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이름 ‘하청’

입력 2016.06.12 (22:43) 수정 2016.06.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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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 모 씨 어머니(음성변조) : "메트로 쪽에서는 하청업체에 그렇게 (지시) 내리지 않았다. 하청업체 쪽에서는 “바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죽은 사람 잘못이라고 이렇게 하는데 이거는 정말..."

<인터뷰> 심 모 씨(서울 메트로 하청근로자) : "이 친구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진짜. 2년 동안 3명이 죽은건데 바뀐 게 없잖아요."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 "외주하청을 하는 이유는 비용절감이라고 하지만 그거는 사실 1차적인 겁니다. 두번 째 큰 요인은 뭐냐면 모든 원청이 책임을 하청에 떠넘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거든요.."

<오프닝>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습니다.

현장은 언제나 위험한데,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혹은 순간의 방심이나 실수로 많은 근로자들이 죽거나 다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산업재해를 입는 근로자의 상당수가 이른바 하청근로자들입니다. 그리고, 그 비율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위험한 산업현장을 하청근로자들이 메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청근로자들은 왜 그곳에 있어야 했고, 왜 안전규정을 지키지 못했는지, 그리고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9년 넘게 서울메트로에서 전동차를 정비하고 있는 심모씨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심 모 씨(서울메트로 하청근로자) : "안타깝죠. (일의)구조같은 것들이 비슷하니까 자칫하면 이 일이 내 일일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죠."

심 씨도 지난달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과정에서 숨진 김 씨처럼 하청근로자입니다.

서울메트로 차량기지에서 전동차의 고장난 부품을 바꾸고 고치는 일을 합니다.

<인터뷰> 심 모 씨(서울메트로 하청근로자) : "경정비는 다 하청인거고, 왠만한 지저분하고 더럽다, 위험한 부분이 포함된 그런 건 거의 하청인 것 같아요, 철도 레일 유지보수 같은 것도 하청에서 하고 있고요 청소는 당연히 하청에서 하고있고.."

전동차 정비는 정비고 등 지정된 곳에서 해야하지만 전동차가 들고나는 곳에서 그냥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잦다고 심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심 모 씨(서울메트로 하청근로자) : "차 서 있는데 가가지고 하는거죠.차가 수시로 나갔다 들어왔다 하니까 만약에 부주의 하면 추돌사고가 날 수도 있고 위험하죠 아무래도.. "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신분이 불안한 하청 근로자이기 때문이라고 심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심 모 씨(서울 메트로 하청근로자) : "메트로에서 얘기를 한단 말이죠. 너네 한달에 몇 개를 고쳐야되는데 못고쳤다... 무리하게 가서 고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거죠"

<녹취> 서울 메트로 관계자(음성변조) :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일부 차량에 대해서 유치선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협력업체사의 일은 냉방필터교체 등 실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돌사고나 이런 안전성에는 큰 문제는 없습니다."

<녹취>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김모씨가 숨진 지난달 28일 서울 구의 역 사고.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는 스크린도어를 열고 혼자 들어가 수리를 시작한 지 3분만에, 김씨는 달려온 열차에 치었습니다.

서울 메트로측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김 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정수영(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 : "2인 작업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또한 역무실이나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했는데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게.."

숨진 김 씨는 19살. 하청업체 근무를 시작한지 일곱 달 여만이었습니다.

<녹취> "스크린 도어가 닫힙니다"

20년 째 건설현장을 돌며 용접일을 하고 있다는 42살 김승권씨는 지난 3월까지 충남의 한 석유화학단지에서 일했습니다.

같은 현장 동료 대부분이 하청근로자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승권(하청 근로자) :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은 한 4천500명정도 일을 하고 있고요, 원청사 관리자 포함해서 약 5천명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장직은) 거의 하청이 아니라 100퍼센트..."

불꽃을 달고 다니는 위험한 일을 하다보니 바짝 자른 짧은 머리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김승권(하청 근로자) : "보호구를 쓰고 용접을 하면 용접하는 부위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거든요. 항상 감시자를 배치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안되다 보니까 나중에 옷에 불이 붙어서 반정도 탔는데 그때서야 알게되는 경우..불어 붙었을 경우 머리카락이 있으면 눌어붙어서 더 안꺼지고 더 큰 상처로 남게되는 경우가 많고 이래서..."

현장에서 안전규정은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승권(하청근로자) : "제대로 된 매뉴얼을 다 지켜가면서 작업을 하면 작업 공정 속도도 굉장히 늦어질 수 밖에 없어요.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에는 누가작업을 하고 있는지 이름을 다 쓰게 되어 있어요. 사람이 없다고 판단을 하고 다른 제2의 작업을 해서 사람이 다칠 수가 있으니까... 이런 경우에도 하루치를 미리 적어놓는거죠."

