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뤄주세요” 팬들이 힘이다

입력 2016.04.03 (22:56) 수정 2016.04.0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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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건물 지하 사무실.

영화 '귀향'이 잉태되고 만들어진 곳입니다.

직원들이 모두 모여 분주하게 무언가를 포장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후원해준 분들에게 보내는 보상품입니다.

위안부 피해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귀향'.

투자유치가 어려워 10년 동안 제작이 이루어지지 못하다가, 7만여 명의 시민으로부터 12억 원을 후원받아 스크린에 걸릴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임성철(영화 '귀향' 제작자) : "크라우드 펀딩이 없었다면 귀향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모르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이 모인 결과물이 귀향이라고 생각해요."

귀향 이전에도 자본 투자를 받지 못한 영화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함으로써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오프닝>

대학로의 한 소극장입니다.

몇 걸음만 걸으면 무대가 끝날 만큼 정말 작은 공간인데요.

많은 예술가에게, 특히 신인에게는 이 작은 무대에 서는 것조차 매우 어렵습니다.

영화와 가요도 마찬가지죠. 돈이 되지 않는 작품은 투자를 받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 대중문화계의 현실인데요.

그런데 최근엔 이런 작품들이 대중의 지원을 받아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크라우드 펀딩'이 다양성이 실종돼가고 있는 우리 대중 문화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요.

<리포트>

어둠이 내린 홍대 거리.

밤 공기를 타고 감미로운 음악이 울려 퍼집니다.

혼성 어쿠스트 밴드 '차가운 니트'입니다.

<인터뷰> 김정한·장세연(관객) : (남)"평소 인디 밴드 많이 좋아했는데요. 몰랐던 밴드 알게 돼서 매우 좋았고 음악성 매우 좋은 것 같아요. (여자분 목소리 무척 좋아요.)"

데뷔 3년 차.

인디 음악계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팀이지만 아직 종종 거리를 찾습니다.

남자 보컬인 윤찬묵 씨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가게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커피 기계도 점검합니다.

밴드 활동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3년째.

부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제 주변에서는 거의 99%는 거의 다 음악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아요. 자기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할 수밖에 없죠."

불규칙하게 들어오는 공연료와 음원 수입 등으로 버는 돈은 한 달 평균 50만 원 미만.

연습실과 공연장 대관료 등 음악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마련하기에도 버겁습니다.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밥도 맨날 밥 같지 않은 밥. 맨날 끼니 때우듯이 먹고. (편의점, 밥버거)."

원하는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음반을 내고 정식으로 데뷔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시장에서 팔리는 음악들이 생각보다 정형화돼 있는 것들이 좀 많아요. 저희 음악은 그런 음악이 아니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녹음은 마쳤습니다.

그러나 CD로 제작할 돈이 부족했습니다.

그때 지인으로부터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의미로 인터넷 등을 통해 소액 후원자나 투자자를 모아 자금을 조달하는 것.

인터넷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직접 찍은 뮤직비디오와 사연을 올리고 후원을 기다렸습니다.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 "3일 동안 계속 홈페이지 들어가서 올라가는 금액을 계속 체크하고. 오! 또 올라갔어."

불과 3일 만에 50여 명으로부터 목표액 200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아, 앨범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금액만 놓고 보자면 그냥 뭐 한 달 월급 정도도 안 되는 돈일 수도 있어요. 저희한테는 소중하고 너무나 큰돈이었고요. 그 돈이 아니었으면 저희는 앨범을 만들 수 없었겠죠."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이게 이번에 크라우드 펀딩 통해서 만든 앨범이고요."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CD를 보내주고 뒷 표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인터뷰> 김지설 : "너무나 신기하다. 어떻게 얼굴도 모르고 유명하지도 않은 가수를 위해서 이렇게 돈을 내어주실까."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드디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신 그게 너무 감사한 거예요."

문화 예술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이 가장 활발한 곳은 영화입니다.

관객 350만이 넘는 깜짝 흥행에 성공한 '귀향' 외에도 지난해 개봉한 '연평해전'은 순제작비 60억 원 중 20억 원을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모금했습니다.

이에 앞서 영화 '26년', '지슬' 등도 대중의 후원으로 제작되면서 크라우드 펀딩이 알려졌습니다.

최근 1~2년 사이 공연과 음악, 출판 등의 분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철민(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직원) : "연극이나 무용, 음악, 디자인이나 패션 분야 이렇게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되고 있거든요. 최근 같은 경우는 독립출판이나 독립 잡지 같은 분야에서도 새롭게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이뤄지면서."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3곳에서 지난 한해 성사된 프로젝트를 집계해봤습니다.

