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배회하는 유령 깡통버스…혈세 줄줄

입력 2016.07.02 (07:35) 수정 2016.07.02 (10: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심야시간대 불을 끈 시내버스가 '유령버스'처럼 도심을 돈다면 이해가 되십니까?

기사들 사이에선 '깡통차 운행'이라고 부르는데요.

지자체가 버스회사에 보조금을 주는 버스준공영제에 이유가 있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유지향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막차 운행이 끝난 자정 무렵, 불꺼진 시내버스가 인천 도심을 달립니다.

회사 차고지로 직행하지 않고 노선을 따라 도는 버스, 승객들이 손을 흔들어도 안 태우고 그냥 지나칩니다.

<인터뷰> 운전기사 A씨(음성변조) : "(손님을) 태우게 되면 이 시간에도 차가 운행을 하는구나 인식을 하게 될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예 시간 지나면 안 태우고.."

또 다른 버스가 종점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1시 41분, 막차 운행이 끝난 뒤 차고지까지 10분 안에 갈 수 있었지만 두 시간 동안이나 같은 길을 한 바퀴 더 돌았습니다.

<인터뷰> 운전기사 B씨(음성변조) : "하루 종일 길에서 시달리고 사람한테 시달리고...(새벽 운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회사에서 하라고 하니까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기사들 사이에 '깡통차 운행'이라고 불리는 이같은 빈 차 운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세금으로 운영비를 보전해주는 버스준공영제의 허점 때문입니다.

노선별로 정해진 1일 운행거리를 채워야 버스 1대당 50~60만 원을 기준으로 지자체가 버스회사 적자를 보전해주는데, 버스가 고장나는 등의 이유로 회사가 운행거리를 다 못 채우자 기록을 조작하는 겁니다.

<녹취> 버스기사(회사 간부 통화 녹음) : "그렇게 운행을 해도 되는겁니까? (근데 지금 운행횟수가 너무 많이 빠져 있어, 우리...)"

지난해 7월 인천시 감사에서도 막차 시간을 어긴 빈 차 운행은 "운송질서 위반"이라고 지적됐지만 개선된 건 없습니다.

이에 대해 버스회사는 오히려 기사들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인터뷰> OO운수 관계자(음성변조) : "(기사들에게) 빨리 가라, 시간 맞춰서 가라고 말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얘기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얘기한거지 (깡통차 운행) 그걸 돌라고 얘기한 건 아닐거라고..."

지난해 인천시가 업체들에 지원한 예산은 570억 원, 허술한 감시 속에 세금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지향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야 배회하는 유령 깡통버스…혈세 줄줄
    • 입력 2016-07-02 08:00:37
    • 수정2016-07-02 10:23:12
    뉴스광장
<앵커 멘트>

심야시간대 불을 끈 시내버스가 '유령버스'처럼 도심을 돈다면 이해가 되십니까?

기사들 사이에선 '깡통차 운행'이라고 부르는데요.

지자체가 버스회사에 보조금을 주는 버스준공영제에 이유가 있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유지향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막차 운행이 끝난 자정 무렵, 불꺼진 시내버스가 인천 도심을 달립니다.

회사 차고지로 직행하지 않고 노선을 따라 도는 버스, 승객들이 손을 흔들어도 안 태우고 그냥 지나칩니다.

<인터뷰> 운전기사 A씨(음성변조) : "(손님을) 태우게 되면 이 시간에도 차가 운행을 하는구나 인식을 하게 될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예 시간 지나면 안 태우고.."

또 다른 버스가 종점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1시 41분, 막차 운행이 끝난 뒤 차고지까지 10분 안에 갈 수 있었지만 두 시간 동안이나 같은 길을 한 바퀴 더 돌았습니다.

<인터뷰> 운전기사 B씨(음성변조) : "하루 종일 길에서 시달리고 사람한테 시달리고...(새벽 운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회사에서 하라고 하니까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기사들 사이에 '깡통차 운행'이라고 불리는 이같은 빈 차 운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세금으로 운영비를 보전해주는 버스준공영제의 허점 때문입니다.

노선별로 정해진 1일 운행거리를 채워야 버스 1대당 50~60만 원을 기준으로 지자체가 버스회사 적자를 보전해주는데, 버스가 고장나는 등의 이유로 회사가 운행거리를 다 못 채우자 기록을 조작하는 겁니다.

<녹취> 버스기사(회사 간부 통화 녹음) : "그렇게 운행을 해도 되는겁니까? (근데 지금 운행횟수가 너무 많이 빠져 있어, 우리...)"

지난해 7월 인천시 감사에서도 막차 시간을 어긴 빈 차 운행은 "운송질서 위반"이라고 지적됐지만 개선된 건 없습니다.

이에 대해 버스회사는 오히려 기사들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인터뷰> OO운수 관계자(음성변조) : "(기사들에게) 빨리 가라, 시간 맞춰서 가라고 말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얘기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얘기한거지 (깡통차 운행) 그걸 돌라고 얘기한 건 아닐거라고..."

지난해 인천시가 업체들에 지원한 예산은 570억 원, 허술한 감시 속에 세금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지향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