김씨의 이같은 말은 지난 1일 아침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사고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경찰조사결과 현장엔 안전을 감독할 책임자는 물론 산소와 LP가스를 사용하는데 화재 감시인도 없었습니다.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모두 하청근로자였습니다.

<인터뷰> 유성규(공인노무사) : "하청업체 같은 경우에는 규모가 작죠.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죠. 그러면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을 구촉해서 운영할 능력이 떨어지죠. 그러면 당연히 산재발생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거죠."

지난 2012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는 소폭이지만 꾸준히 줄었습니다.

그러나 중대재해 사망자 가운데 하청근로자의 비율은 2012년 37.7%에서 지난해 상반기 40.2%로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대부분의 위험업무를 하청한테 전가시켜서 그렇습니다. 조선소에서 밀폐된 공간, 건설에서는 일용직이 담당하는 위험, 올라가는 이런것들이 하청이거든요. 현장직은 이미 하청에 다 업무가 이양됐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특정 업무를 외주 하청업체에 맡기는 것에는 비용 절감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유성규(공인노무사) : "문제는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청들을 쓰는 원청들이 있다는거죠. 그 원인들을 추적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들이 원청이 법적 책임을 지기 싫어서 그 법적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 일부러 하청에게 일을 주는 형태 이런 경우들이 많이 발견된다는 거죠."

산재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사업주가 책임을 지도록 한 현행 법령이 이른바 '위험업무 외주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청과 하청 관계는 산재사고를 은폐하는 이유가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하청업체는 이 회사의 재계약시에 그리고 다른 회사의 발주공사를 수주 받기 위해서 계약을 할 때 산재 적격심사 이런걸 하거든요. 그게 감점 요인이죠."

국가인권위는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해 입찰자격 사전심사제 등을 개선하도록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권고했습니다.

사업주가 단순한 재해율 감소보다 산재 예방활동을 강화하도록 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 먼 이야기라고 합니다.

<인터뷰> 김승권(하청근로자) : "(하청)업체에 들어갈 때 받는 안전교육에서 제일 먼저 받는 교육이 사고가 나면 절대 119에 전화하지 말아라..그렇게 되면 산업재해 기록이 남기 때문에..."

42살 문 모 씨는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배관작업을 하다 디스크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130 킬로그램이 넘는 배관을 중장비를 쓰지 않고 직접 운반하곤 한 것이 화를 불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문 모 씨(음성변조) : "좁은 공간이다 보니까 크레인이라든가 어떤 중장비를 이용해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작업 공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크레인이 오기를 기다리면 일을 못해요. 그러면 우리는 이제 같이 힘을 써서 위치에 갖다 놓는 거죠. 지시는 안하는데 그래도 우리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죠."

문 씨는 당연히 산재 처리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하청업체에서 산재 처리에 소극적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문 모 씨(음성변죠) : "공간이 한 1미터 정도.. 높이가요. 계속 구부정한 상태로 일을 계속해야되는 상황이 생기는거죠. 작업공간이 상황마다 다른데 배관이 들어가면 공간이 좁게 돼 있어요. 근데 넌지시 그런 뉘앙스를 비치더라고요 이런식으로 하는게 어떻겠냐.."

하청업체측은 업무기인성 등 산재보험처리요건에서 문 씨와 의견이 달라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산재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하청근로자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산재 사고가 났을 경우 고용관계에 상관없이 원청업체에 더 큰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당장 산업 재해를 줄이는 처방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검찰도 중대 산업재해 사건과 관련해 원청업체의 책임과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최원일(전국플랜트건설 노동조합 충남지부 노동안전국장) : "허무하게 죽었지만 거기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보상이 이루어지면, 구의역 사고같이 재발방지책은 백날 내놔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고 직접적인 법을 제정해서 처벌을 하게 되면 그런게 없어진다는 거죠."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 "영국이나 몇몇 유럽계 나라를 보면 기업 살인법이라는게 있거든요. 중대재해율이 높은 것은 기업이 그만큼 위험요인을 예방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몇 배 이상의 과태료를 매김으로써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거거든요. 심지어 미국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기업 친화적으로..."

실무적으로는 산업안전감독관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찰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은 지난해 초 기준으로 모두 391 명.

감독관 1명이 6천9백여 업체 , 5만여 근로자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성규(노무사) : "산재가 발생한 기업만이 아니라 산재가 발생하지 않은 기업들도 사전에 방문해서 그 매뉴얼대로 제대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지 또 수칙대로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좀 꼼꼼히 챙기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하청업체에서 사회에 첫발을 딛은 19살 청년의 죽음.