영화 제작과 영화제 개최 등, 영화 관련 사업이 45건.

연극과 무용 등 공연 72건, 99건의 음악 관련 사업과 145건의 도서 출판 프로젝트가 크라우드펀딩으로 돈을 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유형의 크라우드 펀딩도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문화 예술 분야의 크라우드펀딩은 후원자들이 금전적 보상 대신 영화 표나 음반 등을 보답으로 받는 기부·후원형이 대부분.

영화가 성공해도 후원자들과 이익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흥행할 경우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가능해졌습니다.

한 영화의 경우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집한 지 2주도 안 돼 목표액 5억 원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전지은(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 : "직접 제작에 참여를 할수 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고요. 또 나중에 흥행을 하게 되면 재테크 수단으로써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됐습니다."

1인당 투자금액은 최소 50만 원에서 최대 2백만 원.

손익분기점인 관객 5백만 명을 넘으면 투자자에게 5.6%의 수익금이 돌아가고 10만 명이 늘어날 때마다 수익률이 1%씩 증가해 최대 54%까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만약 관객이 5백만 명에 못 미치면 최대 원금의 80%까지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인터뷰> 최동철(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이사) :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투자시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얻는 것이 단순히 자금만은 아닙니다,

따뜻한 노랫말의 감성적인 발라드.

경쾌한 리듬에 맞춘 앙증맞은 춤동작.

20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을 섬세하게 그린 창작 뮤지컬, '러브트릴로지:청춘'입니다.

<인터뷰> 이보은(관객) : "노래며 춤이며 연기며 삼박자가 다 갖춰져 있고, 정말 너무너무.. 그니까 구성이 다 가득 꽉 찬 무대였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은 한 지방대 학생들이 세운 문화 창작단체에서 만들었습니다.

지난 2012년 포항시에서는 최초로 뮤지컬 장기 공연을 시도해 인기를 모은 뒤 지난해까지 매년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올해, 대망의 서울 무대 도전에 나섰지만 장벽은 높았습니다.

<인터뷰> 심찬양('러브트릴로지: 청춘' 연출가) : "저희가 듣보잡이어서 사실은 기업체에도 제안서를 내고 했지만 사실상 저희를 인정해주시는 저희 프로젝트라든가 저희 생각에 대해서 인정해주시는 분들은 없었고요. '아 생각외로 참 냉혹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어요."

뮤지컬이 탄생한 이야기와 서울에 올라오게 된 사연을 직접 그린 만화 등과 함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이 콘텐츠가 SNS 등을 타고 번지면서, 뮤지컬 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고 성공적인 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최수민(크라우드 펀딩 후원자) :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공연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에 관한 만화를 짧게 올린 걸 보고 좀 이것도 서울에서 공연을 올려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후원하게 됐습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극장 대관료 등을 마련한 것도 큰 도움이 됐지만 더 큰 힘이 된 것은 지지자들을 만난 것입니다.

<인터뷰> 심찬양('러브트릴로지: 청춘' 연출가) : "금액 자체는 전체 프로덕션의 제작비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그 많은 분이 저희 프로젝트를 지지해주시고 저희를 믿어주셨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우리 프로젝트가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증명이 된 것 같아서..."

후원자들이 입소문 등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미리 이끌어 내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의 또 다른 힘.

홍보 마케팅 비용은 꿈꾸기도 힘든 가난한 창작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인터뷰> 최동철(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이사) : "소셜네트워크에 결부되어서 사람들이 그냥 펀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확산이 되는 거죠."

지난해 4대 대형 배급사의 한국 영화 시장 점유율은 무려 91%.

흥행 코드를 넣어 대박을 추구하는 영화가 스크린을 장악했다는 뜻입니다.

대형연예기획사가 주도하는 가요 시장도 아이돌 쏠림으로 다양성이 실종되기는 마찬가지 상황.

<인터뷰> 김헌식(문화평론가) : "좀 더 수익을 많이 내려고 하다 보니까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수익이 많이 날 만한 그런 장르라든지 소재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획일화되어가고 있는 대중문화 생태계 속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예술가들과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팬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보경(크라우드 펀딩 후원자) : "내가 볼 작품은 내가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이 없어서 못 올린데 그럼 내가 (제작하는데) 돈을 내고 보겠다."

<인터뷰> 임성철(영화 '귀향' 제작자) :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더 중요한 그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크라우드펀딩으로 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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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 이뤄주세요” 팬들이 힘이다
    • 입력 2016-04-03 23:20:50
    • 수정2016-04-03 23:59:40
    취재파일K
<프롤로그>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건물 지하 사무실.

