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부에 노인도 “화가 나서”…분노 속 ‘보복 운전’

입력 2016.06.02 (08:35) 수정 2016.06.02 (09: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건장한 남성이 도로 중간에 차를 세운 뒤 버스로 다가와 출입문을 걷어차고, 공사장 자재로 버스 창문을 부시려고 합니다.

버스 기사가 자신에게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한 겁니다.

보복운전은 흔히 화를 참지 못하는 혈기왕성한 남성들이 저지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40대 주부가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앞선 차량이 느리게 달리는게 화가 나 고속도로 중간에 갑자기 차를 세워버린 건데요.

지난달에는 심지어 70대 노인이 보복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제는 일상으로 스며든 보복운전을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경남 창녕군에 있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상행선입니다.

앞서 달리던 차량들이 연달아 부딪힙니다.

총 다섯 대의 차들이 충돌하면서 순식간에 고속도로는 아비규환이 돼버렸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예상치 못한 사고.

피해는 컸습니다.

<인터뷰> 서병수(조사관/순천경찰서) : “총 9명이 다쳤고요. 차량 한 대는 폐차, 나머지 차 4대는 수리해서 850만 원 정도의 물적 피해가 있었습니다.”

앞에서 달리던 SUV 차량이 갑자기 차선을 바꾸면서 옆에서 달리던 트럭과 충돌했고, 뒤이어 차들이 연달아 부딪힌 겁니다.

차선을 바꾼 SUV 차량 운전자 A씨는 사고 원인을 제공한 교통사고 가해자로 지목됩니다.

얼핏 보면 흔하게 일어나는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차선 변경 사고.

하지만 A씨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SUV 운전자 : “1차선으로 쭉 오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앞차가 정지되는 거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아차 사고다’ 하는 순간에 2차선으로 무의식중에 피한 거죠. 빠져나가서 ‘아 살았다’ 하는 순간에 뒤에서 꽝, 화물차에 받히고. 이삿짐센터 차 2.5톤짜리 큰 차 있잖아요. 그 차에 뒤를 받혔어요.“

자신보다 앞서 달리던 차들이 갑자기 급정거했고, 추돌을 피하려고 차선을 바꾸다 사고가 났다는 겁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4중 추돌 사고가 나기 불과 5분 전 상황입니다.

은색 승용차가 화가 난 듯 경적을 울리며 앞서 달리는 검은색 차량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얼마 뒤, 승용차는 검은색 차를 추월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급정거를 하는 검은색 차량.

차가 흔들릴 정도로 급하게 멈춥니다.

조금 전 경적을 울리며 검은색 차량을 추월했던 은색 승용차가 검은색 차량 앞에서 난데없이 급정거한 겁니다.

은색 승용차 운전자는 대체 왜 고속도로에서 위험천만하게 급정거한 걸까.

고속도로에 멈춘 은색 승용차에서 한 여성이 내려 뒤차로 다가와 문을 두드립니다.

그리곤 언성을 높이며 뒤차 운전자에게 항의하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서병수(조사관/순천경찰서) : “피의자는 고속도로 1차선에서 너무 느리게 가는 거 아니냐, 따지려고 했다고 그래요. 1차선을 전세 냈냐 이런 식으로.”

42살 여성 김 모 씨가 운전하다 1차로에서 앞서 달리던 검은색 차량이 너무 느리게 가면서 차선을 비켜주지도 않는 게 화가 나 급정거까지 했다는 겁니다.

검은색 차량 운전자 역시 35살 여성 운전자였습니다.

김 씨는 고속도로에 차를 세운 뒤 30초 넘게 거칠게 항의했고, 그러는 사이 뒤쪽에서 4중 추돌사고가 난 겁니다.

김 씨는 뒤에서 사고가 난 것을 보고 항의를 멈춘 채 그대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인터뷰> SUV 운전자 : “개인적으로 화가 치밀었겠지만 위험하다는 걸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텐데 고속도로에선 그런 걸 생각 못 했다는 건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해요.”

