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9년 만에 찾은 아들…그동안 ‘축사 노예’?

입력 2016.07.18 (08:34) 수정 2016.07.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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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최근 70대 노모가 잃어버린 아들을 19년 만에 되찾았습니다.

아들은 황당하게도 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축사에 살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무려 19년 동안 축사에서 마치 노예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농장 주인이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을 데려와, 임금도 주지 않은 채 부려온 걸로 보고 있습니다.

아들은 19년 동안 차마 사람이 살기 힘든 축사 옆에 골방에서 숙식을 해결해 왔습니다.

심지어 농장 주인이 아들을 굶기거나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선 또다시 불거진 현대판 노예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청주의 한 허름한 집.

70대 노모가 40대 아들의 손을 지긋이 어루만집니다.

이렇게 온 가족이 한 방에 둘러앉은 게 무려 “19년”만입니다.

<녹취> 고 씨 어머니(음성변조) : "(아드님 보시니까 어떠세요?) 기쁘죠. (아들이) 죽은 줄 알았어요. 나는."

다소 야위어 보이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48살 고 모 씨.

그런데 몸 여기저기에선 오래된 상처들이 발견됩니다.

고 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인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고 씨는 가족과 떨어져 19년이라는 세월을 어떻게 보낸 걸까.

고 씨가 처음 집을 떠난 건 지금으로부터 약 22년 전 마을 주민의 소개로 천안에 있는 한 돼지 축사에서 일을 하기로 한 건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그러니까 처음에 돼지 키우는 집에 데리고 갔어요. 이제 배불리 먹인다고 보낸 건데……."

그런데 축사에서 일을 시작한 지 약 2년이 지난 1997년쯤 고 씨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녹취> 전 돼지 농장주(음성변조) : "점심때 점심 먹으러 가라고 가보니까 애가 없어졌어요. 돼지 쳐다보면서 노는데 거기 올라가 봐도 없어요. 버섯을 (캐러) 갔나 하고서는 둘러봐도 골짜기마다 없는 거예요."

경찰에 신고하고, 고 씨가 갈 만한 곳은 다 찾아다녀 봤지만, 끝내 고 씨의 행방은 찾지 못했습니다.

객지에 있던 고 씨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소식은 고 씨의 가족이 있는 고향 마을에도 전해졌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일하던 농장) 거기서 한 몇 년 있다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동네 사람들이 난리 났죠. (고 씨) 엄마는 엄마대로……."

안타깝게도 고 씨 가족 모두 고 씨처럼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

사라진 고 씨를 직접 찾아 나서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고 씨의 생사조차 모르고 지낸 세월이 무려 19년.

그러던 중 우연히 고 씨의 행적이 확인된 겁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지난 1일 밤,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공장에서 경보음이 울렸습니다.

상황 파악을 위해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비를 피해 있던 한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남성의 정체는 19년간 행적이 묘연했던 고 씨였습니다.

<인터뷰> 김수진(청주 청원경찰서 오창지구대장) : "비가 오고 (해서) 공장 그 계단 밑에 웅크리고 앉아있었습니다. 집이 어디냐 그랬더니 집에 가기 싫다. 인근 주민들한테 물어보니까 저쪽에 농장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거주하고 있다."

고 씨는 인근에 있는 축사에 살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라 경찰은 농장주에게 우선 고 씨를 인계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가 뭔가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김수진(청주 청원경찰서 오창지구대장) : "(농장주가) 사촌동생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농장주에게 인계하는 과정에서도 (농장주가) 가서 자라 그랬더니 싫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철수한 다음에 (지구대) 직원들이 좀 어딘가 이상한 것 같다."

사라진 고 씨가 그동안 사촌 형과 지내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농장주는 고 씨의 사촌 형이 아니었습니다.