영화 '귀향'이 잉태되고 만들어진 곳입니다.

직원들이 모두 모여 분주하게 무언가를 포장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후원해준 분들에게 보내는 보상품입니다.

위안부 피해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귀향'.

투자유치가 어려워 10년 동안 제작이 이루어지지 못하다가, 7만여 명의 시민으로부터 12억 원을 후원받아 스크린에 걸릴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임성철(영화 '귀향' 제작자) : "크라우드 펀딩이 없었다면 귀향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모르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이 모인 결과물이 귀향이라고 생각해요."

귀향 이전에도 자본 투자를 받지 못한 영화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함으로써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오프닝>

대학로의 한 소극장입니다.

몇 걸음만 걸으면 무대가 끝날 만큼 정말 작은 공간인데요.

많은 예술가에게, 특히 신인에게는 이 작은 무대에 서는 것조차 매우 어렵습니다.

영화와 가요도 마찬가지죠. 돈이 되지 않는 작품은 투자를 받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 대중문화계의 현실인데요.

그런데 최근엔 이런 작품들이 대중의 지원을 받아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크라우드 펀딩'이 다양성이 실종돼가고 있는 우리 대중 문화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요.

<리포트>

어둠이 내린 홍대 거리.

밤 공기를 타고 감미로운 음악이 울려 퍼집니다.

혼성 어쿠스트 밴드 '차가운 니트'입니다.

<인터뷰> 김정한·장세연(관객) : (남)"평소 인디 밴드 많이 좋아했는데요. 몰랐던 밴드 알게 돼서 매우 좋았고 음악성 매우 좋은 것 같아요. (여자분 목소리 무척 좋아요.)"

데뷔 3년 차.

인디 음악계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팀이지만 아직 종종 거리를 찾습니다.

남자 보컬인 윤찬묵 씨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가게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커피 기계도 점검합니다.

밴드 활동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3년째.

부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제 주변에서는 거의 99%는 거의 다 음악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아요. 자기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할 수밖에 없죠."

불규칙하게 들어오는 공연료와 음원 수입 등으로 버는 돈은 한 달 평균 50만 원 미만.

연습실과 공연장 대관료 등 음악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마련하기에도 버겁습니다.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밥도 맨날 밥 같지 않은 밥. 맨날 끼니 때우듯이 먹고. (편의점, 밥버거)."

원하는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음반을 내고 정식으로 데뷔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시장에서 팔리는 음악들이 생각보다 정형화돼 있는 것들이 좀 많아요. 저희 음악은 그런 음악이 아니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녹음은 마쳤습니다.

그러나 CD로 제작할 돈이 부족했습니다.

그때 지인으로부터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의미로 인터넷 등을 통해 소액 후원자나 투자자를 모아 자금을 조달하는 것.

인터넷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직접 찍은 뮤직비디오와 사연을 올리고 후원을 기다렸습니다.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 "3일 동안 계속 홈페이지 들어가서 올라가는 금액을 계속 체크하고. 오! 또 올라갔어."

불과 3일 만에 50여 명으로부터 목표액 200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아, 앨범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금액만 놓고 보자면 그냥 뭐 한 달 월급 정도도 안 되는 돈일 수도 있어요. 저희한테는 소중하고 너무나 큰돈이었고요. 그 돈이 아니었으면 저희는 앨범을 만들 수 없었겠죠."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이게 이번에 크라우드 펀딩 통해서 만든 앨범이고요."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CD를 보내주고 뒷 표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인터뷰> 김지설 : "너무나 신기하다. 어떻게 얼굴도 모르고 유명하지도 않은 가수를 위해서 이렇게 돈을 내어주실까."

<인터뷰> 윤찬묵('차가운 니트' 보컬) : "드디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신 그게 너무 감사한 거예요."

문화 예술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이 가장 활발한 곳은 영화입니다.

관객 350만이 넘는 깜짝 흥행에 성공한 '귀향' 외에도 지난해 개봉한 '연평해전'은 순제작비 60억 원 중 20억 원을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모금했습니다.

이에 앞서 영화 '26년', '지슬' 등도 대중의 후원으로 제작되면서 크라우드 펀딩이 알려졌습니다.

최근 1~2년 사이 공연과 음악, 출판 등의 분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철민(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직원) : "연극이나 무용, 음악, 디자인이나 패션 분야 이렇게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되고 있거든요. 최근 같은 경우는 독립출판이나 독립 잡지 같은 분야에서도 새롭게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이뤄지면서."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3곳에서 지난 한해 성사된 프로젝트를 집계해봤습니다.

