갈 것인가 25평을 들어갈 것인가 현금청산할 것인가 결정을 할 거 아닙니까. 근데 가격도 모른 상태에서."

화가 난 조합원들은 지구 지정 해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란(호원지구 조합원) : "그때는 (조합이) 일단 분양신청을 해놔라. 무조건 신청을 하는게 우리한테 유리하다 그랬었거든요. 그렇게 했는데 막상(감정평가 결과를) 받고 보니까 너무 형편없이 돈이 나오니까."

덕현 지구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방극선(덕현지구 전 조합원) : "우선 얼만지 내 재산이. 그리고 내가 25평이든 35평 신청했을 때 그럼 내가 과연 얼마를 더 내야 되는지 그걸 알아야 내가 분양신청을 할건지 말건지를 결정할 수가 있잖아요. 일반적인 상식으로. 그런데 그거는 아무것도 없고."

<인터뷰> 안치덕(덕현지구 조합장) : "개략적인 것밖에 우리가 드릴 수 없는게 사업시행인가가 나고 (감정업체) 선정하는 절차가 걸리고 어쩌고 하니까 60일 이내로는 감정평가 액수가 나올 수가 없어요."

현행법은 사업시행인가가 나면 두 달 이내에 조합원들에게 분양신청 일정을 공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 때 내 재산가치와 분양을 받을 경우 필요한 금액의 차이, 이른바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도 알려줘야 합니다.

<녹취> 전인재(국토교통부 사무관) : "사후에 부담하게 되는 부담금 정보를 사전에 알려줌으로써 조합원의 분양신청에 대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 도입취지입니다."

하지만 조합이 감정 평가를 통해 부담금 내역을 제대로 평가해서 미리 알려주는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이 큽니다.

<인터뷰> 김상윤(재개발 컨설팅회사 대표) : "(조합원들이) 분양신청을 많이 안 하게 되면 시공사의 리스크가 커져요. 왜냐면 일반분양에 대한 부담이 있거든요. 공사비를 받아야 되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미 주인들이 정해진 집을 짓는 것은 굉장히 편하죠."

문제는 '개략적인' 이라는 표현입니다.

부담금을 어떻게 산출해서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 지 법에는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습니다.

호원 지구의 경우 감정 평가를 받지 않고 '개략적인 부담금'이라며 3가지 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너무 넓어 분양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판단 기준으로는 미흡하다고 조합원들은 주장합니다.

<인터뷰> 호원지구 조합 관계자 : "(개략적인 부담금은) 공사비가 있고 분양가가 있는 부분인데 나름대로 추정적으로 조합에서 했다는 부분을 말씀드리는 거고."

조합 측은 현실적으로 2달 이내에 감정평가를 받기 어렵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재개발 사업을 관리 감독해야할 지자체도 현행 법상 어쩔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염중선(안양시청 공공개발팀장) : "두 달 이내에 감정평가를 다 하는 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감정평가 업체를 빨리 선정할 수 있도록 조합측에 독려를 했고."

전문가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모호한 법령이 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재개발 사업.

위조시비나 감정평가 논란 등으로 인해 끊이지 않는 재개발 사업 분쟁은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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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쟁 부르는 위조·감정평가 시비, 해법은?
    • 입력 2016-03-06 23:54:51
    • 수정2016-03-07 01:02:57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부동산 관계자 : "많죠. (안양시에만)20개 정도? 감정평가가 나고 나면 많이 시끄럽죠"

<인터뷰> 재개발 조합원 : "몇 놈 OO야 된다고... 재개발이 무슨 재개발이야"

<인터뷰> 재개발 조합 관계자 : "사업이 늦어지면 그만큼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우려도 있고..."

<인터뷰> 재개발 지구 전 조합원 : "성원이 안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위조를 모의를 했고 여태까지 몇 년동안 총회나 서면결의서나 조합서류 동의서나 안내신 분들 중에서 골라서 위조를 할 명단을..."

<오프닝>

땅 주인들이 모여 직접 시행하는 조합 재개발사업.

