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담배 안 피우는데”…니코틴 중독으로 사망?

입력 2016.08.24 (08:34) 수정 2016.08.2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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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4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남성의 몸엔 상처 하나 없어 처음엔 돌연사로 보였는데요.

그런데 부검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남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바로 니코틴 중독이었던 겁니다.

담배를 피우더라도 치사량의 니코틴에 중독되긴 어려운데 더군다나 남성은 평소 담배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건 쓰러진 남성을 발견한 아내가 119에 신고를 하기는커녕 장례식장에 전화한 건데요.

이 수상한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22일 저녁. 외식을 마친 부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잠을 자던 남편 오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됩니다.

평소 지병이 없고 건강했던 오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

발견 당시 외상도 없던 터라 경찰은 애초 돌연사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 남양주경찰서) : “사망자의 흔적이 외부로는 요인이 없어서 부검했어요. 예를 들어 상처가 났다거나 침입자가 있다거나 이런 여러 가지가 있었다면 좀 빨리 (수사) 착수를 했을 텐데…….”

오 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진행된 국과수 부검.

그런데, 예상 밖의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과 과량의 니코틴 성분이 검출된 것.

오 씨의 죽음은 니코틴 중독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온 겁니다.

<인터뷰> 김선춘(보건연구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 : “(혈중 니코틴 농도) 0.2ppm부터 독성이 나타나게 되는데 땀이 나고 침 흘리고 눈물도 나고 구토 증상도 느끼게 되고 느린 맥박과 혈압 과로가 나타나면 결국은 호흡부전이나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오 씨의 혈중 니코틴 농도는 리터 당 1.95㎎, 독성을 나타내는 기준 농도를 훌쩍 넘어 치사량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부검결과에 주목하고 수사를 이어갔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 남양주경찰서) : “피해자 주변의 회사 (동료)나 주변을 다 훑어봤죠. 담배를 안 피우고 성실한 사람이다…….”

숨진 오 씨가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

그런데 어떻게 오 씨가 니코틴 중독에 빠진 걸까?

오 씨의 죽음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정황은 또 있었습니다.

숨진 남편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아내 46살 송 모 씨.

그런데 송 씨가 의식이 없는 남편을 발견하고 맨 처음 전화를 건 곳은 119도 경찰서도 아니었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남양주경찰서) : “자기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남편이 자다가 의식을 잃고 숨을 안 쉬는데 누구한테 전화하겠습니까 기본적으로. 경찰이나 왜 죽었나 궁금해하기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이 사람은 장례절차가 어떻게 되냐고 장례식장에...”

병원에 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장례절차부터 밟으려 했던 아내.

부검이 끝나자마자 장례는 곧바로 치러졌고, 아내는 남편과 함께 살던 집 등 1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정리해 거처를 옮겼습니다.

<녹취> 전진철(강력 2팀장/남양주경찰서) : “부검하고 바로 그냥 장례를 치러버렸죠. 재산 정리도 바로 사망하고 5월 초까지 다 정리를 했더라고요.”

남편을 잃은 아내 송 씨가 신변 정리를 한 덴 불과 한 달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아내 송 씨의 수상한 행적을 근거로 송 씨를 용의 선상에 둔 채 수사를 펼쳤습니다.

이후 남편이 숨지기 불과 두 달 전에야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는데요.

송 씨를 둘러싼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송 씨에게 내연남이 있었던 겁니다.

<녹취> 전진철(강력2팀장/남양주경찰서) : “휴대전화 수사도 하고 CCTV 수사도 하고 여러 가지 수사를 해보니까 같이 집에도 왔다 가고 통화도 많이 하고….”

내연남은 47살 황 모 씨.

송 씨가 남편의 상속재산을 정리한 뒤 황 씨에게 계좌로 1억 원을 건넨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황 씨가 인터넷을 통해 니코틴 원액을 구매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녹취> 전진철(강력2팀장/남양주경찰서) : “내연남이 아버지 카드로 인터넷을 통해서 중국업체로부터 구매한 게 나온 거예요. 그래서 국제운송업체를 통해서 택배를 받았어요.”

오 씨가 숨지기 불과 일주일 전, 해외 사이트를 통해 니코틴 원액을 사들인 것.

송 씨는 지난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외로 도피하려다 검거됐고 범행 직후 외국에 머물던 황 씨는 지난 18일 일시 귀국했다가 체포됐습니다.