영화 제작과 영화제 개최 등, 영화 관련 사업이 45건.

연극과 무용 등 공연 72건, 99건의 음악 관련 사업과 145건의 도서 출판 프로젝트가 크라우드펀딩으로 돈을 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유형의 크라우드 펀딩도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문화 예술 분야의 크라우드펀딩은 후원자들이 금전적 보상 대신 영화 표나 음반 등을 보답으로 받는 기부·후원형이 대부분.

영화가 성공해도 후원자들과 이익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흥행할 경우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가능해졌습니다.

한 영화의 경우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집한 지 2주도 안 돼 목표액 5억 원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전지은(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 : "직접 제작에 참여를 할수 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고요. 또 나중에 흥행을 하게 되면 재테크 수단으로써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됐습니다."

1인당 투자금액은 최소 50만 원에서 최대 2백만 원.

손익분기점인 관객 5백만 명을 넘으면 투자자에게 5.6%의 수익금이 돌아가고 10만 명이 늘어날 때마다 수익률이 1%씩 증가해 최대 54%까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만약 관객이 5백만 명에 못 미치면 최대 원금의 80%까지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인터뷰> 최동철(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이사) :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투자시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얻는 것이 단순히 자금만은 아닙니다,

따뜻한 노랫말의 감성적인 발라드.

경쾌한 리듬에 맞춘 앙증맞은 춤동작.

20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을 섬세하게 그린 창작 뮤지컬, '러브트릴로지:청춘'입니다.

<인터뷰> 이보은(관객) : "노래며 춤이며 연기며 삼박자가 다 갖춰져 있고, 정말 너무너무.. 그니까 구성이 다 가득 꽉 찬 무대였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은 한 지방대 학생들이 세운 문화 창작단체에서 만들었습니다.

지난 2012년 포항시에서는 최초로 뮤지컬 장기 공연을 시도해 인기를 모은 뒤 지난해까지 매년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올해, 대망의 서울 무대 도전에 나섰지만 장벽은 높았습니다.

<인터뷰> 심찬양('러브트릴로지: 청춘' 연출가) : "저희가 듣보잡이어서 사실은 기업체에도 제안서를 내고 했지만 사실상 저희를 인정해주시는 저희 프로젝트라든가 저희 생각에 대해서 인정해주시는 분들은 없었고요. '아 생각외로 참 냉혹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어요."

뮤지컬이 탄생한 이야기와 서울에 올라오게 된 사연을 직접 그린 만화 등과 함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이 콘텐츠가 SNS 등을 타고 번지면서, 뮤지컬 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고 성공적인 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최수민(크라우드 펀딩 후원자) :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공연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에 관한 만화를 짧게 올린 걸 보고 좀 이것도 서울에서 공연을 올려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후원하게 됐습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극장 대관료 등을 마련한 것도 큰 도움이 됐지만 더 큰 힘이 된 것은 지지자들을 만난 것입니다.

<인터뷰> 심찬양('러브트릴로지: 청춘' 연출가) : "금액 자체는 전체 프로덕션의 제작비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그 많은 분이 저희 프로젝트를 지지해주시고 저희를 믿어주셨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우리 프로젝트가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증명이 된 것 같아서..."

후원자들이 입소문 등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미리 이끌어 내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의 또 다른 힘.

홍보 마케팅 비용은 꿈꾸기도 힘든 가난한 창작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인터뷰> 최동철(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이사) : "소셜네트워크에 결부되어서 사람들이 그냥 펀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확산이 되는 거죠."

지난해 4대 대형 배급사의 한국 영화 시장 점유율은 무려 91%.

흥행 코드를 넣어 대박을 추구하는 영화가 스크린을 장악했다는 뜻입니다.

대형연예기획사가 주도하는 가요 시장도 아이돌 쏠림으로 다양성이 실종되기는 마찬가지 상황.

<인터뷰> 김헌식(문화평론가) : "좀 더 수익을 많이 내려고 하다 보니까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수익이 많이 날 만한 그런 장르라든지 소재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획일화되어가고 있는 대중문화 생태계 속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예술가들과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팬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보경(크라우드 펀딩 후원자) : "내가 볼 작품은 내가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이 없어서 못 올린데 그럼 내가 (제작하는데) 돈을 내고 보겠다."

<인터뷰> 임성철(영화 '귀향' 제작자) :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더 중요한 그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크라우드펀딩으로 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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