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이 살균제 시험…‘반점’ 과수 피해 확산

입력 2016.06.15 (19:17) 수정 2016.06.16 (10: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파장으로 화학 제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한 대기업 자회사가 땅 주인의 허락도 없이 검증도 안 된 살균제를 무단으로 실험했던 사실이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인근 농작물 피해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배나무 이파리가 까만 얼룩으로 뒤덮였습니다.

영글지도 않은 배 열매 곳곳에도 콩알만 한 반점이 생겼습니다.

지난달부터 검은 반점 피해를 입은 과수원은 확인된 곳만 6곳, 2만 6천 제곱미터에 달합니다.

농민들은 한 농약 제조 업체가 근처 과수원에서 살균제 시험을 한 직후 이같은 피해가 일어났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경섭(피해 농가) : "여러 사람이 와서 그날따라 농약을 살포했는데 (다음날) 10시경에 와서 보니까 피해가 발생했더라고요."

고추와 고구마, 감나무에도 반점이 생기고 누렇게 변했습니다.

실험이 진행된 배나무 밭에서 200m 가까이 떨어진 이곳 배나무에도 이렇게 이파리에서 검은 반점이 발견됩니다.

<인터뷰> 조형렬(피해 농가) : "배는 직접 못 쓰고, 성장이 저해되죠. 현재로써는 상품 가치가 3~40% 떨어진 것으로…."

이 업체는 한 달 반 동안 살균제 시험을 하면서도 주변 농가나 땅 주인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농약 제조업체 관계자 : "적합한 장소를 모색하던 중에 방치된 폐과수원을 소개받아서 시험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해당 농지 소유주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취재 결과, 해당 살균제에는 자폐증 같은 신경질환을 유발하는 '스트로빌루린'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체 측은 피해 농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조사를 시작한 뒤에야 살균제 시험 사실을 시인하고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동의 없이 살균제 시험…‘반점’ 과수 피해 확산
    • 입력 2016-06-15 19:20:18
    • 수정2016-06-16 10:00:24
    뉴스 7
<앵커 멘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파장으로 화학 제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한 대기업 자회사가 땅 주인의 허락도 없이 검증도 안 된 살균제를 무단으로 실험했던 사실이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인근 농작물 피해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배나무 이파리가 까만 얼룩으로 뒤덮였습니다. 영글지도 않은 배 열매 곳곳에도 콩알만 한 반점이 생겼습니다. 지난달부터 검은 반점 피해를 입은 과수원은 확인된 곳만 6곳, 2만 6천 제곱미터에 달합니다. 농민들은 한 농약 제조 업체가 근처 과수원에서 살균제 시험을 한 직후 이같은 피해가 일어났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경섭(피해 농가) : "여러 사람이 와서 그날따라 농약을 살포했는데 (다음날) 10시경에 와서 보니까 피해가 발생했더라고요." 고추와 고구마, 감나무에도 반점이 생기고 누렇게 변했습니다. 실험이 진행된 배나무 밭에서 200m 가까이 떨어진 이곳 배나무에도 이렇게 이파리에서 검은 반점이 발견됩니다. <인터뷰> 조형렬(피해 농가) : "배는 직접 못 쓰고, 성장이 저해되죠. 현재로써는 상품 가치가 3~40% 떨어진 것으로…." 이 업체는 한 달 반 동안 살균제 시험을 하면서도 주변 농가나 땅 주인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농약 제조업체 관계자 : "적합한 장소를 모색하던 중에 방치된 폐과수원을 소개받아서 시험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해당 농지 소유주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취재 결과, 해당 살균제에는 자폐증 같은 신경질환을 유발하는 '스트로빌루린'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체 측은 피해 농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조사를 시작한 뒤에야 살균제 시험 사실을 시인하고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