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한 젊은 검사의 죽음…이면엔 상사의 폭언?

입력 2016.07.05 (08:31) 수정 2016.07.0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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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2년 차 검사 김 모 씨가 친구와 나눈 메시지입니다.

상사로부터 매일 욕을 들으니 한 번씩 자살 충동이 든다.

부장이 15분 만에 오라고 해서 잘하라며 때렸다.

문장 끝에 웃음을 의미하는 약어가 달려있긴 하지만 그 내용이 심상치 않은데요.

심지어 내용 중엔 울적해서 유서를 작성해봤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이 때문에 젊은 검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 상사인 부장 검사의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가족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냈고 대검찰청은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지럽게 흐트러진 작은 원룸.

옷들은 엉망으로 쌓여 있고 책상 위엔 맥주 캔들이 널려있습니다.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는 너무나 다른 집안 풍경 2년 차 새내기 법조인 33살 검사 김 모 씨가 살던 곳입니다.

김 씨는 지난 5월 19일 이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 검사는 사건들이 목을 조인다, 일이 많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녹취> 김 검사 어머니 : “전화 한 통화 받고 이대 목동(병원)으로 오래요. 그렇게 난리 속에 애를 보내고 이게 현실인지 실감을 못 했죠.”

한 젊은 검사의 죽음을 두고 파장이 쉽게 가라앉고 있는 상황.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도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오늘 오후 발표할 예정입니다.

<녹취> 양재규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 동 기 회장) : “김00 검사의 죽음에 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사건이 커지면서 남부지검의 자체조사와는 별도로 대검찰청도 진상 조사에 나섰습니다.

한 젊은 검사의 죽음이 왜 이런 파장은 몰고 온 걸까.

김 씨의 어머니는 장례식이 끝나고 뜻 밖에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녹취> 김 검사 어머니 : “난리 속에 애를 보내고 나니까 이제 친구들이 얘기해 주는 거예요.”

아들의 친구들이 보여준 SNS 메시지에는 그동안 김 씨가 왜 그렇게 괴로워했는지가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유난히 밝았던 김 씨가 힘들어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고 합니다.

<녹취> 김 검사 친구(음성변조) : “일이 많기는 했지만 되게 보람 있어 하면서 했거든요. (부장이) 바뀌고 나서부터는 단순히 일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폭언이나 이런 걸 듣게 되니까 그게 너무 힘들었던 거죠.”

그가 보낸 메시지는 상사인 부장검사에 대한 하소연.

습관처럼 쏟아지는 폭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녹취> 김 검사 친구(음성변조) : “결재서류 가지고 가면 또 욕을 하면서 결재서류 찢어버린다거나 던진다거나 이런 일들이 예사로 있었다고 들었고요. 폭언이나 욕이나 그런 건 그 후로도 한번 한 후로는 거의 일상화 돼서 계속했던 것 같고…….”

심지어 부장 검사가 밤중에 15분 만에 오라고 불러내, 폭행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힘들게 견뎌도 돌아오는 건 또 욕이었다고도 했습니다.

폭언 못지않게 김 씨를 고통스럽게 했던 건 바로 과중한 업무였다고 하는데요.

친구들은 김 씨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과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 검사 친구(음성변조) : “결재받으러 가면 욕 먹게 되니까 이제 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그렇다 보니까 하루에 잠자는 시간이 (죽기 전) 마지막 두 달은 주중엔 두, 세 시간 정도밖에 안 됐거든요.”

과로가 계속되며 몸도 상했는지 김 씨가 작성한 SNS 메시지에는 귀에서 피가 나고 어금니가 빠졌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등장합니다.

힘이 들어 유서까지 써봤다는 김 씨.

어느새 SNS 메시지에는 점점 죽고 싶다는 얘기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입니다.

<녹취> 김 검사의 친구(음성변조) : “저희가 너무 친구를 믿었었던 거죠. 힘들다는 얘기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었는데…….”