고 씨는 약 19년 가까이 축사에서 먹고 자며 일꾼으로 지내고 있었고, 자신의 이름 대신 “만득이”로 불렸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만득이, 만득이 그래 맞아요. 만득이라고 불렀어요. 장애가 (있어서) 약간 모자라니까 그런 곳에 와서 있었죠. 성한 사람 같으면 있어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농장에서) 소똥 치워줬죠. 심하긴 심했나 봐요. 일을 시키는 것이. 뭐 일을 쉴 새 없이 시키니까 심한 거죠. (일한 지) 오래됐어요 그래도. 20년 얼추 그렇게 됐을 거예요."

경찰은 수상하다고 판단해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을 시작했고, 농장주가 고 씨를 학대한 정황을 포착합니다.

<인터뷰> 김수진(청주 청원경찰서 오창지구대장) : "(마을 주민이) 가끔 밥을 안 준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농장주를) 상대로 식사 같은 것을 제대로 제공했느냐 일부 학대를 했느냐 그런 것을 물었는데, (농장주가) 말을 안 들을 때는 조금 이렇게 혼내고했다. (농장주에게) 그 장애인이 귀가하는 데가 어디냐 확인해서 가보니까 굉장히 누추하고 사람이 사는 장소가 아니다 이런 생각을……"

고 씨가 19년 동안 지낸 곳입니다.

축사 안에 있는 조그만 골방인데요.

소 분뇨 냄새가 진동하고, 한눈에 봐도 사람이 살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농장주는 19년 동안 고 씨에게 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농장주는 무임 노역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을 하면서도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농장주(음성변조) : "지금 들리는 이야기가 감금하고 뭐 했다고 하는 것은 전혀 없는 것이니까."

19년 전 돼지 축사에서 일하던 고 씨는 갑자기 가출했고, 이후 소 중개업자의 소개로 농장에 오게 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송상호(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 "오랜 시간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해왔다는 것은 농장주가 이분을 물리적으로 감금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압이나 폭언, 폭력, 회유 등의 방법으로 공포심을 조장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요.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경찰의 도움으로 고 씨는 19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경찰은 고 씨가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대로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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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9년 만에 찾은 아들…그동안 ‘축사 노예’?
    • 입력 2016-07-18 08:36:34
    • 수정2016-07-18 09: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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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0대 노모가 잃어버린 아들을 19년 만에 되찾았습니다.

아들은 황당하게도 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축사에 살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무려 19년 동안 축사에서 마치 노예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농장 주인이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을 데려와, 임금도 주지 않은 채 부려온 걸로 보고 있습니다.

아들은 19년 동안 차마 사람이 살기 힘든 축사 옆에 골방에서 숙식을 해결해 왔습니다.

심지어 농장 주인이 아들을 굶기거나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선 또다시 불거진 현대판 노예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청주의 한 허름한 집.

70대 노모가 40대 아들의 손을 지긋이 어루만집니다.

이렇게 온 가족이 한 방에 둘러앉은 게 무려 “19년”만입니다.

<녹취> 고 씨 어머니(음성변조) : "(아드님 보시니까 어떠세요?) 기쁘죠. (아들이) 죽은 줄 알았어요. 나는."

다소 야위어 보이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48살 고 모 씨.

그런데 몸 여기저기에선 오래된 상처들이 발견됩니다.

고 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인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고 씨는 가족과 떨어져 19년이라는 세월을 어떻게 보낸 걸까.

고 씨가 처음 집을 떠난 건 지금으로부터 약 22년 전 마을 주민의 소개로 천안에 있는 한 돼지 축사에서 일을 하기로 한 건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그러니까 처음에 돼지 키우는 집에 데리고 갔어요. 이제 배불리 먹인다고 보낸 건데……."

그런데 축사에서 일을 시작한 지 약 2년이 지난 1997년쯤 고 씨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녹취> 전 돼지 농장주(음성변조) : "점심때 점심 먹으러 가라고 가보니까 애가 없어졌어요. 돼지 쳐다보면서 노는데 거기 올라가 봐도 없어요. 버섯을 (캐러) 갔나 하고서는 둘러봐도 골짜기마다 없는 거예요."

