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퇴위’ 발표…아베 개헌 추진 ‘흔들’

입력 2016.08.09 (21:37) 수정 2016.08.0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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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전에 왕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아키히토 일왕의 발표가 일본 사회에 큰 충격과 논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달에 헌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려던 아베 총리의 계획에도 영향을 줄 걸로 보입니다.

도쿄에서 윤석구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발걸음을 멈춘 채 속보 방송을 응시하는 도쿄 시민들, 엄청난 관심 속에 일본 사회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아베 정권이 개헌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일왕이 평화헌법의 가치를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일왕은 발표문에‘상징’이란 단어를 7번이나 쓰며 헌법 수호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녹취> 아키히토(일왕) : "헌법에 ‘상징’으로 위치 지어진 바람직한 존재방식을 줄곧 모색해왔습니다."

반면 집권 자민당 개헌 초안은 일왕이‘국가의 상징’이라는 평화헌법 첫 구절을 바꿔, 과거 메이지 헌법과 같이 '국가 원수’로 되돌려 놨습니다.

다음달 국회 개헌논의를 앞두고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는 역할에 일왕이 우려를 표현했다는 분석입니다.

응답자 84%가 생전퇴위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왕실전범 등 법률개정이 시급한 만큼 아베 정부의 개헌논의는 뒤로 밀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인터뷰> 하루나(와세다 대학 객원 교수) :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왕의 메시지엔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석됩니다."

정치적 메시지가 함축된 아키히토 일왕의 발표는 개헌 논의 등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정치일정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윤석구입니다.

▼일왕 vs 아베…서로 다른 역사 인식▼

<리포트>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기에 기록 ...한국과의 인연을 느낍니다."

일본의 상징, 아키히토 일왕은 이렇게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일제의 한반도 침략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11살 때 패전을 목격한 아키히토의 역사관에는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와 반성이 깔려있습니다.

<녹취> 아키히토(일왕) :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일본의 권력 아베 총리는 다릅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뿌리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는 "평화 헌법을 바꾸는 게 일본의 진정한 독립"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아베 총리도 사과와 반성보다는 패전의 역사를 지우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 강한 일본을 만드는데 몰두해왔습니다.

<녹취> 아베(총리/지난해 전후 70년 담화) :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안겨서는 안됩니다."

아키히토 일왕이 평화주의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아베 총리는 꾸준히 군국주의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두 사람의 이같은 역사인식 차이에 기초해 일왕의 생전퇴위 입장 표명이 아베 총리의 우경화에 맞선 견제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왕의 양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평화 헌법의 역사적 의의가 재조명되고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허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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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왕 ‘퇴위’ 발표…아베 개헌 추진 ‘흔들’
    • 입력 2016-08-09 21:37:18
    • 수정2016-08-09 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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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전에 왕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아키히토 일왕의 발표가 일본 사회에 큰 충격과 논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달에 헌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려던 아베 총리의 계획에도 영향을 줄 걸로 보입니다.

도쿄에서 윤석구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발걸음을 멈춘 채 속보 방송을 응시하는 도쿄 시민들, 엄청난 관심 속에 일본 사회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아베 정권이 개헌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일왕이 평화헌법의 가치를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일왕은 발표문에‘상징’이란 단어를 7번이나 쓰며 헌법 수호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녹취> 아키히토(일왕) : "헌법에 ‘상징’으로 위치 지어진 바람직한 존재방식을 줄곧 모색해왔습니다."

반면 집권 자민당 개헌 초안은 일왕이‘국가의 상징’이라는 평화헌법 첫 구절을 바꿔, 과거 메이지 헌법과 같이 '국가 원수’로 되돌려 놨습니다.

다음달 국회 개헌논의를 앞두고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는 역할에 일왕이 우려를 표현했다는 분석입니다.

응답자 84%가 생전퇴위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왕실전범 등 법률개정이 시급한 만큼 아베 정부의 개헌논의는 뒤로 밀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인터뷰> 하루나(와세다 대학 객원 교수) :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왕의 메시지엔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석됩니다."

정치적 메시지가 함축된 아키히토 일왕의 발표는 개헌 논의 등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정치일정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윤석구입니다.

▼일왕 vs 아베…서로 다른 역사 인식▼

<리포트>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기에 기록 ...한국과의 인연을 느낍니다."

일본의 상징, 아키히토 일왕은 이렇게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일제의 한반도 침략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11살 때 패전을 목격한 아키히토의 역사관에는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와 반성이 깔려있습니다.

<녹취> 아키히토(일왕) :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일본의 권력 아베 총리는 다릅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뿌리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는 "평화 헌법을 바꾸는 게 일본의 진정한 독립"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아베 총리도 사과와 반성보다는 패전의 역사를 지우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 강한 일본을 만드는데 몰두해왔습니다.

<녹취> 아베(총리/지난해 전후 70년 담화) :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안겨서는 안됩니다."

아키히토 일왕이 평화주의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아베 총리는 꾸준히 군국주의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두 사람의 이같은 역사인식 차이에 기초해 일왕의 생전퇴위 입장 표명이 아베 총리의 우경화에 맞선 견제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왕의 양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평화 헌법의 역사적 의의가 재조명되고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허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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