사업규모가 크고 조합원 수가 많을수록 찬반 의견도, 말도 탈도 많습니다.

재개발사업마다 비상대책위원회, 이른바 '비대위'가 구성돼 분쟁이 끊이질 않습니다.

서면결의서가 위조 논란에 휘말리기도 하고, 감정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뒤늦게 조합해산이 추진되기도 합니다.

재개발 사업지마다 어김없이 발생하는 분쟁과 갈등, 원인은 무엇이고 분쟁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요.

경기도 안양, 1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지역에 대규모 주택 재개발 사업 2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호원지구는 18만 5천 제곱미터의 땅에 사업비 1조 원이 투입돼 4년 뒤 3천8백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계획입니다.

맞은편 덕현지구에도 2천7백 세대짜리 주택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부동산 관계자 : "많죠. (안양에만) 20개 이상 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가 많은 데는 이러나저러나 하자 그러고 주민들은 하지말자는 사람들도 있고"

양쪽 사업 모두 조합원 분양신청을 마치고 착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지구 모두 재개발 조합과 재개발을 반대하는 비대위 간 분쟁에 몇 년째 휩싸여 있습니다.

조합원 수십 명이 시청으로 몰려와 항의를 하고.

<녹취> 호원지구 조합원 : "왜 내려가 우리가 내려가기는. 내려가지 말고 밤새 여기서 계속. 우리 쫓겨나게 생겼는데 우리가 가게 생겼어."

일부 주민들이 지구지정 해제를 추진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방극선(덕현지구 전 조합원) : "(사업절차가) 투명하게 됐다면 승복하죠. 재개발을 하면 무조건 다 망한다. 내 재산이 반토막이 난다. 무조건 저희 생각에는 이게 빨리 해제가 되고 내 마음 편하게 살고."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조합은 조합대로 난감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호원지구 조합 관계자 : "사업이라는 건 재개발 사업이나 재건축 사업은 속도전입니다. 속도전. 저희가 조합에서 보면 2012년도 해서 지금 어떻게 만 4년쨉니다."

<인터뷰> 안치덕(덕현지구 조합장) : "(조합은) 법에 따라서 일을 하는데 그걸 자꾸 잘못됐다고 하니까 방법이 없죠. 그래서 사업이 속도가 자꾸 진행속도가 늦어지고 늦어질수록 자꾸 조합원들한테 피해가 있죠."

그런데, 두 사업지구 분쟁의 핵심 원인이 같습니다.

가짜 문서, 바로 '위조' 논란입니다.

덕현 재개발지구 전 조합원이었던 이규석씨.

지난해 사문서 위조 혐의로 조합 관계자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자신이 본 적도 없는 서면결의서가 위조돼 제출됐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규석(재개발지구 전 조합원) : "너무 깜짝 놀랐고요. 이런 글씨도 내가 기록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본인들이 위조해서 (총회에) 참석했다고 돼 있고... (이 글씨가 선생님 글씨 아니에요?) 네 전혀 아닙니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비대위는 이 씨의 서면결의서 말고도 15장이 더 위조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위조된 서면결의서로 안건이 통과됐다며 사업시행인가취소소송도 냈습니다.

<인터뷰> 방극선(덕현지구 전 조합원) : "사업시행인가 총회 때 (의결정족수에서) 12명이 오버가 돼가지고 통과가 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위조서류를) 찾은 게 16장을 찾아서 시청에다가 제출을 했는데..."

<인터뷰> 안치덕(덕현지구 조합장) : "그분들(비대위)은 무조건 우리가 위조를 했다고 하는데 위조한 것이 없습니다. (행정소송은) 시를 상대로 한 거고 우리는 보조변호사만 선임해서 같이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호원지구의 경우 4년전 조합창립총회 때 제출된 서결의서가 위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총회 당시 조합원이자 사업관리업체 직원이었던 김영식 씨가 총회 하루 전, 자신도 참석했던 서면결의서 위조 모의 현장의 것이라며 한 녹취를 공개한 겁니다.