사고 초기 단순한 차선 변경 사고로 보였지만 한 운전자가 김 씨의 급정거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국민신문고에 올리면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고속도로에서 급제동과 함께 상대방 차량 운전자를 협박한 혐의 등으로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김 씨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미용 관련 일을 하는 40대 주부였습니다.

결국, 한때의 화를 참지 못한 김 씨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녹취> 서병수(조사관/순천경찰서) : “(피의자가) 지금 합의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울고 그래요. 반성하고 있어요.”

지난달 15일엔 70대 노인이 보복운전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차선을 달리는 시내버스. 앞에서 서행하는 승합차를 향해 경적을 울립니다.

<녹취> 피해 버스회사 관계자 : “전방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차가 천천히 간 거죠. (속도를) 한 30km 이하 정도로 계속 운행을 해서 기사가 뒤에서 조금 빨리 가자고 이제 경적을 ‘빵’ 울렸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보복운전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 버스회사 관계자 : “천천히 가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뗐다가 한 거죠. 그 사람이.”

급정거를 반복하는 승합차를 향해 버스 기사는 두 번의 경적을 더 울립니다.

다시 출발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급정거합니다.

시내버스가 충돌을 피하려고 급하게 멈춰 서면서 차 안에 있던 승객들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고 한 여성은 넘어져 나뒹굽니다.

사고 후, 승합차 운전자는 오히려 차에서 내려 버스로 다가왔습니다.

<녹취> 피해 버스회사 관계자 : “버스 위에 올라와서 자기는 잘못한 거 없다. 경적을 왜 울리느냐 그래서 자기는 기분 나빠서 그랬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랍니다.”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넘어진 60대 여성은 결국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경찰은 보복운전을 한 승합차 운전자 73살 B 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늦게 달린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하는 사람들.

<인터뷰>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보복운전 심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공격적인 운전을 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평상시에 스트레스가 많다든가 충동에 조절하는 능력이 약화된 사람들은 차만 올라타면 괴물로 변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보복 운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되면서 한때의 분풀이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경찰은 보복운전이 단순한 분풀이가 아닌 차량을 흉기로 이용한 엄연한 폭력 행위라고 강조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주부에 노인도 “화가 나서”…분노 속 ‘보복 운전’
    • 입력 2016-06-02 08:37:20
    • 수정2016-06-02 09:11:24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건장한 남성이 도로 중간에 차를 세운 뒤 버스로 다가와 출입문을 걷어차고, 공사장 자재로 버스 창문을 부시려고 합니다.

버스 기사가 자신에게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한 겁니다.

보복운전은 흔히 화를 참지 못하는 혈기왕성한 남성들이 저지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40대 주부가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앞선 차량이 느리게 달리는게 화가 나 고속도로 중간에 갑자기 차를 세워버린 건데요.

지난달에는 심지어 70대 노인이 보복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제는 일상으로 스며든 보복운전을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경남 창녕군에 있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상행선입니다.

앞서 달리던 차량들이 연달아 부딪힙니다.

총 다섯 대의 차들이 충돌하면서 순식간에 고속도로는 아비규환이 돼버렸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예상치 못한 사고.

피해는 컸습니다.

<인터뷰> 서병수(조사관/순천경찰서) : “총 9명이 다쳤고요. 차량 한 대는 폐차, 나머지 차 4대는 수리해서 850만 원 정도의 물적 피해가 있었습니다.”

앞에서 달리던 SUV 차량이 갑자기 차선을 바꾸면서 옆에서 달리던 트럭과 충돌했고, 뒤이어 차들이 연달아 부딪힌 겁니다.

차선을 바꾼 SUV 차량 운전자 A씨는 사고 원인을 제공한 교통사고 가해자로 지목됩니다.

얼핏 보면 흔하게 일어나는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차선 변경 사고.

하지만 A씨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SUV 운전자 : “1차선으로 쭉 오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앞차가 정지되는 거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아차 사고다’ 하는 순간에 2차선으로 무의식중에 피한 거죠. 빠져나가서 ‘아 살았다’ 하는 순간에 뒤에서 꽝, 화물차에 받히고. 이삿짐센터 차 2.5톤짜리 큰 차 있잖아요. 그 차에 뒤를 받혔어요.“

자신보다 앞서 달리던 차들이 갑자기 급정거했고, 추돌을 피하려고 차선을 바꾸다 사고가 났다는 겁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4중 추돌 사고가 나기 불과 5분 전 상황입니다.