뒤늦게 친구들이 보여준 메시지를 확인한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아들과 했던 전화 통화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 검사 어머니 : “5월에 통화하면서 펑펑 울 때 윗선에서 힘들게 한다고 일이 많아서 5월 7일 어버이날에 못 가서 엄마 죄송하다고. 카톡 내용을 보니까 미치겠습니다. 애가 '살려줘'하는 막 그런 극단적인 얘기를 보고는…….”

카톡 속 내용에선 한 명에 대한 원망이 지속해서 발견됩니다.

바로 김 검사의 상사인 부장 검사입니다.

부장검사로부터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폭언과 폭행.

그렇다면 검찰 내부에서 상사의 폭언과 폭행은 흔한 일인 걸까?

<인터뷰> 정태원(검사 출신 변호사) : "검찰은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도제 방식 비슷합니. 선배 검사가 후배 검사들을 보고 야단칠 수는 있죠. (이번에는) 후배를 키우기 위한 그런 야단침이 아니라 인격적인 모독이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있어선 안 되는 거죠."

SNS 메시지를 확인한 유가족은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며 지난달 2일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 모 부장검사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 검사 어머니 : “사과할 사람 아닙니다. 사과할 사람 같으면 그 보도 내기 전에 그렇게 완전히 잡아뗍니까? 당신이 와서 우리 00한테 사과해라. 그래야 우리가 뭔가 억울하게 풀리지 이랬더니만 못 온다고 하더라고요.”

유가족의 연락을 언론 보도 이후에는 받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부장검사는 지난달 10일 서울고검으로 전보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뉴스따라잡기 취재진이 직접 해당 부장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해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와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는 만큼, 명백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정태원(검사 출신 변호사) :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 경위와 또 구체적인 이 사건의 원인 분석을 해야 하고요.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이 남부지검의 이 부에서만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것인지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통된 어떤 문제점이 나오면 그것을 개혁하는 그런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폭행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범죄니까 거기에 대해서 처벌을 받아야 하겠죠.”

33살 젊은 검사의 자살이 몰고 온 커다란 파장.

검찰이 이 젊은이가 극단적인 선택한 이유를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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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한 젊은 검사의 죽음…이면엔 상사의 폭언?
    • 입력 2016-07-05 08:32:21
    • 수정2016-07-05 10: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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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2년 차 검사 김 모 씨가 친구와 나눈 메시지입니다.

상사로부터 매일 욕을 들으니 한 번씩 자살 충동이 든다.

부장이 15분 만에 오라고 해서 잘하라며 때렸다.

문장 끝에 웃음을 의미하는 약어가 달려있긴 하지만 그 내용이 심상치 않은데요.

심지어 내용 중엔 울적해서 유서를 작성해봤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이 때문에 젊은 검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 상사인 부장 검사의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가족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냈고 대검찰청은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지럽게 흐트러진 작은 원룸.

옷들은 엉망으로 쌓여 있고 책상 위엔 맥주 캔들이 널려있습니다.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는 너무나 다른 집안 풍경 2년 차 새내기 법조인 33살 검사 김 모 씨가 살던 곳입니다.

김 씨는 지난 5월 19일 이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 검사는 사건들이 목을 조인다, 일이 많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녹취> 김 검사 어머니 : “전화 한 통화 받고 이대 목동(병원)으로 오래요. 그렇게 난리 속에 애를 보내고 이게 현실인지 실감을 못 했죠.”

한 젊은 검사의 죽음을 두고 파장이 쉽게 가라앉고 있는 상황.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도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오늘 오후 발표할 예정입니다.

<녹취> 양재규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 동 기 회장) : “김00 검사의 죽음에 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사건이 커지면서 남부지검의 자체조사와는 별도로 대검찰청도 진상 조사에 나섰습니다.

한 젊은 검사의 죽음이 왜 이런 파장은 몰고 온 걸까.

김 씨의 어머니는 장례식이 끝나고 뜻 밖에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녹취> 김 검사 어머니 : “난리 속에 애를 보내고 나니까 이제 친구들이 얘기해 주는 거예요.”