<녹취> 윤00(정비사업관리업체 직원) : "우리가 투표용지를 꺼내서 100개를 먼저 만들어놓고 접수를 주잖아요. (중략) 컬러출력을 하면 바로 티가 나더라고요."

위조서류를 접수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나옵니다.

<녹취> 김영식(당시 조합원) : "OOO씨 없을 때. 집어넣으면 돼(중략). 집에 갔다 오는 시간 30~40분 돼. 그 안에 집어넣으면 돼."

녹취를 공개한 김 씨는 당시 총회 성원이 부족할 것 같아 서면결의서를 위조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영식(당시 조합원) : "불안한 거죠. 총회 성원이 안 될 것 같으니까. 그거를 위조를 거기에 맞춰서 한 거 같고 성원을 시켜야 모든게 진행이 되니까. 총회에 관심도 없고 재개발에 관심도 없는 외지에 사는 사시는 분들 조합원들 글씨체를 어차피 모르니까."

검찰의 의뢰로 서면결의서의 위조 여부를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입니다.

제출된 서면결의서에 찍한 선거관리위원 간사의 도장과 실제 간사의 도장을 감정한 결과, 간사의 진짜 인영과 서면결의서 인영에 다른 부분이 군데 군데 드러납니다.

두 인영을 겹쳐보니 획의 간격과 위치가 어긋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인터뷰> 서한서(문서감정전문가) : "(도장을) 찍었을 때 현출했을 때 현출되는 그런 특징들이 있는데 제가 검토해본 결과 하나는 양각으로 만들고 하나는 음각으로 만들어서 두 개를 겹쳐서 검토하는 방법을 보면 거기서 크기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차이가 있었고요. 감정서를 봤을때는 도장은 당연히 다르다고 판단하는게 맞았을 것 같고요."

국과수는 9백여 장의 서면결의서 가운데 206장을 감정한 결과 모두 46장이 위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과 비대위 간의 분쟁과 갈등은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비대위가 서면결의서 위조 모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말 증거불충분으로 이들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검찰은 위조를 모의한 것은 인정되지만 피고소인들이 위조를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비대위가 위조문서를 근거로 낸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법원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인용해 40여 장의 위조문서를 감안해도 의사정족수를 충족한다며 원고 패소판결했습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재판부가 부실한 검찰 수사 결과를 인용했다며 항소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식(당시 조합원) : "저희가 위조하려고 했던 명단은 100명을 뽑아놨었는데 지금 국과수에서 나온 (위조 추정되는) 46명중에 우리가 위조 명단에 넣지 않은 제3의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100명보다 더 많은 사람이 나왔을 거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항고하라는 입장이고 조합측은 위조 부분은 조합과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총회의 의사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서면결의서를 위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상윤(재개발 컨설팅업체 대표) : "성원이 잘 안돼요. 의결정족수는 대부분 참석과반수라서 무난한데 의사정족수가 잘 안 맞아요. 50%가. 조합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어떻게든지 총회에서 통과된 형식을 밟아야 되기 때문에 그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 위조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서면결의서 위조 논란을 불식시킬 방법은 없을까.

재개발 찬반을 놓고 조합과 비대위가 수년간 심한 갈등을 빚은 서울 수색4구역.

지난해 임원선거와 관리처분 총회를 치르면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한 전자투표를 도입했습니다.

<인터뷰> 김광섭(수색4구역 조합장) : "공정하고 투명성 있게 투표를 했기 때문에 비대위들이 총회 전자 투표에 대해서는 아주 말을 않습니다. 저희 사업장 같은 경우는 비대위가 그 뒤로 다 사라졌습니다."

전자 투표가 도입되면서 인건비 등 총회 비용도 4분의1 이상 줄었습니다.

주택법에는 입주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인터넷 전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재개발 관련법에는 이런 내용이 없습니다.

지난 2013년 전자서명이 가능하도록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는 미뤄지고 있습니다.