경찰에 신고하고, 고 씨가 갈 만한 곳은 다 찾아다녀 봤지만, 끝내 고 씨의 행방은 찾지 못했습니다.

객지에 있던 고 씨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소식은 고 씨의 가족이 있는 고향 마을에도 전해졌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일하던 농장) 거기서 한 몇 년 있다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동네 사람들이 난리 났죠. (고 씨) 엄마는 엄마대로……."

안타깝게도 고 씨 가족 모두 고 씨처럼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

사라진 고 씨를 직접 찾아 나서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고 씨의 생사조차 모르고 지낸 세월이 무려 19년.

그러던 중 우연히 고 씨의 행적이 확인된 겁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지난 1일 밤,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공장에서 경보음이 울렸습니다.

상황 파악을 위해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비를 피해 있던 한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남성의 정체는 19년간 행적이 묘연했던 고 씨였습니다.

<인터뷰> 김수진(청주 청원경찰서 오창지구대장) : "비가 오고 (해서) 공장 그 계단 밑에 웅크리고 앉아있었습니다. 집이 어디냐 그랬더니 집에 가기 싫다. 인근 주민들한테 물어보니까 저쪽에 농장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거주하고 있다."

고 씨는 인근에 있는 축사에 살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라 경찰은 농장주에게 우선 고 씨를 인계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가 뭔가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김수진(청주 청원경찰서 오창지구대장) : "(농장주가) 사촌동생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농장주에게 인계하는 과정에서도 (농장주가) 가서 자라 그랬더니 싫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철수한 다음에 (지구대) 직원들이 좀 어딘가 이상한 것 같다."

사라진 고 씨가 그동안 사촌 형과 지내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농장주는 고 씨의 사촌 형이 아니었습니다.

고 씨는 약 19년 가까이 축사에서 먹고 자며 일꾼으로 지내고 있었고, 자신의 이름 대신 “만득이”로 불렸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만득이, 만득이 그래 맞아요. 만득이라고 불렀어요. 장애가 (있어서) 약간 모자라니까 그런 곳에 와서 있었죠. 성한 사람 같으면 있어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농장에서) 소똥 치워줬죠. 심하긴 심했나 봐요. 일을 시키는 것이. 뭐 일을 쉴 새 없이 시키니까 심한 거죠. (일한 지) 오래됐어요 그래도. 20년 얼추 그렇게 됐을 거예요."

경찰은 수상하다고 판단해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을 시작했고, 농장주가 고 씨를 학대한 정황을 포착합니다.

<인터뷰> 김수진(청주 청원경찰서 오창지구대장) : "(마을 주민이) 가끔 밥을 안 준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농장주를) 상대로 식사 같은 것을 제대로 제공했느냐 일부 학대를 했느냐 그런 것을 물었는데, (농장주가) 말을 안 들을 때는 조금 이렇게 혼내고했다. (농장주에게) 그 장애인이 귀가하는 데가 어디냐 확인해서 가보니까 굉장히 누추하고 사람이 사는 장소가 아니다 이런 생각을……"

고 씨가 19년 동안 지낸 곳입니다.

축사 안에 있는 조그만 골방인데요.

소 분뇨 냄새가 진동하고, 한눈에 봐도 사람이 살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농장주는 19년 동안 고 씨에게 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농장주는 무임 노역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을 하면서도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농장주(음성변조) : "지금 들리는 이야기가 감금하고 뭐 했다고 하는 것은 전혀 없는 것이니까."

19년 전 돼지 축사에서 일하던 고 씨는 갑자기 가출했고, 이후 소 중개업자의 소개로 농장에 오게 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송상호(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 "오랜 시간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해왔다는 것은 농장주가 이분을 물리적으로 감금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압이나 폭언, 폭력, 회유 등의 방법으로 공포심을 조장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요.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경찰의 도움으로 고 씨는 19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경찰은 고 씨가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대로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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