OECD 산재 사망률 1위의 오명을 벗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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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한 이름 ‘하청’
    • 입력 2016-06-12 23:04:41
    • 수정2016-06-12 23:28:35
    취재파일K
<인터뷰> 김 모 씨 어머니(음성변조) : "메트로 쪽에서는 하청업체에 그렇게 (지시) 내리지 않았다. 하청업체 쪽에서는 “바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죽은 사람 잘못이라고 이렇게 하는데 이거는 정말..."

<인터뷰> 심 모 씨(서울 메트로 하청근로자) : "이 친구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진짜. 2년 동안 3명이 죽은건데 바뀐 게 없잖아요."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 "외주하청을 하는 이유는 비용절감이라고 하지만 그거는 사실 1차적인 겁니다. 두번 째 큰 요인은 뭐냐면 모든 원청이 책임을 하청에 떠넘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거든요.."

<오프닝>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습니다.

현장은 언제나 위험한데,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혹은 순간의 방심이나 실수로 많은 근로자들이 죽거나 다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산업재해를 입는 근로자의 상당수가 이른바 하청근로자들입니다. 그리고, 그 비율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위험한 산업현장을 하청근로자들이 메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청근로자들은 왜 그곳에 있어야 했고, 왜 안전규정을 지키지 못했는지, 그리고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9년 넘게 서울메트로에서 전동차를 정비하고 있는 심모씨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심 모 씨(서울메트로 하청근로자) : "안타깝죠. (일의)구조같은 것들이 비슷하니까 자칫하면 이 일이 내 일일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죠."

심 씨도 지난달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과정에서 숨진 김 씨처럼 하청근로자입니다.

서울메트로 차량기지에서 전동차의 고장난 부품을 바꾸고 고치는 일을 합니다.

<인터뷰> 심 모 씨(서울메트로 하청근로자) : "경정비는 다 하청인거고, 왠만한 지저분하고 더럽다, 위험한 부분이 포함된 그런 건 거의 하청인 것 같아요, 철도 레일 유지보수 같은 것도 하청에서 하고 있고요 청소는 당연히 하청에서 하고있고.."

전동차 정비는 정비고 등 지정된 곳에서 해야하지만 전동차가 들고나는 곳에서 그냥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잦다고 심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심 모 씨(서울메트로 하청근로자) : "차 서 있는데 가가지고 하는거죠.차가 수시로 나갔다 들어왔다 하니까 만약에 부주의 하면 추돌사고가 날 수도 있고 위험하죠 아무래도.. "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신분이 불안한 하청 근로자이기 때문이라고 심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심 모 씨(서울 메트로 하청근로자) : "메트로에서 얘기를 한단 말이죠. 너네 한달에 몇 개를 고쳐야되는데 못고쳤다... 무리하게 가서 고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거죠"

<녹취> 서울 메트로 관계자(음성변조) :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일부 차량에 대해서 유치선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협력업체사의 일은 냉방필터교체 등 실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돌사고나 이런 안전성에는 큰 문제는 없습니다."

<녹취>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김모씨가 숨진 지난달 28일 서울 구의 역 사고.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는 스크린도어를 열고 혼자 들어가 수리를 시작한 지 3분만에, 김씨는 달려온 열차에 치었습니다.

서울 메트로측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김 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정수영(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 : "2인 작업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또한 역무실이나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했는데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게.."

숨진 김 씨는 19살. 하청업체 근무를 시작한지 일곱 달 여만이었습니다.

<녹취> "스크린 도어가 닫힙니다"

20년 째 건설현장을 돌며 용접일을 하고 있다는 42살 김승권씨는 지난 3월까지 충남의 한 석유화학단지에서 일했습니다.

같은 현장 동료 대부분이 하청근로자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승권(하청 근로자) :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은 한 4천500명정도 일을 하고 있고요, 원청사 관리자 포함해서 약 5천명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장직은) 거의 하청이 아니라 100퍼센트..."

불꽃을 달고 다니는 위험한 일을 하다보니 바짝 자른 짧은 머리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김승권(하청 근로자) : "보호구를 쓰고 용접을 하면 용접하는 부위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거든요. 항상 감시자를 배치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안되다 보니까 나중에 옷에 불이 붙어서 반정도 탔는데 그때서야 알게되는 경우..불어 붙었을 경우 머리카락이 있으면 눌어붙어서 더 안꺼지고 더 큰 상처로 남게되는 경우가 많고 이래서..."

현장에서 안전규정은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승권(하청근로자) : "제대로 된 매뉴얼을 다 지켜가면서 작업을 하면 작업 공정 속도도 굉장히 늦어질 수 밖에 없어요.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에는 누가작업을 하고 있는지 이름을 다 쓰게 되어 있어요. 사람이 없다고 판단을 하고 다른 제2의 작업을 해서 사람이 다칠 수가 있으니까... 이런 경우에도 하루치를 미리 적어놓는거죠."