일단 올해 하반기부터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서 지자체가 인증한 서면동의서를 사용해야 하지만 위조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인터뷰> 전인재(국토교통부 사무관) : "서면동의서 및 결의서 위조 및 변조로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고요.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조합 및 추진위 설립의 경우에는 지차체의 검인을 받은 동의서만 사용하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재개발 조합과 조합원들은 철거와 착공을 앞두고 또 한 차례 큰 갈등을 겪습니다.

아파트를 지을 땅과 철거할 건물에 대한 보상가격 책정, 바로 감정평가 때문입니다.

호원지구 조합원들이 시청으로 몰려왔습니다.

<녹취> "그러면 애초에 750만원씩 나온다고 밝혀주던지 왜 안 밝혀주고 사기분양 해."

<녹취> "당신들 땅 100원짜리 50원주면 받겠어?"

감정평가 결과, 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 됐다는 겁니다.

게다가 정작 분양 신청을 결정할 때에는 조합 측이 이런 보상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삼수(호원지구 전 조합원) : "자기 재산 가치를 알고 내가 20평을 들어갈 것인가 25평을 들어갈 것인가 현금청산할 것인가 결정을 할 거 아닙니까. 근데 가격도 모른 상태에서."

화가 난 조합원들은 지구 지정 해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란(호원지구 조합원) : "그때는 (조합이) 일단 분양신청을 해놔라. 무조건 신청을 하는게 우리한테 유리하다 그랬었거든요. 그렇게 했는데 막상(감정평가 결과를) 받고 보니까 너무 형편없이 돈이 나오니까."

덕현 지구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방극선(덕현지구 전 조합원) : "우선 얼만지 내 재산이. 그리고 내가 25평이든 35평 신청했을 때 그럼 내가 과연 얼마를 더 내야 되는지 그걸 알아야 내가 분양신청을 할건지 말건지를 결정할 수가 있잖아요. 일반적인 상식으로. 그런데 그거는 아무것도 없고."

<인터뷰> 안치덕(덕현지구 조합장) : "개략적인 것밖에 우리가 드릴 수 없는게 사업시행인가가 나고 (감정업체) 선정하는 절차가 걸리고 어쩌고 하니까 60일 이내로는 감정평가 액수가 나올 수가 없어요."

현행법은 사업시행인가가 나면 두 달 이내에 조합원들에게 분양신청 일정을 공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 때 내 재산가치와 분양을 받을 경우 필요한 금액의 차이, 이른바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도 알려줘야 합니다.

<녹취> 전인재(국토교통부 사무관) : "사후에 부담하게 되는 부담금 정보를 사전에 알려줌으로써 조합원의 분양신청에 대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 도입취지입니다."

하지만 조합이 감정 평가를 통해 부담금 내역을 제대로 평가해서 미리 알려주는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이 큽니다.

<인터뷰> 김상윤(재개발 컨설팅회사 대표) : "(조합원들이) 분양신청을 많이 안 하게 되면 시공사의 리스크가 커져요. 왜냐면 일반분양에 대한 부담이 있거든요. 공사비를 받아야 되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미 주인들이 정해진 집을 짓는 것은 굉장히 편하죠."

문제는 '개략적인' 이라는 표현입니다.

부담금을 어떻게 산출해서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 지 법에는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습니다.

호원 지구의 경우 감정 평가를 받지 않고 '개략적인 부담금'이라며 3가지 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너무 넓어 분양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판단 기준으로는 미흡하다고 조합원들은 주장합니다.

<인터뷰> 호원지구 조합 관계자 : "(개략적인 부담금은) 공사비가 있고 분양가가 있는 부분인데 나름대로 추정적으로 조합에서 했다는 부분을 말씀드리는 거고."

조합 측은 현실적으로 2달 이내에 감정평가를 받기 어렵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재개발 사업을 관리 감독해야할 지자체도 현행 법상 어쩔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염중선(안양시청 공공개발팀장) : "두 달 이내에 감정평가를 다 하는 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감정평가 업체를 빨리 선정할 수 있도록 조합측에 독려를 했고."

전문가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모호한 법령이 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재개발 사업.

위조시비나 감정평가 논란 등으로 인해 끊이지 않는 재개발 사업 분쟁은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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