송 씨와 황 씨는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두 사람이 공모해 오 씨를 죽인 걸로 보고 두 사람 모두 구속했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남양주경찰서) : “전자담배용으로 구입을 했다고 변명을 하는데 그건 신뢰성이 없어요. 동네 가면 다 사는데 그걸 굳이 다량으로 중국에서 원액을 수입할 일이 뭐가 있냐고요.”

경찰은 오 씨가 거래 내역을 숨기기 위해 해외사이트에서 니코틴 원액을 산 걸로 보고 있습니다.

고농도 액상 니코틴은 유독물질에 해당해 허가가 있어야 제조와 유통을 할 수 있지만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면서 국외 사이트나 전자담배 판매점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선춘(보건연구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 : "올해 들어서도 6~7건 정도 제가 니코틴 중독사 추정되는 사례들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시중에 있는 전자담배 판매점을 돌며 액상 니코틴을 구매해 봤습니다.

요즘 많이 팔린다는 고농도 니코틴 액을 달라고 하자 작은 통 하나를 슬그머니 건네는 업주.

<녹취> "전자담배 판매 업주 많이 센 게 좋으세요? 이거 써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니코틴 외 다른 성분은 무엇인지 전혀 표시돼있지 않습니다.

<녹취> 전자담배 판매 업주 : “(전자담배) 기계에다 (모두) 넣으시면 안 돼요. 니코틴.” - 왜요? “큰일나요 목 나가요 . 정말로 목 찢어져요. 니코틴이 위험해요. 눈에 들어가면 실명되고 마시면 죽을 수 있어요. 취급을 잘 하셔야 돼요.”

하지만 목숨을 잃을 만큼 위험하다는 이 액상 니코틴을 구입하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었습니다.

실제로도 단속은 전혀 없는 실정.

고농도 니코틴액에 대한 단속 규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녹취> 환경부 관계자 : "대책없이 손 놓고 있는 게 아니고요. 식약처, 기재부 쪽 해가지고 관계부처 회의를 해서 최종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인 니코틴 원액이 범죄에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철저한 관리와 법규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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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담배 안 피우는데”…니코틴 중독으로 사망?
    • 입력 2016-08-24 08:35:35
    • 수정2016-08-24 09: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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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남성의 몸엔 상처 하나 없어 처음엔 돌연사로 보였는데요.

그런데 부검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남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바로 니코틴 중독이었던 겁니다.

담배를 피우더라도 치사량의 니코틴에 중독되긴 어려운데 더군다나 남성은 평소 담배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건 쓰러진 남성을 발견한 아내가 119에 신고를 하기는커녕 장례식장에 전화한 건데요.

이 수상한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22일 저녁. 외식을 마친 부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잠을 자던 남편 오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됩니다.

평소 지병이 없고 건강했던 오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

발견 당시 외상도 없던 터라 경찰은 애초 돌연사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 남양주경찰서) : “사망자의 흔적이 외부로는 요인이 없어서 부검했어요. 예를 들어 상처가 났다거나 침입자가 있다거나 이런 여러 가지가 있었다면 좀 빨리 (수사) 착수를 했을 텐데…….”

오 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진행된 국과수 부검.

그런데, 예상 밖의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과 과량의 니코틴 성분이 검출된 것.

오 씨의 죽음은 니코틴 중독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온 겁니다.

<인터뷰> 김선춘(보건연구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 : “(혈중 니코틴 농도) 0.2ppm부터 독성이 나타나게 되는데 땀이 나고 침 흘리고 눈물도 나고 구토 증상도 느끼게 되고 느린 맥박과 혈압 과로가 나타나면 결국은 호흡부전이나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오 씨의 혈중 니코틴 농도는 리터 당 1.95㎎, 독성을 나타내는 기준 농도를 훌쩍 넘어 치사량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부검결과에 주목하고 수사를 이어갔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 남양주경찰서) : “피해자 주변의 회사 (동료)나 주변을 다 훑어봤죠. 담배를 안 피우고 성실한 사람이다…….”

숨진 오 씨가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

그런데 어떻게 오 씨가 니코틴 중독에 빠진 걸까?

오 씨의 죽음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정황은 또 있었습니다.

숨진 남편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아내 46살 송 모 씨.