김씨의 이같은 말은 지난 1일 아침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사고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경찰조사결과 현장엔 안전을 감독할 책임자는 물론 산소와 LP가스를 사용하는데 화재 감시인도 없었습니다.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모두 하청근로자였습니다.

<인터뷰> 유성규(공인노무사) : "하청업체 같은 경우에는 규모가 작죠.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죠. 그러면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을 구촉해서 운영할 능력이 떨어지죠. 그러면 당연히 산재발생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거죠."

지난 2012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는 소폭이지만 꾸준히 줄었습니다.

그러나 중대재해 사망자 가운데 하청근로자의 비율은 2012년 37.7%에서 지난해 상반기 40.2%로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대부분의 위험업무를 하청한테 전가시켜서 그렇습니다. 조선소에서 밀폐된 공간, 건설에서는 일용직이 담당하는 위험, 올라가는 이런것들이 하청이거든요. 현장직은 이미 하청에 다 업무가 이양됐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특정 업무를 외주 하청업체에 맡기는 것에는 비용 절감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유성규(공인노무사) : "문제는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청들을 쓰는 원청들이 있다는거죠. 그 원인들을 추적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들이 원청이 법적 책임을 지기 싫어서 그 법적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 일부러 하청에게 일을 주는 형태 이런 경우들이 많이 발견된다는 거죠."

산재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사업주가 책임을 지도록 한 현행 법령이 이른바 '위험업무 외주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청과 하청 관계는 산재사고를 은폐하는 이유가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하청업체는 이 회사의 재계약시에 그리고 다른 회사의 발주공사를 수주 받기 위해서 계약을 할 때 산재 적격심사 이런걸 하거든요. 그게 감점 요인이죠."

국가인권위는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해 입찰자격 사전심사제 등을 개선하도록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권고했습니다.

사업주가 단순한 재해율 감소보다 산재 예방활동을 강화하도록 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 먼 이야기라고 합니다.

<인터뷰> 김승권(하청근로자) : "(하청)업체에 들어갈 때 받는 안전교육에서 제일 먼저 받는 교육이 사고가 나면 절대 119에 전화하지 말아라..그렇게 되면 산업재해 기록이 남기 때문에..."

42살 문 모 씨는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배관작업을 하다 디스크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130 킬로그램이 넘는 배관을 중장비를 쓰지 않고 직접 운반하곤 한 것이 화를 불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문 모 씨(음성변조) : "좁은 공간이다 보니까 크레인이라든가 어떤 중장비를 이용해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작업 공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크레인이 오기를 기다리면 일을 못해요. 그러면 우리는 이제 같이 힘을 써서 위치에 갖다 놓는 거죠. 지시는 안하는데 그래도 우리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죠."

문 씨는 당연히 산재 처리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하청업체에서 산재 처리에 소극적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문 모 씨(음성변죠) : "공간이 한 1미터 정도.. 높이가요. 계속 구부정한 상태로 일을 계속해야되는 상황이 생기는거죠. 작업공간이 상황마다 다른데 배관이 들어가면 공간이 좁게 돼 있어요. 근데 넌지시 그런 뉘앙스를 비치더라고요 이런식으로 하는게 어떻겠냐.."

하청업체측은 업무기인성 등 산재보험처리요건에서 문 씨와 의견이 달라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산재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하청근로자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산재 사고가 났을 경우 고용관계에 상관없이 원청업체에 더 큰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당장 산업 재해를 줄이는 처방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검찰도 중대 산업재해 사건과 관련해 원청업체의 책임과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최원일(전국플랜트건설 노동조합 충남지부 노동안전국장) : "허무하게 죽었지만 거기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보상이 이루어지면, 구의역 사고같이 재발방지책은 백날 내놔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고 직접적인 법을 제정해서 처벌을 하게 되면 그런게 없어진다는 거죠."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 "영국이나 몇몇 유럽계 나라를 보면 기업 살인법이라는게 있거든요. 중대재해율이 높은 것은 기업이 그만큼 위험요인을 예방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몇 배 이상의 과태료를 매김으로써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거거든요. 심지어 미국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기업 친화적으로..."

실무적으로는 산업안전감독관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찰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은 지난해 초 기준으로 모두 391 명.

감독관 1명이 6천9백여 업체 , 5만여 근로자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성규(노무사) : "산재가 발생한 기업만이 아니라 산재가 발생하지 않은 기업들도 사전에 방문해서 그 매뉴얼대로 제대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지 또 수칙대로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좀 꼼꼼히 챙기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하청업체에서 사회에 첫발을 딛은 19살 청년의 죽음.

OECD 산재 사망률 1위의 오명을 벗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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