아들의 친구들이 보여준 SNS 메시지에는 그동안 김 씨가 왜 그렇게 괴로워했는지가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유난히 밝았던 김 씨가 힘들어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고 합니다.

<녹취> 김 검사 친구(음성변조) : “일이 많기는 했지만 되게 보람 있어 하면서 했거든요. (부장이) 바뀌고 나서부터는 단순히 일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폭언이나 이런 걸 듣게 되니까 그게 너무 힘들었던 거죠.”

그가 보낸 메시지는 상사인 부장검사에 대한 하소연.

습관처럼 쏟아지는 폭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녹취> 김 검사 친구(음성변조) : “결재서류 가지고 가면 또 욕을 하면서 결재서류 찢어버린다거나 던진다거나 이런 일들이 예사로 있었다고 들었고요. 폭언이나 욕이나 그런 건 그 후로도 한번 한 후로는 거의 일상화 돼서 계속했던 것 같고…….”

심지어 부장 검사가 밤중에 15분 만에 오라고 불러내, 폭행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힘들게 견뎌도 돌아오는 건 또 욕이었다고도 했습니다.

폭언 못지않게 김 씨를 고통스럽게 했던 건 바로 과중한 업무였다고 하는데요.

친구들은 김 씨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과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 검사 친구(음성변조) : “결재받으러 가면 욕 먹게 되니까 이제 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그렇다 보니까 하루에 잠자는 시간이 (죽기 전) 마지막 두 달은 주중엔 두, 세 시간 정도밖에 안 됐거든요.”

과로가 계속되며 몸도 상했는지 김 씨가 작성한 SNS 메시지에는 귀에서 피가 나고 어금니가 빠졌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등장합니다.

힘이 들어 유서까지 써봤다는 김 씨.

어느새 SNS 메시지에는 점점 죽고 싶다는 얘기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입니다.

<녹취> 김 검사의 친구(음성변조) : “저희가 너무 친구를 믿었었던 거죠. 힘들다는 얘기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었는데…….”

뒤늦게 친구들이 보여준 메시지를 확인한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아들과 했던 전화 통화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 검사 어머니 : “5월에 통화하면서 펑펑 울 때 윗선에서 힘들게 한다고 일이 많아서 5월 7일 어버이날에 못 가서 엄마 죄송하다고. 카톡 내용을 보니까 미치겠습니다. 애가 '살려줘'하는 막 그런 극단적인 얘기를 보고는…….”

카톡 속 내용에선 한 명에 대한 원망이 지속해서 발견됩니다.

바로 김 검사의 상사인 부장 검사입니다.

부장검사로부터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폭언과 폭행.

그렇다면 검찰 내부에서 상사의 폭언과 폭행은 흔한 일인 걸까?

<인터뷰> 정태원(검사 출신 변호사) : "검찰은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도제 방식 비슷합니. 선배 검사가 후배 검사들을 보고 야단칠 수는 있죠. (이번에는) 후배를 키우기 위한 그런 야단침이 아니라 인격적인 모독이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있어선 안 되는 거죠."

SNS 메시지를 확인한 유가족은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며 지난달 2일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 모 부장검사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 검사 어머니 : “사과할 사람 아닙니다. 사과할 사람 같으면 그 보도 내기 전에 그렇게 완전히 잡아뗍니까? 당신이 와서 우리 00한테 사과해라. 그래야 우리가 뭔가 억울하게 풀리지 이랬더니만 못 온다고 하더라고요.”

유가족의 연락을 언론 보도 이후에는 받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부장검사는 지난달 10일 서울고검으로 전보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뉴스따라잡기 취재진이 직접 해당 부장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해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와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는 만큼, 명백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정태원(검사 출신 변호사) :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 경위와 또 구체적인 이 사건의 원인 분석을 해야 하고요.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이 남부지검의 이 부에서만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것인지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통된 어떤 문제점이 나오면 그것을 개혁하는 그런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폭행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범죄니까 거기에 대해서 처벌을 받아야 하겠죠.”

33살 젊은 검사의 자살이 몰고 온 커다란 파장.

검찰이 이 젊은이가 극단적인 선택한 이유를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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