은색 승용차가 화가 난 듯 경적을 울리며 앞서 달리는 검은색 차량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얼마 뒤, 승용차는 검은색 차를 추월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급정거를 하는 검은색 차량.

차가 흔들릴 정도로 급하게 멈춥니다.

조금 전 경적을 울리며 검은색 차량을 추월했던 은색 승용차가 검은색 차량 앞에서 난데없이 급정거한 겁니다.

은색 승용차 운전자는 대체 왜 고속도로에서 위험천만하게 급정거한 걸까.

고속도로에 멈춘 은색 승용차에서 한 여성이 내려 뒤차로 다가와 문을 두드립니다.

그리곤 언성을 높이며 뒤차 운전자에게 항의하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서병수(조사관/순천경찰서) : “피의자는 고속도로 1차선에서 너무 느리게 가는 거 아니냐, 따지려고 했다고 그래요. 1차선을 전세 냈냐 이런 식으로.”

42살 여성 김 모 씨가 운전하다 1차로에서 앞서 달리던 검은색 차량이 너무 느리게 가면서 차선을 비켜주지도 않는 게 화가 나 급정거까지 했다는 겁니다.

검은색 차량 운전자 역시 35살 여성 운전자였습니다.

김 씨는 고속도로에 차를 세운 뒤 30초 넘게 거칠게 항의했고, 그러는 사이 뒤쪽에서 4중 추돌사고가 난 겁니다.

김 씨는 뒤에서 사고가 난 것을 보고 항의를 멈춘 채 그대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인터뷰> SUV 운전자 : “개인적으로 화가 치밀었겠지만 위험하다는 걸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텐데 고속도로에선 그런 걸 생각 못 했다는 건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해요.”

사고 초기 단순한 차선 변경 사고로 보였지만 한 운전자가 김 씨의 급정거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국민신문고에 올리면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고속도로에서 급제동과 함께 상대방 차량 운전자를 협박한 혐의 등으로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김 씨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미용 관련 일을 하는 40대 주부였습니다.

결국, 한때의 화를 참지 못한 김 씨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녹취> 서병수(조사관/순천경찰서) : “(피의자가) 지금 합의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울고 그래요. 반성하고 있어요.”

지난달 15일엔 70대 노인이 보복운전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차선을 달리는 시내버스. 앞에서 서행하는 승합차를 향해 경적을 울립니다.

<녹취> 피해 버스회사 관계자 : “전방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차가 천천히 간 거죠. (속도를) 한 30km 이하 정도로 계속 운행을 해서 기사가 뒤에서 조금 빨리 가자고 이제 경적을 ‘빵’ 울렸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보복운전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 버스회사 관계자 : “천천히 가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뗐다가 한 거죠. 그 사람이.”

급정거를 반복하는 승합차를 향해 버스 기사는 두 번의 경적을 더 울립니다.

다시 출발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급정거합니다.

시내버스가 충돌을 피하려고 급하게 멈춰 서면서 차 안에 있던 승객들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고 한 여성은 넘어져 나뒹굽니다.

사고 후, 승합차 운전자는 오히려 차에서 내려 버스로 다가왔습니다.

<녹취> 피해 버스회사 관계자 : “버스 위에 올라와서 자기는 잘못한 거 없다. 경적을 왜 울리느냐 그래서 자기는 기분 나빠서 그랬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랍니다.”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넘어진 60대 여성은 결국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경찰은 보복운전을 한 승합차 운전자 73살 B 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늦게 달린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하는 사람들.

<인터뷰>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보복운전 심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공격적인 운전을 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평상시에 스트레스가 많다든가 충동에 조절하는 능력이 약화된 사람들은 차만 올라타면 괴물로 변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보복 운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되면서 한때의 분풀이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경찰은 보복운전이 단순한 분풀이가 아닌 차량을 흉기로 이용한 엄연한 폭력 행위라고 강조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