그런데 송 씨가 의식이 없는 남편을 발견하고 맨 처음 전화를 건 곳은 119도 경찰서도 아니었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남양주경찰서) : “자기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남편이 자다가 의식을 잃고 숨을 안 쉬는데 누구한테 전화하겠습니까 기본적으로. 경찰이나 왜 죽었나 궁금해하기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이 사람은 장례절차가 어떻게 되냐고 장례식장에...”

병원에 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장례절차부터 밟으려 했던 아내.

부검이 끝나자마자 장례는 곧바로 치러졌고, 아내는 남편과 함께 살던 집 등 1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정리해 거처를 옮겼습니다.

<녹취> 전진철(강력 2팀장/남양주경찰서) : “부검하고 바로 그냥 장례를 치러버렸죠. 재산 정리도 바로 사망하고 5월 초까지 다 정리를 했더라고요.”

남편을 잃은 아내 송 씨가 신변 정리를 한 덴 불과 한 달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아내 송 씨의 수상한 행적을 근거로 송 씨를 용의 선상에 둔 채 수사를 펼쳤습니다.

이후 남편이 숨지기 불과 두 달 전에야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는데요.

송 씨를 둘러싼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송 씨에게 내연남이 있었던 겁니다.

<녹취> 전진철(강력2팀장/남양주경찰서) : “휴대전화 수사도 하고 CCTV 수사도 하고 여러 가지 수사를 해보니까 같이 집에도 왔다 가고 통화도 많이 하고….”

내연남은 47살 황 모 씨.

송 씨가 남편의 상속재산을 정리한 뒤 황 씨에게 계좌로 1억 원을 건넨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황 씨가 인터넷을 통해 니코틴 원액을 구매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녹취> 전진철(강력2팀장/남양주경찰서) : “내연남이 아버지 카드로 인터넷을 통해서 중국업체로부터 구매한 게 나온 거예요. 그래서 국제운송업체를 통해서 택배를 받았어요.”

오 씨가 숨지기 불과 일주일 전, 해외 사이트를 통해 니코틴 원액을 사들인 것.

송 씨는 지난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외로 도피하려다 검거됐고 범행 직후 외국에 머물던 황 씨는 지난 18일 일시 귀국했다가 체포됐습니다.

송 씨와 황 씨는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두 사람이 공모해 오 씨를 죽인 걸로 보고 두 사람 모두 구속했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남양주경찰서) : “전자담배용으로 구입을 했다고 변명을 하는데 그건 신뢰성이 없어요. 동네 가면 다 사는데 그걸 굳이 다량으로 중국에서 원액을 수입할 일이 뭐가 있냐고요.”

경찰은 오 씨가 거래 내역을 숨기기 위해 해외사이트에서 니코틴 원액을 산 걸로 보고 있습니다.

고농도 액상 니코틴은 유독물질에 해당해 허가가 있어야 제조와 유통을 할 수 있지만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면서 국외 사이트나 전자담배 판매점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선춘(보건연구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 : "올해 들어서도 6~7건 정도 제가 니코틴 중독사 추정되는 사례들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시중에 있는 전자담배 판매점을 돌며 액상 니코틴을 구매해 봤습니다.

요즘 많이 팔린다는 고농도 니코틴 액을 달라고 하자 작은 통 하나를 슬그머니 건네는 업주.

<녹취> "전자담배 판매 업주 많이 센 게 좋으세요? 이거 써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니코틴 외 다른 성분은 무엇인지 전혀 표시돼있지 않습니다.

<녹취> 전자담배 판매 업주 : “(전자담배) 기계에다 (모두) 넣으시면 안 돼요. 니코틴.” - 왜요? “큰일나요 목 나가요 . 정말로 목 찢어져요. 니코틴이 위험해요. 눈에 들어가면 실명되고 마시면 죽을 수 있어요. 취급을 잘 하셔야 돼요.”

하지만 목숨을 잃을 만큼 위험하다는 이 액상 니코틴을 구입하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었습니다.

실제로도 단속은 전혀 없는 실정.

고농도 니코틴액에 대한 단속 규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녹취> 환경부 관계자 : "대책없이 손 놓고 있는 게 아니고요. 식약처, 기재부 쪽 해가지고 관계부처 회의를 해서 최종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인 니코틴 원액이 범죄에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철저한 관리와 법규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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